** 성서 해석학과 그 방법론 ** - 루돌프 불트만을 중심으로 -

Bultmann's Hermeneutical Method: an Exposition and an Evaluation

악던 (Schubert Ogden)이 말한 바와 같이, 어떤 척도로 재도라도 루돌프 불트 만(Rudolf Bultmann,1884-1976) 은 우리 시대에 있어서 가장 영향력 있는 신학 자 가운데 일인임은 부인할 수 없다.1) 그가 최초의 에세이 "동방으로부터의 빛"(Licht Von Osten,1908)을 쓴 이래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은 저술을 했고, 그 범위도 신약신학, 신약비평학(특 히 양식 비평), 현대 신학, 성서 해석학 등 다양하기 그지없다. 그래서 케글리 (Charles Kegley) 같은 학자는, "불트만은 현대의 학자들이 씨름해야 될 문제의 대부분을 정립하고 형성하는 수훈을 세웠다"고 했다.2) 불트만은 제기한 모든 문제를 다 논한다는 것은 지면이 허락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필자의 능력이 미치지도 않는다. 그러기 때문에 필자는 본고에서 불트만 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 되는 그의 해석학적 방법론이라는 문제 하나에만 초점을 맞추어 보려고 한다.

1. 하이데거와 불트만

불트만이 신학적 사고의 형성은 여러 학자들의 영향을 통해서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3) 그 여려 학자들 가운데 불트만의 해석학적 입장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친 학자는 하이데거(Martin Heidegger)이다. [현재의 시간] (Sein und zeit)으로 대표하는 하이데거의 초기 사상이 불트만의 신학 및 해석학적 사고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부연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애쉬크래프트(Morris Ashcraft)는 이렇게 말한다. 불트만의 신학은 그 내용에 있어서는 성서적이요, 그 배경에 있어서는 개신교 적 루터주의요, 그 직접적 표현에 있어서는 변증법적이다. 그러나 하이데거의 실재주의적 분석의 흔적이 처음부터 끝까지 지울 수 없으리라만큼 분명하다. 불 트만의 신학을 이해하려면 먼저 하이데거를 고찰해야 한다.4) 하이데거는 현존재(Dasein)의 분석으로부터 그의 철학을 전개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현존재는 다른 존재와는 구별되는 인간의 존재로서, 그것은 세계적 존재 (in -der - Welt - Sein)요, 죽음에의 존재(Sein zum Tode)요 가능성에의 존재 (Seinkonnen)이다. 현존재의 특성 가운데 성서 해석학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은 이해 (Verstehen)이다.

베티(Emilio Betti)나 허쉬(E.D.Hirsch)는 이해를 객관적 해 석의 결과로 보고 있음에 반해,5) 하이데거는 그러한 이해를 비본래적 이해 (uneigentliches Verstehen)로 간주한다. 그에 의하면 이해란 현존재가 자기 자 신의 가능성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으로서 그것은 선천적(apriori)이다. 그것 은 세계 내에 존재하면서도 경험에 의해서 획득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 현 존재의 구성 요소인데, 이러한 이해가 모든 해석의 근거가 된다. 이해가 해석의 근거라고 해서, 해석시에 이해가 제3의 무엇이 된다는 뜻은 아니다. 해석이란 어떤 새로운 정보를 획득하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내에 투사된 가능 성을 발견하는 것을 말한다. 디슬턴(Anthony Thiselton)이 이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이해의 해석적 기능은 이해의 자체와는 상이한 부가적의 그 무엇"(additional something)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이해를 설명(explication)하거나 해명(eluc idation)하는 것이다. 이해는 가능성의 투사를 통해 활동하며, 해석이란 이러한 투사를 이루어 가는 것 (working out)이다. 다시 말하면, 인간의 의식(human awareness)을 통해 이 미 주어진 것을 명백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7) 대상을 대상으로 해석하는 작업은 이해의 구조 자체와 분리시켜서 생각할 수 없다. 하이데거에 의하면 해석 (Auslegung)은 우리가 미리 가지고 있는 그 무엇 (Vorhabe)과 미리 보는 그 무엇(Vorsicht)과 미리 파악하는 그 무엇 (Vorgrff) 에 근거하고 있다.8) 그렇기 때문에 전제조건 없는 대상 인식이란 있을 수 없 다는 것이다.9)

2. 불트만의 선이해

불트만은 앞에서 약술한 하이데거의 선이해(Vorverstandnis)의 개념을 그의 해석학에 도입해서 광범위하게 활용하고 있다. 어떤 면에서 불트만의 해석학은 선이해를 기반으로 해서 출발하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에 의하면 선이해 없이는 본문의 해석이 전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이해, 즉 해석은 ...항상 특정한 문제 제기(einer bestimmten Fragestellung) 또는 특정한 질문의 방향(einem bestmmten Woraufnin)으로 나아가게 된다. 이것은 해석이란 전제 조건이 없을 수 없다는 것,나아가게 된다. 이것은 해석이 란 항상 사상(Sache)에 대한 선이해에 의해서 방향지어진다는 것을 말한다.... 그러한 선이해를 근거로 해서 문제의 제기와 해석은 비로소 가능하게 되는 것 이다.10). 그러면 불트만은 선이해를 어떤 의미로 사용하고 있는가? 그는 전제 조건 없는 석의(Voraus-setzunglose Exegese)가 가능한 가라는 질문에 대해 "전제 조건 이 없다"는 말을 "석의의 결과를 미리 상정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사용한다면, 앞의 질문에 대한 답변은 긍정적인 수 밖에 없다고 한다.11) 그는 또한 이 말은 우화적 해석과 독단적 편애(dogmatischen Vorurteilen) 을 배격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12) 그러나 그는 "전제 조건 없는 석의"가 편애 없는 석의와는 다른 의미일 수 있 음을 주장한다. 즉, 방법론적 전제는 불가피하고,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사실상 "전제 조건 없는 석의는 불가능하다"(Voraus-setzunglose Exegese Kann esnich t geben)고 한다.13) 석의에 있어서 반드시 상정해야 될 전제 조건은 역사적 -비평적 방법이다.14) 불트만에 의하면, 역사적 - 비평적 방법이란 무엇보다도 본문 자체의 독특한 스타일과 본문의 역사적 배경도 연구해야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뿐만 아니라, 역사적 -비평적 방법은 역사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건은 인과율에 의해 야기되 되는 "폐쇄된 결과의 연속"(ein geschlossener Wirkung-zusammenhang)이라는 전제 조건을 포함한다.17) 이 말은 역사 전과정이 인과율의 지배를 받아 인간 의 자유로운 결정은 전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건은 합리적인 원인에 의해 설명될 수 있었야 함 을 의미한다.18) 그렇기 때문에 역사적 사건 가운데 초자연적인 힘의 개입에 의해 발생되는 것은 없고, 이런 의미에서 볼 때 기적이란 있을 수 없다는 것이 다.19) 그에 의하면 초자연적인 것의 배제는 일반 역사 문헌은 물론 성경에도 그대로 해당된다.20) 역사적 - 비평적 방법이 내포하는 또 하나의 전제 조건은 사상에 대한 삶의 관계 (ein Lebensverhaltnis zu den Sache)에 근거한 선이해(Vorverstandnis) 이다. 21) 해석자가 사상에 대해 갖는 관계 또는 선이해는 해석에 있어서 필수 불가결의 요소이다. 분문의 이해 방향과 질문은 해석자의 선이해에 의해서 결정 지어진다.(Das Interesse an der Sache Motiviert die Interpretation und gibt ihr die Frage-stellung ihr Woraufhin)22) 그렇기 때문에 불트만의 성서 해석 학적 방법론은 선이해 문제에 초점이 모아진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 고 불트만의 선이해를 위요한 애매함이 빙석하리 만큼 해결되었다고 보기는 어 렵다. 윌슨(Barrie A. Wilson)은 불트만이 선이해를 한 가지 의미로만 사용하고 있다 고 본다. 그에 의하면,불트만은 선이해를 "본문의 의미에 대한 해석자의 이해" (tje interpreter's understanding of whal the text means)을 뜻하는 것도 아 니고 "본문이 무엇을 의미한 것인가에 대한 해석자의 예비적이고도 정정 가능한 이해"(the interpre-ter's preliminary and revisable understanding of what the text might mean)를 뜻하는 것도 아니고,"본문의 의미가 무엇이라야 된다 는 해석자의 확신"(the interpreter's convicison of what the text ought to mean)을 뜻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23) 윌슨은 불트만이 선이해를 해석자의 삶의 관계라는 의미로만 이해하고 있다.24). 윌슨과는 달리, 필자는 불트만의 선이해를 두 가지의 상이한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고 본다. 그는 첫째로 선이해를 어떤 주제에 대한 개관적인 사전 이해라는 의미로 사용 하고 있다. 어떤 주제를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주제에 대한 예비적 지 식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불트만은 여러 가지 예로서 설명하고 있다. 정치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국가와 정의라는 문제에 대한 이해가 선행해야 하 고, 경제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경제와 사회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 25) 고대 이집트 왕의 전쟁 무용담을 기록한 비명이나, 고대 바빌로니아와 아시 리아의 역사적 문헌이 그 방면에 관한 선행적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에게 이해 도지 못할 것은 명백하다.28) 이런 의미에서의 선이해는 크게 문제될 것이 없으 리라고 본다. 그런데 불트만은 선이해를 또 하나의 전혀 다른 의미로 사용하고 있는데, 이 변이 그의 해석학의 독창적인 면인 동시에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는 면이기도 하다. 불트만의 대부분의 경우 선이해를 이 두번째의 으미로 사 용하고 있다. 일반저그오 해석이라 할 경우 그것은 주어진 분문을 저자가 최초의 독자에게 어떤 의미로 사용했느냐 하는 것을 밝히는 것이다.27) 따라서 해석자는 본문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고, 그의 해석은 본문에 의해서 지배된다. 그런데 불트만에 있어서는 해석자와 본문과의 관계는 사실상 큰 중요성을 갖지 않는다. 그가 전제하는 삶의 관계는 해석자의 본문의 관게보다는 해석자와 본문 외적인 관계의 면이 더 강하다. 해석자의 삶의 관계는 그가 해석하려는 본문에 직접 표현되어 있을 수도 있고 간접적으로 표현되어 있을 수도 있다. (Vorausse tzung des Verstehens das Lebens - Verhaltnis des Interpreten zu der Sachei st, dei im Text- direkt der indirekt zu Worte kommt).28) 해석자가 사상에 대해 갖는 삶의 관계가 직접 본문에 나타나 있건 안 나타나 있건 상관없이 그것 은 해석의 방향을 결정하는 관건이 되는 것이다. 불트만이 삶의 관계라고 할 때 그것은 주로 인간의 실재적 상황을 의미한다.

해석자가 주어진 본문을 해석하려고 할 경우 그는 그 본문이 무엇보다도 인간실 재에 관해 무엇을 말하는가를 이해해야만 한다. 다시 말하면 "이해자의 고유의 가능성으로서의 가능성 내에 서의 인간존재"(das menschliches Sein in senen Moglichkeiten als den eigenen Moglichkeiten des Verstehenden) 를 이해해야 된다.29) 그는 또 이렇게 말한다. " 시나 예술에 있어서의 해석은 인간존재의 가능성(Moglichkeiten des menschlichen Seins) 을 이해해야 된다."30) 그의 말을 달리 표현한다면, 어떤 본문의 의미가 무엇이냐 하는 것은 그것이 인간실제에 관해 무엇이라고 말하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주장이라고 할 수 있다.31) 굳(Edwin Good)은 이렇게 표현한다.

블트만이 실제적 (existential)이라고 할 경우 그것은 우리가 본문에 접근할 때 인간의 문제에 대한 실제적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또한 해석 의 작업은 실제주의적 표현(existentialist terms)으로 수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