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 중심성'과 '개인 이기주의'의 상관관계 고찰

Ⅰ. 서론

개인 이기주의에 대한 '그리스도 중심성'의 책임

서구사회와 서구사회의 영향을 받아 발전해온 모든 문화권에서 '개인 이기주의'가 팽배해서 갖가지 사회적 병폐의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서구사회는 다양하고 발전된 사상과 사회체계에도 불구하고 개인이기주의를 막는데는 실패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이는 공동체성과 우리를 중시하는 동양문화권에서는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당연하며 이런 풍조의 극복이 곳곳에서 외쳐지고 있다.

그런데 서구문화 안에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이 개인 이기주의가 기독교의 배타성과 맞물려서 마치 기도교의 본질이 개인 이기주의를 조장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을 받고 있으며 이는 '그리스도 유일성'이나 '오직 예수'라는 말 속에 나타난 그리스도 중심성에 그 책임을 묻고 있다. 과연 그리스도 중심성은 나를 절대화하고 남을 상대화 시키고 있는가?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높이는 것이 배타적 성질을 띠고 있는 것인가? 라는 질문에 대해 응답할 책임이 기독교에 있는 것이다.

이 글을 통해서는 그리스도 중심이 '배타적'인 것으로 오해받는 것은 무엇인지, 또 '인간중심'과 '개인 이기주의'와의 의미 구별이 필요한 것인지, 또 참된 그리스도 중심성이 어떻게 공동체성을 추구하고 있는지에 대해 고찰함으로 진정한 그리스도 중심성 회복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또 개인 이기주의에 대한 책임론에 응답하고자 한다.

Ⅱ. 본론

1. '그리스도 중심'과 이기적 배타성과의 상관성에서의 오해

'그리스도 중심'을 부르짖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기독교는 기독교가 역사적 현실에서 이기적 배타성을 띠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문제는 기독교의 배타성이 그리스도 중심 논리에서 나왔다고 보는데 있다. 필자는 이런 관점이 철저히 오해라고 여긴다. 그리스도 중심을 위협하는 기독교의 배타성은 어떤 것이 있는지 또 어떤 오해들이 존재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1) '전통신학'과 신약성서의 그리스도 중심성

기독교 전통신학은 '이기적 배타주의'라고 말 할 수 있겠다. '교회 밖에는 구원이 없다.'라는 과격한 구호는 기독인 들이 넓은 가슴을 갖는 것을 막아버렸고 기독교인마저 우월감에 사로잡혀서 대화를 거부하고 독선적이 되기 쉬웠다. 전통신학은 그리스도보다 교회를 더 강조함으로 근본적으로 그리스도로부터 떠나버리는 잘못을 범하고 말았다. 다시 말하면 전통신학은 '그리스도 중심'이 아니었거나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으며 이 때문에 배타주의는 '그리스도 중심'에서 온다는 오해를 가져 올 수 있었던 것이다.

또 신약성서 내에서도 그리스도 중심에 대한 오해가 있을 수 있다. 니터(Paul. F. Knitter)는 이런 '그리스도 중심'에 관한 오해가 신약성서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보고 있다. 즉 니터는 배타성이나 유일회성과 같은 단어들이 신약성서의 기록 배경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신약성서가 배타적인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그 시대가 고전주의 문화의 시대였기 때문에 진리는 분명 하나이어야 한다는 관점이 있었다는 것이고 또 당시의 신학적 상황이 종말론적이었으므로 그리스도 중심성은 배타적으로 이해되어야 했다는 것, 또 초대교회 신앙 공동체가 외부의 세력들에의해 위협을 당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생존을 위한 수단으로서 강력한 배타적인 언어가 사용될 수밖에 없다고 보는 것이다. 필자는 니터의 관점을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지만 신약성서 안에도 '그리스도 중심'이라는 것이 오해되어 있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전통신학에서나 신약성서 내에서도 그리스도 중심에 대한 오해가 드러나 있으며 이 오해는 '그리스도 중심성의 배타성'이라는 도식을 이끌어 낼 수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다.

2) 제국주의적 선교에 대한 오해

이데올로기 논쟁이 활발했던 80년대 한국 대학가에서 기독교에 대한 논의가 나올 때면 감초처럼 등장하는 것이 '기독교의 제국주의적 선교' 또는 '제국주의의 선교를 빙자한 침투'와 같은 주제들일 것이다. 복음을 성실하게 전해준 선교사들의 공훈을 잊어서도 안되겠지만 그들의 선교에 있어서 제국주의적 배타주의는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제국주의적 선교라는 것은 기독교적 진리를 앞세워서 원문화를 획일화시키고 토착문화의 모든 가치를 우상이라고 정죄하거나 절대적인 가치가 없는 것으로 보는 것일 것이다. 이런 태도는 원문화·종교인들에게는 기독교를 파괴적인 이기주의로 볼 수밖에 없게 만든다. 서구 선교사들에 의해 문화적 세뇌를 당해 유럽이나 서구문화만이 가치있는 것으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특히 한국의 경우 '복음'또는 '정통'이라는 절대적인 요소와 함께 서구문화가 함께 따라 들어옴으로서 토착문화를 배척하기 시작했고 더군다나 오늘날에도 한국 교회에 편만한 성서무오설이나 기계적 영감설등은 미국 대각성 운동의 이론적 배경이 되고 있는 것이라고 강성도는 그의 책에서 밝히고 있다.

이러한 제국주의적 선교는 불가피한 기독교 정신인가? 그리스도 중심의 산물인가? 라고 반문할 수 있다. 필자는 기독교의 제국주의적 선교는 당시 역사적 상황의 산물이었으며 동시에 신학적 편견에서 온 것이라 생각한다. 조상대대로 내려온 문화를 인정하면서 그 문화 안에서 복음이 뿌리내리도록 전략을 짜는 것, 오히려 그것이 복음을 전하는데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오늘날 논의되고 있는 선교학에서의 전제임을 보아도 그것을 알 수 있다. 최근에 파송되는 선교사의 경우는 문화를 관찰하고 또 그 문화에 적응하는 훈련을 시키고 있다는 것은 주지(周知)의 사실이다.

따라서 제국주의적 선교 사역이 기독교의 독단성이나 그리스도 중심성에서 오는 배타주의라고 보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런 제국주의적 악영향을 '그리스도 중심성'에 둔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며 오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강성도는 말한다. "우리의 복음은 그리스도 자신이다. 그분을 어느 특정시대의 눈으로 공식화시킨 교리체계로서 대신할 수 없는 것 아닌가"

3) '오직 예수'에서 '이기주의'로

종교 다원론자들은 오직 예수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서 강하게 논박한다. 그들은 오직 예수에서 이기주의로 발전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한 정리된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그리스도인들이 예수를 신의 아들로 부를 때 이들이 선언하고 있는 것은 예수가 그들을 구원했다는 것, 예수는 그들이 신을 알게해주는 수단이라는 것, 예수는 전적인 위임의 대상이며, 그들의 삶을 변혁한 계시라는데 힉의 초점이 있다. 따라서 그렇게 본다면 신은 '오직 예수' 안에서만 만나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예수 안에서 '참으로' 만나질 수 있는 것이라고 선언하고 있다. 더 나아가 그들은 예수가 다른 모든 인간 존재들을 위한 중심 혹은 규범이라고 주장하지 않고도 예수가 그들 삶을 위한 중심과 규범이 됨을 선언할 수 있다고 본다.

오직예수를 강조하는 것은 쉽게 결론 내릴 수 있는 문제는 아닌 듯 쉽다. 개방성을 이유로 무조건 적으로 포기해야할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이점에 대해서 강성도는 기독교 신앙을 고백하는 우리는 스스로를 열어놓고 그리스도의 뜻과 참예에 "온전한 조화를 이루려는 자세가 요청된다"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그리스도의 최후 승리'라는 것도 비워야 한다고 말이다.

이와 함께 다루어야할 문제는 오직 예수가 기독인들의 '이기주의'와 깊이 연결된다는 추정에 있다. '오직 예수'가 근본적인 이유가 아니라는 것이 필자의 기본적인 생각이다. 오직 예수가 적용되는 과정에서 잘못된 해석 때문에 생겨난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기독인들이 어떻게 살아야할 것인가의 문제인 경건의 문제에 있어서 경건을 속세로부터의 도피라고 생각해온 경향이 농후했으며 이러한 도피가 자기 하나만을 위한 이기주의 였다는 것이다.

오직 예수에서 이기주의로 변형되었다는 것은 오직 예수라는 말에서 오는 배타성 때문일 뿐이며 개개인의 이기주의를 발전시키는 것은 아니다. 필자는 여기서 그리스도 중심이라는 것은 각 '개인중심'이라기 보다는 '인간중심'일 수는 있을 것이다.

3. 개인이기주의와 인간중심 주의

이기주의의 병폐가 축적되면 그것은 심각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인류는 이미 경험을 하였다. 개인주의는 서구에서 발달하였고 이 개인주의는 이기주의와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이다. 이런 이기주의가 서구의 정신세계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기독교의 배타성 때문이라고 가정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참된 그리스도 중심성은 개인 이기주의가 아니라 인간 중심 주의라고 말하고자 한다. 그렇다면 개인 이기주의와 그리스도 중심성의 상관관계는 존재하는지 고찰하고 개인이기주의와 인간중심주의 사이의 차이점을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1)인간중심주의의 배타성?

인간 중심주의의 배타성이란 인간이 모든 것의 중심이 되고 주인이 되어서 마음대로 자연계를 다스린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그 결과로 자연계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고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운명을 위협하기에 이른 것을 말한다고 하겠다. 김명용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오늘의 창조세계의 위기는 외면적으로는 기술사회, 산업사회가 낳은 위기이지만 내면적으로는 자연에 대한 인간의 정신의 위기이다. 즉 인간이 자연을 바로 인식하지 못한 데서 오는 오늘의 위기가 도래했다는 것이다. 자연에 대한 인간의 지배는 착취와 약탈을 위한 지배는 결코 아니다. 전통적 창조신학은 인간에 의해 약탈 당하며 황폐화 되는 자연 앞에서 매우 심각한 신학적 위기를 맞고 있다.

김명용 교수는 이와 같이 자연이 약탈되는 가장 큰 이유는 '인간 중심적인 세계관' 때문이라 밝히고 있다. 그런데 필자는 여기서 인간 중심적이라는 말을 세분화 시키고자 한다. 즉 공동체성이 결여된 것을 개인 이기주의로 또 인간의 공동체를 염두에 둔 공동체성을 추구하는 '인간중심'으로 나누는 것이다. 필자는 자연을 약탈하는 것은 개개인의 이익 때문이지 인류전체를 향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창세기 1장에서 선포된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아담 한 사람에게 주어진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주어진 것이므로 자연은 개개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 공동체를 위해서 쓰임 받아야 하는 것이다. 내세우는 명분이 어떠하든지 자연을 황폐케하는데는 인류전체를 바라보는 인간중심성이 아니라 개개인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2) "그리스도 중심은 인간 중심일 수 있다."

전통신학에서는 그리스도론이나 신론이 논의되기 이전에 인간이 구원을 얻는 것에 근본적인 관심이 있었다. 인간 구원을 설명하기 위해서 하나님의 모든 행위와 그리스도의 성육신, 성령의 역사가 설명되었다. 이종성 박사는 '성서적 그리스도론'을 설명하면서 성경에 나타난 그리스도의 오심의 목적이 그리스도 자신과 바울과 베드로에 의해서 " 죄에 허덕이는 인류를 그 죄의 권세에서 구원하기 위함이라"로 드러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김명용 교수는 인간 구원에만 제한된 그리스도의 구원사역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경계하고 있다. "하나님의 구원 사역의 완성인 새 하늘과 새 땅은 인간의 해방과 구원뿐만 아니라 모든 피조물의 해방과 구원의 상징을 함께 지니고 있다.……하나님의 나라는 하나님과 인간, 인간과 자연, 동물과 동물, 하나님과 모든 피조물 사이의 화해가 이루어진 참된 평화의 세계이다."우리는 '인간만'을 강조한 나머지 다른 피조물을 외면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하더라도 그리스도 중심 구원론은 필연적으로 인간을 중심으로하고 있다. 따라서 그리스도 중심은 인간구원을 염두에 둔것이며 그리스도와 관련한 의미창출에 있어서 그 중심은 인간일 수밖에 없다.

제임스 패커와 토마스 호워드는 예수를 통해서 인간은 그의 정체성을 부여받게 된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우리는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받게 되는데, 이는 새로이 구속받은 결과 이며 이것이 진정한 '나'인 것이다."라고 말함으로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이 발견된 인간에 대해서 묘사함으로 인간중심성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여기서 인간중심이란 전체로서의 인간, 공동체와 환경을 포함하는 인간을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서구사회에서 발달한 개인중심주의나 이기주의와는 구별되는 인간이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리스도 중심은 인간 중심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3) '내'가 중시된 이유

그렇다면 본래적인 인간중심의의 의미가 '나' 중심의 배타성을 띠게 되었는가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고 보며 이는 현재 기독교의 모습을 가늠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나'의 구원은 '인간구원'에서 왔다고 볼 수 있다. 강성도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 예수를 구주로 믿고 내가 구원받는다는 말 뒤에는 '나'라는 개체 중심적 사유의 때가 묻어 있다. '나' 중심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고 행할 때 '나 아닌 다른 이들'에 대한 관심을 상대화 또는 최소화 시켜도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타인에 대한 관심이 결여될 지라도 그들과는 별개의 개체인 나의 구원에는 영향이 없는 것으로 여길 수 있다."

이런 '나'중심의 구원관은 휴머니즘에서 개인주의로, 개인주의에서 이기주의로 발전하는 서구 정신의 발전에 침묵하였고 또 동조하였다. 인권이나 개인의 권리를 찾는데는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개인주의'에 의해서 신학이 영향을 받게 됨으로 '나' 중심적인 이기주의로 발전하게 되었던 것이다.

요컨대, '그리스도 중심'은 인간의 가치를 높이고 구원의 대상으로서 인간을 중심에 둔다는 점에서 '인간중심'이라고 할 수 있지만 다른 피조물과 나 아닌 다른 너를 배척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개인 이기주의'를 추구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겠다.

3. 이기주의에서 인간중심주의로

위에서 우리는 '그리스도 중심은 인간중심일 수 있다'는 명제적 진술을 논하였다. 이제 참된 그리스도 중심주의의 회복과 인간중심주의를 추구하는 근거와 방안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자 한다.

1) 그리스도 중심과 그리스도 중심의 '삶'

그리스도 중심이란 교리나 규율의 한 가운데 그리스도를 내세운다거나 상징화시킨다거나 호칭 자체에 붙들리려는 삶은 아니다. 오히려 삶의 매 순간마다 그의 능력에 사로잡혀 사는 삶, 또 삶 전체로서 그를 증거하는 삶, 또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과 하나되는 삶을 의미하는 것이다. 바로 그리스도 중심성은 철저히 그리스도가 살았던 삶, 또 우리에게 요구하였던 삶과 관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전제들을 바탕으로 새로운 '관계'의 형성에 대해서 설명할 수 있는데 "이러한 삶의 형태는 그리스도라는 중심으로부터 '나'의 바깥으로 퍼져나가는 흐름을 가린킨다. 이 중심으로부터 퍼져나가는 삶과 동시적으로 일어나는 또 다른 삶의 방향이 있다. 그것은 외부로부터 내 안으로, 나의 중심되시는 그리스도를 향해 몰려오는 삶이다."에서 잘 나타나 있다. 결국 그리스도 중심이라는 것은 자기 안에 머무른다는 언어적 느낌에서 오는 오해를 없애는 것이 마땅하며 그리스도의 삶을 본받아 타인을 향해, 관계를 향해, 인간중심성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이기적인 인간의 실존을 극복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것또한 그리스도 중심성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겠다. 다음 성구는 이를 잘 나타내 주고 있다.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박혔나니, 이제는 내가 산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신 것이라"(갈2:20) 우리에게 있어 나의 나됨의 정체성을 찾으려면 반드시 그리스도 중심성을 인식하고 또 고백하여야 하며 이 나의 나됨 안에서 공동체로서의 그리스도인을 동시에 발견하여야 하는 것이다. 즉 우리는 "시대를 살아가는 책임적인 그리스도인으로서의 통전성(integrity)을, 나와는 다른 모습(plurality)을 하고 있는 또다른 나들(identies)을 함께 끌어 안아 더욱 확장된 더 큰 하나(wholeness)를 매순간 이루어 가는 본래적 관계성(reatedness)"을 회복할 수 있어야 한다.

바로 그리스도 중심성에서 올 수 있는 개인 중심주의에서 벗어나서 그리스도를 중심한 전체성으로서의 인간중심으로 나아가야하는 것이다.

2) 본 훼퍼가 말하는 그리스도 중심적 공동체성

본 훼퍼는 공동체성과 제자의 도를 역설한 신학자로 알려져 있다. 본훼퍼는 논의되는 주제에 있어, 제자된 삶이 세상이나 나 아닌 다른 존재와의 분리를 거부하는 공동체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에게 있어서 제자가 된다는 것은 "그리스도로부터 자신을 구별하는 것이 아니고 전적으로 그리스도에게 속함으로써 동시에 세상 안에 있게 됨을 말하며 제자로서 그리스도께 속함."이라 할 수 있는 것으로 본훼퍼는 제자의 삶이 철저하게 그리스도와 분리되지 않은 그리스도 중심성에 의한 삶이라 볼 수 있는 것이다. 특별히 그는 그리스도가 살았던 삶의 모습을 따르는 것이 요구된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하여 "제자직이란 그리스도를 모방 하는 자로서, 하나님의 고난에, 낮아지신 그리스도의 고난에 동참하는 자이며 그리스도의 대속적 수난에 참여하는 것"이라 하고 있다.

그리스도를 중심으로한 제자는 인간 공동체인 세상에 속하며 세상을 위하는 '인간중심'적 제자이기도하다. 본훼퍼는 생존시 교회와 국가간의 관계와 사회개혁의 필요성에 대하여 독특한 이해를 가지고 교회가 세상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그리스도를 위해서 세상 속에서 사람들 속에서 살아야 함을 말함으로 분명하게 공동체적 책임을 보여주고 있다. 다시 말하면 그리스도를 중심한다는 말은 필연적으로 인간 공동체를 향한다는 말로서 이해될 수 있는 것이다. 그는 그리스도인은 "전적으로 그리스도께 속함으로 또 전적으로 세상 안에 있게 된다는 것"으로 여기서 세상이 한 개인을 의미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며 또 '오직 인간'만을 의지하지 않는다는 것도 자명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그리스도 중심성이 개인 이기주의의 발전을 가져왔다는 바르지 못한 가설을 부인해야 하는 것이다.

Ⅲ. 결론

'인간 중심'을 위한 그리스도 중심성의 고수(固守)

우리는 개인 이기주의와 인간 공동체 중심이라는 것과의 차이점을 논한 바 있다. 그리스도 중심은 필연적으로 인간중심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는 '인간중심'의 의미를 확장함으로써 인간 중심이 개인 이기주의로 타락하는 것을 막아야 함도 언급하였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인간 중심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그리스도 중심성이 포기되어서는 안됨을 주장하고자 한다.

'나'가 극도로 확장된 현대에 있어서 '나'의 새로운 의미 발견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새로운 나를 결정함에 있어서 그 포함된 내용과 또 최종적인 결과물을 어떻게 삼아야 하는지는 쉬운 문제는 아닐 것이다. 즉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으로서 방향잡힌 '나'의 추구는 인간 공동체를 파멸시키고 말 것이다. "다양성만 주장하고 하나로 엮어들이는 중심의 중요성(통일성)을 잃어버린다면, 한(순간의) 인간존재로서의 통전성을 유지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에서 우리는 인간중심의 공동체성 추구의 필요를 읽을 수 있으며 이러한 새로운 '나'의 발견은 새로운 공동체를 추구할 수 있는데 다음은 이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나의 삶과 나의 나됨이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을 위한 삶의 주체적 양식이 되고 그들 삶의 중심이 될 수 있는 넓혀진 삶을 살 수 있다면 그것은 무척이나 고양된 삶이 될 수 있다. 이같은 삶을 누릴 수 있다함은 결국(적어도 그리스도인의 경우)그리스도를 우리의 삶의 중심으로 삼고, 그 중심이 펼치는 여운 안에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과 모든 이들을 나와 하나로 어우러지는 삶을 살 때 비로소 가능하다.

결국 우리는 인간 중심의 공동체성을 이룩해야 하며 이 공동체성은 다름 아닌 그리스도를 중심하는 삶 안에서 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를 수 있는 것이다. 기독교를 배타적이며 이기적인 종교라고 단정짓는 것은 기독교 내에서 잘못 이해된 개념들의 표출을 그대로 받아들인 나머지 생겨난 결과라고 말할 수 있으며 그리스도를 중심한, 인간과 모든 피조물을 포함한 '인간공동체' 회복이 기독교의 참모습이며 그리스도 중심성이라 보아야 한다. 즉 배타적으로 보이는 그리스도 중심성이 개인 이기주의의 근간이 된다는 것을 옳지 못한 주장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