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슈타트
1521년 보룸스국회가 열린 이후 종교개혁의 진행은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접어들게 되었다. 1521년 12월 25일 칼슈타트는 (Andreas Bodenstein von Karlstadt) 독일어로 미사를 드리면서 양종성찬을 시행하였다. 비텐베르크시와 대학의 지도자들도 이에 참여하였다. 1521년말 스토르크(Nikolaus storch)와 스튀브너(Markus Stubner) 등의 쯔비카우예언자들이 빗텐베르크로 들어왔다. 저들은 성서보다는 성령의 영향을 훨씬 더 강조하였다. 멜랑히톤은 1522년 1월 1일 쯔비카우 예언자들의 문제로 선제후에게 다음과 같이 편지하였다. "스트로크와 마찬가지로 마르쿠스 토메는 저가 하나님과 특별하고도 확실한 계시 대화를 나눈다고 하였습니다..."¹1월 24일에는 빗텐베르크시의 첫 {개혁 백서}가 출판되었다. 그러나 곧 다음달 13일 칼슈타트에게는 설교 금지 명령이 내려졌는데, 이것은 성상 파괴와 같은 종교개혁의 급진적 시행 때문에 선제후 프레데릭이 내린 결정이었다. 보름스 국회 이후 바르트부르그(Wartburh)성에 피신 중이던 루터는 결국 1522년 3월 6일 빗텐베르그로 돌아와야만 했다. 칼슈타트 대신 루터는 사순절 설교를 통하여 종교개혁의 올바른 방향에 대하여 선포하였다.² (Lmvocavistpredigt) 루터는 이 설교를 통하여 종교개혁을 율법적인 것으로 만들려는 모든 시도에 반대하였고 칼슈타트와 다른 빗텐베르크의 개혁자들이 사랑, 즉 약한 자들을 보호하는 것을 완전히 잊어버렸다고 비난하였다. 지금까지 루터와 칼슈타트는 비록 신학적인 입장 차이는 있었어도 빗텐베르그 종교개혁 과정 속에서 한 길을 걷던 자들이었지만, 루터가 빗텐베르그로 다시 돌아왔다는 것은 칼슈타트에게는 이제 더 이상 자기 식의 개혁 프로그램을 계속 진행 시킬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결국 칼슈타트는 올마뮌데(Orlamunde) 교회 목사로 자리를 옮겼다. 1523년 5월부터 1524년 9월까지 칼슈타트는 올라뮌데에서 놀랄만치 많은 일을 해냈다. 교회로부터 모든 성상이 제거되었으며 예배는 독일어로 드려졌고, 성찬은 떡과 잔, 양종으로 제공되었다. 칼 슈타트는 루터와는 성찬 논쟁을 다음과 같은 글들을 통하여 유발시켰다. : {약자를 보호하겠다는 방식으로 하나님의 의지를 가리워도 되는지...} (Ob man gemach verfahreu und die Schwachen mit Argernissen verschonen soll in Sacheu, so bottes Willen angehen, 1524)와 {대화집, 거룩한 그리스도의 성찬을 오용하는데 대하여}(Dialogus oder ein gesprechbuchlin Von dem grewlichen vnnd abgottischen miBbrauch des hochwirdigsten sacraments Jesu Christi 1524 ). 루터는 칼 슈타트의 공격에 대하여 {하늘의 예언자에 반대하여, 성상과 성찬 문제에 대하여}³라는 포괄적인 글로 답변하였다. 칼슈타트는 이에 대하여 {기독교 가르침의 중심 주제를 제시하며...}(1525) 라는 글로 루터를 공박하였다.
이러한 논쟁의 과정 가운데 우리의 관심사는 어떠한 이유 때문에 麛터가 칼슈타트의 성찬론을 배격하였는가 하는 점이다. {대화집}에서 칼슈타트는 성찬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표현하였다 :
"그리스도의 몸은 빵에 있지 않다. 마찬가지로 그의 피도 잔에 있지 않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 빵을 그의 몸에 대하여 기억함으로 먹어야 한다. 왜냐하면 주께서 그의 몸을 우리를 위하여 불의 한자의 손에 내어 주셨기 때문이다. 그리고 피 역시 우리를 위하여 흘리셨으므로 그의 피흘리심을 알고 잔을 마셔야 한다. 결론적으로 그리스도의 죽으심을 깨닫고야 먹고 마시는 것이다"⁴
칼슈타트는 빵과 잔에 오는 그리스도의 실제적 임재를 믿지 않았다. 빵을 먹고 잔을 마시는 것은 그리스도의 죽음을 선포하는 의미가 있을 뿐이요, 그리스도는 결코 빵이나 성례전 가운데 오시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왜냐하면 성례전에 문제가 생기면 그리스도가 그 안에 거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었다5 루터는 1524년 12월 {열광주의적 영에 반대하여 스트라스부르크 그리스도인에 보내는 편지}6를 통하여 칼슈타트에 반대하였다. 사실 루터는 이글에서 루터는 성례 전에는 빵과 잔 이외의 아무것도 아니라는 칼 슈타트의 입장을 반대하고 그 대신에 그리스도의 실재를 믿도록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고백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터는 칼슈타트를 성례전을 뿌리째 흔드는 자라고 판단하였다. 그래서 말하기를 : "내가 그의 견해를 보고 있노라면, 그에게는 외적인 면이 결여되어 있는 바 온 힘을 쏟아 성상 제거, 성례전 파괴, 그리고 세례를 방해하는데 몰두하고 있다..."7 칼슈타트의 견해는 성서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자의적으로 성서 안에 들어가는 일이라고 하였다. 8 칼슈타트는 성서에서 성찬에 관해 주시는 말씀을 고린도전서 11,24와 마태복음 26,27의 두군데로 축소하려 하였다. 즉, "결론적으로 칼슈타트박사는 이로 인하여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고 할 수 있다. 즉, 그리스도께서 '이것은 너희를 위하여 내준 나의 몸이니...'라는 말씀을 성찬때에 빼어 버리고 오직 '예수께서 빵을 취하사 감사 기도 하신 후 떼어 자기 제자들에게 나누어 주시며 말씀하시기를 받아먹으라 이것은 나를 기념하는 것이다'라는 말씀만 가지고 충분하다고 여기셨다는 것이다"9 왜 칼슈타트는 성만찬의 의미를 오직 그리스도의 대속적 죽음을 기념하는 것만으로 이해하려고 했을까? 하는 질문에 대답하면 열광주의자들의 성례전과 재세례파의 성레론 사이에 어떠한 유사 관계가 성립되어 있는지가 밝혀지게 될 것이다.
1.1.2 외적 말씀(Verbum externum)
루터와 칼슈타트의 논쟁은 성만찬 때의 그리스도의 실제적 임재의 문제나 성만찬 때의 말씀을 서로 다르게 해석하는 문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루터의 칭의론과 성령론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문제까지도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칼 슈타트는 다음과 같이 주장하였다.
" 나는 그리스도께서 약속하신 성령의 증거를 나의 내면에 간직하고 있다. 어디에? 당신은 그리스도께서 수차 말씀하신 것을 모르는가? 위로의 성령께서 너희에게 증거를 제공하시며, 너희들은 내 증인이 될 것이다. 즉 사도들을 통하여 드러난 것은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고통받으셔야 했고, 그리스도, 나사렛 예수 그분 스스로 십자가에 달리셨다는 것이 성령의 증거를 통하여 내적으로 보장이 되며, 그 후에야 그리스도를 외적으로 선포하여 성서를 통하여 확증된다는 것이다."
루터는 이와 같은 내적인 면에 밀착된 성령 이해에 반대하여 '외적 말씀'이야말로 성령과 은총을 이해하는 필수적인 시금석임을 강조하였다:12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거룩한 복음이 퍼지도록 하시면서 우리 인간들을 두 가지 방법을 통해 다루신다. 하나는 외적으로 다른 하나는 내적으로이다. 외적으로 하나님은 입으로 선포되어지는 복음 말씀과 외적인 표지를 통하여 우리를 다루시는데, 그것은 세례요 성례전이다. 내적으로는 성령과 신앙을 사용하신다. 그러나 그 모든 순서에 있어서 외적인 것이 우선되어야만 한다. 그리고 내적인 것은 그 뒤에 외적인 것을 통하여 오게 된다. 즉 다시 말하면 외적인 것을 통하지 않으면 그 어느 누구도 내적인 것을 받아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는 외적 말씀과 표지 없이는 절대로 아무에게도 성령과 신앙을 부어 주시려 하지 않으시기 때문이다"13라는 루터의 주장을 살펴보면 루터는 성령 또는 내적 말씀의 증거가 최우선이라는 열광주의적-신비적 명제를 완전히 거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루터는 구원을 외적인 선포된 말씀과 더 밀접하게 연결시킨다.14 따라서 그 어떤 사역에 앞서서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것이 가치 잇는 것이다. 그 안에서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장소와 시간에 영혼과 신앙이 가시되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회개와 십자가의 도와 사랑의 사역이 시작되는 것이다.15 말씀이란 세례나 성찬과 같은 외적인 표지와 함께 하나님의 구속 사역 진행의 또다른 외적 도구이다. 다시 말하면 외적인 것은 내적으로 성령을 중재하는 것이며, 성례전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칼슈타트에게는 결코 외적 표지를 통해서 성령이 중재되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 먼저 인간의 영혼에 즉각적으로 주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열광주의자들은 하나님의 구속 질서를 말씀과 성령으로부터 돌려서 하나님께서 성령을 위해 외적으로 세우신 것을 바람 속으로 날려 버린다. 저들은 외적 말씀의 중재 없는 성령으로만 존재한다."16
1.1.3 성례전과 죄의 용서
성만찬 또는 성례전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논쟁은 한편으로는 그리스도께서 빵과 잔에 실제적으로 임재하는가 ? 하는 문제로 야기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의 구원을 위해 성례전은 어떠한 역할을 감당하는가 ? 의 문제에 관한 것이다. 칼슈타트는 카톨릭의 성례전이해에 다음과 같이 반대하였다.
"bem : 우리 영적인 사제들과 숭려들은 성례전이 죄를 용서해 준다고 말한다/
pet : 너희 거짓 선지자들아 사람들에게 빵한조각으로 하나님의 왕국을 약속하는 도다. 너희들이 무엇을 약속하던지 나는 너희들이 그런 속임수를 통해서 빵을 다른 것으로 만들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17
칼슈타트의 견해대로 라면 성만찬은 죄의 용서를 선포하는 것도 아니요 그리스도의 몸이 현존하는 빵과 포도주를 받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성만찬 때에는 오직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을 기억할 뿐이라는 것이다.18 이와는 반대로 죄의 용서는 내적 말씀에 의한 내적 조명을 통해 일어난다. 루터의 경우는 그가 "교회의 바벨론 포로"에서 카톨릭의 성례전론을 반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결코 그리스도의 임재 (Realprasenz)와 신앙 가운데 받은 외적인 성례전을 통하여 그리스도의 죽음으로 인해 성장한 구원이 현존하게 된다는 점을 포기하지 않는다. 루터가 어떠한 생각에서 구원과 죄의 용서가 성례전에 함께 한다고 주장했는가를 다음의 인용은 잘 보여준다 :
"만일에 내가 죄를 용서받기 원한다면, 나는 십자가로 달려갈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거기서 나는 아직 십자가를 제대로 발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또한 칼슈타트가 착각하는 바대로 그리스도의 고난의 기억을 붙잡을 필요도 없다. 거기서 내가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성례전 또는 복음 가운데서 나는 십자가에서나 약속하신 죄의 용서가 선사되는 말씀을 발견한다. 그래서 나루터는 바르게 가르쳤다. 누구든지 죄에 대하여 나쁜 생각을 가졌다면 그는 성례전에 참여하여 위로를 받아야 할 것이다. 빵이나 포도주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살과 피가 아니라 성례전 가운데서 그리스도의 살과 피를 나를 위해 부어 주시고 선사해 주시는 그 말씀을 붙들어야 한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겠는가?"19
루터는 성만찬의 효과라는 특징을 강조하였다. 영향력 있는 하나님의 말씀은 요소(Element)를 그의 사역에 잡아넣으시고 성례를 성립시키는 약속 말씀이 뜻하는 바를 인간 속에 가져다 주신다. 인간 편에서 보는 성례전이란 모든 "행위"적인 성격을 배제한 순수한 받는 행동(Empfaugshaudluny) 인 것이다. 이 행동은 신앙을 강화시키는 성례전 시행을 통해 인간에게 영향을 끼치게 된다.20
끝으로 왜 루터가 칼슈타트의 성찬론을 배격해야만 했는지? 에 관하여 약술해 보자. 우선 칼슈타트는 성찬 말씀의 올바른 이해와는 거리가 있었던 것 같다.21 둘째 칼슈타트는 성령과 외적말씀과 성례 전의 표지의 관계를 오해하였음에 틀림없다. 셋째 그는 하나님의 구원 질서를 외적인 것과 내적인 것으로 잘라내었다.22 결국 칼슈타트는 성만찬의 외적(육적)인 의미를 완전히 제거하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