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빈은 제2권에서 구속주 예수 그리스도가 누구시며, 그가 행하신 일이 무엇인가를 다루면서 인간이 얼마나 하나님 아버지와 소외되어 있는가를 논한다. 환언하면 죄론과 기독론, 혹은 인간 실존과 예수 그리스도의 위격과 사업을 연결시킨다. 여기에서 칼빈은 1-3장까지 인간의 소외 혹은 죄악의 상황을 묘사하고, 4-8장까지는 율법에 의한 죄의 규정을 소개하며, 그 나머지 9-17장 부분에서는 복음을 다룬다. 이 복음이란 주로 예수 그리스도의 위격과 구속 사업을 핵심으로 한다. 그런데 인간의 지성, 양심, 자유의지는 구원과 하나님의 계시된 뜻을 수행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하여, 아니 전혀 죄와 죽음의 노예 상태로부터 홀로 출애굽할 수 없기 때문에 하나님과 같으신 하나님의 아들이 인간이 되셔서 우리의 죄를 대속하시기 위하여 십자가에 죽으시고 우리를 의롭다 하시기 위해서 부활하심으로 인간의 구속주, 구주, 화해주, 혹은 중보자가 되셨다. 그리고 이 중보자는 3중적 직분을 통하여 인간을 구원하셨다. 즉, 죄와 율법의 고발, 나아가서 죽을 수밖에 없으며 지옥에 떨어질 인간이 저 복음의 사건을 통하여 구원의 길을 얻었다고 하는 이야기가 여기에 실려 있는 것을 우리는 본다.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 십자가 및 부활은 인류를 향하신 구원의 계시일 뿐만 아니라 구원 사업이다. 그러나 제3권에서는 저 구속 사업과 구주께서 성령의 역사를 매개로 하여 물론 설교, 세례와 성만찬등 은혜의 수단을 통하여 특수 공동체인 교회 혹은 믿는 자들에게 적용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칼빈에게서 볼 수 있다. 즉, 제2권은 단순히 인간의 죄문제와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 사건에 관해서 논할 뿐이고, 제3권에서 구속 내지는 화해의 실현을 논한다. 전 인류는 아담의 타락과 반항에 의하여 저주를 받았고 원초적인 상태에서 떨어졌다. 칼빈은 인간의 자기 이해는 두 가지로 구성된다고 본다. 하나는 창조된 대로의 하나님의 형상이요, 다른 하나는 타락 이후의 처참한 인간의 모습이다. 인간은 밖으로부터의 도움을 얻지 않고는 하나님 앞에서의 자기의 상황을 알 수 없다. 인간의 본성은 전인적으로 죄악에 물들어 있으며 은혜와 신앙에 접하지 않은 모든 인간은 전인적으로 하나님 앞에서 혹은 하나님의 말씀의 거울 앞에서 혹은 예수 그리스도 앞에서 죄인으로 노출된다.

칼빈은 제2장에서 제5장까지 인간의 능력에 대하여 논한다. 몸, 지성, 양심, 감성 및 의지, 모두가 중요한 인간론적 요소인데 특히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결국 칼빈은 어거스틴과 루터를 따라 구원과 하나님의 명령 수행에 관한 한 인간의 의지는 노예 의지라고 역설한다. 그러나 이미 지적한 대로 인간이 인문과학과 사회과학, 예술, 자연과학, 가정과 사회와 국가의 영위등 빛나는 문화 활동과 사회생활 나아가서 역사 참여를 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 인간의 의지가 노예 의지로 인간이 전적으로 타락했다는 것은 아니다. 칼빈은 제2장의 요약 부분에서 하나님의 보편적인 은혜에 의하여 인간은 야수와 구별될 수밖에 없는 하나님의 형상의 흔적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인간의 부패한 본성으로부터는 오직 저주받을 일들이 나온다. 하나님께서는 인간의 마음에 어떻게 역사 하시는가? 인간은 사탄의 권세 하에서도 의식적으로 그리고 의지적으로 범죄한다. 따라서 죄의 책임은 어디까지나 인간의 의지에 있다. 하나님의 의지가 사탄을 이용할 때 인간의 의지는 강제 당하듯 움직여지거나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쾌히 그리고 의도적으로 그렇게 되어지고 그렇게 행한다. 하나님의 의지는 구원에 관한 일 이외에 모든 인간 만사와 인생에도 작용한다. 그리고, 모든 일에 있어서 하나님의 주권이 인간의 자유를 지배하고 통치한다.

구약에 주어진 율법은 옛 언약의 백성을 이 안에서의 소망을 그리스도의 오심까지 키워 나가기 위한 것이었다. 이것은 내용 구조를 은혜의 언약과 율법, 율법의 고발적 기능, 율법의 인류 공동체를 위한 기능, 자연법, 그리스도인의 삶을 위한 하나님의 뜻으로서의 율법, 의식법으로 보고 있다. 칼빈은 하나님을 예배하는 것이 의의 초석이라고 한다. 즉 하나님 예배의 중심인 구원의 소식과 하나님의 뜻의 선포 없이는 윤리적 삶이 건설될 수 없다는 뜻이다. 칼빈은 저 예배가 영혼이라면 저 윤리적 삶은 몸이라고 하였다. 즉, 영혼 없이 몸이 움직일 수 없듯이 예배 없는 삶은 무가치하다. 하나님을 경외하고 두려워하며, 하나님의 구원의 은혜로 말미암아 자유와 기쁨, 감사와 찬송이 용솟음치지 않고는 하나님의 뜻을 따라 살수가 없다. 신앙과 경건 없이 국가 공동체와 사회가 그 윤리적 생명을 유지하기 어렵다. 십계명은 하나님 사랑과 이웃사랑으로 요약된다. 주기도문이 하나님의 영광과 그의 뜻을 위한 세 개의 간구들과 인간을 위한 세개의 간구로 모두 여섯 개의 간구들로 되어 있듯이, 십계명은 하나님에 관한 인간의 의무와 인간을 향한 인간의 의무로 되어 있다. 그리스도는 이미 율법 하에 있었던 유대인들에게 알려지셨으나 급기야는 오직 복음 안에서 명쾌하게 계시되셨다. 칼빈은 복음이란 그리스도의 신비의 분명한 계시라고 정의하였고, 구약에서 발견되는 바 하나님과 인간의 화해를 약속하는 은혜로운 속죄들은 복음의 한 부분으로서 신앙의 대상이라고 말한다. 칼빈은 이 복음 신앙을 공로주의와 율법주의에서 오는 위협과 공포와 대조시킨다. 칼빈은 구약이 그리스도를 향하여 미래지향적인 것처럼 신약의 복음에 대한 신앙 역시 미래지향적임을 강조한다. 구약의 복음적인 약속은 신약에서 그리고 그리스도에게서 성취되었다. 성경에서 구약 성경과 신약 성경의 다른 점들은 1) 구약은 영적인 축복을 지상적인 축복에 의하여 표현한다. 2) 구약의 진리는 형상들과 의식법에 의하여 전달되었으나 신약에서는 진리이신 그리스도께서 직접 등장하셨다. 3) 구약은 다분히 율법적이고 신약은 다분히 복음적이라는 것이다. 4) 구약은 인간을 속박하며 신약은 인간을 자유케 한다는 것이다. 5) 구약은 하나의 민족을 지향하며 신약은 모든 민족들을 포함한다. 그리스도께서는 중보자의 직책을 수행하시기 위하여 인간이 되셔야 했다. 누가 어떻게 하나님과 인간 사이를 중보할 수 있으며 화해시킬 수 있을까? 거룩하신 하나님과 인간을 중보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인간은 모두 죄인이기 때문이다. 오직 하나님의 위엄의 보좌에서 내려오신 인간이어야 한다. 곧, 하나님의 아들인 인간이 되셔서 우리와 함께 하심으로 인간에게 구원이 일어난다. 그리스도는 진정으로 사람의 몸을 입으셨다. 칼빈은 여기에서 영과 육, 정신적인 것과 물질적인 것을 이원화시키며 육과 물질을 무시하는 영지주의, 마르시온주의, 마니교 등의 영향을 받은 기독론을 반론한다. 이들은 육체와 물질을 낮게 평가한 나머지 예수 그리스도의 육신적 전 실존을 과소 평가한다. 칼빈은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삼위일체 하나님의 제2격으로서 두본성을 지니신다고 하는 칼케돈회의에서 결정된 기독론을 따른다. 아버지 하나님께서 그리스도를 우리에게 보내신 목적을 알기 위하여 그리고 이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베풀어주신 것이 무엇인가를 알기 위하여 우리는 무엇보다 그리스도의 3중의 직책을 이해하여야 한다. 즉, 예언자적 직책, 왕의 직책 및 제사장의 직책이다.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하여 그리스도께서는 어떻게 구속자의 기능을 성취하셨는가? 여기에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에 집중하면서 그의 승천 등을 논하고 있다.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해서 하나님의 은혜와 구원을 얻으실 만한 자격이 있다고 하는 말은 옳고 적절하다. 이것은 루터와 개혁교회적 개혁자들이 공통적으로 중요시하는 바 기독론의 초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이 화해 사건이 어떻게 우리에게 적용되며 우리 안에서 실현되는가에 관하여는 논하지 않고 있다. 이는 제3권 성령론에서 취급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