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아퀴나스의 본질론과 유비론

Ⅰ.들어가며

13세기의 스콜라학을 대표하는 토마스의 본질론과 유비론을 알아보고자 한다. 이 논제에서는 철학의 모든 분야가 개입되는 듯 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다른 어떤 철학자의 개입보다도 본 TEXT를 중심으로 토마스의 관점만을 유의하면서 조사해 보고자 한다.

먼저, 본질과 떨어질 수 없는 존재의 개념을 정리해 보고 이 두 가지의 관계를 토마스의 입장에서 나열하고, 그 후엔 부정의 방법과 긍정의 방법을 도출해 내고자 한다. 그리고 유비론에 들어가서는 유비라는 개념을 정리하고 그것에 따른 유형을 세밀하게 정리하고자 했다. 그러면 신앙인이었던 토마스의 본질과 유비에 대하여 논하고자 한다.

Ⅱ.풀어가며

1.본질론

⑴ 본질과 존재

① 본질과 존재에 대하여

경험 세계에서 존재하는 모든 사물에서 사물이 끊임없이 변화하면서도 자신의 동일성을 유지한다는 점을 관찰하게 된다. 이를테면 생물(알→매미→유충→번데기→풍뎅이)의 성장에서 볼 수 있듯이 존재하는 개체는 여러 가지로 바뀌는 외양에 관한 한 끊임없이 변화한다. 그러나 그 개체는 그 내면의 핵에 관한 한 동일하게 남아 있다. 즉 겉으로 여러 가지 다른 모습을 끊임없이 내놓으면서도 변함없이 그대로 존속한다. 어떤 사물에 필수적으로 속해 있는 것, 그리고 그 사물을 극히 밀접하게 구성하고 있으면서 정적으로나 동적으로 그 사물의 특성을 결정하는 어떤 것을 의미한다. 어떤 사물이든지 만일 그 본질이 없다면 그것은 현재의 그 사물이 되지 못할 것이다. 사람에게 적용한다면 그 사람을 특색 있게 만들고 그를 다른 모든 사람과 구별되게 만들며 그의 모든 행동 속에 저절로 나타나며 그를 그답게 만들어 주고 있는 독특한 성질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가 철학에서 말하는 본질이란, 많은 개체가 상호간의 일치나 유사함을 이루게 되는 영속적인 구조를 의미하는데, 많은 개체는 바로 그 영속적인 구조에 의하여 동일한 특질을 지니게 되거나 같은 종류에 속하게 된다. 이 사실은 사람의 경우에 쉽사리 인지가 되고, 본질의 일반적 개념에 대한 근거를 제공하는데, 여기서 일반적 개념의 본질이라 함은 개체들을 구별지어 주는 독특한 특징들을 추상 작용에 의하여 초월하고 단지 개체들끼리 일치하거나 부합하는 특성 내지 구조들만을 보유하는 본질을 말한다. 즉 무시간적이고 불변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어떤 사물의 본질은 생물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변화 가능성의 근거이며 그런 변화를 실제로 실현하는 근거이기도 하다. 또한 본질은 한 사물이 다른 사물로 되어 버림으로써 한 본질의 영역에서 다른 본질의 영역으로 옮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포함하고 있다.

실제에 있어서 존재와 본질은 서로 구별이 되는데, 즉 개개의 존재물은 자신의 유한한 분량에 따라 본질적으로 무한한 존재의 충만성에 동참하고 있다. 그리고 본질이 존재의 충만을 고갈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본질과 존재는 서로에게 행동(상응)할 수 있는 잠재력의 상태로 있다. 그리고 이와 관련하여 본질은 단독적이거나 개별적이다. 이 둘은 어느 정도 상응하지만 서로 다른 차원에 속하기 때문에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② 본질과 존재의 관계

토마스가 질료와 형상의 합성을 유형적인 실체에 국한시켰다는 것을 우리는 볼 수 있는데, 그보다도 모든 유한한 존재에 미치는 더욱 깊은 합성이 있다. 유한한 존재는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즉 존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존재자인 것이다. 말하자면 실체는 존재하고 있거나 존재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유형적인 존재자의 본질은 질료와 형상으로 합성된 실체인 반면에, 비물질적인 유한한 존재자의 본질은 형상뿐이다. 그러나 물질적인 실체나 비물질적인 실체를 현실적 존재자이게 하는 것은 존재이며, 존재는 본질에 대해서 흡사 현실태가 가능태에 대해서 갖는 관계에 있다. 그래서 어떠한 유한한 존재자도 필연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유한한 존재자는 마치 현실태가 가능태와 구별되듯이 본질과는 다른 존재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형상은 본질의 영역에서 규정하거나 완성하지만, 그 본질을 현실화하는 것은 존재(현실태)이다. 그러므로 존재는 질료도 아니고 형상도 아니며, 본질도 아니고 본질의 일부도 아니다. 이를테면 존재는 본질을 있게 하거나 존재를 가지게 하는 현실태이다. 왜냐하면 한 사물이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가능태에 있기 때문이 아니라, 현실태에 있기 때문이다. 존재는 질료도 아니고 형상도 아니기 때문에, 그것은 실체적 형상도 아니고 우성적 형상도 아니다. 말하자면 존재는 본질의 영역에 속하지 아니하고, 형상을 존재하게 하는 그것이다.

토마스는 [존재]를 존재의 원인인 하나님으로부터 유래한다는 의미에서 [밖으로부터 오는 것] (adveniens extra)이라고 말하고 있다. 존재는 현실태이며 존재에 의해서 현실화되는 가능태와는 다르다. 즉 토마스는 오직 하나님에게 있어서만 본질과 존재가 동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하나님의 본질은 존재이기 때문에 하나님은 필연적으로 존재한다. 그러므로 하나님 이외의 다른 모든 것은 존재를 받아들이거나 그것을 분유한다.

존재는 현실태이며 이로 인해 본질은 존재를 가진다는 의미에서 존재는 본질을 규정한다. 그러나 존재와 본질은 함께 결합되는 두 개의 물리적인 것이 아니라 개별적인 존재자의 원리로서 함께 창조된 두개의 구성 원리이다. 그래서 존재 없는 어떠한 본질도 없고, 본질 없는 어떠한 존재도 없다는 것이다. 이 두개는 동시에 창조되었으며, 만일 구체적인 사물의 존재가 없어진다면 그것의 본질도 없어진다. 따라서 존재는 유한한 존재자에 있어서 우성적인 것이 아니라, 그것은 유한한 존재를 하나의 존재자가 되게 하는 그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개물 안에서 본질을 발견하였고 특히 질료를 발동시키는 본질적 형태 속 에 집중되어 있는 것으로 보았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신플라톤주의에 고취되어 원형적인 형상들로 되돌아가 그 형상들을 하나 님의 안내 모형들로서 원초의 창조적 정신 안에 있는 것이라고 보았다. 그럼에도 아우구스티 누스 역시 사물의 고유한 본질을 정당하게 다루지 않으며 그런 까닭에 형상들은 사물들로부터 보다는 직접적인 조명을 통하여 더 잘 알려진다고 했다. 아퀴나스는 아우구스티누스와 아리스토텔레스의 종합을 이룩하였다. 땅위의 존재들은 그들 의 본질적인 형상에 의하여 신적 정신 안에 있는 영원한 원형들의 모습을 지니게 되며 그것에 의해서 사물들은 존속하고 있는 존재의 무한한 충만성에 참여하고 있다. 따라서 인간은 사물 들 자체 안에서 그들의 본질을 식별해 낼 수 있으며 추상 작용에 의하여 획득된 보편적 관념 들 속에서 이 본질을 포착할 수 있는데 이 보편 개념들도 또한 영원한 형상들을 반영해 준다. 그리고 인간의 능동적 지성은 신적 광명의 영구적 조명을 수반하기 때문에 이 일을 해낼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것은 인간밖에 없다.

⑵ 부정의 길

우리의 인식은 감각적 지각에 의존해 있고, 우리가 형성하는 관념은 피조물에 대한 우리의 경험에서 생겨나고 있다.

토마스는 하나님이 무엇인가(하나님의 본질)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고, 다만 하나님의 존재 여부 또는 하나님이 존재한다는 것(하나님의 존재)만을 알 수 있을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예컨대, 하나님은 유형적인 실체도 아니며 또 유형적인 실체일 수도 없다는 것을 인정함으로써 하나님의 어떤 것을 알게 된다. 말하자면 하나님의 유형성을 부정함으로써 하나님의 본성에 대해서 어떤 관념을 형성한다. 이러한 방법으로 하나님에 대한 부정적인 술어를 더하면 더할수록 우리는 하나님에 대한 인식에 더욱 가까워진다. 이것이 [제거의 길] 또는 [부정의 길]인 것이다.

하나님은 모든 유를 초월하고 있으므로, 우리는 하나님을 한 유(類)에 해당시킬 수가 없다. 따라서 우리는 적극적인 종차(種差,difference)에 의해서 하나님을 다른 존재자들로 부터 구별할 수가 없다. 이러한 부정적 길에 의해서 하나님의 본성에 대한 어떤 개념을 가질 수 있다. 예컨대, 하나님은 유형적인 것이 아니라고 말할 경우 우리는 어떤 실체로부터 구별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술어들이 하나님에 대해서 부정되는 경우, 하나님은 풍요함에 있어서 그 한정된 완전성을 무한히 초월하여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유의해야 한다. 우리의 자연적 인식은 그 시작을 감각에 두고 감각적 대상의 도움으로 이끌어지는 한에서 뻗어가고 있다.

우리가 하나님에 대해서 필연적으로 참된 것으로써 알 수 있는 것은, 하나님은 모든 감각적 사물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감각적인 대상들의 원인으로서의 하나님은 그 대상들을 초월해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 자신은 하나의 감각적 대상이 아니며 그러한 대상일 수도 없다.

하나님의 [존재]는 받아들여지고 한정된 어떤 것이 아니라 자존하는 것이기 때문에, 하나님은 무한하고 완전한 것이다.

⑶ 긍정의 길

토마스의 말에 의하면, 하나님의 실체를 긍정적으로 단정하는 적극적인 술어나 명사들이 있다. 예컨대, '비유형적'이라는 술어는 하나님에 대해서 유형성을 부정하고 이를 제거하지만, 선이나 예지라는 술어는 하나님의 실체가 지니는 속성을 긍정적으로 또 직접적으로 단정하고 있다.

'하나님이 살아 계시다'라는 적극적인 말은 하나님이 생명의 근원이라는 그 이상의 것을 의미하고 있고, 또 하나의 적극적인 긍정이 하나님의 실체에 관해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우리가 하나님의 본성을 나타내고 있는 그 어떠한 긍정적인 관념도 하나님을 완전하게 표현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나님에 대한 우리의 관념은, 우리의 지성이 하나님을 알 수 있는 한에서만 하나님을 나타내고 있는데 지나지 않는다. 단정되는 속성(예컨대 선)에서 본다면, 우리가 하나님의 속성을 단정하는 그 긍정적인 술어는 어떠한 결함도 없고 완전성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 속성을 단정하는 방법에서 본다며, 그러한 모든 술어는 결함을 지니고 있다. 왜냐하면 우리가 어떤 것을 말(명사)로 나타내는 경우, 그것은 지성이 파악하는 양식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긍정의 예로써, 우리가 '하나님은 선하시다'고 말하는 경우 하나님은 선의 원인이므로 결과적으로 선은 하나님에 속한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하나님은 선하시기 때문에 하나님은 선을 사물들 가운데 확산시키고, 아우구스티누스의 말대로 "하나님은 선하시기 때문에 우리가 존재한다."는 결과가 된다.

→ 우리는, 이 세상에서는 하나님의 본질을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단지 피조물 가운데서 드러나는 한에서만 알 수 있으며, 따라서 우리가 하나님에게 적용하고 있는 명사들은 피조물 가운데 나타나 있는 완전성을 의미하고 있다.

2.유비론

⑴ 유비에 대하여

우리는 본질론의 긍정과 부정의 길에서 파생된 유비에서 볼 수 있듯이, 몇가지 중요한 결론을 나타낼 수 있다.

① 하나님과 피조물에 적용되고 있는 명사들은 일의적(一義的)의미에서 이해되면 안된다. 예를들어 예지란 개념은 피조물에서 얻어짐으로 이 개념을 그대로 하나님께 적용하면 안되 기 때문이다. ② 다의적(多義的)으로도 아니다. 의미에 있어 명사들은 피조물에 적용된 때에 지니는 단어 와 온전히 다른 것이 아니다. 만약 하나님의 예지와 인간의 예지가 온전히 다른 것을 의미한 다면 하나님께 적용된 슬기로움은 아무런 내용도 의미도 지니지 않게 되므로 결국 우리는 피 조물에서는 하나님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③ 비유적으로도 아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결과로서의 피조물은 불완전하지만 반드시 하나님을 나타내게 되어 있다는 사실에 근거하여, 우리는 피조물로부터 하나님에 대해 무엇을 알 수 있다고 토마스는 주장한다. 그러므로 피조물에 대한 우리의 경험에서 얻어져서 하나님에게 적용되는 개념은 유비적 의미에서 사용된다. (여기서 유비라는 개념은 희랍어 어원에서 보면, 유비의 문자적인 의미는 [비율] [일치]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후대에 존재의 유비에 관한 모든 사상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던 유명한 말 즉, "존재는 여러가지 방식으로 서술된다." 그러나 그것은 "제일원인과 관련하여 서술된다."고 했다. 즉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존재를 공유하되 경우에 따라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공유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하나의 속성이 두 개의 다른 존재자에 대해서 유비적으로 사용될때 ⑴ 그 양자가 어떤 제 3 자에 대해서 지니는 관계에 따라 말해지는 경우와 ⑵ 그 양자의 상호관계에 따라 말해지는 경우로 나뉜다. 전자의 유비적인 술어의 예로 토마스는 건강을 예로 든다. 동물은 건강의 주체이니(즉 건강을 지니고 있으니 건강하다) 약은 건강의 원인이니 건강하다. 안색은 건강의 표시이니 건강하다. 여기서 건강이란 말은 동물, 약, 안색에 대해서 이들이 지니는 건강과의 각이한 관계에 따라 각이한 의미로 말해지지 결코 다의적 의미로 말해지진 않는다. 그 셋 모두다 건강에 대해서 실질적인 관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건강'이란 명사는 일의적이거나 다의적이거나 비유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토마스는, '이는 하나님과 피조물의 속성을 단정하는 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왜냐하면 하나님과 피조물은 어떤 제3자와의 어떠한 관계도 지니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양자의 상호관계에 따라 말하고 있다. 즉, 우리는 피조물이 하나님과의 실재적인 관계를 지니고 있는 한에서 하나님과 피조물의 속성을 단정하고 있다. 우리가 하나님과 피조물에 존재를 두고 말할 때 우선 존재를 자존하는 존재로서의 하나님에게 돌리고 그 다음 존재를 하나님에게 의존하는 피조물에게 돌린다. 하나님과 피조물의 존재를 일의적으로 말할 수 없는 것은 하나님과 피조물은 존재를 같은 방법으로 소유하지 않기 때문이고, 하나님과 피조물의 존재를 다의적으로 말할 수 없는 것은 비록 피조물의 존재가 하나님의 존재와 달리 의존하고 있다 하더라도 피조물은 존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존재는 본질적으로 하나님에게 속하고 피조물에게는 하나님에게 의존하고 있는 한에서만 속한다. 피조물의 존재는 받아들여 있고 파생되고, 의존해 있고 유한하다. 즉, 예지에 관한 우리의 지식은 피조물에서 얻어지는 피조물에 대한 우리의 경험에서 생겨난 개념으로 그 모든 예지의 관념이나 말은 피조물에게 말해지고 하나님에게는 유비적으로 말해지는 것이다.

⑵ 유비의 유형

유비적인 서술은 유사점에 근거하여 "진리론"에서 토마스는 비례의 유사점과 비례성의 유사점을 구별하고 있다. 8과 4에는 비례의 유사성이 있고 3대 6의 비례와 2대 4의 비례 사이에는 비례성의 유사점 즉, 상호간의 유사점과 상사점(서로 비슷함, 닮음의 구용어)이 있다. 일반적 유비적인 서술은 두 가지로 나누는데 첫째 비례에 의한 유비적 서술은 상호간의 관계를 지니고 있는 실체와 우유성(偶有性)에 대한 존재의 서술이다. 둘째 비례성에 의한 유비적 서술은 육안으로 보는 것과 지성의 눈으로 보는 것에 있어서 본다는 것의 서술이다. 여기서 실체와 우유성에 대해서 존재를 말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하나님과 피조물에 대해서 유비적으로 말할 수 없다. 왜냐하면 하나님과 피조물은 상호적인 실재적 관계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피조물은 하나님에 대해서 실재적인 관계를 지니고 있지만 하나님은 피조물에 대해서 실재적인 관계를 지니고 있지 않다. 전자에 의해서 우리는 하나님과 피조물에 같은 명사(말)를 적용할 수 있다. 존재 선 예지와 같이 결함이나 불완전성을 지닌 완전성의 실례는 우선적으로 하나님께 말해지고 그 다음으로 피조물에 말해지므로 비례의 유비는 하나님에 대한 피조물의 관계와 유사점에 의해서 가능하게 된다.

비례성의 유비에 대한 서술 방법은 상징적이거나 본연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예로 하나님=태양 (육안에 대한 태양의 관계=영혼에 대한 하나님의 관계)로 태양이라는 말이 물질적인 사물에 관련되어 있어 정신적 존재에 있어선 오직 상징적으로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지적 활동은 그 자체가 순수한 완전성이기 때문에 단순히 상징적으로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유비적인 서술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즉 모든 유비의 바탕은 하나님에 대한 피조물의 유사성이다 여기서 말하는 유사성은 첫째 일방적인 유사성이다. 피조물은 하나님을 닮은 데가 있으나 하나님이 피조물을 닮았다고 볼 수는 없다. 둘째 피조물은 하나님을 오직 불완전하게 닮아 있는데 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유비적인 서술은 일의적인 술어와 다의적인 술어에 중간에 있다. 즉 유사하면서 동시에 다르다는 의미에서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Ⅲ.나오며

문제점 및 결론

토마스가 유비에 대해서 말할 수밖에 없었던 것을 생각해 보면, 그는 우리가 하나님에 대해서 말하는 방법, 즉 우리의 말과 개념의 의미를 검토하고 있을 뿐 하나님에 대한 우리의 실재적인 인식에 대해서는 실제로 아무 것도 확립하고 있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피조물의 완전성은 탁월한 방법, 즉 하나님의 무한성과 정신성에 조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창조자 안에 있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토마스에 있어서 기본적인 원리이다. 예컨대 하나님이 지적 존재를 창조했다면 하나님이 지성을 소유하고 있음에는 틀림없다. 말하자면 하나님을 지적인 것 이하의 것으로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하나님은 합성된 존재가 아니라 순수 현실태이므로, 하나님의 지성은 자신의 본질이나 본성과는 다른 능력일 수 없다. 하나님은 불변적이고 우성적인 규정이 불가능하므로 사물을 계기적(繼起的)으로 인식하는 일이 없다. 하지만 우리는 ① 하나님이 완전한 지성을 소유하고 있음에는 틀림없으나 우리는 그것에 대한 아무런 경험을 가지고 있지 않으므로 하나님의 지성이 어떠한 것인가에 대한 충분한 개념은 형성할 수 없다. ② 우리는 하나님이 자기 자신 이외의 다른 대상에 대한 완전한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믿지 않을 수 없지만, 그러나 하나님의 자유의지는 변하기 쉬운 것일 수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하나님의 자유의지에 대한 충분한 개념을 형성할 수가 없다. ③ 우리의 지성이 지니고 있는 관념이 인간의 지성에서 얻어지고 있다면, 분명 그 관념을 하나님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도대체 하나님의 지성에 대해서 우리가 지니고 있는 관념의 적극적인 내용은 무엇인가? 또한 그 적극적인 내용은 인간 지성의 한계, 유한성, 추론이라는 특성, 가능태 등을 부정함으로써 얻어진다고 해답할 수 있을까? 그러나 우리가 인간이 사용하는 개념과 언어에 의해서 하나님의 지성에 대해서 생각하거나 말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우리에게 있어서 다른 적당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우리는 우리가 사용하는 개념이나 언어가 불완전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상으로 우리는 토마스의 본질과 존재, 또 그것의 관계, 스콜라 철학의 탐구 방법인 부정과 긍정의 길을 살펴보았다. 이것은 서로 대립적인 입장을 대결시켜, 그 각자에 내포되어 있는 진리를 최대한 참작함으로, 진리의 탐구를 진행시키는 방법이다. 그리고 거기서 이어지는 유비에 대해서도 간략하게나마 살펴보았다. 그의 본질론에 있어서는 우리가 이제껏 알던 바와 같이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을 많이 차용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에 못지않게 어거스틴적인 요소도 볼 수 있다. 즉 그는 아리스토텔레스나 어거스틴의 종합을 이룩한 것이다. 또한 이제껏 우리는 유비에 대해 살펴보았다. 유비는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존재를 공유하되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공유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점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존재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서술된다.' 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또한 그러한 의미에서 유비는 독립적인 지식이 아니라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유비는 유한자와 무한자, 한정자와 무한정자, 세계화 신의 절대적인 차이 속의 일치에 의하여 지배된다. 이것에 대한 인간의 진술은 절대적인 차이 속의 일치를 넘어서서 보다 더 포괄적인 통일성에 이를 수 없으며 인간 정신의 깊이에 대한 지배를 회피할 수도 없다. 바로 유비는 가장 고도의 언어 능력이며 동시에 가장 심각한 언어의 결핍이다.

comment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하나님의 본질을 유비에 의한 방법으로밖에 설명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인 것 같습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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