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신학

해방 운동은 소위 제3세계의 제국가에서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 문제이다. 특수한 문제를 가지고 전개되는 이러한 신학은 '라틴-아메리카의 관점에서 보는 신학'을 수립하는데 견고하고도 영구성있는 토대를 제공하리라고 본다.

해방의 신학은 새로운 주제들을 내놓는다기보다는 신학하는 '새로운 길'(a new way)을 제시한다고 보겠다. 역사적 시행을 비판적으로 반성하는 신학은 역사를 해방시키는 신학이다. 즉, 인류의 역사를 해방시키는 변혁의 신학이다. 이것은 세계를 반성 고찰하는데서 머물지 않고, 세계를 변혁시키는 과정의 일익을 담당하겠다고 나서는 신학이다. 하느님의 나라를 받아들이는 데에 스스로를 개방하고 있는 신학이다. 유린당하는 인간 존엄성에 대해서 항의하고, 국민 대다수가 당하는 착취에 대해서 투쟁하며, 사랑을 자유로이 해방시키고, 정의와 우애가 군림하는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면서, 하느님의 나라를 받아들이려고 하는 신학이다.

현재 처해있는 예속적 상황을 분석 제시하면, 자연히 거기서부터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싹트는 법이다. 그렇지만 동시에 해방운동에 투신하다 보면 지배계급의 압제상황을 구체적으로 생생하게 절감하게 되고, 그 압제가 어느 정도 심한가를 느끼며, 그 세력이 갖는 기계적 구조(메카니즘)가 어떤 것인가를 자세히 알고 싶어진다. 이같은 참여야말로, 보다 의로운 사회를 건설키 위해서 투쟁하게 만드는 심원한 영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라틴-아메리카의 현실파악 가운데 가장 중대한 변화가 있다면 우선 둘울 들 수 있다. 하나는 이 지역의 현황에 관한 자료와 통계가 쌓임에 따라, 지역상황을 哀傷調로 서술하던 태도를 탈피했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기존세력자들의 수완과 노력을 힘입어 개발국가들로 무난히 성장해가리라는 허황한 희망을 포기했다는 점이다. 현금에 일어나는 새로운 연구자세는 이 지역이 기금 처한 상황의 근본 원인을 규명하고 역사적 안목에서 이 원인들을 고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최근 얼마동안에 다른 견해가 라틴-아메리카 전역에 파급되어 왔다. 저개발이 실상은 선진국가들 덕분에 생겨난 것이라는 사실이 갈수록 뚜렷해졌다. 따라서 저개발 현상은 역사적 관점에서, 즉 자본주의 대국의 발전과 세력확장에 연관시켜 고찰하지 않으면 안된다. 자본주의 경제의 막강한 추진력은 소수층에 발전과 복지성장을 가져다주는 반면에 다수 국가에는 사회적 불균형과 정치적 긴장과 빈곤을 초래하는 것이다.

라틴-아메리카는 바로 후자의 배경에서 탄생하고 발전해 온 지역이다. 라틴-아메리카의 현실을 해석하는 데 관건이 되는 요인은, 의존 혹은 예속의 개념을 정립하는 일이다.

'예속'이라는 사실과 거기서 오는 결과들을 포착함으로서 라틴-아메리카가 당면한 현실을 새로운 각도에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경제적 요인만이 아니라, 정치적 요인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예속을 탈피하지 못한다면, 국가의 개발 자체가 무의미할 뿐더러 사실 실현 가능성도 희박한 까닭이다. 이러한 몇 가지 점에 비추어 우리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국제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는 라틴-아메리카의 자율적 개발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라틴-아메리카가 경제적으로 남의 나라의 지배를 받고 압제받는 대륙이라고 해설하고 나면 자연히 '해방'을 논하게 되고, 해방운동에 가담할 것을 생각하게 된다. 사실살 '해방'이라는 말은 라틴-아메리카인들의 새로운 자세를 표명하는 구호가 되었다. 라틴-아메리카 대륙의 해방은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예속을 극복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깊은 의미에서, 그것은 역사에서 인간을 해방시키는 과정을 곧 인류의 사명으로 본다는 의미가 된다. 질적으로 다른 사회를 추구하는 인간, 모든 종류의 예속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할 수 잇는 사회를 추구하는 인간을 상정하는 것이다. '새 인간'(a new man)의 확립을 꿈꾸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