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문제와 영원의 지표

현대를 사는 경건의 예지(叡智)

-칼 하임신학의 현대적 의미에 대한 독일 튀빙겐 대학에서의 공개토른-

이 공개토론회는 칼 하임기념회(Karl-Heim-Gesellschaft)의 주최로 1987년 11월 7일 독일 튀빙겐(Tuebingen)대학에서 개최되었다. 이 공개 토론참가자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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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 : │

│ 롤프 힐레(Rolf Hille) 목사(Stuttgart) │

│ 토론참가자 : │

│에발드 교수(Bochum). 헤르만 하프너(Hermann Hafner) 목사 │

│(Mardurg). 아돌프 쾨벨레(Adolf Koeberle) 교수(Muenchen). 프리 │

│조 멜써(Frizo Melzer) 박사( Hoenigsfeld-Burgberg). 한스 슈바르쯔 │

│교수(Regensbur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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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Rolf Hille 목사) : 레겐스부르그 대학에서 오신 슈바르쯔 교수님, 교수님께서는 칼 하임신학의 특징과 독창성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먼저 말씀해 주시죠.

슈바르쯔 교수 : 저는 칼 하임신학의 현대적 의미를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칼 하임은 오랜동안의 신학적 노작(勞作)의 결실로 결국 인간은 하나님 앞에 서 있든지 아니면 허무(vor dem Nichts) 앞에 서 있든지, 또는 신앙 앞에 서 있든가 아니면 절망(絶望) 앞에 서 있든가 하는 것을 밝혔습니다. 우리는 여기 바이예른(Bayem) 주에서, 물론 다른 주(州)들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작년 한 해동안 자살로 죽은 사람들이 교통사고로 죽은 사람들보다 더 수가 많은 것을 통계적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이 사실은 자살한 사람들의 대부분이 결국 그들의 생애에서 삶의 의미를 갖지 못한 때문이라고 보겠습니다. 이 무의미성, 이 절망이 사람들을 사로잡아 자살에까지 이르게 하고 있는데 이것이야말로 세계와 역사와 현대의 큰 비극입니다. 이 상황을 칼 하임은 잘 파헤쳤고 이 상황의 해결을 위한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해답을 칼 하임은 제시하였습니다. 즉 이 상황 가운데에서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잘 밝혀 주었습니다. 두 번째로 칼 하임신학의 현대적 의미는 신학과 자연과학과의 대화입니다. 오늘날 이 대화는 특별히 응용과학들과 실시하고 있는 대화입니다, 왜냐하면 응용과학들에서 윤리문제들을 배제하면 전혀 예상치 않은 위험 속으로 우리들을 몰아넣게 되는 것을 사람들은 인식하였기 때문입니다. 여기에서 칼 하임이 제시한 비전을 살피지 않으면 안됩니다, 칼 하임은 늘 주장하기를 자연과학은 보다 더 큰 전체 속에 끼어놓고 관조 성찰되어야 하며 기독교신앙의 인도와 지도를 받아야 한다고 갈파하였습니다. 이 두 가지 칼 하임 신학의 주제가 오늘의 세계 문제를 보는 데에 크나큰 기여와 결실을 가져올 수 있다고 보겠습니다.

사회 : 멜써 박사님께 한마디 물어보겠습니다. 멜써 박사님은 언젠가 칼 하임이 프린스톤 신학교의 교수로 초청받은 사실에 대한 논평에서 하임은 고전적인 교수자리나 고전적인 학과에는 맞지 않고 칼 하임 고유의 교수자리와 학과를 창설하여야 할 것이라고 말씀한 바 있는데 하임은 그렇다면 고전적인 의미에서 한 신학자였습니까? 아니었습니까?

멜써박사 : 하임은 고전적 의미의 신학자는 아니었습니다. 칼 하임은 원래 철학자가 되고자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독일전체에서 자기에게 맞는 어떠한 철학교수도 한 사람이외에는 발견하지 못하였습니다. 하임은 이 철학교수가 아주 늙었고 경건하였으나 남들이 별로 알아주지 않았다고 말하였습니다. 지금 그 교수이름이 생각나지 않습니다. 다른 가능성이 없었으므로 하임은 조직신학전공으로 뛰어들었던 것입니다. 조직신학 분야에서도 철학은 여러 각도로 가능하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의 성격을 저는 약간 달리 전개하고자 합니다. 칼 하임의 인식과정이 현대에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저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인식과정이란 제 의견으로는 신학도 물론 여기에 속하지만 신학이상의 것이라고 봅니다. 칼 하임은 한 기독교적 신지학자(神智學者)(ein Theosoph), 즉 하나님의 한 지혜자였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경건주의적 의미에서의 하나님의 지혜자를 말합니다. 하임은 현실전체를 그리스도를 기점으로 하여 인식 파악하고자 하였습니다. 개별적인 인식과 삶의 문제들 자체를 그리스도 중심에서 경험하고 인식하였던 것입니다. 여기에서 저는 티엘리케(Thielicke)가 말한 것은 그릇된 것이라고 솔직히 공공연하게 지적하고 싶습니다. 티엘리케는 칼 하임의 노년기에 칼 하임을 개인적으로 알게 되어 '하임은 한 섬기는 사상가'라고 평가하였는데 이것은 잘못된 평가라는 것입니다. 물론 생산적이고 실천적인 신학자는 다 섬기는 봉사자임에 틀림없지만 칼 하임은 그 이상이었던 것입니다. 하임은 우리가 인식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여 현실전체를 파악하고자 하였습니다. 그는 언제나 전체적 시각(全體的 視覺)을 인식목표로 하였습니다. 따라서 제가 칼 하임기념회(Karl- Heim-Gesellschaft) 에 부타드리고 싶은 것은 앞으로 본회에서 자연과학과의 대화에만 치중하지 마시고 문화전반에 대한 학적 인식과 병행해야 할 과제를 가지고 있음을 역설하고 싶습니다. 칼 하임이 자연과학에 관심을 가지게된 이유는 19세기에서 20세기로 접어드는 전향기(轉向期)에 자연과학의 제반분야가 독재적으로 모든 것을 점령하였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리하여 칼 하임은 신(新) 칸트철학과 합리주의 전체의 입장으로부터 투쟁하기 시작하여 그것을 무너뜨리고 한걸음 더 나아가 기독교의 보루를 확보하게 된 것입니다.

사회 : 티엘리케(Thielicke)가 그의 자서전에서 칼 하임에 대하여 언급한 말을 한번 생각해 봅시다. 티엘리케는 칼 하임이 실존적으로 제기한 문제를 실제로 겪고 체험하며 극복하지 못했지 않은가 하는 의문을 던진 것이 있는데 그것이 사실인가 확인하여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칼 하임은 오히려 깊은 내적 확신에서 출발하여 논리를 전개시켰고 복음의 봉사적 및 목회자적 자세에서 회의하는 현대인을 위해 소신을 피력하였을 것입니다. 하임이 어떠한 문제들에 부딪쳐 어떻게 극복하였는지 하임의 조교(助敎)를 하신 멜써 박사님께서 기억나시는대로 말씀하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멜써 박사 : 하임은 여러 시간 동안 잠을 이루지 못하며 다음과 같은 문제를 골똘히 생각한 밤(夜)들이 있었습니다. 복음이 다만 한 꿈이라면, 포이에르바하(Feuerbarh)에 의하면 한 환상의 산물(ein Phantasiep-rodukt)이라고 하였는데 기독교와 우리의 소망은 어떻게 될 것인가? 에 대하여 골똘히 생각하곤 하였습니다. 강의 중에 한번 하임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만일 누가 신약성경의 복음이 하나의 시(時)이거나 하나의 동화(童話)라는 것을 고증(考證)할 수 있다면 나는 그에 대해서 이렇게 대답하겠다. '설령 복음이 한 동화(童話)라 할지라도 우리는 그 동화를 통하여 구원을 받는다'고 하겠다. 여기 이 동화에서 증거되고 있는 것을 통하여 우리는 구원을 받는다'고 말하였습니다. 이와같이 날카롭고 분명하게 기독교의 소망에 대해서 변함없고 불요불굴의 확신을 표명하였습니다. 물론 어떤 사람도 신약의 복음을 하나의 동화로 고증(考證)한 사람은 없습니다. 그는 조용하고 태연하며 침착하게 자기의 신앙적 확신을 피력하였습니다. 그는 대단한 내적 고민과 번민으로부터 기독교적 승리의 확신을 은사로 받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투쟁의 바탕 위에서 확신과 영력(靈力)에 찬 교수강의(敎授講義)를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와 같은 고민과 번민을 30년 이상의 긴 세월동안 싸워 이긴다는 것은 인간으로서는 불가능할 것입니다.

사회 : 칼 하임의 의미는 정말 현실적이고 직접적이며 박진감에 넘치는 기독교 신앙의 확신이었습니다. 교수로서의 활동 특히 튀빙겐 교수시절 칼 하임은 신학전공학도들 이외에 모든 학과의 학생들에게 다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수학자로서 에발드(Ewald) 교수님께서 한 말씀하여 주시겠습니까? 하임은 우리 세대의 자연과학자들과 수학자들을 위해서도 무엇인가 진정 본질적인 것을 말하지 않았습니까!

에발드교수 : 저는 수학자들과 자연과학자들을 위해서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오히려 제자신에 대해서 말하고 싶습니다. 자연과학과 신학과의 관계를 살피기 위해서 두 학문의 파트너 조성이 절실히 필요한 때입니다. 저는 신학자들과 만나면 여러가지 어려움에 봉착합니다. 제가 아는 신학자들의 수는 극히 적은데 그 중에 한 사람으로 볼프하르트 판넨베르그(Wolfhart Pannenberg) 입니다. 저는 60년대에 그와 함께 마인즈(Mainz) 대학에 있었습니다. 판넨베르그(Pannenberg) 는 일찌기 하나의 흥미있는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자연신학고찰(Erwaegungen zu einer Theologie der Natur)이라는 그의 저서(著書)에서 '자연과학적 사고와 논란하기를 회피하고자 하는 신학적 편의주의와 이와같은 회피가 올바른 기독교신앙의 순수한 표시라고 추천하는 이전의 경향에 반하여 신학과 자연과학의 문제의식과 그 연구고찰을 상관 고찰하려는 칼 하임의 위대한 방법론적 시도는 획기적이며 중요한 길잡이로서 높이 평가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하였습니다. 이점에서 저는 판넨베르그에 동의합니다. 물론 칼 하임의 방법론과 논리적 전개형식에 개선할 점도 없지 않다고 봅니다. 그래서 칼 하임의 작품전체를 근본적 언어분석 투시도에 따라 처음부터 새로 기술할 필요도 있을 것입니다. 젊은 신학도들이 해야할 앞으로의 과제이겠지요. 그리고 저는 멜써 박사의 견해에도 동의합니다. 인식론의 문제에 관해서 말입니다. 자연과학들 중에서도 인식문제에 대하여 관심있는 자들이 상당수 있습니다. 윤리적인 문제들에 대하여 물론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차츰 상당한 수의 자연과학자들이 윤리문제의 배후에 인식문제가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을 때 모든 것은 공중에 떠 있고 사상누각입니다. 그러므로 칼 하임의 작업은 필연적으로 계속되지 않으면 안됩니다.

사회 : 이와 같은 필요성을 긴절하게 수용할 때 신학자 개개인과 자연과학자가 어떻게 이 공동작업을 수행할 수 있을까하는 문제가 제기됩니다. 더구나 오늘날에는 학문과학의 지식들이 홍수처럼 새로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신학자와 자연과학자들이 이 모든 지식들을 분석 정리하여 상관성을 수립하고 인식과 윤리의 방향을 설정할 수 있을까요? 하프너(Hafner) 목사님, 목사님께서는 칼 하임연구는 근본적으로 종합 과학적 방향(die grundsaetzlich inrerdisziplintere Ausrichrung)에서 추진하여야 한다고 말씀하셨지요 그런데 칼 하임은 문제를 다룸에 있어서 너무나 일반적 결론에 치중하고 또 너무나 포괄적이어서 세부적인 면에 그의 방법과 통찰력을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하프너(Hafner) 목사님의 견해는 어떠신지요?

하프너(Hafner)목사 : 칼 하임에 대한 이러한 견해는 온당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칼 하임의 사유형식중에 우리와 맞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 또 칼 하임 생존 당시 많은 사람이 이해하지 못한 부분들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더우기나 완고한 경험주의자로서는 그 당시 칼 하임의 위대한 사상가적 개념모형과 동의한다든가 또 그 사상유형을 어떻게 경험적으로 고증할 수 있겠는가 하는 문제에 관련하여 어려움을 가졌을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칼 하임이 자연과학적 문제에 대해서 피상적이거나 깊은 통찰력의 결여 속에 있었다고는 절대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철학과 자연과학이 대동단결하여 신학과 종교에 대한 공동투쟁노선에 가담한 당시의 학문세계와 대결하면서 칼 하임은 그 이전 그 누구가 해내지 못한 위업을 수행하였습니다.

멜써 박사 : 이점에 대해서 저도 한 마디 덧붙이고 싶습니다. 이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 아니므로 칼 하임의 조교시절 이래 그분을 잘아는터로 이 자리를 빌어 밝히고자 합니다. 칼 하임에게는 자연과학적 중요문제의 심의와 토론을 위해서 언제나 자문위원격이면서 절친한 친구들이 여러 자연과학 해당분야에 꼭 있었습니다. 자연과학자 헤르만(Herrman)은 일찌기 칼 하임의 연구가 이미 아인슈타인 이전에 후자의 상대성원리체계를 수립하였다고 확인하여 주었습니다. 칼 하임의 상대성인식은 구구절절이 이미 아인슈타인 이전에 하나의 체계로서 확립되었던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또 칼 하임은 위대한 의학박사와 교수를 의학분야의 자문위원으로 사귀었습니다. 또 고대사의 한 권위자를 친구로 사귀었고 그의 자문을 수시로 들었습니다. 이들은 모두 칼 하임에게 최근의 새로운 학문지식을 알려주었고 칼 하임은 문제마다 그들과 상의하고 묻고 토론하였습니다. 칼 하임은 물론 그가 신학사상적 저술을 시도할 때에 각주를 달고 참고 문헌을 일일히 다 소개하면서 자연과학자로서의 모든 고증을 하지는 않았으며 선교적 그리고 목회자적 대화로 토론의 내용전개를 유도하였고 자기의 친구학자들과 자연과학자들도 결국 복음의 선교적 사명에 관심을 집중토록 유도하였습니다. 칼 하임의 주요관심은 자연과학 속에서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학자들 앞에 있는 자갈더미와 가시덤불을 제거하여 결국 그리스도 문제로 전진하게 하는데 있었습니다. 그의 의도는 본래 선교적 사명에 근거하고 있었습니다. 일찌기 그는 말하기를 '신학은 그것이 사람들을 그리스도께 인도할 때 비로소 가치있는 것이다`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이 말은 신학을 한 학문으로 종사하는 사람에게는 귀에 거슬리는 말입니다. 칼 하임은 신학을 전혀 한 '여신'(Goettin)으로 간주하지 않았고 선교적 신학을 정확하게 활용하였던 것입니다. 칼 하임의 최후 그리고 궁극적 인식노력은 바로 이 관심과 결부되었던 것입니다. 하임은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나는가에 대해서 전혀 재(測量)거나 고려하지 않고 세계의 심장을 붙들고 있는 본질적 문제와 그 복음적 해결에만 모든 관심을 두었던 것입니다.

힐레(Hille) 목사 : 우리가 이 두 경향들을 고찰할 때 그들은 상호간에 고도한 긴장 속에 있지 않나 여겨집니다. 세계전체를 인식하고 사상가적으로 관조성찰(觀照省察)하는 것은 분명 진리를 탐구하고 진리만을 인식하고자 하는 노력임에 틀림없습니다. 이러한 진리탐구의 노력과 관심이 칼 하임에게 충일하였던 반면 다른 한편으로는 사람들을 그리스도에게 인도하고 또 그들에게 기독교복음을 확신시키고자 하는 선교적 그리고 목회자적 관심이 강력하게 내면적 동기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이 양자는 상호 긴장관계 속에 있습니다. 슈바르쯔(Schwarz) 교수님, 교수님께서는 칼 하임의 저서와 우리에게 부과된 신학적 과제를 검토하신 결과 이 양극성(兩極性 : Poltritaet) 또는 분극성을 어떻게 평가하시겠습니까?

슈바르쯔(Schwan) 교수 :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티엘리케 (Thielicke)가 한 말에 일리가 전혀 없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말하기를 '칼 하임은 선교목회적 사상가,(ein diakonischer Denker) 라고 하였지요. 하임이 자기 생애의 거의 종말에 쓴 자서전에서 자기는 경건주의 출신이고 일생동안 경건주의자였다고 술회하였습니다. 물론 그가 경건주의로부터 이탈하고 싶었던 유혹과 시험도 분명히 받았습니다. 또 신학이나 사상, 철학 자체에만 집중하거나 과학철학에만 전념하고자 하는 충동도 받았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시대 상황을 고찰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칼 하임이 신학을 공부하던 때 독일에서는 무시무시한 정신적 투쟁(ein fuerc- hterlicher Geisresksmpf)이 있었습니다. 그것이 얼마나 무시무시하고 심각하였던가 하는 것을 우리는 어느 정도 예감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 깊은 심각성은 현재의 우리로서 도저히 알지 못하는 바입니다. 여기에서 하임은 신학자로서 또 기독교인으로서 도전을 느꼈던 것입니다. 이 투쟁이야말로 분골쇄신과 비분강개의 것이었습니다. 여기에 하임의 참여를 요구하는 부름이 있었습니다. 또 이 투쟁은 어떻게 결말이 날것인지 예측하기 어려웠습니다. 하임은 모든 것이 잘 되겠지 하고 믿고 희망하고 싶었지만 그에 대한 확실성이 없었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칼 하임이 한편으로는 인식과 진리 탐구의 중립성에 머무르고 또 한편으로는 선교목회적 사명감을 가졌다고 표현하고 싶지 않으며 그는 아주 일찍 최전방전투진지에 출전하였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 때는 제 일차 세계대전의 때였고 그 뒤 계속되는 해는 독일의 민족사회주의 곧 나치에 이르는 기간입니다. 이 나치 앞에서 하임은 중립적 태도를 취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여기에 무시무시한 정신적 투쟁이 전개된 것이지요. 오늘날에는 물론 상황이 전혀 다르지요. 요즈음도 계몽된 중립성 속에서 복합주의를 내걸고 여러가지 서로 다른 노선을 취하고 있습니다. 독일 어디에서나 그렇습니다. 서로 견해를 달리하여도 그 다른 견해를 서로서로 존중합니다. 하임시대에는 출발점이 전혀 달랐던 거지요.

사회 : 칼 하임시대에 사람들의 세계관은 어떠하였습니까? 사람들은 어떻게 세계를 이해하였습니까? 슈바르쯔(Schwarz) 교수님은 어느 저서에선가 세계관적 대결을 어느 한 논점에서 구획을 지으셨는 데 이것은 자연과학적 입장에서도 중요한 관심사항이 된다고 여겨집니다. 곧 기적문제(Wunderfrage ) 에서 세계관적 대결의 구획을 지으셨더군요.

슈바르쯔(Schwarz) 교수 : 대부분의 신학자들이 아직도 19세기적 세계관을 대변하거나 또는 19세기의 인간으로 사람이 어떻게 아직도 기독교인일 수가 있는가 물을 때 칼 하임은 세계를 새롭게 이해하고 신학적으로 이것을 바로 잘 적용시켰습니다. 바로 이것이 1904년에 저술 발표한 세계의 미래상(Das Weltbild der Zukunft)이라는 예언자적 책입니다. 그 당시에는 아직도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칼 하임은 이미 상대성이론을 아인슈타인 보다 먼저 포착하고 또 그 이론이 어디로 갈 것인가 하는 상대성이론의 방향과 진로까지 제시하였습니다. 이것은 기실 경탄할만한 일이며 우리는 그것을 예언자적이라 이름할 수 있겠지요. 이것이 칼 하임의 신학과 학문과 인물에서 발견되는 독특성이며 위대함이지요. 제가 보기에 칼 하임은 특히 세계현실의 구조파악과 세계의 가능성 진단에 있어서 개척자적이고 선구자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칼 하임의 세계이해와 그 해석을 우리는 모두 따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그 결론들이 모두 타당한 것으로 공인되기 때문입니다.

멜써(Dr. Melzer) 박사 : 칼 하임이 아인슈타인 보다 먼저 상대성이론을 파악하고 그 원리를 투시하였다는 선각자적 통찰은 역사적으로 정당합니다. 칼 하임이 비물리학자 계열에서 아인슈타인의 원리를 정당하게 수용한 사람으로는 최초이면서 또 유일한 분이라는 것은 자타가 공인하는 사실입니다. 물론 칼 하임은 슈팽글러(Spengler) 도 잘 이해하고 그 이론을 수용하나 곧 슈팽글러의 문화비관론을 포착하고 그 약점을 지적하였습니다. 한편 칼 하임은 기독교의 유럽세계 이외의 세계 각 문화권을 연구하여 기독교의 선교를 위한 신학적 발판을 구축하는데 온갖 신학적 노력을 경주하였습니다. 제가 1934년 국내선교의 부름을 받고 다음 해외선교의 부름을 받아 바젤 선교단에 들어가게 되었을 때 칼 하임교수님에게 편지하였지요, 그랬더니 그는 아주 축하하는 편지를 저에게 하였습니다. 자기도 사실은 본래 선교사가 되어 동양에 가고 싶었다고 하였습니다. 기독교의 사명은 선교라는 것입니다. 그 때가 1934년이었는데 저 자신만 해도 이제 벌써 수십년 간 인도선교를 하고 온 경력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면 하임의 미래에 대한 예언자적 눈은 언제나 선교에 지향한 것이었으며 그의 모든 인식노력과 학문도 선교에 기초하고 그것의 충동과 자극을 받았으며 선교의 방향으로 광채를 발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칼 하임의 자연과학 고찰과 그 의의는 존재론의 큰 지평선에서 논의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칼 하임 교수님은 언제나 궁극적 존재관계를 고찰하였습니다. 그리고 독창적으로 차원의 상호관계와 더불어 역설을 인식하였습니다. 우리는 고대수학으로부터 얼마간의 이율배반을 인수받았고 칸트도 이 이율배반을 수용하여 계속 발전시켰습니다. 칼 하임교수는 바로 이 이율배반의 원리에서 전체상과 전체관을 유도하여 냈습니다. 그는 전체의 질서(Ordnung des Alls) 에 위압되었던 사람입니다. 고차원세계는 저차원 세계가운데 언제나 역설적으로 계시됩니다. 이 사실은 제가 인도선교사로 나가있을 때 인도종교들을 접하면서 그것을 이해하는데 크나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시아 종교들의 궁극적인 종교원리와 그 의미 속에는 언제나 역설들이 있었는데 이 것을 이해하는데 하임의 전체관은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사회 : 칼 하임의 천재성은 계발 발전 및 그 상호관계에 대한 비범한 형안과 통찰력을 그가 소유하였다는 데에 있다는 것이 이제 밝혀진 셈입니다. 그리하여 하임교수는 일반학문에서 정확한 연구결과라고 공인하는 것을 넘어서서 더 깊은 진리의 자리를 파헤치곤 하였습니다. 에발드(Ewald) 교수님이 말씀하신 사항을 검토하기 위하여 저는 하임교수의 존재론(die Ontologie, d.h. die Seinslehre Heims)을 생각해 보도록 하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좋을 것같이 여겨집니다. 하임교수는 여러가지 차원들을 설정하여 자연과학의 언어가 구축한 모델을 발전시키고자 시도하였습니다. 자연과학적 안식을 가진 사람은 현대세계상의 수수께끼 밑바닥을 이렇게 하여 깨달을 수 있게 되는 거지요. 하지만 에발드(Ewald) 교수님께서는 하임 교수의 개념구상과 표현이 아직도 모색하는 단계에 그쳤고 정확성을 충분히 기하지 못하였다고 평가하셨습니다. 물론 우리와 앞으로의 세대가 더 계속 발전시켜야 될 줄 압니다. 제 문제제기는 아직도 기초적인 단계에서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인식론의 영역으로 들어가고 있다 할 수 있겠지요. 현실이 자연과학의 현상을 넘어서는 한 수학의 개념과 결부시켜 기술될 수 있을까요!

에발드(Bochum 대학 수학)교수 : 초양극적 공간(der ueberpolare Raum)에서 우리가 하나님과 만난다고 하는데 이 초양극적 공간은 기능역할이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것이 기능역할하는 것은 오직 비유와 은유및 상징적인 언어로서만 됩니다. 그러한한 초양극적 공간의 기능역할은 훌륭합니다. 저는 하임교수의 저서와 노작에 대해서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제가 지금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다만 오늘날 인식문제는 더 예리하고 강도있게 제기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임교수는 인식론의 독특한 방법론을 제시하였습니다. 하임교수는 상대성원리와 양자물리학(Quan- tenphysik)을 통하여 세계상 이해에 변혁이 일어나므로 우리가 그 파장을 알 수 없는 무엇인가가 우리에게 도래한다는 것을 올바로 예감한 분이었습니다. 그런데 하임교수는 조금 너무 빨리 비약하여 그것을 비유적 그리고 상징적으로 언어전환을 시켜 놓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도 여기에서 결여되고 있는 무엇인가 아쉬운 점(missing link) 을 찾아 보완하여야 되지 않을까 여겨집니다. 중간고리라 할 수 있는 것을 우리가 찾아볼 수 있는데 이것은 인식론적 중간고리라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한스 요나스(Hans Jonas) 의 대단히 흥미있는 역작이 있습니다. 그는 l987년 독일 출판계에서 평화상을 수상한 분인데 책임의 원리에 대해서 저술하였습니다. 그가 책임의 원리에 대해서 저술할 때에 첫째로 그는 육체와 영혼의 문제(das Leib-Seele-Problem)를 다루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착상이 떠올랐다고 술회하고 있습니다. 그런 다음 또 하나의 저서를 내게 되었는데 주체성의 힘 또는 무기력(Macht oder Ohrmacht der Subjektivitget) 이라는 책입니다. 책임원리의 전초선에 육체와 영혼의 문제(Das Leib-Seele-Problem im Vorfreld des Prinzips Verantwonung)가 있다는 말이며 그것에 대해서 서술한 책인데 이 속에서 여러분들은 재미있고 중요한 논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회(Rolf Hille 목사) : 하임교수의 신학과 철학의 마지막 영역에 대해서 이야기하여 보십시다. 문화과학(die Kulturwissenschaft) 에 끼친 하임교수의 기여와 공헌이 무엇인가 알아보도록 하지요. 멜써 박사님, 박사님께서는 슈팽글러(Spengler)를 언급하셨지요. 하임교수는 뿐만 아니라 키엘 케고르의 사유모형인 실존주의와도 밀접한 관련을 가졌으며 개인주의 또는 인격주의(Personalismus) 와도 같은 관련을 가졌었습니다. 멜써 박사님이 문화과학(Kulturwissenschaft) 이라고 부르시는 것에 칼 하임교수는 어떻게 그리고 어떠한 점에서 중요하고 결정적인 공헌을 한 것입니까?

멜써박사(Dr. Melzer) : 칼 하임교수는 그의 강의 '조직신학 I' (Dogmatik I)에서 여러가지 상이한 존재영역에 대한 구별을 하였습니다. 이것은 하임교수의 독특한 강좌였습니다. 그런 다음 '조직신학 II' (Dogmatik II)의 강좌에서는 신앙의 근본문제들을 다루었는데 일찌기 그 강의 중에서 말하기를 칼 하임교수는 어떠한 조직신학책이나 교의학에 대해서는 책을 쓰지 않겠노라고 말하였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교의학 서술은 훨씬 더 잘했고 잘 하리라고 말하였습니다. 하임교수가 각별히 역점을 둔 것은 '조직신학 I ' (Dogmatik I) 강좌였는데 여기에서 그는 현실전체를 성찰(das Dur- chdenken der ganzen Wirklichkeit)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가 논증한 것은 자연과학적 사유(naturwissenschaftiches Denken)란 인격적 영역에 도무지 들어오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나와 너 또는 당신(Ich und Du)은 자연과학들의 '그것'(Es)과 구별되고 있는데 언제나 전자는 후자 안에서 역설로 전개된다는 것입니다. 자연과학의 특수영역에서 칼 하임교수는 더 이상 이 문제를 부가적으로 발전시키지는 않았습니다. 이 사실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겠지요. 칼 하임교수가 집을 건축하였다면 실내장식은 우리가 맡아서 잘 꾸며야 할 것이다 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내가 이 집에서 살림을 잘하고 집의 품위와 가치를 선양하고자 할진대 그 실내 장식은 우리가 맡아서 잘해야 할 것입니다. 곧 그의 기초이론과 관찰을 더욱더 발전시키고 내용을 충실하게 하며 또 심화시켜야 할 것이라는 말입니다.

사회(Rolf Hille 목사) : 우리가 문화과학(die Kulturwissenkhaft)이라는 말을 쓸 때 칼 하임교수가 세계의 여러 대종교들과 대결한 것과 관련하여 그것이 무슨 의미를 뛸까요? 하임교수는 독일 선교운동의 전문가이면서 가장 신임받는 분들 중의 한 분이셨습니다. 또 하임교수는 1928년 예루살렘에서 세계선교대회의 주강사중 한 분이었습니다. 이 선교대회에서 실제적으로 아주 중요한 토의를 하임교수가 진행 사회하였으며 그 반향은 오늘날에도 미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것은 정말 문제의 포착에 기선을 잡은 것입니다. 그분의 공헌이 이 분야에 있어서 어떤 것이었을까요?

에발드(Ewald : Bochum 대학 수학)교수 : 칼 하임교수가 멜써박사님도 언급하셨다시피 한가지 선취(先取)한 것이 있습니다. 자기와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과 접촉불안이나 대화의 불안과 우려없이 대화하고 같이 행동하고 같은 사회에서 서식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우선 하임이 선취한 것인 듯합니다. 그는 폭넓은 시야(eine Universalschau)를 가졌고 종교의 한계를 대화 속에서 초월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날에도 편협하고 협소하고 고루한 사람은 칼 하임교수에게서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Rolf Hille 목사) : 이로써 오늘의 공개토론을 마감하려 합니다. 튀빙겐 대학에서 하임교수의 후계자였던 아돌프 쾨벨레( Kdolf Koebtrle) 교수께 칼 하임교수에 대한 회고와 총괄적 평가를 마지막으로 부탁드리겠습니다.

아돌프 쾨벨레(Adolf Koeberle) 교수 : 저는 제일차 세계 대전에 참전한 경험으로 크게 심적 동요를 받아 신학 공부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그 전에는 독어독문학이나 음악을 공부하려고 하였었지요. 바이예른(Btyern)이 고향이어서 에르랑겐(Erlangen) 대학이 제일 가까운 신학공부의 전당이라고 생각하여 거기에 가서 공부를 시작하였지요. 에르랑겐(Erlangen) 대학은 알타우스(Althaus )와 엘에르트(Elert), 프록슈(Prorksch)와 같은 신학자들 때문에 명성이 높아져서 기대가 컸는데 저 자신은 너무나 큰 환멸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더 이상 어떻게 할 바를 몰라 망설이게 되었습니다. 그때 두 친구 에드워드 엘바인(Eduard Ellwein)과 테오도르 엘바인(Theodor Ellwein)이 말하기를 자기들은 튀빙겐 대학에서 칼 하임교수로부터 감명을 많이 받았다고 하였습니다. 이것이 나를 망설이던 데에서 건져주어 세 학기를 에르랑겐(Erlangen) 대학에서 공부한 다음 튀빙겐으로 옮겨가 거기에서 처음부터 칼 하임에게 사로잡혔고 또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저는 학교 교회(Jie Stifrskirche)에서 주일이면 그의 설교를 듣고 감명받았을 뿐만 아니라 그의 강의로부터 너무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의 강의는 언어적으로 완전한 걸작품이었고 특별히 나를 사로잡은 것은 그가 기독교 진리의 대적자들과 대결하는 그 늠름하고 신념에 찬 주장들이었습니다. 하임교수는 기독교의 대적자가 니체(Nietsche) 이건 시그문드 프로이드(Sig-mund Freud) 이건 오스발드 슈펭글러(Oswald Spengler) 이건 그들 모두를 아주 진지하게 고찰하였습니다. 이들 각자에 대해서 그 각자의 주장을 정직하고 명확하게 제시하곤 하였습니다. 그래서 하임교수 강의는 학생들이 모두 진지하게 들었습니다. 이 사상가들의 생애와 사상을 정직하게 소개한 다음 기독교진리에 비추어 그들 사상의 한계와 문제점을 밝혀주었습니다. 이리하여 하임교수는 개인적으로 제 목사님이셨고 제 영혼의 구원안내자였습니다. 그분은 또 저에게 신학적 문제를 어떻게 고상하고 올바르게 접근할 것인가의 방법과 과제를 다룸에 있어 모본과 귀감이 되셨습니다. 저는 특히 그분의 귀납적 방법(Jie induktive Methode) 을 높이 평가합니다. 그분은 말하자면 아무러한 전제도 내세우지 않으셨습니다. 그분은 어떤 사람의 손을 붙들고 그를 한 걸음씩 한걸음씩 인도하여 어떤 확신적 자각에 이르도록 유도하셨습니다. 그의 저서를 읽는 자는 누구나 곧 인지(認知)하게 되듯이 칼 하임교수는 언제나 전제없이 대화를 시작하고 어떤 체계를 수립 강요하지 않습니다. 체계를 수립하고 신앙의 순종으로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요하지 않습니다. 우리 시대에 칼 하임 신학의 의미가 무엇인가 하는 물음에 제가 지금 대답하여야 한다면 저는 삼중적(三重的)인 공식으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오늘날 여러 측면으로부터 교회와 신학에 삼중적인 비난을 퍼붓습니다. 즉 신학과 교회는 그 본질이 퇴색하였고, 신학과 교회는 영적으로 메말랐으며 타종교들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 종교들보다 기독교가 우월하다고 뽐낸다는 것입니다. 이십세기의 위대한 신학자 셋, 곧 바르트, 불트만, 본회퍼를 회고하면서 사람들이 그들의 공헌을 높이 치하한다 하여도, 교회와 신학에 대하여 퍼붓는 이 세가지 비난에 대처하여 어떠한 처방도 이 세 신학자들은 제시하지 못한 것입니다 그러나 킬 하임교수는 자연과 세계및 물질의 문제(Jas Problem der Natur, des Kosmos, der Materie)를 예리하고 과감하며 용기있게 다루었습니다. 신학자 칼 하임은 그리스도와 세계라는 주제에 대해서 결정적이고 본질적인 논급과 선언을 하였으며 인품에 있어 겸비하고 겸손하였습니다. 그는 늘 다른 사람의 말을 들어주는 자세와 태도를 견지하였으며 제기된 문제들에 성실하고 정직하게 답변하였습니다. 이와같은 인품과 자세와 태도는 오늘날의 대학사회에서도 언제나 아쉬워하는 사항들이지요. 프리조 멜써(Dr. Friso Melzer) 박사님도 언급하셨지만 1920년대에 벌써 하임교수는 불교의 선승원에 가본 일이 있었다는 것인데 이것은 전대미문의 일이었던 것입니다. 선승원의 승려들이 하나님과의 평화에 득도하기 위하여, 진리에 득달하기 위하여, 또 대불대각에 이르기 위하여 얼마나 큰 투쟁을 하는가에 대하여 하임교수는 이미 l920년대에 실제 답사한 결과를 발표하였습니다. 오늘날에도 서구 세계는 이슬람과 불교 인지학(Anthropotophie), 새시대운동(Jie New-Age-Bewegung)과 같은 세계의 조류들과 종교들을 정직히, 답사하고 또 대화하여 기독교의 본질천명과 선교신학의 힘찬 정립을 하여 나가야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에르랑겐(Erlargen) 대학에서 신학에 취미를 붙이지 못하고 방황하다가 튀빙겐에 와서 신학도로서 칼 하임교수를 알게 되었습니다. 칼 하임교수는 스승이요 영혼의 구원안내자로서 저에게 제 일생동안 도움을 주신 분이었습니다. 그분에게서 저는 제 기독교신앙과 학문의 지도자상을 발견하였습니다. 젊은이들에게는 언제나 한 지도자상이 있어야 합니다. 하임교수는 언제나 저에게 지도자이셨고 지금도 지도자이십니다. 오늘날의 시대에 그분의 중요성과 의미는 바로 신학자 하임교수야말로 신학과 교회가 그 본질의 퇴색을 맞이하였고 또 교회와 신학이 영적으로 메마르고 무미건조하게 되었다는 비난과 문제상을 극복하였으며 우리에게 새로운 희망과 가능성을 주었다는 것입니다. 그분은 또한 타종교들과 접촉하고 대화할 때에도 타종교들이 무조건 나쁘다고 심판자적 언도를 내리는 것이 아니라, 그 모든 종교들을 모두 진지하고 정직하게 연구 고찰하되 선교적인 정신과 용기로 하였습니다. 즉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세계의 빛이시며 우리가 그분에게 속하기만 하면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외에 다른 어떤 구원자도 필요없다는 것을 신앙적 용기를 가지고 하임교수는 언제나 담대하게 증거하셨습니다. 신학자 하임교수에 따르면 신앙은 결코 조직신학적 교리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고 무엇보다도 우선적으로 바로 지금 이 자리에서 '네가 또 당신이 누구에게 속하고 있는가?'(Wem gehoerst Ju?)의 문제만이 요건이라는 것입니다. '당신은 그분에게 속하고 그분에게 당신의 삶을 양도할 태세를 갖추고 있는가?'하는 문제에 관건이 있다는 것입니다, 연약하고 불충분하게 보일런지 모르지만 바로 여기에 결정의 추(錘)가 있는 것이며 내가 비록 이제 고령의 몸이지만 이 결정의 추(錘)가 나에게서 떠나가지 말기를 바라고 기도드립니다.

사회(Rolf Hille 목사) : 여러분 모두에게 진정으로 감사드립니다.

▣ 세속주의와 투쟁

세속주의는 보통 두 가지 원인에 소급된다. 첫째 원인은 폐쇄(閉鎖)된 인과관계의 세계상이며 먼저 뉴톤이 수립한 물리학의 결과로서 세계도처의 고등학교들에도 이 물리학은 오늘날 도입 침투되어 있다. 세계사건의 몰인정한 법칙성 밑에서 하나님을 믿는 神信仰은 우리 선조들의 세계관적 유물을 보존하고 있는 박물관의 한 잔재로서 지금 나타나고 있을 뿐이다. 세계 사건은 측정 및 계량가능화되어 어떠한 인격적 통솔자나 인도자가 필요없는 것으로 되어 있다. 프릿츠 마우트너(Fritz Mauthner) 는 서구의 무신론사를 네 권으로 저술하였는데(1918) 이 책의 서두를 '하나님은 죽었다. 그리고 이제 그 하나님의 역사를 기술하여야 할 때이다`라고 시작하였다. 두 번째 원인은 우리 시대가 기계적 시대가 되고 전 지구 표면을 산업 기술화시켰다는 것이 세속주의 발단의 원인이 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사람들이 지구를 지배하고 있다고 믿는 철륜(鐵輪) 곧 쇠로 만든 바퀴들이 모든 형이상학을 무자비하고 무참하게 분쇄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원인 때문에 오늘날의 차안위주의식(此岸爲主意識)과 속세감정이 한 전염병처럼 지구전체에 편만하여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함부르크 항구의 ¼이 조밀한 거주지역으로 되어 있어서 호열자(Cholera)가 한번 쳐들어오면 급속도로 밀집지역에 전염된다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무시무시한 전염병이 왜 존재하는가 하는 것은 결코 외적 조건들을 고찰함으로 서만은 설명되지 않는다. 우리가 전염병을 이겨내려고 할 것 같으면 두 가지 문구들을 분리시켜 고찰하여야 한다. 곧 어떤 한 사람이 전염병에 감염되었느냐 또는 수백만의 인구가 감염되었느냐 하는 물음은 고사하고 전염병 자체의 궁극 원인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와 또 전염병의 전염이 무엇을 통하여 촉진되고 있는가 하는 또 다른 문제를 각각 개별적으로 취급하여야 할 것이다.

세속주의 그 자체는 그 가장 심오한 원인이 현대물리학에도 없고 또 기계문명의 시대에도 없다는 것을 다음의 두 사실에서 알게 된다.

1. 세속주의는 현대물리학과 기계문명시대의 도래 훨씬 이전에도 있었다. 데모크리투스(Demekrit)와 에피큐러스(Epikur)나 류크레즈(Lukrez)도 세속주의자들이었던 것이다. 류크레즈(Lukrez)는 예수님께서 생존하시던 당시 조금 전에 존재하였으며 주전 55년에 사망하였다. 류크레즈(Lukrez)의 교훈시(敎訓詩) '사물의 본질에 관하여' ('De rerum natura')는 괴테도 아주 높이 평가한 것인데 내용인즉 差岸에 대한 감정표현이 아주 고도에 이른 것이라 할 수 있다

'하늘로부터 머리를 내 보이면서 사멸(死滅)의 인간을 소름이 끼치도록 위협하는 종교의 짐 아래서 인간 삶이 처절하게 되어진 연후에 비로소 희랍의 한 死滅할 인간이 종교에 대항하고자 하였다. 이 희랍인을 신들의 신전들도 또 번개들도 그리고 하늘의 협박적 굉음도 길들이지 못하였도다.'

'사람이 만일 자기의 정신을 시시하고 천박한 종교로 옷입히기를 실제적으로 중단시키기만 한다면 바다를 넬툰(Neptun) 신(神)이라 부르고 곡식을 체레스(Ceres) 神이라 불러도 좋으며 액체(液體)를 바른(正) 이름으로 부르기 대신에 주신(酒神) 바커스라고 함부로 마구잡이로 불러도 좋다.' 이와 비슷한 말들을 조롱(嘲弄)과 냉소(冷笑)의 명수(名手) 루키안(Lukian)도 하였다.

2. 그러나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다음과 같은 유명한 사실이다. 물리학적 세계상과 인과율적 세계관의 발견자 및 수립자들인 케플러(Kepler)나 갈릴레이(Galilei), 데카르트(Desrartes), 뉴톤(Newton) 등은 세계 사건의 근본 형식(die Urf Drmeln des Weltgeschehens)들로 발견한 수학 법칙들로 인해서 결코 세속주의로 빠져들지 알았다. 그들은 자기들이 발견한 인과법칙(因果法則)(Kausalmechtnismus)으로 말미암아 한 순간도 창조신앙에 대해서 동요되지 않았다. 또 그들이 관습적으로 보존한 것은 격세유전도 아니었고 종교전통의 잔유물(ein Rest religioeser Tradition)도 아니었다. 정반대의 태도를 그들은 갖게 되었다. 세계의 비밀이 밝혀지게 된 자연법칙의 수학공식 과 질서 또 그 수(數)개념을 통하여 그들은 새로운 발견자의 입장에서 하나님께 대한 보다 깊은 경외감(敬畏感)을 가지게 되었다(케플러의 세계 조 화론<De hamonire mundi>참조). 세계의 모든 움직임에 질서와 궤도를 정 하여주는 단순한 수학공식과 법칙들을 발견하고 깨달으면서 위대한 천문학 자 케플러는 세계를 결코 우연이 지배하지 않고 뜻과 생각을 가진 한 정신 이 전체 배후에 계시다는 것을 확신하고 이 엄청난 사실을 도저히 부인할 래야 부인할 수가 없었다. 포르트로얄파 출신의 철저한 기독교신자인 데카르트(Descartes)는 철학과 수학을 가르치는 것과 연관시켜 스웨덴의 여왕이며 구스타브 아돌프의 딸 크리스틴을 기독교적 신신앙(神信仰)으로 개종시켰다. 뉴톤에게도 만유인력(萬有引力)의 법칙(法則)은 생각이 있으신 창조자의 존재에 대한 증거(證據)였다. 오늘의 기계문명을 가져오게 한 위대한 발명가들의 대부분도 마찬가지로 신앙소유자들이었다. 한스 릴예는 그의 기계문명논저(機械文明論著)에서 과열증기기관차의 발명가인 슈미트(schmidt)를 한 예증으로 들고 있는데 그의 발명은 전세계에 알려져 있고 또 그 영향력이 미치고 있다. 그의 발명은 합리적인 기획과정을 거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하나님께 대한 확실한 신앙에 따라, 하나님의 계시를 받아 이와 같은 발명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 계시를 받은 다음 비로소 그가 계시 속에서 본 것을 깊이 성찰하고 수학적으로 정리하였다. 따라서 오스발드 슈펭글러(Oswrld Spengler) 는 말하기를 세속주의 전반 곧 수학적 기계공학적 세계상이 신신앙(神信仰)으로부터 분리되었다는 것은 위대한 모든 문화의 만추(晩秋)에 등장하여 그 문화의 종말(終末)을 통고하는 한 노년기현상(老年期現狀)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였다. 문화의 정상(頂上)에는 두 가지 세계양상이 나란히 존립(存立)하여 있게 된다. 즉 종교적 양상과 인과율적 양상이 동일(同一)한 강도(强度)를 가지고 상호병존(相互竝存)하고 있다. 영혼은 현실이 묘사되는 이 두개의 형식언어들을 동시에 표현하고 또 이해할 능력을 아직도 보유하고 있다. 한 쪽에는 인과율적 자연의 필연성이 그리고 다른 한 쪽에는 예정론에서 표현되는 신의지의 전권에 대한 기독교 교리가 병존하고 있는데 이것들은 동일한 운명의 필연성에 대한 두 가지 상이한 표현형식일 따름이다. 노쇠하여진 문화혼(die greisenhafi gewor-dene Kulturseele)은 결국 이 두 전체상의 단일성을 파악 할 능력을 더 이상 갖지 못하게 된다. 그리하여 양자가 서로 분쇄되고 서로로부터 탈락한다. 종교적인 정신의 고무작용은 퇴각하고 혼빠진(脫魂) 세속주의의 자연상만이 죽은 자(死者)들의 시체(屍體)(corpus mortuum)로 남게 된다. 세속주의는 여기에서 다만 죽어가는 모든 문화의 과도기적 노년기현상으로만 보는 낙관주의에 대해서 우리는 찬성할 수 없다. 세속주의를 우리는 보다 더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우리가 분명히 하여야 할 것은 세속주의의 고유한 근거가 최신 현대의 물리학이나 삶의 기계화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물리학과 기계문명이 세속주의를 촉진시켰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세속주의의 기본 근거일 수는 없는 것이다. 세속주의 현상 전반의 근거는 보다 더 깊은 데에 있다.

세속주의의 가장 깊은 근거는 무엇인가? 이 물음에 대답하려면 세속주의를 고찰할 때 언제나 대두되어온 실제적인 한 사실로부터 출발하지 않으면 안된다. 세속주의는 다신론적 제반종교(諸般宗敎)들의 추이과정(推移課程)(데모크리토스에서 루키아누스까지) 마지막 단계(段階)에서 등장하고 그 무르익은 세속주의의 성숙기는 서구(西歐)의 기독교문화지반(基督敎文化地盤) 위에서 비로소 출현한다. 예를 들면 고도로 발달한 기독교 문화권 이외의 지역, 예를 들면 인도나 중국문명에서는 사유형식과 생활 형태가 마지막까지 그들이 성장한 종교신앙의 영향을 받았다. 그러므로 이들에게서 초월적인 전제(前提)를 배제(排除)하게 되자 마자 문화구조 전체가 사멸(死滅)하게 된다. 심장(心臟)이 멈추면 한 육체의 모든 부분과 지체(肢體)들이 사점(死點)에 이르듯이 이러한 문화구조들도 종교의 심장으로부터 혈액순환(血液循環)을 받지 못하면 자신의 고유한 삶 기능을 영위할 수 없게 된다.

래다문화(Vedir Culture)의 생존양식도 그러하다. 고대중국(古代中國)의 유교(儒敎)나 일본(日本)의 선불교(禪佛敎)와 그 정원(庭園), 건축양식 회화(繪畵)들도 그러하다. 고대 이집트의 문화도 마찬가지이다. 오늘날 우리가 고려(考慮)에도 두고 있지 않는 그 노동자대중들도 오직 피안(彼岸)에서만 의미를 갖는 엄청난 건축물들을 한 기술을 가지고 건립하여 냈다. 이 모든 기독교 문화권 이외의 세계들은 어떠한 세속주의도 그 자체로부터 산출하여 내지 않았다. 피안의식과 동떨어진 어떠한 세계문화도 그들은 창조하지 않았다. 그 종교적 심장이 멎었을 때에 그 문화들도 시들었다. 오직 기독교적인 구라파에서만, 다시 말해서 지중해를 훨씬 넘은 지역에서까지 교회의 지배를 받고 따라서 성경의 그늘 속에서 성장한 문화 속에서만이, 세계는 스스로를 창조자로부터 분리하여 전문화(全文化)가 기독교 모태의 지반으로부터 이탈하여서도 시들어버리지 않고 자신의 고유한 삶을 영위하려고 시도하였다. 그러나 반대로 하나님을 믿는 신앙으로부터 이탈되고 분리되자 이 문화는 귀찮고 거치장스러운 방해와 부담으로부터 해방된 것처럼 생각하였다. 그리하여 문예부흥과 경험과학의 개선행진 이래 이 문화는 기계공학적 발명의 부추김을 받아 더욱 힘차게 융성하고 성황일로에서 그 자체로서 자족하고 웅대하여지는 세계구조를 향한 세계관과 삶의 자세로 성장하게 된 것이다. 이 서구문화는 또 선교적 힘을 지니고 세계정복의 길에 서서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비기독교적 문화들의 영역에 침입하여 이 문화들을 단숨에 붕괴시키는 일을 하였다. 인도와 중국 및 아프리카의 세속주의는 모두 한갖 서구문화의 가지와 접목일 따름이다. 원래 유럽의 기독교문화에서 잘려진 한 부분조각이 이제 한 눈사태처럼 골짜기에 굴러 떨어지며 파괴작용을 일으키고 모든 것을 황폐화시키고 폐허화시키며 기타 문화세계 속으로 침투하고 있다.

세속주의의 기원과 본질을 이해하고자 할진대 우리는 이 사실을 반드시 안중에 두지 않으면 안된다. 오늘날의 세속주의 형태는 성경의 그림자 가운데서 생겨났으며 하나님과 인간과 세계의 관계에 대한 성경적 견해의 영향권 속에서 그것은 생겨난 것이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하게 되었을까! 성경이외의 모든 종교들(회교는 여기에 포함시키지 않겠다. 왜냐하면 회교의 본래 기원은 구약의 신신앙으로 소급하기 때문이다) 가운데서는 언제나 하나님과 피조세계와의 일치관계가 어떤 형태로든지간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첫째로 우리를 안아주기도 하고 위협하기도 하는 자연세력(Jie Nsturge_ walten)들 자체가 직접적으로 신(神)들로 숭배되고 경배되기 때문이다. 다 음으로 경건이 신비적 신앙과 접합(接合)된다. 우리가 존재한다는 그 사실 자체로 말미암아 타존재자와 공유(公有)하는 존재(das Sein) 그 자체가 영원 및 절대가 되어버린다. 그러므로 이 존재(存在)가 서로 구분되는 모든 개별화와 개체화의 배경에 소급하게만 되면 이때 우리는 직접적으로 영원 속에 있는 것이며 절대자와 하나가 된다. 신적 존재와 피조적 존재의 합일에서 출발하는 비성경적 종교들의 이러한 기본 태도와는 대조적으로 성경에서는 하나님과 피조물과의 관계를 전혀 다른 각도에서 보고 있는 것이다. 디모데전서의 찬송시 마지막에 보면(딤전 6:15) 하나님만이 오로지 유일하게 불사불멸의 존재로서 왕중왕과 주들 중의 주(主中主)로서 칭송되고 있다. 그러므로 하나님만이 영원을 지니고 지시며 모든 피조세계 곧 사람들이나 동물, 식물, 돌(石)들은 하나님과 반대로 시간(時間 : Zeit) 만을 지니고 있을 따름이다. 피조세계(ktisis : Schoepfung) 전체는 부식(腐蝕)과 소멸의 과정아래 처하여 있다. 이것을 실존적으로 이해한다면 우리 피조물은 언제나 다만 이 순간의 존재만을 소유하고 있을 뿐이며 다만 지금만을 가지고 있을 따름이다.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의 존재는 우리가 더 이상 소유하고 있지 못하다('이미 지나간 것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 기억이라는 것도 실은 무엇인가 현재의 것인 것이다. 또 우리는 다가오는 미래도 우리가 아직 소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과거를 우리는 우리의 세력권 안에 가지고 있지 못하다. 우리가 지금까지 가져온 우리의 의식경험들도 우리는 결코 한번도 우리의 세력권 안에 가지고 있지 못하다. 왜냐하면 벽돌 한 장이 떨어지거나 자동차바퀴가 한 번 빗나가는 사고로 어제의 우리 경험들 모두가 전부 산산조각으로 분쇄되어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우리의 소유라고 하는 것이 우리의 세력권 안에 항구적으로 있는 것이 아니다.

또 미래도 우리가 우리의 세력권 안에 가지고 있지 못하다. 미래는 단순히 한 가능성일 따름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유일하게 소유하고 있는 것이란 오로지 과도기적 지점일 뿐이다. 이 과도기적 지점에 끊임없이 미래가 다가오고 미래를 맞이하게 되자 마자 그것은 이미 통과하여 과거가 되고 우리의 손으로부터 다시금 빠져 나가버리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매일 매일 겨우 근근히 살아가는 것이다. 우리는 피조세계 전체와 함께 순간순간마다 우리에게 이 존재를 우리에게 새로 주시는 능력에 완전히 의존하여 존재하고 있다. 이 능력은 우리에게 존재를 매순간 상대하여 곧 빌려주었다가 곧 다시금 빌려준 것을 다시 우리에게서 회수하여 가신다(永遠者시기 때문에). 이 능력이 창조자(der Schoepfer)이시며 이 창조자만이 참다운 존재 곧 불사불멸을 가지고 계시고 그러므로 그 분만이 또한 이 존재를 주실 수 있는 것이다. 하나님과 피조물과의 관계도 이렇게 해서 생성되고 있는데 시편 104:29-30에 묘사된대로 '당신이 당신의 얼굴을 가리우시면 그들은 경악하고 당신께서 그들의 생기 또는 영(靈)을 제거하시면 저들은 죽어 흙으로 돌아가나이다. 또 당신께서 당신의 영(靈)과 생기를 보내시면 그들은 창조되고 당신은 지구의 모습을 새롭게 하시나이다'고 되어 있다.

그러므로 우리 피조물의 존재는 하나님의 생기와 영(靈)(ruah)이 끊임없이 하나님으로부터 우리에게 주입(注入)되므로 순간으로부터 순간 새롭게 존재로 영위될 수 있는 것이다. 하나님으로부터의 생기주입(生氣注入)이 한 순간이라도 중단하자 마자 우리는 무(無)로 환원되고 만다. 그러므로 사실상 하나님과 피조물과의 관계는 성경이외의 종교들에서 공통적으로 고증되는 신적 존재와 피조적 존재의 일치와는 전혀 다르게 설정된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무소부재하시다. 하나님께서는 모든 곳에 계시고, 모든 돌(石)에도 계시고 모든 파리 속에도 매순간 존재를 주시는 분으로 계신다. '그분 안에서 우리는 생존하고 움직이고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하나님의 이 무소부재가 일치성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하나님의 영원적 존재는 어느 곳에서나 피조물의 존재밖에 계시는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자기의 존재(Dasein)를 자기의 손안에 장악하고 계신다. 하나님의 존재와 피조물의 존재는 서로 배타적으로 존립하고 있다. 피조물이 하나님께 접근하여 하나님 안에 몰입하고 하나님과 하나가 되고자 시도하자 마자 이 피조물의 존재는 전기로 충전된 철사(鐵絲)에 접촉된다. 이 때 충전된 철사는 피조물이 자기에 와 닿자 마자 곧 그를 다시금 영원이 아닌 유한성(有限性 : Endlichkeit)으로 복귀시키고 마는 것이다. 키엘케골에 의하면 사람이 이 충전된 철사에 접근하고자 하는 유혹과 시험을 받을 때 하나님께서는 바로 하나님 자신과 하나가 되고자 하는 가장 경건한 기도자의 친근한 접근이나 접촉에 응하지 아니하신다. 하나님께서는 피조인간의 눈에 보이지도 않고 또 하나님을 피조인간이 생각할 수도 없다. 하나님을 본다는 것은 죽게 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Gott sehen heitt sterben). 신상(神像)이 인간의 원죄인 것이다(Das Goetterbild ist die Ursuende des Menschen). 신상은 상호배타적인 두 존재양식의 교체이다(Das Goetterbild ist die Verwechslung der beiden Seinsarten, die tinander ausschlie Ղen). 이러한 견해는 비성경적 종교들에서는 이해하지 못한다. 비성경적 종교들에서는 사라지는 모든 것(무상한 것)은 대립의 최후 합일(die letzte Einheit der Gegen saetze)에 대한 한 비유이다. 불교(佛敎)도 신상(神像)을 잘 용납하고 신상숭배를 지원(支援)하였다.

우리가 하나님과 피조물과의 관계에 대한 성경적 견해를 꼭 잘 붙들고 있게 되면 우리는 피조세계 전체와 함께 엄청나게 고통스럽고 굴욕적인 상황에 처하여 있는 것이 된다. 우리는 우리의 존재를 매순간 우리의 피안에 계신 한 힘으로부터 새로이 받는다. 이 힘은 우리의 피안에 계시기 때문에 우리가 전혀 파악하거나 투시할 수도 없고 또 우리의 인식이나 의지로 지배할 수도 없다. 이 비정상적이고 굴욕적인 상황이 성경에 의하면 우리의 궁극적 진실의 상황은 아닌 것이다. 그것은 두 상황과 두 상태사이의 중간과정과 중간단계인 것이다. 두 단계 중 한편은 하나님과의 본래적 교제가 있었던 원초상황인데 이로부터 우리는 전피조세계와 더불어 탈락하였으며 그러므로 이 상황이 진정으로 어떠한 것인지는 이제 더 상상할 수 조차 없다. 또 한편으로 종말상황이 있는 데 전피조세계가 바로 이 종말상황으로 전진하고 있고 미래의 이 종말상황속에서는 무상한 현상세계와 시간과정의 속박이 지양될 것이므로 우리는 이 종말상황에 대해서도 우리의 이성으로 상상하여 개념구성을 할 수가 없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완전히 하나님으로부터 이렇듯 소외된 상황 가운데 있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가운데에서 하나님과 소외되어 있으므로 우리의 존재의식으로는 이 상황을 관찰인식할 수도 없고 우리의 눈으로 자기 자아를 볼 수 도 없는 이율배반적 모순 속에 빠져있게 된 것이다. 실상 우리는 우리가 타락한 상태에, 즉 원초상태와 종말 사이의 중간과정에 있다는 사실도 인식할 수 없다.

하나님께서 우리와의 소외상태에서 다시금 우리와 관계를 형성하실 때에 비로소 우리는 이 모든 사실들을 터득하게 된다. 우리가 현재 처하여 있는 상황 가운데에서는 하나님께서 외부로부터 우리에게 접근하심으로만 우리가 우리의 소외상황을 자각할 수 있다. 하나님께서 외부로부터 우리에게 접근하실 때에는 권위적인 태도로 접근하신다. 그러나 이 하나님의 접근양식과 태도에 대하여 우리 존재의 내부전체는 반항한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접근 시에 우리의 비정상상태가 고통스럽게 의식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와 도저히 일치되거나 동일시되지 못하고 우리가 도저히 필적할 수도 없는 한 힘과 권능에 우리가 완전히 의존되어 있다는 사실을 고통스럽게 의식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고통스러운 상황이 우리에게 조명되고 밝혀지는 것은 하나님께서 외부로부터 곧 말씀과 계시의 방도 위에서 우리에게 접근하실 때인 것이다. 인간은 하나님께서 이와 같이 외부로부터 자기에게 접근하시면서 자기의 타락한 상태를 일깨워 주므로 이 하나님의 접근에 대하여 필히 저항하고 반항하기 때문에 하나님께서는 말씀(Logos)을 주심과 동시에 언제나 십자가를 주신 것이다. 이 십자가는 인류가 하나님의 이 접근을 거부하는 투쟁으로 피를 흘리기까지 투쟁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이로써 세속주의가 하나의 특정한 필연성과 함께 발생하게 되는 전제조건들을 이제 제시한 셈이다. 하나님께서는 한편으로 두말 할 것도 없이 만유가 그로부터 존재를 늘 새로이 받는 무소부재자이시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한편 하나님께서는 전적으로 세계구성요소의 피조적 존재영역 외부에 계신다. 이 세계구성요소들은 하나님에 대하여 자기들 자신의 고유한 존재를 소유하고 있다. 그들의 고유한 존재란 성경적으로 '세계'란 개념 속에 있다. 세계는 창조자 하나님께 대하여 제 이의 비신적 존재로서 대립하고 있다. 양자간에는 하등의 동일점이 없다. 오히려 양자간에는 이것이냐 저것이냐의 냉엄한 양중택일의 결단만이 있을 뿐이다.

우리는 다만 하나님을 사랑하든지 또는 세계를 사랑하든지 할 수 있을 뿐이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는 동시에 세계를 사랑하지는 못한다. '세계와의 우정은 하나님과의 적대관계라는 것을 너희는 알지 못하느냐?'(야고보서 4:4). 세계의 친구가 되고자 하는 자는 이와 동시에 하나님의 원수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와 함께 세계와 이 세계 속에서 존재하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은 하나님에 대하여 비성경적 종교들이 알지 못하는 고유한 비중을 가지고 있다. 이 세계의 염려와 불안은 말씀을 질식시킨다(마 13:22). '사람이 전세계를 획득하여도 그것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마 16:26). '세계의 자녀들이 빛의 자녀들보다 더 영리하다'(눅 16:8). '데마는 이 세계를 사랑하고 떠났다'(딤후4:10). 이 모든 성경 말씀들 가운데 나쁜 영향력을 행사하는 악인들의 죄만이 하나님과 대립하여 있을 뿐만이 아니다. 또한 인류 역사 뿐만이 아니라, 아니 전세계와 그 세계 안에 포함된 동물계와 식물계 및 하늘의 성좌 세계까지 모두 합하여 하나님에 대립하여 하나님과 반대되는 자기 자신의 고유한 비중을 가지고 있다.

세계가 저울에 올려지고 또 다른 한편으로 하나님께서 자기 존재의 무한한 중량과 함께 다른 저울에 올려지고 있다. 양자간에 하나를 결정해야 할 필연성이 제기되고 촉구된다.

저울 한 쪽이 높이 올라가면 다른 한 쪽은 밑으로 내려갈 것임에 틀림없다. 두 현실 사이에 존립하는 즉 두 현실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이 배타적 양중택일 관계 때문에 또 이 양자간에 어떠한 동일점이나 일치점이 배제되어 있기 때문에 성경적 관점에서 볼 때 세계를 택하여 하나님께 반기를 들고 대항하든지 하는 결정을 하게 되는 것이라 생각하여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세계에 전향하고 하나님께 대항할 가능성이 사람들 앞에 가능성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정말 진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세계와의 우정` 곧 세계와 친구되는 것이 성경적으로 세속주의를 표현하는 말이다. 하나님과 영원의 문제 전체를 도외시하고 하나님과 영원을 `이데올로기적 상층 구조`(맑스)로 간주한 다음 이 세계의 한 아들이 되어 `세계와 그 세계 안에 있는 것을 사랑할`(요일2:15) 가능성이 존립하고 있다. 세계를 사랑하는 자는 세계 그 자체 속에 영원이 존립한다고까지 생각하고 말하는 것이다.

이로써 세계의 고유가치와 하나님의 절대성이라는 두 가능성들 간에 하나를 결정해야할 양중택일의 과제를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이 양중택일은 신약성경에서 두 인간적 삶의 진로들 중에서 하나를 택해야 하는 양중택일 뿐만이 아니다. 인간은 오히려 단지 한 세계적 의지의 대변인일 따름이다. 한편에는 창조자의 위엄과 그 타당성이 있으며 다른 한편에는 세계의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이 있다. (세계는 자기 자신의 것을 사랑한다) 그러므로 우리 인간적 자애는 타락한 피조세계 전체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그 사랑에 대한 인간적 표현일 따름이다.

그러나 우리는 또 하나의 결정에 대하여 논급하지 않으면 안된다. 양중 택일의 한 가능성인 하나님을 따르기로 결정하는 것을 세계는 그 스스로 할 수 없다. 하나님을 따르기로 결정하는 것, 창조의 근원으로 복귀하는 것은 하나님께서 그것을 가능하게 하심으로 말미암아서만 가능한 것이다. 하나님께서 '세계를 사랑하시고' 독생자를 세상에 보내심으로 인간으로 하여금 하나님을 따르기로 결정할 수 있게 하시는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세계를 자기에게 복귀시키지 않으시는 한 이 세계에 대해서는 다만 제 이의 가능성이 있을 따름이다. 세계는 자체의 무거운 중력 때문에 쉬임없이 하나님으로부터 눈사태처럼 원거리상황으로 추락한다. 세계가 이와같이 하나님께 역행되는 차원에서 하나님께 역행하고 우리 인간이 그와 동조하게 되면, 우리는 로마서 5장의 말씀과 같이 하나님의 원수들이 된다. 그러나 이러한 하나님과의 적대관계 상태 속에서 '세계인'은 의문과 좌절 속에서 자기 피조인간들이란 전혀 시간적이다는 의식이 들게 된다. 우리 인간은 기술한 바와 같이 언제나 지금, 현재만을 가지고 있을 따름이다('나는 순간에게 말하기를 '그래도 머물러라, 너는 그렇게도 아름답도다'고 할 수 있으리라'). 우리는 미래를 소유하고 있지 못하다. 과거는 우리의 손에서 빠져나갔다. 이것은 피조세계와 피조인간의 독특하고 고유한 한계감정이다. 그러므로 세계와 우리가 하나님에 대한 적대적 운동 속에 있으면서도 우리 자신 속에 안정을 찾고자 한다면 이러한 피조세계와 피조인간의 한계를 초월하고자 하는 시도로서만 그것은 가능하다. 우리의 의존성을 상기시키는 이 피조세계와 피조인간의 한계를 초월하므로, 즉 우리는 다만 이 순간만을 소유하고 있다는 괴로운 한계상황과 한계감정을 극복하기 위하여 노력하므로서만 하나님에 대한 반역행위 가운데서도 안정을 찾아보고자 할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 이것이 가능한가? 세계가 하나님없이도 그 자체에 있어서 영원한 무엇인가를 소유하고 있다는 자기암시 속에서만 이것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므로 세계는 창조자로부터 끊임없는 능력과 계시의 공급이 없이도 순간과 찰라를 초월하여 자기 자신에 의해서 존재영위를 계속할 수 있다고 스스로 믿고자 하는 것이다. 오직 이것이 가능할 때에만 자기자신 속에서 안정을 찾는 한 세계 현실이 있고 우리에게 생명과 호흡을 주시는 창조자는 부질없는 '이데올리기적 상부구조' (ideologischer Ueberbau)로서 구별되는 것이다. 세계가 자기 스스로 영원을 확보하고 이로써 영원으로부터 자유로워지려고 시도하므로 비로소 고유한 세속주의가 비롯된다. 여기에서 세속주의는 악마적 모습을 뛰고 적극적으로 하나님에 대하여 반항하는 운동이 된다. 왜냐하면 세계는 이로써 하나님만이 소유하시는 영원을 자기 자신을 위하여 확보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계는 하나님을 그 보좌에서 폐위시키고 자기 자신이 하나님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하나님없이 자기 자신을 통하여 지속성을 가지는 존재를 획득하려는 시도는 자연적으로 두 가지 방향으로 간다. 왜냐하면 세계적 현실은 언제나 진정 두개의 양극을 가지고 있다. 이 양극은 나와 세계(Ich und Welt) 그리고 의식과 현실(Bewu ttsein und Wirklichkeit)이다. 그러므로 세속주의가 자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는 밟아야할 두 가지 방향이 제시되어 있다. 한편에서는 의식 곧 세계의 정신적 반구에서 하나님없이 다만 자기 자신을 통하여 자기 자신의 힘으로 순간을 초월하는 한 요소를 찾으려고 시도한다. 이것 이 미래와 과거를 종합하면서 시간의 변동과 추이 위에 고차적으로 있는 자아(das Ich)이다, 그렇게 하여 영원한 자아에 대한 신앙(der Glsube an das ewige lch), 곧 영원을 자기 자신 안에 가지는 영혼에 대한 신앙이 발생한다. 이것이 첫째가는 플라톤적 세속주의 형태(die erste, platonische Form des Saekularismus) 이다. 세계선교의 제 일 세기 동안에 사도들의 메시지가 바로 이 세속주의와 충돌하였다.

사도들이 전한 부활 메시지에 대항하여 영혼은 자기 자신을 통해 존재한다는 신앙 곧 세계의 지혜가 대립하였다. 부활을 통하여서만 시간을 초월하여 계속 존재할 수 있는데 이러한 부활의 창조 역시 사도들의 메시지는 영혼 불멸설의 입장에서 볼 때 완전한 우둔으로 나타났다. 희랍인은 여기에서 하나님과 대립하여 서서, 인간을 삼켜버리려고 하는 무상의 시류(時流)에 반한 한 보장을 하려는 최초의 위대한 시도를 감행하였다. 그러므로 희랍적 영혼불멸적 신앙은 부활에 대한 선교적 메시지에 대한 어떤 긍정적 연결점이 되지 않고 복음의 이해에 크나큰 방해가 된다. 피히테의 관념론에서도 자기 자신 안에서 영원을 발견하려고 하는 자아의 이와같은 시도는 한번 더 그 악마성을 가지고 반복되었고 신약성경과 육중하게 정면충돌하였다. 피히테가 '복된 삶에의 권고'에서 성경의 창조신앙과 종말신앙을 한 것을 볼 때 이것을 쉽게 알 수 있다.

1840년대 이후 플라톤의 영혼불멸설은 지성인들의 사상계에서 대체로 사라졌다. 그러나 영혼불멸설에 대한 신앙의 소지는 언제나 남아 있다. 그것은 늘 우리 대학철학교수들의 논리와 심리 속에 계속 살아 있다. 인간적 자아(das menschliche Ich)는 도피의 현상 가운데에, 안정극(tin ruhender Pol)으로 나타나고 관념의 변동과 변천가운데서도 언제나 한결같이 머물러 사유를 가능하게 하는 확고한 중심점(einfester Mittelpunkt)으로 나타난다. 사실상 뇌가 상하여 건망증에 걸린 경우를 다 관찰하여 볼 때 나(自我) 자신은 나 자신과 함께 단 2분만이라도 머무를 힘이 없다는 것이 증명된다. 어떤 판단을 내리거나 계산을 하기에 필요한 동안만이라도 내가 내 자신과 동일시 머무를 힘이 나에게는 없다는 것이 나타나는 것이다. 내가 어제에 대한 나의 기억들을 오늘의 내 의식과 하나로 연결 종합시킬 수 있는 것은 창조주께서 나의 존재가 계속적으로 추락되는 무(無)의 심연 위로 매초마다 나를 부지하여 주시기 때문인 것이다. 창조자의 이 부지하여 주심이 없으면 나의 의식은 곧 붕괴되고 와해되고 용해되어 버린다. 그것은 곧 '손가락을 통하여 흘러내리는 모래'처럼 와해되어 버린다. 광상(狂想)의 밤을 아는 자는 누구나 그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영혼불멸의 신앙 곧 자율적 자아에 대한 신앙은 순간을 초월하기 위하여 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 신념구조로서 이것은 다만 악마적 세속주의의 한 형태이며 오늘날 이미 대체적으로 지난 과거에 속한 사항이 되어 있다. 이와 함께 또 하나의 하나님에 대한 적극적 반항행위가 있는데 이것은 자연과학의 융성과 함께 출현하여 오늘날의 기계공학적 시대를 풍미하고 있다. 사람들은 오늘날 인간의 의식 가운데에서 영원한 요소를 찾으려고 시도하지 않고 객관적 대상현실 속에서 그것을 찾으려고 시도한다.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이 및 뉴톤과 더불어 시작된 자연과학연구와 기계공학의 위대한 황금기로 하여금 성경의 창조신앙과 대립되게 한 것은 새로운 사람들이 출현하여서거나 새로운 법칙들이 발견되어서가 아니었다. 실제적 사실들과 사건의 추이전개과정을 지배하는 관찰확립된 법칙규범들은 결코 창조자를 의문에 부치지 않는다. 이것들은 지금까지 창조자의 지배에 대해서 그릇되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을 시정하여 줄 따름이다. 성경적 창조신앙가운데에는 창조자는 이해할 수 없는 불가사의의 분이시라는 의식이 담겨있다. 우리는 창조자의 의지를 결코 한 형식으로 도식화할 수 없다. 하나님의 지배에 대해서 우리가 그리는 모든 그림은 따라서 새로운 사실들이 늘 나타나기 때문에 부단히 교정할 필요가 있다.

다윈은 자기의 새로운 발견으로 창조자에 대한 신앙이 한 순간도 동요되지 않았다. 그는 다만 자기가 지금까지 이 창조자의 지배에 대해서 가졌던 표상관념을 시정하지 않으면 안되겠다고 생각하였을 뿐이었다. 즉 그는 하나님께서 소수의 원형종속에 생명의 맹아(萌芽)를 주입시켜 원형종 전체가 각 종(種)별로 풍성하게 개발될 수 있도록 하셨다는 것이다. 이것을 생각하였을 째 다윈은 조금치도 창조자 하나님에 대한 신앙을 도전하거나 창조자의 존재를 의심하지 않고 자기가 지금까지 창조자의 지배에 대해서 가졌던 표상관념을 수정하지 않으면 안되었다고 생각하였을 따름이다.

뉴톤도 역시 만유인력의 그 단순한 법칙이 세계전체의 모든 물체 대상을 다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을 터득하였을 때에 하나님께서는 더 위대하게 생각되고 그렇게 여겨졌던 것이다. 모든 기적들이 보통 통용되는 자연법칙에 따라 설명될 때에는 창조자는 한순간도 의문에 부쳐지지 않았다. 이때 하나님께서는 지배하실 때에 일찌기 한 번 확정해 놓으신 일정한 법칙들을 준수하실 뿐이라는 사실이 나타날 따름이다.

그러므로 구약성경에 있어서 자연법칙은 하나님의 현실에 위배되는 대립상황이 아니라 끊임없이 질서를 지키시므로 우리 인간들의 삶을 가능하게 하신 창조자의 변치않는 성실성의 표현이 되어 있다. 노아 홍수 후에 말씀하시기를 '이 지구가 존속하는 한 파종기와 추수기, 추위와 더위, 여름과 겨울, 낮과 밤이 그치지 않으리라'고 하셨다. 선지서에도 보면 '해와 달이 그 진로를 바꾼다 할지라도 하나님께서는 자기 백성들에게 자기의 성실성과 진실성을 깨뜨리지 않으시겠'다고 하셨다. 창조자에 대한 신앙을 한번 가지게 되면 세계사건과 사물관찰저변에 있는 자연법칙이나 과학의 법칙들이 이 창조신앙을 결코 동요시킬 수 없다. 대립상황은 인간이 경험을 넘어서서 자기의 관찰한 바를 한 교리적 구조로 체계화하는데서만 발생한다.

그리고 여기 이 형이상학적 기초공사의 과정에서 인간은 순간을 초월하는 힘을 그 자체 안에 가지고 있고 따라서 자기 자신을 통하여 영원한 요소들을 가지고 자연 사건을 내실(內實) 구축하려는 악마적 시도만을 꾀할 뿐이다. 경험은 어떠한 영속적인 것도 제시하지 않고 항속적인 유동상태만을 제시할 뿐이며 이것은 모든 현상들의 계속적인 변천인 것이다. 모든 것은 흘러간다. 만유가 고정되지 않고 유동상태에 있다. 하나님없이는 이러한 유동상태 속에서 절망할 수 밖에 없는 정황을 인간은 형이상학적 구도를 구축하고자 시도하므로 극복하고자 한다. 인간은 사건의 유동상황에 자기 자신을 통하여 항속하려는 기초공사를 시도한다. 루디비히 클라게스(Ludwig Klages)는 그의 저서 '영혼의 대적자로서의 정신' (Der Geist tls Widersacher der Seele) 에서 시사하기를 '항속과 항속하는 것의 개념(der Begriff der Dauer und des Dauernden) 이 등장하자 마자 영과 정신은 자기의 필연성들에서 헤어나와 자연속에 자연이 포함하고 있지 않은 무엇인가를 넣어 해석한다. 그래서 실체의 보존이론이 나왔으며 이 실체의 변화 형태가 자연사건이라고 하였다. 이러한 신앙이 생기게 된 것은 칸트의 순수이성 비판에 의하면 시간의 교체변천 속에서 그 자체에 있어서 안정성을 가지고 있는 항속적 기초토대를 가지고자하는 필요에 의하여 생긴 것이다. 실체의 존재에 대한 신앙의 가장 단순한 형태가 고대의 원자론이다. 고대 희랍시대에 이미 데모크리토스와 에피큐러스에서 원자론은 하나님 신앙에 대한 한 전쟁선포이며 세계신비 앞에서의 공포를 축출하기 위한 한 시도이다. '원자들과 텅빈 공간(der leere Raum) 이외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기타의 모든 것은 의견이다.' 세계사건은 파괴할 수 없으므로 그 자체에 있어 불멸이고 영원한 미립자들의 영속적인 에워쌈이다.

물질은 그러므로 여기에서 성경에 따르면 오로지 하나님께서만 가지시는 속성을 획득한 것이다. 유물론은 세계신격화(Weltvergoetterung)이다. 다음으로 19세기에 물질개념은 모두 붕괴된다. 질료(質料: der Stoff)는 마이어( J.R. Meyer)와 오스트발트(Orstwald) 이래 한갖 에네르기의 한 형태에 불과하다. 그러나 인간으로부터 최초로 순수히 유물론적인 차안신앙의 기초를 박탈하여 버리자, 인간은 곧 제 이의 것을 추구한다. 이렇게 하여 세계가 하나님에 대항하여 악마적 독립성을 부당히 월권적으로 주장하게 되는 근거인 세계사건의 항속적 기초구조에 대한 신앙은 새로운 형태를 취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에네르기 보존이론이 새로운 세계법칙으로 생기게 된다.

작업가설(作業假說)로서는 이 원리가 물론 그 충분한 타당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 작업가설로 부터 우주관을 정립하려고 할 때 인간의 경험과 관찰한계를 넘어서서 형이상학적 주장을 수립하게 된 것인데 여기에 문제가 있다. 페터스부르그 물리학자 흐볼손이 헥겔의 '세계 수수께끼'에 대한 그의 비판에서 이것을 가장 분명하게 증명하였다. 이제 증가하지도 감소하지도 않는 에네르기량(熱量 : das Energiequanhm)이 자기 자신으로 영속하는 크나큰 존재가 되어버린다. 에네르기 보존(熱 保存 . Enhaltung der Energie) 이 지닌 세계법칙의 악마적 성격은 그 결과에서 나타난다. 열역학(熱力學)의 제일주 명제에 곧 바로 소위 제 2의 엔트러피법칙이 있게 된다. 이로부터 반성경적으로 수립된 자연과학적 종말론이 생기게 된다. 그 자체에 있어서 영속적이라고 하는 세계의 에네르기량이 열의 분산으로 빙사(氷死)를 향하여 나아가고 있다. 이 빙사 속에서는 모든 생명과 움직임이 휴지(休止) 상태에 이르고 만다는 것이다. 이것이 세속적 세계상의 종말론이다.

오늘날 세계의 거의 대부분을 정복한 현대기계공학의 세속주의(Der Sae- kularismus der modernen Technik) 는 그 기계공학적 성과 그 자체에 근거하고 있지 않다. 제펠린 백작이나 과열증기기관차의 발명자 경우처럼 기계공학적 성과 그 자체는 창조자에 대한 경외감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세계에 그렇게나 위대한 가능성을 창조자 하나님께서 부여하여 놓으셨기 때문이다. 인간은 물론 이 힘들과 가능성들 자체를 생산하여 내지는 못한다. 인간은 언제나 자연을 새롭게 실험하므로 그 신비의 숨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연을 다만 해체소모 시킬 뿐이다. 공업기술자와 기사는 그러므로 하나님의 막일꾼일 따름이다. 이러한 기술자는 하나님의 창조작업에 봉사하도록 임명받은 사람이다. 그는 돛을 높이 팽팽하게 세워 인간실존의 작은 선박이 하나님의 창조력이 공급하는 바람을 타고 가게 하는 것이다. 현대 기계문명이 세속주의를 낳게 한다고 한다면 기계문명과 그 작업 배후에 물질이나 열량(熱量 : das Energiequantum)이 자기자신 영원하고 자기자신의 힘으로 보존된다고 하는 악마적 신앙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사라지는 무상한 이 세계의 존재 배후에 있는 어떤 영원한 기초구조에 대한 신앙은 영혼불멸신앙과 마찬가지로 창조자에 대한 악마적 적대운동인 것이다.

이 유물론적 또는 에네르기 형이상학은 특별한 경우에만, 예를 들면 헥켈의 '세계 수수께끼'나 오스트발트의 자연철학과 같은 고도한 정신과학의 정점에서 의식된다. 통속적 세속주의는 무의식적으로 이러한 형이상학의 지배를 받는 한 생활감정이다. 모든 철학적 사변을 이데올로기로 배척하는 비철학적이고 탈교회화한 대중들의 생활방향으로서, 따라서 실제적 유물론으로서 이 생활감정과 세속주의는 가장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다. 키엘케골에 의하면 육(肉 : das Fleisch)은 인간의 감각성(die Sinnlichkeit des Menschen) 으로서 하나님께 적대적인 태도를 설정하므로 특수하게 영(靈 : Geist)이 되는데 악마적으로 영을 부인하는 것으로서의 영(靈 : Geist)이 되는 것이다. 소련공산당은 아마도 러시아의 민족혼이 펼친 종교적 광신일 것이나 그 부정적 요소란 어떠한 형태의 것이든 영에 대해서는 격분하고 광분하고 있다는 특성을 보여주고 있다. 세속주의의 가장 철저하고 줄기찬 형태는 인간이 자기는 다만 순간만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을 자명하게 알고 있으나 이 순간과 그 모든 관계성을 극복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는 데에 있다. 이렇게 하여 미치광이 같은 순간의 숭배가 발생한다. 과로한 도시인의 환락과 그 망각을 위한 도취의 선회(旋回) 속에서 우리는 순간과 찰라의 종교가 숭배되고 있는 것을 보는 것이다.

이것이 세속주의의 마지막 의미라면 어떻게 세속주의와 투쟁할 수 있을까? 이미 분명하게 밝혔듯이 세속주의는 타락한 세계가 악마적인 모습으로 자신을 하나님의 위치에 놓을려고 추구하는 형태이다. 타락한 매순간 자기의 존재를 하나님으로부터 받으면서도 이 하나님 대신에 자기자신을 하나님으로 세우려고 든다. 우리가 원죄와 종말간의 증간상태에 있는 한 이러한 신에 대한 반역의 운동은 존속할 것이다. 정녕 이 운동은 성경에 의하면 더욱 격화하여 마지막으로는 적그리스도적 세계 세력으로 뭉치게 될 것이다. 아마 우리는 이미 이러한 최후 움직임의 시초단계에 지금 서 있는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적그리스도적 세계세력이 뭉쳐지는 것을 볼 때 결코 숙명주의적으로 환경에 패배하거나 세계일선에서 퇴과하여서는 안된다. 그와 정반대의 자세를 우리는 취하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는 적그리스도적 세력의 전면공격 앞에 서 있다. 이 전투는 우리의 모든 힘을 다 쏟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어떻게 우리가 이 싸움을 싸울 수가 있을까? 정신적인 전투과정은 발전의 수레바퀴를 역전시키므로서 극복되지 않는다. 전투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이전 상태와 단계를 회복시켜 놓으므로서 세속주의와의 투쟁에서 승리를 획득하는 것이 아니다. 병은 발발하도록 놓아줌으로 오히려 극복될 수 있다. 세속주의는 세속주의 자체의 결과에서 스스로 붕괴되고 그 성취결실에서 와해됨으로 인하여 정복될 수 있다. 이와 같은 세속주의와의 투쟁을 우리는 촉진시켜 빨리 마무리 지을 수가 있다. 오늘날의 세계에 과감한 증거를 통하여 세속주의 행각 전체의 의미를 깨우침으로써 승리를 전취할 수 있다.

자연과학과 기계공학의 시대에 생겨난 세속주의운동은 이전에 신화적 자연상과 원시적 생활양식을 쫓던 미개민족들이 갑자기 인과율적 세계상과 현대기계공학의 업적들을 대하게 될 때 오월의 꽃과 같은 젊은 생기로 발랄한 상태에 있게 된다. 이 민족들은 그들의 혈맥에 전류가 통하게 된 것같은 기분에 들어 생각하기를 인간이 자연의 정밀구조를 투시할 수 있어 인간이 지구의 주인이 되고 자기 운명의 지배자가 된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였다고 믿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세속주의의 봄은 뷔흐너의 '힘과 질료'나 헥켈의 '세계수수께끼'와 같은 저서에 나타나 있고 이제 세계 다른 지역들에서도 뒤늦게 꽃이 피고 있지만 이것은 다만 제 1단계에 불과하다. 이 제 1단계가 아직 우리 중 노동자 계열에 계속 존속되고 있다. 30년 후에는 노동자 계급에도 문화의 혜택이 스며들어 왔지만, 문화인과 교양인들의 지배적 계층에서는 이 제 1단계가 이미 지나가 버리고 보다 깊고 심각한 환멸에 빠지게 되었다. 첫째로 고대의 유물론적 그리고 에네르기적 물리학의 모든 기초들은 오늘날 전부 동요되게 되었다. 물리학의 기초를 이루었던 절대와 영원의 기준들과 척도들은 하나씩 하나씩 상대화되어 버렸다.

이 상대화의 과정은 아인슈타인을 통하여 끝맺음을 하였지 않은가 여겨진다. 항체(抗體 : der konstgnte Koerper)와 항존열량(恒存熱量 . det kons_ tante Energiequantum)만이 해체된 것이 아니다. 뉴톤이 자명한 것으로 전제한 절대공간과 절대시간도 상대적인 구조들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자기자신 스스로 존재하는 것은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었다. 모든 기준들과 척도들은 다만 한 특정한 입장으로부터서만 타당성을 지닌다. 자연 속에는 어떤 영원한 것도 이제는 더 없다. 시간의 변화 교체에 대하여 영속성을 갖는 어떤 영구적이고 자존적인 물체나 그 기초 질료도 없다. 따라서 하나님에 대립하여 자존적이고 자립적인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 상대론( Relativismus) 또는 상대성 원리는 신앙의 저해 요소가 되기는 커녕 우리 인간상황에 대한 성경적 이해의 재각성을 위한 길잡이가 된다. 왜냐하면 사유와 생활의 모든 영역들을 휩쓴 상대성 원리는 다음과 같은 인간의 고백 이외에 어떤 다른 것도 아니다. 즉 인간은 전혀 시간적 존재이고 영원적 존재가 아니며 그 자체 안에 또는 자기 주위에 영속적인 것은 전혀 볼 수가 없으며 또 인간이 사건의 유동과정 밑에 놓는 모든 절대구조들은 실재가 아니라 인간이 존재할 수 있기 위하여, 실존할 수 있기 위하여 임의로 전제하고 있는 필연적 허구(必然的 虛構 : notwendige Fiktione)들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인간은 상대성 원리 속에서 고백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처하여 있는 물리적 자연상의 이러한 변천은 오로지 소수의 문화 교양인들만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기계공학적 시대가 그 제 2단계에서 무르익게 한 실제적 삶의 모습들은 더 심각한 인상을 주고 있다. 기계공학의 엄청나고 놀라운 발달은 원시인들에게는 기적같이 작용하면서 이제 인간이 드디어 존재의 의미를 발견하고 전지구를 인간 스스로에게 종속시켰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데, 이 기계공학의 발달이 더 성숙단계에 이르면 이와 정반대의 결과를 낳는다. 기계공학의 발달 그 자체가 보다 성숙한 문화의 혜택을 받으며 그것을 이해하는 교양인에게 자기 삶의 의미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못하였다는 것을 의식하게 하여 주기 때문이다.

유명한 발명가 디젤은 말하기를 '만약 인간이 기계공학으로부터 우리의 구속(救贖 : unsere Erloesung)이나 도덕적 기적과 혁명을 기대한다면 이 희망은 일종의 현대판 우상숭배이다`라고 말하였다. 그는 자기 생애의 말년에 가서 말하기를 `기계문명이 어떤 목적의식을 가졌는지 어떠하였는지, 사람들이 그로 인해 더 행복하게 되었는지 않은지 나는 오늘날 이상 더 결정을 내릴 수 없다'고 하였다. 이 위대한 발명가는 따라서 자기 창조 생활의 종말에 의미문제의 미해결 앞에 서게 되었다.

창세기의 말씀대로 우리가 지구를 정복하여 우리의 예속아래 두고 세계가 제공하는 오든 것을 소유하게 된 바로 이때 우리는 원시인보다도 더 뚜렷하게 이 모든 것이 무엇을 위한 것이며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하는 의문 앞에 서게 된다. 모든 것이 헛되고 허무하여 바람잡는 것이지 않은가? 성경의 전도서를 보게 되면 이 허무주의적 질문이 이 지구의 풍요와 재산으로부터 배제된 한 가난한 사람에게서 일어나지 않고 생의 향락 절정에 선 한 왕의 가슴속에서 깨어나고 있다. 이 왕은 세계의 좋은 것을 모두 향락할 수 있었다. 좋은 주택, 포도원, 울창한 정원, 연못, 남종과 여종, 남녀가수와 각종 관현악기의 연주자들과 모든 인간의 환락을 다 소유하고 향유하였던 왕이 한 말이었다. 그러므로 이 세계가 제공할 수 있는 모든 보물들을 다 소유한 가운데 바로 거기에서 이 세계가 그 자체를 가지고 또 그 자체 안에 어떠한 참다운 의미와 영원한 의미를 창조하거나 발견할 수 없다는 인식이 떠오르는 것이다. 여기에 더 심각한 것이 첨가된다. 오늘날 산업시대의 기계 문명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매일의 생활에 대해서 의미의 공백을 가져다 주었다. 오스발드 슈펭글러가 지적하고 있듯이 산업시대의 기계문명은 기계의 사탄주의(Satanismus der Maschine)를 발악하도록 풀어 놓았다. 인간은 어떠한 행운도 기대할 수 없는 초인격적 힘의 노예가 되어버렸다. 기계시대는 볼 수 있는 사람 각자에게 슬프고 괴롭고 비극적인 사실에 대해 눈을 뜨게 하였다. 그 눈이 떴다는 것은 세계가 하나님으로부터 분리되고 창조자를 망각하자 마자 곧 바로 생을 파괴하며 작용하는 악마적 세력들이 웅크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라는 말이다. 경제생활의 마력과 그 악마적인 성격은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과 건강을 냉정하게 무시해 버리는 몰인정하고 잔인한 사람들을 산출하였다. 기계문명은 인간의 악마적 필요를 악용하여 도(度)를 넘어서 생명의 위협과 유희(遊戱)하는 생의 위기를 가져오게 하였는데 비행기 조종사와 운전기사들은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가지고 희롱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산업시대에 들어와서 비로소 우리는 예수님께서 맘몬 곧 재산을 사단적인 한 세력으로 표현한 이유가 무엇인가를 드디어 배우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세속주의적 열광과 환희의 제 1단계에서 제 2단계로의 추이과정을 촉진시키는 일 이외에 어떤 다른 것도 할 수 없다. 세계의 다른 지역들에서는 이제 겨우 시작 단계이고 구라파에서는 이미 한창인데 이 추이과정에서는 기계문명의 엄청난 성취와 소산의 감격 밑에서 바로 의미문제와 하나님에 대한 문제가 보다 조용하였던 시대들에서 보다 더 강하게 근본적으로 깨어 일어나는 것이다. 오늘날의 정황은 초대교회의 시대 및 그 세계와 비슷하다. 초대교회의 시대에 옛 신(神)들과 옛 세계는 황혼기를 맞아 고대 희랍의 신(神)들 세계가 몰락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당시 예수님의 사도들과 복음 전도자들은 이와 같은 고대세계의 붕괴과정을 촉진시키는 작업을 성수(成遂)하였다.

그들은 고대의 신화세계를 붕괴시켜 살아계신 하나님께서 사람들의 마음속에 들어오실 여백을 만들었다. 마찬가지로 오늘날에도 우리는 기독교도들로서 신화세계를 붕괴시키는 자들(복음전도자들)의 편에 우리도 서서 하나님만 가지고 계시는 영원과 절대를 사람들이 자기 자신들에게 월권적으로 사취하려고 하는 모든 노력들에 맞서지 않으면 안 된다. 따라서 우리는 상대화 개념인식의 운동과 더불어 일단 나아가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오늘날의 인간으로부터 신들을 박탈하고 세계와 인간의 삶으로부터 혼을 빼앗는 일이 종결상태에 이르러 기계문명의 극치에 달하였으며 그런 중에도 상대주의의 절정속에서 영원의 문제가 전에는 감히 상상이나 예감하지도 못한 힘으로 환기된 이 때 상대화의 부정적 과업과 함께 보다 더 크고 긍정적이며 적극적인 과제가 등장한다. 옛날 초대 교회의 시대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신들을 박탈당하여 공허한 세계 속으로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가지고 들어가 그것을 세우고 새로운 입술과 혀로 하나님의 화해역사(Versoehnungstat Gottes)를 증거하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서만 마귀에 의해서 파열되고 분쇄된 인류가 치료와 치유를 받을 수 있으며 이렇게 함으로서만 기계문명도 하나님의 창조작업에의 참여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수단으로 의미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십자가를 세우고 하나님의 화해작업에 대해서 증거하는 것을 오늘날의 세계가 알아듣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하지 않으면 안된다.

기독교의 진리와 그 증거가 원시적인 문화수준의 사람들과 접촉될 때에는 그리스도의 복음은 단순히 그 종교적 힘을 통해서 작용하고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여기에는 어떠한 독특한 인생관과 세계관의 수립이나 그 체계화도 필요하지 않다. 왜냐하면 원시문화의 배경에는 다만 원시적 신화만이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시신화는 오늘날 자연과학에 의해서 동요되고 붕괴되었다. 선교사는 고답적인 문화의 개척자로서 선교지역에 가기 때문에 이로써 이미 문화적으로 우월한 비중을 확보한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지구전면에 한 독자적 세속주의가 우리와 대결하여 나타날 때 상황은 달라진다. 이러한 세속주의는 고도한 문화수준에 서서 오늘날 자연과학 전체와 기계공학에 아주 친근하여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 우리는 또 다른 전면적 그리고 독자적이며 독특한 입장을 가지고 맞서지 않으면 안된다. 이 후자의 입장은 오늘날의 세계정황과 기계문명 및 자연과학의 세계상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능가하고 지배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그래서 기독교교회는 한 새로운 과제 앞에 서게된다. 우리는 성경중심적 삶의 자세와 계획이 필요하다. 즉 한 성경주의적 사회윤리학이 필요한데 이 윤리에서 산업화시대에 대두된 인간공존의 모든 문제들(alle Fragen des menschlichen Zusammenlebens)을 성경에 비추어 조명하고 해결하는 작업이 필요한 것이다. 이 필요한 요구는 우리 시대에 언제나 거듭 반복하여 제기된다. 그러나 문제제기와 성경주의적 사회윤리의 설정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그 이상의 것이 필요한 것이다. 성경주의적인 한 기독교 철학이 필요하다. 불신과 반역과 무신론적 철학에 반하여 신앙의 철학이 필요하고 십자가로부터 세계관과 인생관을 설정하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가 교회사를 회고할 때 오늘날의 정황을 어거스틴 시대의 교회상황과 비교할 수 있다. 어거스틴 때에 예수님 재림이 임박하다는 기다림의 태도가 사라지고 교회는 처음으로 성경의 기본내용으로부터 서구문화의 사유형식과 삶의 태도를 평가하고 그러면서도 기독교 진리와 복음의 소금같은 작용과 효력을 조금치도 상실하지 않으며 인생관과 세계관을 수립할 과제를 당면하게 되었던 것이다. 오늘날 이와 같은 과제를 이행 성취하기 위하여 전 역사를 통하여 제일 중요한 영(靈)과 능력(能力)의 증거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신앙안에서의 사유작업도 필요한 것이다 왜냐하면 오늘날 우리시대의 세계사상가와 철인들의 시야보다도 성경주의적 사상가들과 문인들의 역사적 그리고 자연과학적 시야는 훨씬 좁기 때문이다. 자연과학과 자연철학에서는 천랑성(天狼星)의 거리와 수억광년을 다루고 있는데 성경적 자연과학자와 문필가들이 고작 다루는 것은 지구역사의 수천년에 국한하고 있을 뿐인 것이다. 하나님께서 계시하실 때에 계시를 받을 사람들의 제한된 세계상으로 하강하신 것은 긍휼과 연민과 자비하심으로 취하신 종의 형상인 것이지 우리의 세계관을 위축시키려고 하신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오늘날 우리에게는 하나님 말씀의 내용을, 조금치도 도외시하거나 상실하거나 변경시킬 것 없이, 현재의 확대된 세계상으로 옮겨 적용할 과제를 가지게 된다. 이것은 마치 오늘날 한 음악가가 18세기에 작은 피아노와 같은 스피넷악기에 맞춰 작곡한 베토벤의 작품을 그 음악적 내용을 조금치도 변경시키지 않고 오늘날의 오케스트라(Orchester)에 적용시키는 과제와 마찬가지이다.

이리하여 세속주의의 세계정복행각은 그리스도의 교회를 한 새로운 힘찬 과제 앞에 세워놓는다. 적그리스도와 반기독교적 세력들은 모두 다 단결하여 전열을 정돈하고 있다. 교회의 표적은 폭풍을 마주 대하고 있다. 마지막 영(靈)들의 투쟁이 예비되고 있다. 한 위대한 시간이 당도하였다. 아마 이 시간은 마지막 시간일지 모른다. 이 위대한 시간에 때의 징조를 알고 원수에 대하여 그리스도와 함께 고난당하고 죽고 죽음을 통하여 승리할 자세가 되어 있는 한 무리들이 있기를 기원한다.

▣ 신학 공부와 목회직의 특수성격

-신학교 입학생들에게 주는 말-

여러분과 우리는 공통적인 입장에 서 있게 되었습니다. 즉 신학연구와 목회에 오랫동안 활동하여온 나이든 우리들과 이제 처음으로 신학공부를 시작하고 목회를 계획하는 젊은 여러분들은 다 공통적인 입장에 있습니다. 오늘 이 특강에서 말하고자 하는 모든 것의 가장 기본적이며 공통적인 대화의 출발점은 여러분 신입생들이나 연로한 우리들이나 모두 신학공부의 의미가 문제시되고 또 퇴색하기도 하였으며 신학할 필요가 어디있느냐고 논란이 많은 때에 다같이 신학을 공부하기로 모험하였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때에 우리들은 우리들의 가장 귀중한 삶의 시절을 교회봉사의 생애를 준비하는데 바치기로 모험한 것입니다. 우리 연로한 목사와 신학자들도 한 때는 여러분과 같이 젊었으며, 그와같이 젊었던 때에 신학하기로 모험한 것이었습니다. 전쟁에서 부상당하여 더 이상 군복무를 할 수 없게 된 한 장교가 신학을 지원한 적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그에게 묻기를 왜 신학과 목회계획을 택하였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대답하기를 '나는 한 과감하고 모험적인 직업을 택하고자 하였습니다'고 말하였다고 합니다. 목사직은 현대 기계문명 사회에서 무의미하고 케케묵은 직업이라고 백안시하는 사람들의 수가 날로 늘어가는 현시대에 목회를 위하여 자기의 전생애와 인격을 투입하고 투신한다는 것은 진정으로 큰 모험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여러분 중에 상당수가 독일의 여러 다른 지역들에서 처음으로 넥카연변에 있는 이 전원적 도시 튀빙겐에 공부하려고 왔다고 생각합니다. 여기 조그마한 튀빙겐시에서 사는 주민들은 다른 대도시에서 온 여러분 학생들에게는 무엇인가 낙후적이고 시골뜨기같으나 단순하고 천진하게 보일 것입니다. 그러나 여러분들이 태어나 성장한 대도시들은 지난 전쟁동안에 폭격을 받아 폐허가 된 곳도 많이 있으리라 생각되는데, 전쟁 중 폭격의 피해를 받은 대도시들에는 허무주의의 어두운 물결(die dunkle Flut des Nihilismus)이 훨씬 높이 일고 지난 날의 오랜 세계관과 전통적인 시민 도덕의 모든 기초들이 흔들려 버린지 오래입니다. 이런 대도시에서는 해가 뉘웃뉘웃지면서 땅거미가 지는 황혼에 거리를 통과할 수가 없습니다. 거리가 어둑어둑해서 지나가게 될 때면 강도와 절도들이 어두운 골목에서 나옵니다. 그들은 지하 어두운 그늘에서 나타나는데 그들은 폐허더미속에 또 폭격으로 깊이 파인 곳들에서 거주하고 있습니다. 이와같이 불결한 도시의 밀물이 불어나면 불어날수록 목사직은 시민생활의 공적인 보편적인 직업으로 인정받지를 못하고 더더구나 사회에서 백안시 목사무용론이 대두되게까지 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되면 우리는 '믿음, 공부, 직업'(Glaube, Studium urrd Beruf)의 세마디를 말할 때에 제기되는 가장 핵심적인 문제 앞에 서게 됩니다. '오늘날 우리가 직업을 선택할 때에 소수의 사람들만이 가지고 있는 믿음 위에 처음부터 끝까지 기초하고 있는 일생의 직업을 선택할 수 있겠는가?'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신학과 목회의 직업이 처음부터 끝까지 다른 모든 직업들과 구별되는 독특하고 특징적인 면이 바로 목사는 신앙 위에 일생동안 기초하고 있는 직업이라는 것입니다, 다른 직업들은 모두 경험세계의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기본법칙들에 착실히 준하고 있습니다.

수공업자나 각종 기술자, 언어학자, 수학자, 음악가, 의사, 판사를 생각하여 봅시다. 이 직업들은 이 세계가 존속하는 동안 항시 있는 직업들이며 이 세계에서 필요로 하는 직업들이기 때문에 나는 마음놓고 확실하게 이 직업들을 택하여 나의 생계를 설계할 수 있습니다. 목수나 철물공, 구두만드는 사람, 피혁공, 의사 등과 같은 직업인들은 전세계가 허무주의로 범람할 때에도 세계가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며 또 그러한 직업들입니다. 그러나 신학자의 경우는 다릅니다. 어느 날 보이지 않는 불가시적 세계에 대한 믿음이 이 신학자에게서 붕괴되고 와해될 때 그는 심연으로 추락하며 파선자와 영락자(零落者)가 됩니다. 최근 어느 풍자해학의 잡지에 '목사'라는 제목으로 조그만 시가 실렸습니다. 이 시에서는 한 젊은 청년이 신학공부를 시작하였다가 몇 학기 공부한 다음 성경비평의 영향을 받고(unter dem Einflu Ղ der Bibelkritik) 어렸을 때부터 배양하여온 믿음이 완전히 허물어져 버린 경우를 잘 묘사하였습니다. 그는 방학이 되어 고향에 돌아와 부모들에게 자백하기를 성경비평을 공부하므로 말미암아 부모님들로부터 어려서 길러온 신앙이 완전히 붕괴되어버렸음을 고하고 전공과목을 다른 것으로 바꾸게 허락해달라고 간청하였습니다. 그때 시의 내용은 계속되기를

'아버지는 제단천을 말하고 어머니는 '아들아, 강하게 나가라!'하여 제 후원교회를 속여 매월 300마르크를 타내는도다'하였습니다,

신학자에게 신앙이 붕괴되어 버렸을 때 이것은 오늘날 소설들에서 늘 재현되는 모습입니다. 에른스트 비헤르트(Ernst Wiechert)의 소설 '예로민아기들`(Die Jerominkinder)에 아그리콜라(Agricola) 목사가 아주 인상 깊고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이 아그리콜라(Agricolt)목사의 신앙은 신학교에서 성경비평을 배우다가 붕괴된 것이 아니라 자기 교회에 큰 재해가 몰아닥쳤을 때 이 재해를 하나님의 존재와 부합시켜 설명할 수가 없었으므로 결국 목사의 신앙이 붕귀되어 버렸습니다. 이 재해란 다른 것이 아니라 전염병이 휘몰아와서 어린아이들을 앗아갔는데 열 개의 마을들에서 71명의 어린아이들이 죽었습니다. 이때 아그리콜라(Agricolas )목사는 하나님을 저주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는 부르짖기를 '오! 신이여, 어린아기들의 살인자여, 보라, 당신은 애굽에서 첫 아기들과 첫 새끼들을 죽이고도 만족치 않았고 베들레헴의 아기들을 죽이고도 만족치 않았지 않소? 또 당신 자신의 독생자를 죽이고도 만족치 않으셨지, 당신은 그를 십자가에 못박았으니까, 그리고 또 부족해서 이 열 개의 마을들에서 71명의 아기생명을 당신은 앗아갔소'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내적으로 좌절한 목사는 하나님을 이렇게 저주한 것으로 하나님과의 관계를 청산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야곱이 하나님과 씨름하듯 하나님은 자기의 가장 위험하고 나쁜 원수이기라도 한 것처럼 자기 호흡의 마지막 순간까지 하나님과 투쟁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목사상은 다만 소설에만 나오는 목사들의 모습일 뿐만 아닙니다. 많은 목사들의 서재에서는 오늘날에도 아주 조용한 중에 그리고 깊은 고독 속에서 이와같이 야곱이 한 것과 같은 하나님과의 씨름들이 싸워지고 있습니다. 이런 것을 생각할 때에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 믿음에만 기초한 직업을 지원하고 그것을 위하여 스스로 준비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모험이란 것을 우리는 손쉽게 깨닫게 됩니다. 우리 신학도들은 늘 다른 진영에 있는 호의적이고 우호적인 친구들로부터 이 위험한 신학공부를 중단하라는 충고를 받습니다. 나는 세계 제 1차대전 중의 한 장면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한 전투중대에 꼭 한 명의 신학도가 있었는데 모든 중대원들이 다 그를 좋은 전우라고 생각하고 또 전우들 중에서 그는 평판이 좋았습니다. 어느 날 그의 친한 친구들이 그를 둘러싸고 말하기를 '이 사람아, 우리는 자네에게 좋은 뜻에서 또 깊은 우정 속에서 말하네. 학업과 직업을 신학과 목사에서 다른 것으로 전향해보도록 하게, 자네가 목사가 되면 2년 안에 깡통찰걸세'하였습니다. 이보다 더 잊을 수 없는 기억은 바로 여기 튀빙겐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그 유명한 크리스토프 슈렘프(Christoph Schrempf)가 여기 튀빙겐에 있는 모든 신학도들 앞에서 어느 날 밤 말하기를 신학생 모두 아직 시간있을 때 에 직업을 바꾸라고, 즉 신학에서 다른 학업으로 전향하라고 간곡히 말하였습니다, '내가 신학공부하므로 해서 처참하게 된 것처럼 제 2의 나와 같은 불행한 사람이 다시 나타나지 말기를 원하는 뜻에서 말하는 것입니다'고 말하였습니다. 그의 말은 너무나 충격적이어서 바로 그날 저녁 신학교 기숙사에서 공부하던 신학교 낙제생들 중 몇 명이 신학과 목회의 진로를 포기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신학공부의 위험을 고려하여 많은 자유교회들에서는 목사가 되겠다고 신학교에 지망한 사람들에 대해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다른 직업의 훈련을 받고 거기에서 봉사하다가 빈궁하여 부득이한 경우에는 다시 그 직업에 돌아갈 수 있는 사람들 외에는 신학교에 입학시키지 않기도 한 일이 있습니다. 이것은 비행조종사가 낙하산을 펴가지고 비행기와 함께 추락소실(墜落消失)되지 않기 위한 조치와 마찬가지입니다. 비행기가 총격을 받았을 때 추락소실되지 않기 위하여 극단의 경우 낙하산을 타고 뛰어내려 자기 몸을 구출받기 위한 조치인 것입니다. 이것은 좋은 예비 수단이긴 합니다. 그러나 목사가 비상시에 쓸 수 있는 직업이 있다하여 그가 신앙을 잃었을 때 처하게 되는 어려운 문제와 상황의 실제적 해결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이 비상조치는 외적, 경제적, 몰락의 위기에서는 보호하여 줄지 모르나 내적 위기와 좌절 앞에서 보호하여 주지는 못하는 것입니다. 자기가 섬기기 위하여 준비하려고 하는 복음의 일대 소식이 정말 기쁜 복음이 되는가 되지 않는가 갑자기 의문나게 될 때 이 좌절 앞에서 그는 경제적 비상수단으로 직업경험과 기술이 있다 하여 보호받는 것은 아닙니다.

Ⅱ

나는 앞에서 오늘날 목사직의 선택과 연관되어 있는 모험에 대해서 할 수 있는 한 절실하고 충격적으로 여러분들에게 인식시키기 위하여 여러가지 예를 들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제 2의 것을 말씀드리지 않으면 안되겠습니다. 이 목사직이 다른 어떤 직업과도 달리 그 자체 안에 가지고 있는 바로 그 신앙의 모험 속에 이 직업의 영광이 있는 것이며 신학 공부가 오늘날 젊은이들에게 행사하는 신비적 매력이 있는 것입니다. 젊은이들은 오늘날 세계대전과 그 무시무시한 결과들을 체험하였기 때문에 신학공부의 신비적 매력에 끌리고 목회필요의 절실함을 통감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외적 미래뿐만 아니라 우리의 실존전체를 모험하는 직업을 선택하는 일에 대하여 어떠한 반대와 역행적 충고가 온다 하더라도 우리가 투신한 삶을 진지하게 고려하여 신학과 목회선택의 의미를 심도있게 성찰하지 않으면 안되겠습니다. 정말 현대의 영상(ein Spiegelbild) 또는 반사체인 현대철학(die heutige Phi1osophie)은 오늘날 우리가 겪고있는 세계운명의 육중한 짐아래서 지금까지 반세기 전까지만 하여도 철학계를 석권한 사변적 관념주의와 칸트 철학 및 후기 칸트 철학을 거쳐 차츰 실존주의 철학으로 전향하게 되었습니다. 실존주의 철학이라 함은 우리가 우리 모든 동포들 및 이웃들과 함께 처하여 있는 현존재 형태와 실존양식(die Dnsehsform und Existenzweise) 에 대하여 관조하는 것입니다. 이 실존주의 철학가들로 하이텍거, 야스퍼스, 그리세바하(Heidegger, Jaspers und Grisebach)를 예로 들어보면 그들은 관조하기를 우리의 인간적 자아에 결국 다만 두 가지 양식의 존재만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 하나는 우리가 현존재 자체를 놓치고 상실하는 '비고유적 실존'과 '우리 고유성의 파악'이 또 다른 존재양식입니다. 보다 쉽고 단순하게 표현한다면 우리가 우리의 아무러한 기여와 뜻없이 세상에 태어나게 된 그 수수께끼 같고 불가사의한 신비성은 실존의 두 가지 가능성만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첫째 가능성은 우리가 세계와 삶을 전혀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존재양식입니다. 이때 삶은 아무러한 의미를 띄고 있지 않는 취생몽사의 삶입니다. 이러한 쾌락주의적 존재 양식 속에서 삶에 대해 무엇때문에 우리가 고민하겠습니까? 세상이 흘러가고 오늘 우선 큰 탈없이 잘 사는데 무슨 고민을 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오늘 즐겁게 환락과 열락속에서 쾌락을 향유하는 것이 제일 좋은 것입니다. 그리고 삶이 재미가 없으면 삶을 내던져 버리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2차대전 이후 젊은 청년들 가운데 엄청나게 유포되고 편만되고 만연된 허무주의적 기본감정과 기분상태입니다. 이러한 삶의 좌표에서는 생계를 꾸려나갈 직업을 얻기 위하여 공부하고 시험을 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지상실존(地上實存 : die irdische Existenz) 의 제일 가능성(die erste Moeglichkeit) 입니다. 그러나 이제 제 2의 존재가능성이 있습니다. 앞에서 말한 취생몽사의 현실주의적 생활로 우리는 만족하지도 못하고 또 그것만 계속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생물학적 생존도 할 수 밖에 없지만 진정으로 '고유하게'(eigentlich) 실존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보이지 않게 세계와 세계 사건 뒤에 있는 신비의 근거와 부딪쳐 삶의 수수께끼와 진지하게 투쟁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 투쟁 속에서 어떠한 대가를 치루고서라도 마지막 의미를 찾고자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삶을 보다 고차적인 필연성 밑에 두고 삶을 영위한 사람들의 노선 위에서만 가능한 것입니다. 이들이 바로 선지자 예레미야나 루터 그리고 불룸하르트(Blumhardt)와 같은 사람들인 것입니다. 선지자 예레미야는 우리들에게 그와같이 감동적인 개인고백을 남겼습니다. 그들은 눈으로 보거나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이 세계 속의 현실 위에 있었습니다. 그들은 도약과 비약을 감행하여 우리가 사실은 영원히 의존하고 있는 신비적이고 불가시적인 힘의 팔에 생사를 불고하고 무제한한 신뢰심을 가지고 스스로를 맡겼습니다. 이러한 신앙의 도약에는 두 가지 중의 하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한 편으로는 심연으로 떨어져 분쇄되든가 또 한편으로는 하나님의 보이지 않는 팔에 안기게 됩니다. 어느 것이 발생할 것인가 하는 것의 결정은 우리의 손에 놓여 있지 않습니다. 이 모험의 긍정적 결과를 산출할 어떤 인간적 방법은 없습니다. 우리는 전적으로 하나님께 내 맡겨져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완전히 주권적으로 인격적 결정을 내리시는 분이십니다. 이때 사람으로서는 깨다를 수도 인식할 수도 없고 오직 증거할 수 밖에 없는 엄청난 일이 발생합니다. 사람들 '존재의 분계상황'(Grenzsituation des Daseins) 에서, 곧 지상의 모든 보장들이 다 사라져 버린 순간에, 전쟁에서 생명의 극단적 위험에 처한 경우나 우리의 모든 재물이 파산되어 버렸을 때나 전혀 거처없이 우리 지상존재의 밑받침이 우리 발밑에서 완전히 제거되어버린 상황에서, 이와같이 인간실존의 극단적 위기인 분계상황속에서 신앙의 도약(der Sprung des Glaubens)을 감행하였을 때에 우리는 허무로 추락한 것이 아니고 하나님의 품안에 안기게 되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와 관계를 수립하셨기 때문 에 우리가 안심하고 평안히 쉴 수 있는 불요불굴의 기초를 우리는 찾게 되 는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의 외적 생명이 죽음의 위험으로부터 구출된 것 을 꼭 의미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위험 속에서 죽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심원하고 불가사의한 안도감 속에서 죽는 것입니다. 이 신비적 안도감과 내적 평화는 영원 속에서 더 이상 상실될 수 없는 것입니다. 무(無)로의 추락과 하나님의 보이지 않는 팔에 안기는 것은 신학자뿐만이 아니라 오늘날 악랄하게 만연되고 있는 세속주의에 물들지 않고 삶과의 투쟁을 끝까지 진지하게 수행하는 사람은 다 그 앞에 서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 다른 모든 직업들과 신학 및 목회직과의 구별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신학도는 인간의 이 최후적 양중택일(dieses letzte Entweder - Oder des Menschen)을 끝까지 철두철미하게 생활화하고 마지막 결과까지 성찰하는 사람입니다. 신학도는 훗날 목회재직시에 자기 교회 전체와 함께 인간의 이 두 가지 최후 가능성들을 언제나 새롭게 철저히 규명하고 투쟁하고 견디어 내고 분투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무슨 의미인가 하는 것은 우리가 오늘날 이 시대에도 영혼의 배려자 곧 목회자들로 매일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상담할 때 곧 밝혀집니다.

특히 오늘날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개인운명으로 자기들에게 닥친 일들 때문에 하나님에 대하여 절망하는 사람들과 이야기 할 때에 그 의미가 밝혀지는 것입니다. 독일 북쪽의 한 고을에서 목회하는 한 분이 최근에 나에게 편지하였습니다. 그가 사는 지역에는 동독으로부터 수많은 피난민이 줄행랑을 이루었는데 미래가 캄캄한 이 피난민들은 삶의 소망을 잃어서 그들과 이야기하게 될 때는 언제나 '절망하는 자들과 절망할 수 있을 뿐'이라고 편지에 말했습니다. 목사는 매일 사람들의 극단적인 궁핍과 곤궁을 목회상담속에서 실존적으로 각박하게 체험하기 때문에 그는 여기에서 내적으로 좌절하여 존재의 의미에 대해서 절망하게 될 가장 큰 위험 속에 있게 되는 것입니다. 하나님과의 투쟁에서 좌절하여 쓰러진 신학도는 오늘날 좌절하여 무너진 사람들 중에서 가장 처참하고 처절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한편으로 목사는 가장 어려운 직업이면서도 동시에 모든 직업들 중에서 가장 영광스러운 직업인 것입니다. 이 목사직을 위한 신학적인 준비과정의 내적 영광과 그 존엄성과 존귀성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곧 우리가 이 직업으로 하나님의 부름을 받았을 때 우리가 연약하고 허물이 있고 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폰 비브라 남작(Freiherr von Bibra)이 1946년 출판한 저서에서 표현하였듯이 우리는 '하나님으로부터 권위를 부여받은 사람들'인 것입니다. 이와같이 하나님으로부터 권위를 부여받았다는 데에 목사직의 위엄과 영광과 존귀성이 있는 것입니다. 이 말은 우리가 거의 매일 생활하면서 결정을 내리는 일들이 인간적인 사회기관이나 법적 판결이나 민주시민적 여론 결정들과 전혀 무관하다는 것입니다. 어떤 의사나 판사나 대기업가가 내리는 결정사항들과는 전혀 다르다는 말입니다. 여기에서는 하나님의 권위로부터 내리는 결정들이 시행되는데 이 결정들은 영원한 의미를 지니고 있고 그러므로 어떠한 인간적 결정보다도 더 인간생활의 내면과 그 실제적 측면에 깊이 관여하는 것입니다. 슈니빈드(Schniewind)는 1947년 출간된 그의 저서 '목사직의 영적 쇄신에 대하여'에서 역설하여 갈파하기를 그리스도께서는 사도 베드로와 그의 후계자들에게 뿐만 아니라 초대교회 전체에 권한을 위임하셨다고 하였습니다. 다시 말하면 '너희가 땅위에서 묶는 것은 하늘에서도 묶일 것이요, 너희가 땅위에서 푸는 것은 하늘에서도 풀리리라'(마태복음 16장 19절)는 말씀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세계사적으로 전연 새롭고 독특한 것입니다. 세계의 법정에서 유죄선고를 내리고 대중의 여론이 모두 지탄하고 저주하는 사람이 사형수로 감옥에 있는데 우리가 그에게 복음의 말씀을 가지고 가서 하나님의 무죄판결을 전달하므로 하나님의 평화가 그의 심혼속으로 들어오고 그의 양심을 누르던 쇠사슬과 마력이 지상에서 뿐만 아니라 하늘과 영원 속에서도 풀렸다는 확신이 이 사형수의 마음속에 자리잡힐 때 이것이야말로 세계사적으로 전대미문의 유례없고 독특한 것입니다. 근무이탈이나 항명 또는 이적행위 등으로 사형언도를 받은 군복역수와 더불어 그가 총살당하기 전 마지막 날 밤을 보내라는 어려운 임무를 부여받은 종군목사들은 이 사형수들이 자기의 과거 전체를 회상하는 이 중요한 시간에 그들이 생존시에 가졌던 어떤 대화나 담화보다도 더 중요한 대화를 나누게 됩니다. 이 때에 어떤 지상의 인간도 어떻게 할 수 없었던 양심의 가벼워짐을 그들은 갖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목사들로서 전세계가 열광적으로 환영하고 박수갈채를 보내는 세계 권력자에게 하나님의 이름으로 유죄선고를 내리게 될 때에 이것은 무엇인가 능력과 권세가 있는 일입니다. 폰 베르겐 그루엔이 쓴 현대 소설 '대폭군과 재판' (Der Grottyrann und das Gericht)은 아주 많이 읽혀지고 있는 소설인데 그 마지막 장면이 아주 인상적입니다. 카사노시의 빈민굴에서 돈 루카(Don Luca) 라는 검소한 목사가 나와서 카사노시의 전제폭군에게 멸망선고를 내립니다. 폭군은 목사를 즉시 사형에 처하려고 하였는데 목사의 준엄한 영원의 꾸지람은 대단하였습니다. '만인중 가장 악독한 자여, 너는 유혹의 노리개, 유혹에 패배당한 자, ...... 너는 에덴동산에서 우리 선조들에게 말한 그 뱀의 유혹의 노리개로다. 뱀은 그때 말했지. '너는 선과 악을 알게 되어 하나님과 같이 되리라고', 악의 불요불굴한 규탄자 돈 루카 목사를 당장 죽여버리려 했던 대폭군은 양심의 가책을 받게 되어 '고개를 돌린 다음 얼굴을 떨어트리고 손에 얼굴을 파묻었다'고 소설에 되어 있습니다. 이렇듯 목사는 영원한 심판자의 사신(使臣)으로 이 지구의 권력자에게 최고의 권위를 가지고 선고하고 규탄하여 이것이 '하늘에서 묶이게 하는' 어려운 과제를 부여받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 봉사와 목회'(Ministerium verbi divini)의 위엄과 권위는 일찌기 세례요한이 헤롯 앞에서 생명을 무릅쓰고 정의의 선고를 내린 것과 같은 것에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우리 생애중 단 한번만이라도 하나님의 말씀과 메시지를 선포할 권위를 부여받았다 하여도 그것은 너무나도 위대한 일이므로 전 인간생명과 일생에 해당하는 가치있는 일이 되는 것입니다. 세례요한이 젊은 나이에 한마디 정의의 규탄으로 목숨이 끊겼지만 70년 또는 80년 향수한 사람의 삶보다도 더 가치있었던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전권을 위임받은 것의 의미는 의사의 역할과 의무가 한계에 달한 경우에도 독특하게 나타납니다. 의사는 자기의 지식과 인술을 다 동원하여 환자를 치료하려고 최선을 다하였지만 환자는 소생할 희망이 없고 죽음의 문턱 앞에 놓이게 됩니다. 사람이 영원의 문 턱앞에 놓이게 될 때 자기 전생애의 가장 중요한 시각에 그는 도달한 것입니다. 이래 그는 완전히 자기 자신에 대해서 가장 정직하고 솔직하여지며 자기의 처지와 상황을 분명하게 인식하게 됩니다. 이때 그에게는 시간과 영원을 판가름하는 순간이 당도하였고 그는 결정들을 내리지 않으면 안됩니다. 목사가 바로 자기 삶의 가장 중요한 이 시간에 그의 곁에 가까이 있게 된다는 것은 진정으로 무엇인가 위대한 것입니다. 목사가 그리스도의 전권을 위임받은 자로서 자기의 임무를 사람들과는 완전히 독립적으로 잘 수행하고 있는가 있지 않는가 하는 것은 그가 매혹적이고 감동적인 설교를 잘한다거나 심리학적 감정이입의 남다른 역량을 가졌는가 갖지 않았는가에서 결정되지 않습니다. 우리가 하나님으로부터 전권을 부여받고 성령의 능력으로 말하고 있다는 것은 설교를 어떻게 할까 아주 어렵게 여겨지면서 설교단에 올라갈 때라든가 또 어떻게 충고하고 권고하여 줄까 어리둥절하면서 상담시간에 신자를 대할 때에 더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베를린의 도시선교회에서 오래동안 일한 노경력(老經歷)의 단넨바움(Dannenhum) 목사는 인기있는 설교자들에 대해서 일찌기 말하기를 '그들의 설교는 소음만 잔뜩 내는 멋있는 공포사격으로, 탄환을 맞고 부상당한 사람은 하나도 없다. 탄환을 맞고 부상당한 사람이 있어야 사격효과가 있는 것인데 그러한 사람이 없다. 또 그들의 설교는 밤하늘을 휘황찬란하게 밝히는 빛나는 불꽃놀이이긴 하나 곧 다시 꺼져버리고 만다'고 하였습니다. 사람들의 양심이 깨어나고 가책을 받는 것은 우리가 말하는 설교를 들을 때에 듣는 사람들이 설교자는 완전히 잊어버리고 오로지 하나님 앞에 서서 하나님의 심판과 긍휼과 자비와 사랑의 지배 밑에 있을 때만 양심이 영향을 받고 각성촉구되는 것입니다.

Ⅲ

이와같이 우리가 선택한 직업이 가장 위험하면서도 가장 영광스러운 직업이라면 신학공부는 첫 학기부터 계속 목사직의 위험한 그늘과 동시에 그 영광의 빛가운데 있는 것입니다. 이 공부는 가파로운 산봉우리를 올라가다가 중도에서 추락하든지 아니면 산봉우리에 당도하든지 하는 등반 여행에 비유될 수 있습니다. 맛터호른산의 기슭에는 산 정상을 올라가다가 미끄러져서 추락한 등반객들의 공동묘지가 있으며 여기에서 등반객들은 휴식을 취합니다. 이렇듯 신학교 주위에도 신학교공부와 결부된 위험을 늘 상기시켜주는 추락자들의 공동묘지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위험한 공부를 시작하는 자에게 몇 가지 중요한 충고를 지금 드려야 하겠습니다.

가. 우리는 신학공부를 함에 있어서 다른 어떤 학문에 있어서 보다도 더 정직하여야 하고 우리 진리와 진실의 양심이 울려주는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으면 안됩니다. 우리 매일 일상의 실제생활에 대해서 경고하는 양심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지적 양심(知的 良心 : ein intellekruelles Gewis- sen) 학문탐구의 정신과 양심도 있습니다. 우리는 신학공부를 할 때에 우리들의 마음을 괴롭히고 어지럽게 하는 어떤 과격한 신학적 의문이나 거부감을 억압하거나 회피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에게 떠오르는 어떤 문제도 잠재의식 속으로 추방하지 말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 귀중한 삼년 또는 사년의 신학공부기간, 훗날 우리가 '그리스도 대신의 사자와 대사'로서 교회 앞에 나가서 제시하여야 할 신앙관의 구조를 확립하기 위한 주초를 튼튼하게 놓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신앙관의 건물은 기독교의 반대자와 공격자들이 가하는 모든 공격의 불꽃을 다 막고 이겨내기에 튼튼하고 어떠한 폭탄이 떨어져도 요동되지 말아야 합니다. 베드로전서 3장 15절에 '너희 안에 있는 희망에 대해서 근거를 묻는 사람 모두에게 언제나 변증할 태세를 갖추고 있으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신약성경의 바로 이 구절에서 오늘날 신학이 대체적으로 소홀히 하고 있는 'apologia'란 말이 나옵니다. 이 말은 복음을 이성의 논리로 증명하고자 시도하던 낡은 스타일의 변증학을 여기에서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에서 의미하는 바는 성경적 확신의 타당성에 대해서 제기하는 의문의 신자와 또 그 반대와 이의로 회의에 빠질 위험 속에서 목사에게 상담하러오는 신자뿐만이 아니라, 공개토론에서 교회의 신앙을 공격하는 반교회론자들에게도 답변할 준비태세와 용의를 갖추어야 할 것을 말합니다. 이 반대와 이의들이 역사적 관점에서 성경본문 전승상의 차이를 지적하면서 사도의 증거에 대한 신빙성을 반문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또 현대 자연과학적 세계상 앞에서 성경의 기사 이적에 대한 의의를 제기하고 기도를 들어주시며 <아무것도 불가능하지 않으신>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공격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 모든 반대와 이의에 대해서 답변하기 위하여 우리는 하나의 분명한 입장을 신학을 공부하고 있는 이 기간 동안 확립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어떠한 공격자와 반대자에게도 잘 천명하고 옹호할 수 있도록 역사적으로 자연과학적으로 건실하게 확립된 입장을 확보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우리가 신학을 공부하는 학생시절 성경 본문 전승 문제와 자연과학적 사실 앞에서 부딪치는 문제를 한쪽으로 밀어치우거나 잠재의식 속으로 추방해 버리게 되면 훗날 실제 목회선상에서 크나큰 어려움을 직면하게 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와같은 반대와 이의와 의문들이 교회행정의 주요 인물들에 의해서 제기되었을 때 우리 자신 아주 어려운 도전을 맞게 되는 것이며, 힘에 겨운 난관에 봉착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책임있는 목회자들과 교회의 대표 또는 당회장으로서 마땅히 그러한 신자들이나 비기독교인들에게 답변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배우는 것입니다. 우리가 신학공부할 때에 놓은 주춧돌(礎石)들이 전반적으로는 좋은 재료로 잘 되어있다 할지라도 한 군데만이라도 불실한 데가 있어서 우리 신앙 확신의 건축이 하루밤 사이에 붕괴되어 버릴 수 있습니다. 아돌프 슬라터(Adolf Schlatter)는 언제나 강조하기를 '아무러한 편견이나 아집적 전제없이 기탄 없고 자유로이 학문을 탐구하여 수립한 실제 현실상과 살아계신 하나님에 대한 신앙사이에는 어떠한 모순도 결코 있을 수 없고 또 있어서도 안된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는 진정 현실 전체의 창조자와 지배자(der Schoepfer und Herr der ganzen Wirklichkeit) 이시기 때문이며 빌헬름 헤르만(Marburg) (Wilhelm Herrmann)은 말하기를 '지성의 희생은 모두 양심에 거스린 가책의 행동과 노력'이라고 하였기 때문이다'라고 말하였습니다.

나. 위험에 찬 신학공부를 선택한 청년학생 각자 각자에게 제 2의 권고를 주지 않으면 안되겠습니다. 우리가 이미 고찰하였듯이 이 공부는 신앙의 모험 위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신앙의 모험 위에서 상대하는 현실들은 수학적으로 증명되지도 않고 자연과학적 방법으로 실험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에서 감행하여야 할 신앙의 도약(der Spnurg des Glaubens)이 공중제비의 한 도약, 어두움 속으로의 도약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한 큰 오해일 것입니다. 아니, 우리가 믿는 것을 확신할 진리의 가능성은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보여주신 길입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누구든지 하나님의 뜻을 행하고자 하면 내 가르침이 하나님으로부터인지 또는 내가 내 스스로로부터 말하고 있는 지 알게될 것이다`(요7:17)고 하셨습니다. 다른 말로 말하면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복음의 기별은 이른 겨울에 강이 얼어서 강표면이 아스팔트길처럼 견실하고 단단한 것을 보고 느끼는 것처럼 확실하게 인식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전심전력을 다하여 이 얼어붙은 강위에 들어가서 몸을 굴리고 스케이트를 타도 강물에 빠져죽지 않습니다. 그리스도께서 말씀하시는 불가시적 실재를 인식하는데 아주 단순하고 빠르며 실천적인 길이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하나님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을, 하나님이 무엇을 원하시는가 알고 있는 것을 즉시 실천하는데에 있는 것입니다. 비록 하나님에 대해서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아무리 적다 할지라도 그것을 곧바로 실천에 옮겨야 합니다. 신학공부에서 처럼 학문적인 지식습득과 일상생활의 실천적 행동이 서로 직접적으로 또 상호의존적으로 관련되고 결부되어 있는 학문은 또 없을 것입니다. 다른 학문탐구에서는 학생이 자기 전공 분야의 연구내용과 거리가 먼 생활을 할 수가 있습니다. 공부는 지성으로 하고 삶의 중력과 주요관심은 다른 데에 들 수 있습니다. 어떤 법률학도나 판사는 직업은 법률에 매어 있을지라도 삶의 기쁨과 매력을 음악에 둘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신학의 경우는 다릅니다. 우리는 신학공부를 지성(知性, Verstand)으로 할 뿐만 아니라 전인간과 전인격으로 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신학자는 기도도 하지 않고 취생몽사하는 생활은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신학도는 또 습관적으로만 기도해서도 안됩니다. 알브레헤트 벵겔(Albrecht Bengel)은 말하기를 '신학자의 이마에는 영원이란 말이 새겨 있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신학도는 언제나 하나님과만 홀로 있고자 하는 충동을 갖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리스도께서 아침 일찌기 일 많은 하루가 시작하기 전, 모든 사람들로부터 떠나 사막의 고독 가운데에서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아버지와만 이야기하신 것처럼 신학도도 하나님과 홀로 같이하는 시간을 갖지 않으면 안됩니다. 신학도는 성경을 역사 문헌적으로만 또 교의학적으로만 연구하여서는 안됩니다. 그는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깊고 뜨거운 굶주림을 갖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는 '하나님의 입으로부터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지 않으면 안됩니다.' 신학도는 무엇보다도 먼저 다른 사람들과의 살아있는 교제에 대해 내면으로부터 깊은 욕구를 갖지 않으면 안됩니다. 신학도는 자기 개인생활을 철저히 절도있게 하여야 합니다. 혹시 자기 생활의 리듬이 깨진 경우가 있으면 바로 재정비하고 또 저녁에 기도할 때 하나님께 자유로이 접근하기를 방해하고 저지시키는 것으로 자기의 내면 인간이 불순하게 되었으면 바로 스스로를 재순화시키지 않으면 안됩니다. 신학도에게는 언제나 자기 삶에 대해서 허심탄회하게 서로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루터도 우리가 서로 내면적으로 깊은 사귐이 있는 사람과의 형제애에 넘치는 대화에 대하여 말하였습니다. 그는 말하기를 '나는 누구로부터도 은밀한 고백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며 전세계의 보물을 준다하여도 그것을 내놓지 않으리라. 은밀한 형제와의 고백과 대화, 이것은 마귀와 자주 그리고 많이 싸워본 사람이외에는 그 내적 의미와 힘이 얼마나 큰지 아무도 알지 못하리라. 만약에 형제와의 대화와 고백이 나를 붙들어 주지 않았던들 나는 벌써 오래 전에 마귀에게 목덜미를 잡혀 질식당하고 말았으리라'고 하였습니다. 우리는 이 모든 관찰과 고려성찰에 입각하여 볼 때 우리의 목사직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의 신학공부자체도 에리히 쉭크가 말한대로 <거룩한 봉사>인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봉사 속에 하나님의 전권위임 밑에서 그 어려움과 그 영광 전체가 표현되지 않으면 안되겠습니다. 이때 우리는 우리 목사직의 위험과 위대함 전체가 잘 서술되어 있는 예레미야의 고백(예레미야서 20장)을 깨닫고 경험하게 됩니다. 예레미야는 말하기를 '주님이시여, 당신은 저를 설복시키셨고 저는 당신의 설복을 당하였습니다. 당신은 나에게 너무나도 강하시고 위대하셔서 저를 이기셨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때문에 매일 조롱거리가 되었고 사람마다 저를 빈정대고 놀립니다....... 그때 저는 생각하기를 나는 주님을 다시 생각하지 말고 주님의 이름으로 다시 설교하지 않으리라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러나 그 말씀은 내 가슴속에서 타는 불처럼 내 골수에 사무쳐 그것을 더 이상 참아낼 수도 없었으며 더 견뎌낼 수도 없었나이다.'(렘20:7-9)고 하였습니다. 이것이 목회직의 위협과 영광과 필연성을 잘 나타내주는 말씀입니다.

▣ 하나님 신앙과 그리스도

사람들이 흔히 말하기를 '하나님은 믿는다. 또 하나님은 존재한다. 그러나 왜 그리스도를 믿으란 말이냐? 하나님과 그리스도가 무슨 상관이 있다는 말이냐?'라고 한다. 다른 말로 말하면 '주 하나님은 우리가 믿는다. 왜냐하면 주 하나님을 믿지 않게 되면 모든 세계관의 주초들이 흔들리고 또 모든 것이 뒤죽박죽으로 무질서하여지기 때문이다'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시대의 생각있고 지각있는 사람이, 또 현대의 세계상을 알고 신앙심과 종교의 필요성에 대해서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세계적으로 보편화된 하나님 신앙과 그리스도를 중보자와 세계 구속자로 믿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때 현대의 문제가 있다. 이 문제에 대한 답변을 셋으로 나누어 개별적으로 자세히 살펴봐야 되겠다.

1. 우리는 그리스도를 필요로 한다. 왜냐하면 그리스도 없이는 측량할 수 없는 세계전체를 움직이는 힘이 우리가 도저히 투시할 수 없는 어두움에 휩싸여 있기 때문이다.

2. 우리는 그리스도를 필요로 한다. 왜냐하면 '주님' 예수 없이는 우리의 행동을 위한 최후의 척도가 되는 명령의 위치가 없어지므로 우리는 윤리적 상대주의로부터 헤어 나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3. 우리는 그리스도를 필요로 한다. 왜냐하면 그리스도 없이는 우리가 우리의 죄를 끝장내지 못하고 그래서 하나님과 우리 동족과의 참다운 교제관계에 이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Ⅰ

세계와 만유 전체를 지배하는 힘이 우리들에게 계명과 삶의 지침들을 주며 우리를 벌하고 또 용서하시는 전능하신 한 분 인격체(eine all - maechtige Person)이시다는 견해는 아직도 코궤르니쿠스 이전의 세계상이 통용되던 때에만 믿어졌던 견해였다. 그 때에는 세계사의 전체 드라마가 상연되던 세계무대(die Welttuehnt)가 사람들이 거주하던 접시모양의 지구였던 것이다. 별들과 태양, 달, 천체의 성좌가 이 우주의 연극 상연을 조명하던 각광이었다. 그 당시 알려졌던 유성들 중에서 가장 원거리 상공의 높이에 하늘이 있었으며 여기에 하나님이 천사들과 복된 영체들 한 가운데에 보좌를 정하시고 계셨던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 정황 속에서 세계의 보좌에 앉아 계신 그 힘은 세계의 중심적 피조물로서의 사람들에게 모든 관심과 주의를 기우렸다는 것 은 두말할 것도 없이 믿을만한 일이며 또 자명한 일이기도 하였을 것이다. 하나님은 창조와 원죄의 타락에서 시작하여 마지막으로 세계심판과 세계 재창조로 완성에 이르는 인류사의 연극드라마를 연출시키는 감독이었다. 우주 안에서 인간과 인간 역사가 중심적인 의미를 띄고 있다는 이러한 관념은 코페르니쿠스의 혁명에 의해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에 의해서도 흔들리지 않고 이전에 지구가 차지했던 자리를 태양이 차지하게 되었지만 세계는 그 중심을 잃지 않았다. 케플러(Kepler)는 생각하기를 이제 태양이 천사들과 영체(靈體 : Geister)들의 거처가 되었고 또 그리스도께서 승천하신 곳이라고 믿었다. 크나큰 관념적 동요는 죠르다노 브루노(Giordano Bruno)가 예리한 착상으로 지금까지 우리의 태양계를 둘러싸고 있는 움직이지 않는 발광체에 불과할 뿐인 항성들 자체가 태양들일 수 있고 이 항성 제각기 자기 자신의 태양계를 지니고 있다고 피력하였을 때 관념 적 동요가 크게 일어나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가 속한 태양계는 우리의 은하계가 보여주는 렌즈형의 세계도에서 비교적 작은 부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수많은 태양계들을 포함하는 이 은하계는 무려 일만광년의 직경을 가졌다. 단지 하나의 은하계 내부에는 수백만의 발광성좌들이 우리의 태양과 같이 있고 이 성좌들과 발광체들은 우리의 태양보다도 훨씬 더 큰 것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지난 오십년 동안에 천문학의 발전은 다대하고 위대하였지만 최근의 가장 큰 발견은 칸트(Kant)와 같은 위대한 지성이 이미 오래 전에 예견하고 예감하였던 것이다. 밤하늘에 보이는 나상성운(螺狀星雲)은 거대한 망원경으로 볼 때 눈앞에 여러 갈래의 구성체와 조직체로 나타나는데 이것들은 사람들이 이전에 생각하려던 것처럼 우리의 은하계 내부에 있는 구름들이 아니고 독립적이고 별개의 은하계들인데 우리의 은하계와 비슷하면서 도 우리의 은하계보다 훨씬 큰 것들이다. 이와같은 세계도 내지 은하계들이 수천만개 있을 것이다. 그래서 우주는 측량하기 어려웁게 크고 엄청난 차원들을 얻게 되었으며 우리 인간들은 세계의 핵심적이고 중추적인 피조물의 위치에서 한순간 이 세계의 진토 위에 나타났다가 다음에 곧 사라져 버리게 되고 마는 미미하고 보잘것 없는 하루살이들로 판명되고 말았다. 우리의 조그마한 지구는 그 위에 거주하는 모든 인종들 및 민족백성들과 함께 어느 날 연쇄반응을 작동시키는 원자탄을 투하받고 흔적도 없이 멸망될 때에도, 또 우리의 태양계 전체가 이미 그 정점을 넘어 빙사하게 될 때에도 이 대격변이 우주와 세계 전체 내부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의 과정에 그렇게 본질적으로 중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은 마치 어느 여름 저녁에 삼림 변두리 어느 지역에서 한 개똥벌레가 솟아 올라왔다가 곧 다시금 습한 잔디속에 침몰하여 소멸되어 버리는 것이 우리 지구의 발전에 중요하지 않은 것과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러한 사실들을 알고 있지만 이것들은 모두 다음과 같은 물음을 제기한다. 우주와 우리의 작은 이 지구와 인간과의 관계가 이렇다면 지구에 거주하고 있는 우리 인간들 그리고 우리 미미한 하루살이들은 세계를 움직이는 이 힘에 대해서 도대체 감히 무슨 말이라도 할 용기를 내겠는가? 수천만의 은하계들을 움직이고 통제하시는 이 힘이 사람들과 인간 백성 및 민족들과 상이한 인종들과 같은 그렇게 미미하고 전혀 보잘것 없는 존재들에 대해서 배려하고 관심을 두고 계시다는 것을 믿을 용기를 우리는 어떻게 내겠는가? 이 힘의 지배에 대하여 우리가 감히 무슨 생각이라도 할 용기를 낸다면 모든 인종들과 민족백성뿐 아니라 태양계들도 모두 이 우주통솔의 힘 앞에서는 시시하고 미미한 존재들이라 가정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것은 마치 한 파리가 창가에서 윙윙거리며 우리가 달게 자는 낮잠을 방해할 때 그것을 잡아 눌러 죽일 수 있는데 이때 이 파리의 운명이 하찮고 대수롭지 않은 것과 같은 것이 아닐까? 우주의 지배에서 관건이 되시는 힘은 우리 인간들과 우리가 관찰하기 위하여 지닐 수 있는 모든 도구들 앞에 수 천개의 투시할 수 없는 휘장들로 덮여있다. 우리가 이 상창과 정황을 냉철하게 고려할 때 우리는 곧 우리 앞에 두 가지 가능성만 있을 뿐임을 깨닫게 된다. 한편으로는 우리 위에 있고 그에 우리가 완전히 의존하고 있는 이 힘의 본질을 규명할 모든 시도를 완전히 포기하게 된다. 우리는 세계사건이 우리를 그 앞에 세워주는 풀 수 없는 수수께끼들 앞에 깊은 감동 및 충격과 경외감에 찬 경악 속에 서있게 된다. 그리하여 전 우주를 지배하는 이 힘에 대해서 우리가 가질 수 있는 또는 받을 수 있는 질문에 무엇인가 답변하기조차도 포기하게 된다. 그러나 또 다른 한편 우리에게만 남아있는 제 2의 가능성은 성경의 페이지마다 말씀하시고 계시듯이 현실적으로 이 어두움과 수수께끼에 휩싸여 있는 이 힘이 우리의 참여없이 스스로 우리를 가며주던 그 휘장을 찢으셨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도저히 투시할 수 없는 어두움 속으로 휘감겨 계신 힘이 우리와 사이를 가리던 그 투시하거나 침투할 수 없는 휘장을 전혀 자신 스스로로부터 가르신 것이다. 그 힘은 우리에게 공개되었고 우리 인간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인간적인 모습과 인간적인 언어로 우리에게 공개하신 것이다. 예를 들면 성경의 요한복음 서장(序章)에서 알려주는 메시지이다. 괴테의 파우스트도 그 앞에서 사색과 명상에 잠겨 앉았던 요한복음의 서장(序章)은 로고스(Logos)에 대하여 말하기를 '그리고 말씀(kai ho logos) 이 육신이 되어 우리 사람들 가운데에서 그 텐트를 쳐 우리가 그 영광을 보았도다'고 하였다. 다른 말로 말하면 하나님께서는 너무나 위대하셔서 모든 공간적 시간적 척도의 피안에 계신다는 말이다. 하나님 앞에서는 은하계와 같은 거대한 천체와 한 마리의 하루살이 사이에 어떠한 대소의 차이도 무(無)로 환원되고 만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스스로 계시, 내지 공개하시고 싶으시고 스스로를 나타내시려고 하실진대 나상성운의 회전에서도 하실 수 있고 구유의 아기로 태어나실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가 그에 완전히 의존하고 있는 이 힘의 자기계시(自己啓示 : selbs- tofrenbarung)에 대해서 우리는 아무것도 미리 규정할 수 없다. 우리는 다만 경배하는 자세로 그 힘이 수행한 사실 앞에 조용히 서 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는 다만 사도들이 하였던 것처럼 지구역사상 인류를 가장 크게 사랑하신 분이 나타나셨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뿐이다. 신약시대의 효시에 한 분이 땅위를 걸으셨는데 그 분이 지구 위에 나타난 사람들 중에서 가장 사랑이 크셨던 분이며 그 분의 힘아래 들어온 사람들은 모두 증거하기를 '아무도 일찌기 하나님을 보지 못하였거니와 아버지의 가슴 품안에 계시는 아드님이 선포하시고 나타내신 것이다'고 말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스도께서 실제로 세계전체를 지배하시는 힘의 위임을 받고 우리 인간들에게 오셨다는 것에 대해서 우리의 사유 요구가 확신할 수 있게 될 어떠한 증명은 물론 있을 수 없다. 그리스도께서 하나님이시다 는 증명을 하기 위하여 사람들은 예수님의 신성주장을 재볼 수 있는 한 척도를 갖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척도를 가지기 위하여 사람들은 하나님께서 우리와 어떠하신 관계에 계시고 하나님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그리스도없이 사람들은 알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比較尺度내지 測量하기 위하여). 그러나 우리가 그러한 척도를 가지고 있게 된다며는 우리는 그때 최후의 세계신비를 밝혀 내기 위하여 그리스도를 필요로 하게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성경의 발단을 형성하는 근본사실(dts Urfaktum)에 대해서 어떠한 학문적 증명을 할 수는 없다. 그에 대해서 우리는 다만 선지자들과 사도들이 한 것처럼 증거할 수 있을 뿐이다. 선지자들과 사도들은 자기네 증거의 진리와 사실을 위해서 그들의 생명까지도 투신하면서 그 성경의 근본사실(das Urfaktum)에 대하여 증거하였던 것이다. 이 모든 사실들로부터 우리가 깨닫게 되는 것은 하나님의 계시자(Offen - barer Gottes)로서 예수님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하여 현대와 그 진보된 세계상은 부정적이면서도 전혀 결정적인 가능성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천대자연과학이 우리에게 가져다 준 우주차원의 측량할 수 없는 확장은 하나님의 본질(das Wesen Gottes)을 인간의 사유로 성찰하고 인간의 관찰로 해명하기 위해 합리주의와 사변철학의 시대에 시도한 모든 수단 방법들에 불가능을 선언한다. 따라서 오직 한가지 길만이 남아있는데 이것은 인간정신에 대해서는 가장 굴욕적이지만 다른 모든 하나님께의 접근로가 다 폐쇄되었을 때 유일하게 열려있는 길로서 그리스도를 거쳐 가는 길(Der Weg ueber Christus)이다.

Ⅱ

이 사실은 이제 우리가 왜 그리스도가 필요한가 하는 제 2의 이유를 자각하게 한다. 주 그리스도가 없이는 우리의 행동에 대한 최후적이면서 표준적인 명령위치를 결여하게 된다. 곧 우리는 도덕적 상대주의(der sittliche Relativismus)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된다. 우리는 정말 도덕의 기초들이 전반적으로 동요되어 버린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모두 거의 매일 중차대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가령 직업선택이나 결혼대상자를 선정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결정들을 내리지 않으면 안된다. 이와같은 책임을 동반하는 결정들을 내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무력감을 우리가 가지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이 일을 하여 무엇인가 결실을 보아야 하고 보람을 내야 하기 때문에 나는 지금 이 결정을 내리고 있다는 확실한 자세와 태도가 중요한데 이때 내가 다르게 결정할 수도 있을텐데 하는 상대적 감정이나 의식을 가지게 되면 문제는 단순하지 않은 것이다. 이와같은 임의감정이나 자의적인 태도는 우리의 행동에서 모든 내적 힘을 앗아가 버린다. 이 임의감정은 우리가 다른 사람들을 지도하려고 할 때에 그들에게 가져야 할 권위를 훼손시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햄릿(Hamlet)과 같이 어떻게 결정해야 할지를 몰라 우유부단하게 있을 때는 어떤 일을 위해서 우리가 우리의 전 인격과 존재와 함께 스스로를 투신할 수가 없게된다. 때로는 우리가 패전한 전투상황에서 죽음이라도 불사하고 항복을 말아야 할 위치에 있게 되는데 이 때 행동의 상대주의적 취약성을 내보이게 될 수가 있는 것이다. 내가 권위 있게 행동하려고 하면 나는 위로부터의 한 인준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어디서 나는 이러한 보다 고차적 위치로부터의 인준과 재가를 받게 되는가? 내가 결정을 내려야 할 상황 그 자체 안에 이 인준과 재가가 있는가! 아니, 이것이야말로 진정 어려운 문제이다. 내가 처한 모든 상황은 결정하기에 여러가지 다른 가능성들을 포함하고 있다, 나는 헤르쿨레스처럼 갈림길에 서 있다. 혹은 내가 '내 양심의 소리에 귀를 기우리고 있는 동안 그 높은 권위의 인준과 재가를 받고 있는가?' 이것은 많은 경우에 나의 결정 행위를 진전시킬 수도 있을 것이나 우리 자신의 경험으로 보나 칸트가 말한 말을 생각하여 볼 때 우리 인간적인 양심은 우리 인간의 행동에 어떤 일정한 내용을 미리 규정하여 주지도 않고 또 양심은 그 자체에 있어서나 그 자체를 위해서 순수히 형식적인 것으로서 다만 '자율적으로 행동하라!'고 말할 뿐인 것이라 볼 수 있다. `네 양심 속에 있는 법칙을 따라 행동하라! 규범과 규칙의 법에 따라 행동하라! 네 자신에 충실하고 진실하라'고 말할 뿐이다. 순수히 형식적인 법은 우리에게 어떠한 실제적 삶의 내용을 줄 수 없다. 양심이 체념과 주저, 망서림, 자포자기로부터 우리를 해방시켜주는 어떠한 확실한 나침반은 아닐진대, 이 세계에서 인정된 지고가치(至高 價値 : Hoechstwert), 예를 들면 '생의 외경'(畏敬)이나 민족국가를 위해 삶을 바치는 것이나 경제발전과 국가헌법을 일상생활의 지침으로 삼거나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이러한 지고가치들(diese Hoechstwerte)만을 내 세워 사람들의 행동방향을 유도하려고 한다면 곧 발견되는 사실이 이, 지고 가치 중 어느 것도 우리로 하여금 그 가치를 위해서 희생하고 봉사하라고 요구할 권리가 그 자체내에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일례를 들어 '생의 외경'을 제일 첫째가고 가장 포괄적인 지고가치로 든다면 이것은 물론 알베르트 슈바이처(Albert Srhweitzer)가 도덕의 최상요강이라고 하였지만 세계에서 수억의 신도들을 가지고 있는 불교의 신앙을 잠깐 고찰하여 볼 때 삶의 보존이 우리의 모든 것을 요구할 수 있는 지고의 가치는 아니라는 것을 곧바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불교신앙의 기초는 우리의 지구상에 삶의 의식이 깨어있다는 것이 근본적으로 불행을 뜻한다는 확신 위에 서 있다. 그리하여 우리가 가져야 할 최대의 각오는 인간상호간, 민족국가 상호간, 또 여러 인종상호간 무시무시한 싸움을 야기시키고 현재도 유발시키고 있는 불행한 삶의 의지를 부정하고 그 자체가 죽고 이와같이 하여 삶에의 의지 속에 뿌리박고 있는 세계고통을 중단시키는 것이다.

삶의 지고 가치가 이럴 뿐만 아니라 지고가치들이라고 제시되는 다른 모든 실제 현실들도 마찬가지이다. 이 지고 가치들 중 어느 것도 우리의 좌표와 방향설정에 절대적인 것은 없고 이것을 최고의 것으로 정하여 놓고 보면 다른 것으로 정할 것을 하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안겨주는 것이다. 우리가 우리 자신이 알고있는 인식자료들에만 의존하는 한 불가불 도덕적으로 필연적인 상대주의 앞에 서게 된다. 이 도덕적 상대주의는 인간공동사회와 공동생활의 모든 초석들을 훼파하며 또 이것은 윤리적 허무주의인 것이다. 이와같은 윤리적 허무주의와 도덕적 상대주의로부터 헤어날 길이 있는가? 우리의 행동에 무조건적이고 절대적인 권위의 인준과 재가를 줄 수 있는 것이 있는가? 이것은 오로지 한가지 전제 밑에서만 가능하다. 즉 세계와 우주를 통제하고 지배하는 힘의 이름으로 세계전체의 의미에 부응하는 지시들과 명령들을 줄 권한을 지니고 있는 지고의 명령위치가 있을 때에 가능하다. 이것이 세계지배의 힘에서 나오는 명령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듣고 어떠한 강압이나 속박감이 없이 우리 인간 마음의 심층으로부터 완전한 자유의식 가운데에서 동의하고 추종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어떤 방 안에 한 수 정(水晶) 사발이 있는데 이 사발이 어떤 일정한 음조에 맞춰놓여 있게 되면, 이 음조가 피아노에서 소리날 때 수정사발도 동시에 공명(共鳴)한다. 전세계를 포괄하는 힘의 이름으로 명령들을 선포하는 명령위치가 있다면 꼭 마찬가지의 공명(共鳴)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 이 명령위치로부터 나오는 명령들을 우리가 듣자마자 우리의 양심은 무의식적으로 공명(共鳴)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원시기독교의 초대교회가 그 삶의 규범과 지침을 '예수님은 주님이시다'(Jesus ist der Herr)는 신앙 고백 속에서 종합 표현하였을 때의 저의가 바로 이와같은 것이었다. '예수님이 주님이시다'(Jesus ist der Herr) 는 말은 우리 생애의 매시간이 예수님의 보이지 않는 지도(指導) 밑에 있다는 말인 것이다. 우리가 예수님의 교회에 들어 왔을 때 우리의 양심을 진동시키는 음조를 들은 것이다. 우리는 우주에서 지고의 명령 지배권 아래로 들어오게 된 것이다. 우리가 어떤 압력이나 강압적 인솔도 받지 않고 자발적으로 이 한 분 주님 밑으로 들어오게 된 것이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인도하거나 우리 스스로 어떤 지고가치를 선택하거나 어떤 삶의 계획을 우리 스스로 수립하기를 이제 포기한 것이다. 우리는 우리 삶의 인도와 통솔을 다른 한 분의 손에 의탁하였다. 이 분 안에서 우리는 매일 삶의 결정을 내린다. 우리가 관공서에서 일상업무를 보거나 어떠한 직업에 종사하든가 또는 다른 사람과 교제 내지 사교관계에 있거나 간에 이 분의 지도와 인도를 받고 행동에 나선다. 물론 예나 지금이나 우리는 이 세계에서 지고가치들(Hoechsrwerte)과 삶의 주요 행동동기들로 인정되는 가치규범의 영향권을 벗어나 살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제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의탁하게 된 '주님'(der Herr)께서 제반 가치 중에서 어느 것에 영원의 역점(der Akzent der Ewigkeit)이 있는 가에 대해서 결정하여 주신다. 주님께서 우리의 행동 방향과 그 좌표설정을 위한 가치결정과 활용의 최후 그리고 궁극 상소 위치이시다. 이 말이 무슨 뜻인가 하는 것을 우리는 예수님의 산상설교에서 분명히 깨닫게 된다. 그리스도께서는 세계의 빛과 소금으로 파견하실 소집단의 사람들을 자기 주위에 모으시고 그들의 삶과 그들의 증거를 통하여 그리스도의 영(靈)안에서 세계의 변화를 예비하셨다. 인간의 일상생활을 지배하시는 '주님'(Herr)으로서의 예수님께서 가지시는 이 제 2의 의의와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 시대는 이전의 어느 때 보다도 더 성숙하여 있다. 얼마 전만 하여도 요동되지 않는 것으로 여겼던 모든 가치와 전통적 규범들이 오늘날 모두 붕괴되어 버렸기 때문에 '주님'(Jesus als Herr) 예수의 의미는 더욱 중요하다. 오늘날의 세계상황은 절실하게 '도덕재무장'(moralische Wiederaufruestung)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우리를 위협하는 무질서 (das Chaos)와 혼동을 극복하기 위하여 필요한 규범과 지침을 우리로서는 확립할 수 없다. 우리의 행동에 참다운 인준과 재가를 얻기 위하여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보편적 도덕강령이나 윤리원칙 또는 정당정책과 정당실천요강에서 표현 실현되지 않는다. 우리가 수립하려고 하는 모든 규범들은 오늘날의 착잡한 현실생활 때문에 그리고 실마리를 잡을 수도 없고 종잡을 수 없는 정치 및 경제구조와 상황 때문에 언제나 구현되기가 어렵다. 오늘날 진정으로 또 유일하게 필요하고 또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것은 어떤 새로운 도덕원칙(ein neues Moralprinzip)이나 새로운 국가헌법(eine neue Staatrverfassung)이나 어떤 정당의 정강이 아니고 살아있는 인물이 필요한 것이다. 즉 우리에게 명령할 때 그 명령자의 권위와 인격에 완전한 내적 자유의식과 자발적인 감정으로 추종할 수 있는 인물이 절대로 중요한 것이다. 또 이전에 생존하여 우리에게 생(生)의 규범들을 남기고 간 어떤 입법자가 우리에게 충분하지도 않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분은 매사마다 우리에게 새로운 명령들을 주고 매일같이 우리와 함께 하시는 살아계시고 현존하여 임재하시는 주님이신 것이다. 바로 오늘날 우리시대가 특수한 의미에 있어서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맞아드리기에 성숙하여 있다는 것을 우리는 두 가지 특징적인 현상에서 보게 된다. 이 두 가지 현상이 현대의 징표이며 양자가 서로 불가분리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첫째 현상은 한사코 무질서(Chaos) 에 치닫는 도덕적 상대주의의 만연이다. 제 2의 현상은 자기만이 절대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주장을 들고 나타난 지도적 인물들의 출현(das Auftreten von Fuehrerpersoen - lichkeiten)이다. 오스발드 슈펭글러(Oswald Spengler)가 한 말은 틀리지 않다. '우리들은 위대한 민주주의 운동들의 이 시대에 바로 황제들의 한 역사시대로 유입하였다'고 그는 말하였다. 우리는 참으로 히틀러 정권 때에 황제정치의 가장 악랄하고 피비린내나는 모습을 체험하였다. 히틀러정권은 고대 황제정치의 최고로 가공할만하고 전율에 차고 몸서리쳐지는 퇴화현상이었다. 개인 인물의 지배가 전세계속에서 보인 무시무시한 형태 속에도 원시기독교의 초대교회가 그리스도를 주님이라 부른 역사의 최후 잔재가 희미하게나마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III

우리는 앞에서 그리스도 없이는 세계전체를 움직이는 힘이 우리에게 도저히 투시될 수 없는 신비요 '주님 그리스도 없이는 우리가 지금 빠져있는 도덕적 무질서의 횡포로부터 헤어나올 길이 없다는 사실을 고찰인식하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에게 무조건적이고 절대적인 요구를 하는 명령위치와 명령자가 계시다는 것만으로 상황이 정립되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오늘날 계속 제고되고 있는 도덕적 요구인 순결(Reinheit), 무아(無我 : Selbstlosigkeit), 사랑(Liebe), 진실(眞實 : Wahrhaftighkeit)의 네 가지를 실제로 성취하려고 우리가 시도할 때 우리는 언제나 젊은 루터를 수도원에서 절망에 빠뜨리게 하였던 경험을 다시금 반복하게 된다. 우리가 최선을 다할 때 이 네 가지 윤리강령의 실천에 있어서 어느 정도 진전을 보일런지 모른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이시기 때문에 전적인 헌신을 요구하시는 것이며 부분을 요구하시지 않는다. 부분적인 지불상환은 하나님 앞에서 모두 무가치하다. 그러므로 오늘날에도 똑같이 우리는 루터에게 번민거리였었던 '내가 나의 죄문제를 어떻게 할까?'하는 동일한 문제 앞에 서게 된다. 오로지 피상적인 사람들만이 죄문제는 오늘의 세대에 현대적 절실한 여러문제 때문에 뒤로 퇴각하고 말았다고 한다. 그러나 사실은 정반대이다. 전쟁(일차대전과 이차대전)의 돌풍과 선풍이 무수한 재해를 남기고 거쳐간 뒤 죄문제는 개인 생활에 있어서 뿐만 아니라 민족 국가의 삶에 어마어마한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양대 세계대전을 통하여 쌓이게 된 죄의 정화에 민족 국가들의 미래가 달려 있다. 오스발드 슈펭글러(Oswald Spengler)는 말하기를 한 번 저질러지거나 한 번 발생한 것을 저질러지지 않았거나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만들 수 없다는 것이 세계문학의 비극중 비극이라고 하였는데 그것은 참으로 옳은 말이다. 시간의 바퀴(時論)는 다시 돌이켜지지 않는다. 한번 휩쓸며 내리기 시작한 눈사태는 무자비하게 그 무시무시한 종착지점까지 계속 굴러 내려간다. 세계의 모든 대구속종교들은 결국 '어떻게 죄를 세계에서 제거할 수 있는가?'하는 한가지 근원적인 문제를 둘러싸고 생겼다 할 수 있다. 그 해결을 위해 사람들은 언제나 꼭 한가지 길만 생각해 내었다. 즉 보상법칙, 다시 말해서 자기가 지은 죄를 그에 상당하는 고통을 당하든지 또는 그 이상의 공로를 쌓음으로 속죄하여 보려는 것이다. 그러므로 세계대전이 부과한 무거운 죄와 부채는 늘 보상내지 보복조치만을 환기시키므로 이것은 다시 새로운 복수전을 야기시키는데 세계사는 이러한 끝없는 복수전으로 이어져 왔다고도 할 수 있다. 불교(der Buddhismus)는 이 인간적 자기 구원방법의 허점을 인식하였다, 우리가 우리 위에 지은 죄를 보다 크고 높은 공로로 제거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임을 불교에서는 인식하였다. 왜냐하면 우리의 인간의식이 존재하는 한 우리의 허물에 대한 괴로운 기억과 추억들이 계속 살아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지난날의 아름답지 못한 과오와 허물들을 우리의 기억으로부터 축출할 수도 없고 또 그것들을 일어나지 않은 사항으로 조작할 수도 없으므로 우리 양심이 안정에 이를 수 없기 때문인 것이다. 그러므로 불교에서는 죄의 해결이 인간의식의 소멸로서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니르바나(열반)나 입적(入寂)하므로 인간의 개체의식과 그 의식 안에 포함된 모든 것이 완전히 소멸되었을 때 죄의 해결(eine Loesung der Sc-huld)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바로 이 개체적 자아의 소멸(dieses Vernichterwerdrn des individuellen lch)이 우리의 능력권 안에 있지 않다. 우리는 그것을 우리 스스로 할 수 있는 어떤 확실한 수단과 방법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인간의 이 모든 자기 구원 방법들에서는 그러므로 우리의 양심을 누르고 있는 죄에 대하여 우리가 전혀 무기력하고 속수무책이라는 고백을 할 수 밖에 없다. 이 세계의 어떠한 세력과 힘도 가장 강한 군사력이나 거대한 금권이나 최고도로 발달한 기계문명도 어떤 사람의 양심을 누르고 있는 단 한가지 짐(nur eine einzige Last)도 제거할 수 없다. 또한 어떠한 의지의 노력으로 이 짐을 털어버리거나 제거하거나 축출할 수도 없다. 오늘날의 실존철학도 역사의 신비에 대한 새로운 인식성찰 속에서 실존인간의 무능력과 무기력을 통감하였다. 즉 시간의 흐르는 방향은 돌이킬 수 없고 발생하거나 범하여진 사건을 일어나지 않은 상태로 다시 돌이킬 수 없다는 엄연한 사실을 직시하게 된 것이다. 우리가 우리의 모든 힘의 수단으로 죄에 대해서 속수무책이고 죄를 막을 수도 없다는 이 부정적 사실(diese negative Tatsache)은 우리의 행동에 엄청난 현실적 영향을 끼친다. 왜냐하면 씻지 못하고 남아있는 옛 죄 하나하나는 무거운 삶의 방해요소가 된다. 이 씻지 못한 죄는 우리의 행동력(行動力 : unsere Tatkrafr)을 마비시킨다. 또 그것은 우리가 다른 사람들에게 행사하여야 할 권리를 실추약화시킨다. 우리의 양심이 죄로 무겁고 가책으로 시달릴 때 우리는 우리 주위 사람들의 눈을 똑바로 쳐다볼 수 없다. 이 부정적 괴로운 사실의 넓이와 깊이를 다 전폭적으로 포착하였을 때만 비로소 신약성경의 네 복음서에서 나사렛 예수께서 전대미문의 권위를 가지시고 하나님의 이름으로 죄를 도말하러 사람들 가운데 나타나신 것이 무슨 의미인가를 헤아려 볼 수 있다. 사방이 사람들로 둘러싸인 인간군중 속에서 그리스도께서 그 중풍병 환자의 마비된 육체의 고통을 아직 제거하지 않으시고 '내 아들아, 네 죄들이 너에게 용서되었다'(막2:5)고 선언하신 그 심각한 장면을 우리는 상기하여 볼 필요가 있다. 유대 백성 중에서 종교적으로 제일 지식이 많은 서기관들이 바로 이 죄 용서의 선언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분명히 알아차렸다. '어떻게 해서 이 사람이 그러한 신 모독을 하는가? 하나님 한 분 외에 누가 죄들을 용서할 수 있는가?'하고 말하였다. 그들은 하나님만이 시간의 통치자(der Herr der hit)이시고 그 분만이 전지전능하시므로 시간의 바퀴(das Rad der Zeit)를 돌이키고 일어나고 발생하고 범하여진 것을 일어나지 않고 범하여지지 않은 것으로 만드실 수 있다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이 그것을 감행하고자 한다면 그는 이로써 인간능력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 된다. 하나님의 대권을 침범하여 이 세계에서 가장 힘세고 세력있는 사람도 결코 할 수 없는 능력선포(ein Machtwort)를 한다는 것은 엄청난 시도(ein titanischer Versuch)일 것이다.

그러므로 여기에는 다만 두 가지 가능성만이 있었다. 이 능력선포는 죽어 마땅한 신에게의 모독이었던지 아니면 그 능력선포를 한 사람이 하나님의 개인적 전권대행인이었던지 하였을 것이다. 그리스도께서 여기에서 행하신 것이 신 모독이 아니고 그리스도께서 세계에 죄용서의 능력선포 (das Machtwon von der Suendenvergebung) 권한을 실제로 소유하였다면, 즉 그리스도의 말씀이 지닌 능력 아래서는 죽음 앞에서도 한 사람의 양심이 가벼워지고 하나님의 평화가 그 영혼 속으로 들어온다면 그리스도야말로 전 세계(die ganze Welt)가 필요로 하는 분이심이 사실이라는 것에 의문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죄의 해결이 없이는 인류는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용서의 능력선포(das Machtwort der Vergebung)가 인류에 주어지지 않으면 인류는 몰락과 멸망을 향하여 질주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바로 오늘날 거의 손으로 만지다시피 보며 깨달을 수 있다. 세계가 멸망을 향하여 질주하는 것은 세계는 죄를 용서하지도 않고 용서할 수도 없을 뿐 아니라 한사코 보복하려고만 하기 때문이고 보복할 때에 그 보복행위가 일회로 끝장나는 것이 아니라 반격과 적대행위의 상호 연쇄반응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끊임없이 멸망의 목표를 향하여서만 질주한다. 세계전체의 미래가 달려있는 용서의 선언(Das Wort von der Vergebung, auf das fuer die Weltzukunfr alles ankommt)은 하나님으로부터 직접 용서선포의 전권을 받은 분 이외에 어떤 사람도 선포할 수 없다. 이 전권위임이 어떻게 하여 가능하게 되는지 합리적인 방도에서 설명되어지지는 않는다. 지난 모든 세대동안 각양각색의 신학자들이 하나님의 이 화해역사(行動)의 가능성을 사람들에게 이해하기 쉽도록 하기 위하여 여러가지 시도들을 하였다. 이 신학적 시도들에 대하여 우리는 여기에서 일일이 다 소개하고자 하지는 않는다. 이 시도들에서는 어떤 형벌을 대신 받음으로 속죄받게 한다든가 고대 노예제도에서 노예의 몸값을 치룸으로 그 노예를 자유롭게 한다든가 하는 식으로 설명하였다. 그러나 이해할 수 없는 것, 불가사의한 것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게 하기 위한 이 모든 시도들은 죄의 해결문제에 대하여 궁극적으로는 전혀 본질적이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이해력과 오성에 죄용서가 사색가능 하냐 가능하지 않느냐가 문제의 관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모든 것의 관건은 예수님께서 실제로 죄용서를 수행할 전권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하나님으로부터 위임받아서 죄로 얼룩진 과거를 가진 사람의 양심과 그 양심의 가책 및 무거운 짐으로부터 자유롭게 해방시킬 수 있으며 그리하여 그 죄로 눌린 사람이 용서를 받고 자유로운 양심으로 곧 가벼운 마음으로 죽음으로 나아갈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리스도께서 이 권한을 실제로 가지고 계시다하는 것은 설명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다만 언제나 새로이 경험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복된 경험은 신약시대의 초대교회시절만 아니라 오늘날에도 늘 경험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실제적 실례를 두 가지만 들어보자. 뮌헨의 유명한 스타델하임(Stadelheim) 감옥에서는 수백명의 사형수들이 그들의 처형을 기다리고 있었다. 교도소의 목사인 칼 알트(Karl Alt) 형목은 다음과 같은 목회 간증을 하였다.

첫째로 화가(畵家) 쉬에스틀(Schiestl)에 대한 이야기인데 쉬에스틀(Sc- hiestl)은 전쟁시에 너무 빈궁해지고 삶의 형편이 어려워져서 자기의 화술 (畵術)을 위조지폐 제작에 오용하여 위조지폐들을 만들어 시장에 가지고 나갔다. 이로 인해 그는 체포되었고 사형선고를 받게 되었다. 사형선고를 받고나서 그는 조금도 기탄없이 자기의 모든 죄를 공적으로 사적으로 다 고백하기에 이르렀다. 감방에서 처형되기 얼마전 크리스마스 때 그는 환상 속에서 예수님께서 아주 가까이 오셔서 자기 머리 위에 손을 얹고 축복하시는 것을 보고 느끼게 되었다. 그는 다만 기도 속에서 부르짖었을 뿐이었다.

'오 거룩하고 축복된 시간, 예수님께서 정말 나를 용서하여 주셨구나! 내 영혼은 예수님의 영원하신 선하심과 사랑하심의 광채로 깊숙이 감격과 감동을 받게 되고 희열에 차게 되었다. 이 세계 그 누가 이 영혼 심층의 평안과 기쁨을 줄 수 있으리?......이 예수님의 사랑이 나에게 빛을 주었고 내 마음속을 환하게 밝혀주어 나는 드디어 달콤하고 깊은 잠을 자게 되었고 오늘 성탄축하일에 지금 바로 내 마음의 가장 깊은 평화를 체험하게 되었구나....... 내가 이 지구상에서 지금 내 생애의 마지막으로 거행하는 성탄축하는 내가 이 지구 위에서 가졌던 모든 명절과 축제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 되었도다..... .정말 땅에는 평화요 땅위의 모든 사람들에게는 기뻐함이 있으리로다! 아멘'

1939년 성탄절 칼 알트 목사님의 행복한 양(羊) 쉬에스틀(Schiestl] 올림

이것은 쉬에스틀(Schiestl)이 처형당하기 며칠 전에 쓴 편지이다. 어떤 죄수가 죽기 바로 전에 이와같이 그리스도를 체험한다는 것이 있을 수 있는 것임을 우리는 이제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물론 대단히 드문 실례이다. 대부분의 사형수들은 십자가에 못박히신 분의 기별과 소식을 냉담하게 거부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런 일이 있었다. 역시 칼 알트 목사님이 간증한 이야기인데 스타델하임 감옥에 한 절도강도범이 사형선고를 받아 형집행을 기다리고 있을 때의 일이었다. 그는 처음에 감옥 목사님이 전하는 그리스도의 복음과 그 위안 및 격려를 완강하게 거부하였다. 그러나 처형당하기 바로 몇 시간 전 목사님을 뵙게 해달라고 간청하였다. 목사님께 기도와 성찬식을 부탁하였다. 그런 뒤 최후의 시간에 다른 사람들을 위한 경고적 증거로 다음과 갈이 펜을 들고 기록하였다. '나는 이로써 재확인하는 바 사형언도를 받고 목사님의 영적 구원을 완강하게 부인하였으나 간밤에 생각을 달리하였다. 목사님의 격려와 위로와 성경의 약속말씀 및 성찬식의 힘을 얻어 이제 나는 내 마지막 임종의 순간을 가벼운 마음으로 태연하게 맞이할 수 있다. 그리스도의 피로 힘을 얻었다. 00인(人) (N.N.)'

바로 사형선고를 받은 처지에서 인간이 자기 자신에 대하여 가장 정직하고 솔직한 가운데 죽음을 내적으로 가장 절실하게 의식하면서, 또 많은 사람들이 죽음 앞에서 그리스도에게 가는 길을 발견하였다는 사실은 그리스도께서 오늘날에도 우리 죄를 우리로부터 제거하시고 용서하실 능력이 있으시다는 증거가 된다.

죄로 시커멓게 얼룩진 과거와 가책으로 무거워진 양심을 가지고 삶의 마지막 시간에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을 통하여 평화와 기쁨과 소망을 가지게 된 이 체험이 바로 유일무이하게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새로운 형태의 종교적 집단사회가 형성되게 된 이유와 근거이다. 이 종교적 집단사회는 그리스도 없이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며 이것이 바로 교회이고 이 교회의 중심에 죄의 화해와 구속의 성찬이 있는 것이다. 원시 이교사회는 일정한 규범에 따라 생활을 영위하는 사제와 함께 신전의식들을 창출하였다. 불교는 수도원을 세워 사람들이 세상으로부터 도피하여 이 은둔지에 들어와 신비적인 명상과 정신집중을 통하여 대면생활의 보다 고차적인 단계에 도달하려고 하였다. 예수님께서 이 세계에 수립하시는 새로운 집단사회 형식은 불교를 위시한 이 모든 집단사회 형식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 예수님께서만이 그 화해의 권위로 민족들간에 벌어져 있는 모든 대립과 갈등들을 연합시키는 교회의 결정핵이 되신 것이다. 이 결정핵의 교회안에서만이 전쟁가운데 서로서로 원수들로 대립되고 싸운 사람들이 보다 고차적인 수준에서 형제들이 되는 것이다. 이와같이 민족들을 새롭게 연합시키고 서로 결속시키는 형제애, 인종차별을 극복하는 사랑은 바로 죄들을 용서하시고 양심의 부담들을 제거하실 수 있는 예수님의 권위 위에 있다. 이와같이 유일하고 독특한 형제관계와 그 사랑을 통해서만이 무시무시한 세계대전들을 치루면서 받은 상처들이 치유될 수 있는 것이다. 살벌했던 20세기의 전반기를 거쳐 20세기 후반기를 지내며 21세기를 맞는 현시점에서도 앞에서 말한 것들은 모두 타당한 사항들이다. 마티아스 클라우디우스(Matthias Claudius)가 그의 친구 안드레스(Andres) 에게 편지하기를 '그리스도를 믿지 않는 자는 그리스도없이 자기가 무슨 상담을 할 수 있는가 자각하지 않으면 안되오. 나와 당신은 그리스도 없이는 아무에게도 무슨 삶의 대안을 줄 수 없소. 우리에게 목숨이 붙어 있으니 우리를 끌어주고 붙들어 주며 우리가 죽게될 때 우리 머리를 베개에 바로 누이고 영원을 맞게할 분이 필요하오. 예수님께서는 그 기록된 말씀에 따라 넉넉히 그렇게 하시고도 남음이 있고 그 보다 더 우리에게 잘해줄 분을 우리는 또 찾을 수 없소'하였다.

▣ 세계완성기능의 공동체

많은 사람들은 오늘날 말하기를 예수님의 교회는 지금 그 역사의 의미있는 전환점에 와 있지 않는가 하는 인상을 받는다고 한다. 우리가 지난 2,000년 조금 미치지 못하는 교회사를 회고하여 볼 때 교회사상 최초의 전환점은 로마의 황제 콘스탄틴이 그리스도교회를 국가교회로 승격시킨 복잡다단하고 비상한 순간에 들어오게 되었다는 것이 사실이다. 이 순간까지 그러므로 그리스도 승천후 3세기 동안은 예수님의 교회가 법률의 보호밖에서 박해를 받았고 이교 세계의 모든 공격과 휘몰아치는 폭풍들에 무방비상태로 넘겨졌었다. 예수님의 교회는 주인이신 그리스도와 마찬가지로 이 세계에서 머리둘 곳이 없었다. 교회의 시간과 미래는 완전히 하나님께만 맡겨졌었고 교회의 모든 생활결정은 보이시지 않으시는(不可視的) 주님께만 전적으로 의존하였다. 그러나 콘스탄틴이 교회를 국가교회로 인준한 순간부터 교회는 지상에서 보호의 지붕아래 들게 되었다.

교회는 이로써 정치적인 세력과 연결된 것이다.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온갖 양상과 온갖 형태의 교회들이 정치적인 변혁과 교체하면서 생기게 되었다. 독일의 종교개혁도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보면 어떤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온 것은 아니다. 오늘날 교회가 지상세력의 보호를 요청하고 주장하자 마자 그리스도로부터 교회가 탈락하였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이제는 옳지 않은 말이 될 것이다. 오거스트 헤르만 프랑케(August Hermann Francke)와 슈페너( Spener)의 때에 교회운동이나 역대의 대부흥운동들이나 위대한 선교활동들은 국가에 의존하고 군주의 교회지원 정치 속에서 일어났다. 하나님께서는 그리스도의 교회를 지상적인 보호지붕을 가진 때에도 넘치게 축복하시고 활용하셨다. 그러나 우리가 때의 징조를 알고자 하면 분명히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다. 즉 지상세력의 보호 밑에 있는 교회안전의 이 때가 오늘날 그 종말을 향하여 가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분명히 하여 두지 않으면 안된다. 교회는 다시금 콘스탄틴 이전의 상태에 복귀하고 있다. 교회는 교회에 대한 반대세력의 모든 공격과 폭풍 및 돌풍에 무방비상태로 넘겨지고 오직 하나님께만 전적으로 맡겨져서 보이시지 않으시는 주님의 인도하심만 받던 교회사 초기의 상태로 복귀하고 있다. 신부교회(新婦敎會)는 시작하였고 세상종말은 우리가 믿는 것 이상으로 더 가까이 와 있다.

그러나 교회가 오늘날 다시금 그 본래의 상태로 복귀하고자 하기 때문에 우리는 전보다 더 직접적으로 신약성경적 의미의 교회가 무엇을 의미하는가 알게 된다.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먼저 교회가 그리스도의 화해사역(Versoehnungswerk Christi)으로부터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는가를 분명히 해두지 않으면 안된다. 그 다음에 우리는 둘째로 이 교회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살피지 않으면 안된다.

Ⅰ

그리스도의 화해사역으로부터 왜 필수적으로 교회가 생기는가? 우리 생애의 결정적인 시간에 그리스도의 죽음을 통하여 양심의 평화를 발견한 우리는 모두 우리자신의 경험으로부터 안다. 즉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해서 돌아가셨을 때 그것은 첫째 우리 양심의 해방을 위한 것이었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우리가 그리스도 죽음의 능력을 체험하였을 때에 우리로부터 여러해 동안 쌓이고 쌓인 죄가 무거운 짐(부담)처럼 떨어져 버린듯한 기분을 갖게된다. 여러해 동안 우리가 메고다닌 무거운 짐을 풀어놓은 것같이 홀가분한 상태가 된다. 그것은 마치 번연의 '천로역정'(Bu-nyans Pilgerreise)에 묘사되어 있는 것과 똑같다. 순례자가 등에 짐을 메고 골고다 위로 갈 때에 무거운 짐이 그로부터 떨어져 땅바닥 위에서 뒹굴고 있었다. '그때 기독자는 홀짝홀짝 뛰면서 계속 걸어갔다.'

그러나 이와같은 양심의 해방이 우리의 가슴속에서 일어났을 때 우리의 외적 생활 상황과 조건은 전혀 변경되지 않은 채로 있다. 어떤 신자가 자기 삶의 여생기간을 시베리아 원시림의 혹한 속에서 죽어 넘어지는 순간까지 나무를 베라는 재판언도를 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마음가운데 깊은 평화를 누릴 수 있다. 우리가 살던 시(市)에 한 살인강도가 붙들려 사형언도를 받고 복역하고 있는 동안 믿음에 이르게 되었다. 그는 감방으로부터 교수대에 이르는 자기의 마지막 행로를 활용하여 자기 판사와 거기 모인 모든 사람들 앞에서 그리스도의 은혜에 대하여 증거하였다. 그러나 그는 교수형을 받아 죽었으며 여기에 무슨 변동사항이 일어나 사형이 바뀌어지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다시 말하면 우리 생애의 죄문제가 해결되고 다른 모든 문제들은 해결되지 않았다 할지라도 우리 마음가운데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이루신 것을 통해서 평화가 들어온 이상 이제 다른 모든 것도 해결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죄의 용서가 있는 곳에 생명과 축복도 있다.' 보다 보편적으로 표현한다면 피조세계를 창조자로부터 분리시키고 또 피조세계를 그 삶의 원천으로부터 절단시킨 죄가 지양되었으면 이때 하나님으로부터 삶의 분수가 다시금 흘러나와 피조물 가운데로 조금도 저지받지 않고 관통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그리스도의 십자가 아래서 하나님과의 평화를 발견하였으면 우리도 이 지구의 복잡다단한 외적 상황과 조건관계들의 한 가운데서 이제 새로운 세계의 맑은 아침공기(die reine Morgenluft der neuen Welt)를 호흡하게 되는 것이다. 화해가 이루어졌으면 죽음도 극복되었음에 틀림없다는 확신을 우리는 가지게 된다. 그러나 우리에게 이 화해와 사망정복의 위대한 상관관계가 인식된 마당에 우리 주위에는 아직도 죽음의 질서가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비정상적인가를 우리는 깨닫게 된다. 하나님께서 세계를 자기와 화해시키시고 그리스도께서는 죽은 자들 가운데서 처음 태어나신 자로 계시는 데도 아직 우리 주위에는 죽음의 질서가 지배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생각이 드는 것이다. 수백만의 인명을 앗아가는 피비린내나는 전쟁을 위하여 세계강대국들만이 무장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믿는 사람들도 아직 늘 죽음의 세력아래 있다. 수많은 사람들을 믿음으로 인도한 하나님의 사람들이 고통가운데 죽어갔다. 이 세계에서 하나님과 화해한 인간마음의 은밀한 깊이 속에 거(居)하고 있는 놀라운 평화가 전세계에 메아리치는 무기들의 소음과 이루는 대조와 대립만큼 큰 불가사이의 신비는 또 없다는 것을 우리는 본다. 같은 세계안에 어떻게 해서 두가지가 함께 있을 수가 있을까?

바로 여기에 진정으로 하나님 세계의 가장 심오한 신비(das tiefste Geheimnis der goettlichen Weltregierung)가 있다. 바로 우리 앞에 있는 이 문제를 우리가 진지하게 고찰할 때에만 우리는 그리스도의 교회가 지상에서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해서 올바로 이해할 수가 있다. 신약성경 의미의 교회가 존재하는 그 궁극적 근거는 교회사 초기의 기독교인들도 정말 이해하기 어려워 많은 신앙의 시험들을 받은 사실 속에 있는데 그 사실은 하나님께서 세계를 자기 아들의 죽음을 통하여 자기와 화해시켰으나 그 귀결을 우리 인간적 사고와 같은 양식으로 짓지 않으셨다는 데에 있다. 하나님께서는 자기와 화해된 세계를 즉시 새로운 상태로 변경시키지 않으셨다. 창조자의 생명력이 어떠한 저지도 받지 않고 이제 다시 전피조 세계에 관통한다면 이 새로운 상태가 곧 바로 생길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그렇게 하시지 않으셨다. 하나님께서는 골고다 위에서 이루신 세계 화해의 제일 은혜 역사와 그로부터 필연적으로 뒤따르는 세계완성의 제 2능력 역사 사이에 한 막간(eine Paust)을 설정하셨다. 이 막간의 시간이야말로 긴장으로 숨막힐듯한 시간이다. 번쩍하는 번개와 그 뒤에 상당한 시간, 지속되는 천둥소리 사이에는 한 막간의 사이가 있다. 번개와 천둥은 다같은 부류에 속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그것들은 다만 동일한 방전(放電)의 두 방출형태일 따름이다. 그러므로 번개가 번쩍거리자 우리는 또한 곧 천둥소리를 기다리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뇌우가 전혀 가까이 와 있지 않으면 길든 짧든 막간으로 상호 분리되어 있다.

예수님께서 그 지상생애의 마지막에 주신 비유들 가운데에서 바로 이 막간의 시간 공간에 대하여 제자들에게 일러주셨다. 이 막간의 시간공간은 세계화해와 하나님의 권력장악 사이의 것인데 이 기간동안 제자들이 믿음을 잃지 않도록 비유로 말씀하셨고 또 제자들을 격려하여 이 기간을 잘 이겨내도록 하신 것이다. '신랑이 더디온다'(마태복음 25장 5절)는 것은 그를 기다리는 처녀들에게는 하나의 내적 위험이 된다. 포도원주인은 먼 나라로 떠났는데 이것은 종들이 주인이 없으므로 자기네 마음대로 행동하고자 하는 유혹과 시험의 계기가 된다(누가복음 19장 14절)....... 악한 종은 자기 마음속으로 생각하기를 내 주인이 빨리 오지 않을 것이다 하고 동료되는 종들을 때리기 시작하고 술취한 자들과 먹고 마신다...(마 24:48절 이하). 주님께서는 자기 제자들에게 미리 말씀하셔서 이 기다리는 시간을 위해 준비하게 하셨지만 신부교회는 베드로후서 3장 4절의 말씀과 같이 벌써 일찍 시험을 받고 말하기를 '그의 오실 약속이 어디있느냐? 우리 조상들이 잠든 후 모든 것은 창조의 시작부터 있었던 그대로이다'고 하였다.

우리 모두가 아직 오늘날에도 처하고 있는 십자가와 세계완성 간(間)의 중간상태가 왜 믿음의 시험이 되는가? 우리는 우리 안에 있는 것과 우리 밖에서 일어나는 것 사이에 있는 모순 밑에서 고통을 당하고 있다. 내적으로 우리는 이미 새 세계의 아침공기(die Morgenluft der neuen Welt)를 호흡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외적 인간은 멸망의 모든 세력들에 노출되어 있다. 바울은 말하기를 '우리의 외적 인간은 멸망된다 하여도 내적인간은 날마다 새로워진다'(고후4:16)고 하였다. '기독교인들의 내면생활은 비록 그것이 외부로부터 태양에 의해서 그을린다 하여도 빛난다...... 기독교도들은 외적으로 볼 때에는 흔히 가난하고 보잘것 없고, 천사들에게 구경거리가 되고 세계의 조소대상이 된다. 그렇지만 내적으로는 영광스러운 것들로 가득차게 되며 예수님이 기뻐하시는 왕관과 장식품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이와 같은 대립과 대조사항을 그리스도의 교회가 지상 권력의 지지와 보호를 받던 때보다 오늘날 더 강력하게 체험하고 있다. 외적 무기력은 믿는 사람들이 '세계의 빛'이라 주장하고 또 '선택된 백성', '왕과 같은 제사장'(벧전2:9)이라고 하는 주장의 지속적 상치(相馳) 또는 반대되는 현상같이 보인다. 십자가와 세계완성간의 이 모순적 상태가 도대체 왜 있어야만 하는가? 성경이 이 질문에 대해서 주는 유일한 대답은 베드로후서 3장9절의 '주님께서는 어떤 사람들이 더디다고 말하는 것과 같이 약속을 지연시키지 않으시고 우리를 위하여 오래 참으시며 어떤 사람도 멸망하지 않고 모두가 회개의 기회를 갖도록 원하시기 때문인 것이다'라는 말씀이다. 그러므로 세계완성의 지연은 하나님의 연약하심이 아니고 가급적 많은 영혼들의 구원을 위하여 공간과 시간을 제공하기 위한 은혜의 수단인 것이다. 왜냐하면 구원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란 수도원에서의 루터와 마찬가지로 '내가 어떻게 하면 화해된 양심을 가질까? 내가 어떻게 은혜로우신 하나님을 모시게 될까?' 하는 이 유일하고 본질적인 의문이 영혼 속에서 불타고 있는 사람들인 것이다. 이 한 의문은 무한히 중요하기 때문에 다른 모든 염려와 문제들, 가령 이 세계에서의 권력과 명예와 돈과 출세에 대한 문제들은 바로 이 양심의 화해라는 한 문제 앞에서 모두 부차적인 것이 된다.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들만'이 구원받을 수 있다,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들이 구원받을 수 있다는 것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첫째로 양심의 화해만 제공하시고 다른 어떤 것도 제공하지 않으실 때 가능한 것이다. 무기력으로부터 어떠한 해방도, 또 세계 고뇌로부터의 해방도, 병고(病苦)와 죽음으로부터의 어떠한 해방도 우리에게 하나님께서 제공하지 않으시고 오직 죄로 무거워진 양심의 화해만을 제공하실 때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들'이 구원받는다는 말씀의 뜻이 실현되는 것이다. 그러나 일단 하나님의 위대하신 제 2의 능력 역사 곧 심판과 세계변화가 오게되면 그때 구원의 문은 닫힌다. 마지막 심판이 개시된 것이다. 그러므로 이 위대한 순간이 지연되면 지연될 수록 중간과정의 긴장상황이 더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많은 영혼들의 회개와 구원을 위한 여백은 더 많은 것이다.

하나님의 마지막 능력 역사가 지연됨으로 말미암아 생기게 된 이 중간 긴장상황을 우리가 분명하게 인식하게 되는 때에야 비로소 우리는 성경적 의미의 그리스도교회가 무엇을 뜻하는지 파악할 수 있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은 모두 그것을 위한 예비과정이었다. 결정적인 것은 아직 말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우리는 다만 우리가 처한 본래적 이중상황에 대해서만 말하였기 때문이다. 이 이중상황이란 우리의 외적 인간이 멸하는 동안 우리의 내적 인간은 이미 새세계의 평화가운데 있는 상황을 말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우리 주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와 세계완성 간의 중간시간과정 동안에 우리를 위해서 무엇을 의미하시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이야기하지 않았다. 교회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기 위하여 우리는 우리의 외적 인간 전체가 아직 이 세계의 죽음형태속에서 살고 있지만 우리는 이미 화해되었 고 아직 변화되지는 않았다는 신비스러운 사실 앞에 조용히 서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우리 주님 그리스도께 상황은 다르다. 그리스도께서는 지금 이미 완성되신 분이시다. 그리스도께서는 '죽은 자들로부터 첫 번 부활하신 분'으로서 우리처럼 죽음을 앞에 두고 계시는 분이 아니라 죽음을 뒤에 두고 계시는 유일무이(唯一無二)한 분이시다. 그리스도께서는 영도자와 지도자로서 고독하게 선두에 가시며 한편 그 뒤에는 구름처럼 많은 군중이 뒤따르고 있다. 이 수많은 군중은 예수님께서 죽음으로부터 건져서 새로운 존재로 인도하신 무리들이다. 예수님께서는 이미 우리가 어떻게 변화하게 될 것인가의 존재실체이지만 우리는 아직 그러한 존재가 되어있지는 않다. 그러나 이로부터 이중상황 가운데 있는 우리들에게 새로운 신비적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 우리는 이 가능성을 한 예화로서 설명제시 할 수 있다. 우리가 한 작업장에 들어갔을 때 거기에는 목수가 아침 일찍 와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는 아주 훌륭한 숙련공이다. 작업장에는 많은 죽은 물체들이 있다. 대패, 톱, 망치, 구멍뚫는 천공기(穿孔機)외에 다른 작업도구물이 있다. 이 작업도구들은 그 자체안에는 아무러한 생명도 없다. 이 도구들은 스스로 어디 다른 데로 옮겨가거나 움직일 수도 없다. 또 그것들은 스스로로부터 어떠한 힘을 낼 수도 없고 또 어떠한 작업도 수행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작업장안으로 한 살아있는 사람이 들어오게 되면 모든 것이 달라진다. 이 작업장의 모든 작업도구들이 완전히 죽은 무생물이지만 살아있는 사람이 들어와서 이 도구들 손에 쥐고 여러 기구들과 도구들을 만들 때 신비로운 걸작품들이 나온다. 이것이 바로 우리 주님, 우리의 숙련공께서 죽은 자들로부터 첫번 부활하신 분으로 지금 완성상태에 들어가심으로 생기게 된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비유와 예화이다. 우리 주님께서는 새로운 세계의 생명력으로 충일하시고 공간과 시간의 모든 목책(木柵)과 제한을 초월하셔서 이제 완성상태로 들어가신 것이다. 우리는 아직도 그 자체 안에 어떠한 생명도 없는 죽은 물체들과 같으며 해결되지 않은 긴장상황가운데에서 살고 있다. 그러나 그리스도께서 우리들을 자기의 기구들과 도구들과 지체들로 삼으실 수 있다. 그리하여 그 자체내에는 어떠한 생명도 힘도 없는 이 물체들이 거대한 힘과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아주 연약한 사람도 예수님께서 휘두르시는 망치(햄머)가 될 수 있다. 예수님께서는 연약한 인간을 택하셔서 사람들이 내세우는 공격과 반대와 저항들을 다 분쇄할 수 있게 하시는 것이다. 아주 이기주의적인 사람이 위대한 영혼치료의 의사이신 예수님의 부드러운 손이 되어 사람들의 상처들을 치료하게도 된다. 바로 이렇게하여 그리스도 교회의 신비스러운 조직 곧 몸은 하나이나 많은 지체를 가진 조직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바울이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라고 불렀을 때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 비유의 뜻이 무엇인가? 우리는 첫째로 한 육체에 많은 세포들이 유기적으로 합성하여 하나의 통일된 유기체를 형성하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우리 모두가 다 함께 소속되어 있는 민족공동체를 생각하게 된다. 민족을 다 한 몸으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신약성경에서 바울이 교회를 그리스도의 몸으로 비유하였을 때 이 비유에서 결정적인 것은 무엇인가 다른 것이다. 여기에서는 교회로서 우리가 그리스도와 맺고 있는 관계가 주요핵심으로 되어있다. 우리가 그리스도의 몸에 속한 부분들,그리스도의 지체, 곧 그리스도의 손과 발과 눈과 귀라고 할 때 그 의미는 무엇인가? 그 말의 의미는 오로지 그리스도는 우리에게 생명력과 지배정신이 되신다는 말씀이다. 그리스도께서는 우리에게 육체에 생명력 곧 지배적 정신이 있는 것과 같은 관계이다. 우리 육체의 기관들은 그 형태가 그 구성질료를 통하여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팔과 손과 발의 구성요소가 되는 모든 질료들은 입체세계 외부의 무기질 세계에도 있다. 이 질료들로부터는 어떠한 생명도 나오지 않는다. 우리의 육체부분인 지체들에 유일무이한 의미를 주는 것은 다만 우리의 학문적 탐구에 불가사의한 신비로 머물러 있는 것이다. 그 신비란 바로 육체의 부분인 지체들을 움직이고 그것들을 기관들로 만들고 또 그것들을 지배하는 생명력이다. 어떤 죽은 시체를 볼 때 팔과 손과 발이 살아있을 때와 조금도 다르지 않게 그대로 있다. 그러나 이 팔과 손과 다리가 다 축늘어져 있다. 생명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움직이는 힘이 더 이상 거기에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 육체의 한 부분, 그것이 팔이 되었건 다리가 되었건 마비되고 불구가 되어버리게 되면 그 외적 모습과 질료의 합성은 변치않고 그대로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시체는 우리에게 아주 낯선 시체이다. 우리의 의지가 그를 이제는 더 움직이도록 할 수 없다. 우리와 그 시체와는 의사소통(意思疏通 : Kommunikation)이 되지 않는다.

술에 만취(滿醉)하여 숨을 거둔 것 같이 보이는 사람을 다시 소생시켜 보려고 노력하여 그것이 잘되어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하고 생명이 신체 속으로 다시 순환할 때 그것이야말로 신비스럽고 경탄스러운 광경이다. 이때 곧 힘없이 축쳐져버린 팔과 손의 근육이 다시 펼쳐지며 첫 동작을 개시한다. 신비적 생명력이 다시 들어오게 된 것이다. 우리가 그리스도의 지체들이라고 성경에서 말씀하실 때 그 의미가 무엇인가? 그 의미는 바울이 빌립보서 1장에서 '그리스도는 내 생명'이라고 하신 것과 골로새서 3장에서 '그리스도는 너희 생명'이라고 하신 것과 같은 뜻이다. 우리 자신 안에는 아무러한 생명이 없다. 우리는 완전히 영적 빈곤과 결핍상태속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사용하신다. 마치 한 사람의 의지가 자기 육체의 팔과 손을 쓰듯이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쓰신다. 이로 말미암아 우리 연약한 인간들로부터 거대한 힘이 단번에 나온다. 그러나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움직이시고 지배하시는 동안만 그러한 힘이 나오는 것이다.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움직이시고 인도하시는 것이 중단되자 마자 우리는 다시 우리의 죽은 상태 속으로 복귀하고 만다. 그리스도께 생포된 우리도 우리를 쓰고자 하시는 그리스도와의 관계를 우리가 상실하자 마자 우리가 무슨 쓸모가 있으며 무엇에 적합한가 반성하여 볼 때 우리는 흔히 우리 자신에 대하여 경악을 금치 못하게 된다. 믿는 사람들이 주님과의 기도관계에서 탈락하자 마자 흔히 오히려 특별히 더 깊은 심연으로 추락하고 만다.

Ⅱ

이제서야 비로소 우리는 신약성경의 그리스도교회가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답변할 수 있다. 대답은 아주 간단하다. 교회는 완성되신 그리스도께서 자기 화해사역상 미완성된 세계에 현존하시는 양식이다. 이로부터 어떠한 추론이 나오는가? 우리는 다만 가장 중요한 사실들만을 고찰하여 보자.

가. 이 세계에는 다만 하나의 그리스도 교회만 있다. 왜냐하면 그리스도는 진실로 한 분이시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유대인도 없고 헬라인도 없고 종도 없고 자유인도 없고 모두 함께 그리스도안에서 하나이다.` `그리스도가 분열되셨느냐?'하고 바울은 고린도교회신자들에게 묻는다. 아니다. 한 인격체는 분열될 수 없다. 이것은 한갖 불가능할 따름이다. 한 몸은 본질상 일원적이며 그 한 몸안에 수업이 상이(相異)한 요소들이 합성되어 있다. 교회사를 살펴보게 되면 그리스도 몸의 지체들이 얼마나 다양한가, 새삼스럽게 놀라게 된다, 교회 안에는 이마에 땀이 구슬같고 팔에 근육이 두드러진 노동자들도 있고 시편을 노래하며 전쟁터에 나가는 크롬웰의 '철면같은 조야(粗野)한 병사들도 있으며 아씨시의 프란시스와 같은 평화의 성도들도 있다. 교회내에는 미켈란젤로와 같은 예술가들도 있고 수학자 파스칼과 같은 사상가들도 있으며 가장 어려운 국가문제의 결정 전에 형제교회의 경구서를 읽은 비스마르크와 같은 정치가들도 있다. 그리스도의 몸은 이 모든 다양한 지체들이 오로지 하나의 의지로부터 지배를 받는데 그 존립 의의가 있다. 또 감수성의 단일화도 이에 부응한다. '한 지체가 고통을 받는 경우 다른 모든 지체들도 더불어 고통을 받는다.' 몸은 또한 하나의 단일한 힘과 자양의 근원을 가진다. 그리스도 몸의 모든 지체들은 매일 그리스도 자신으로부터 삶의 원동력을 받고 산다. 영적 영양섭취의 이 단일성은 성찬식 때마다 나타나고 있다. 그러므로 이 지구상에는 오직 하나의 그리스도 교회만 있을 뿐이다.

지구상에 생긴 여러가지 상이한 교회들 때문에 우리는 혼돈이나 착란에 빠져서는 안된다. 로마카톨릭교와 희랍정교, 또 신교와 수많은 국가교회(Landeskirche)와 자유교회(Freiheitskirche) 사이에서 벌어지는 대립과 알력 갈등으로 우리는 오해와 착란에 빠져서는 안된다. 서로 대립경쟁하는 교회의 이 분열이 어디에서 기원하는가 하는 것에 대해서는 후에 설명하겠다. 그러나 우선 한가지 분명한 것은 그리스도께서는 오로지 한 분이시기 때문에 그리스도의 몸도 오로지 하나 뿐이라는 것이다. 그리스도안에서 우리가 같은 형제라는 사실은 이 세계 어디에서나 다른 민족의 기독교인들과 함께 만날 때 체험하게 된다. 그리스도안에서 삶의 의미와 평화를 발견한 사람들을 만날 때 그들이 어느 민족에 속하건 또 그들이 국가교회에 속하건 또는 자유교회에 속하고 있던 간에 우리는 만날 때 서로 형제자매됨을 체험하게 된다. 러시아에서 기독교도들이 공산당의 냉혹한 박해를 받을 때에 그들은 리가(Riga)의 살해실(殺害室)에서 적들의 기관총으로 총살당할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여러 다른 교파의 기독교도들이 여기에서는 한데 뭉쳤다. 여러 교파의 신교신자들 뿐만 아니라 많은 구교 및 희랍정교의 신자들도 있었다. 여기 지하살해실에서는 처음부터 모든 교파의 담이 허물어져 버렸다. 지하감방들에서 다같이 기도하고 다함께 찬송하였다. 냉돌같은 추위와 벼룩이 득실거리는 이 지하감방에서처럼 그렇게 생생하고 활력있는 교회는 일찌기 없었다고 할 정도이다. 살아계신 그리스도께서 체험되는 곳에서는 세계 어디에서나 그리스도의 교회는 인종과 민족과 국가와 계급과 빈부귀천의 차별없이 연합하는 것이며 어떠한 지상조직으로도 이러한 연합은 성취될 수 없는 것이다.

나. 이제 결정적 중요성을 뛴 제 2의 물음 '그리스도 몸의 단일성이 어디에 기초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가 대두된다. 이 물음에 대한 답변을 찾기 위하여 우리는 다음과 같은 기본사실에서부터 출발하지 않으면 안된다. 즉 교회는 완성되신 주님께서 자기 화해사역의 근거 위에서 이 불완전한 세계 속에서 현존하시는 양식이다는 기본사실에서부터 출발하지 않으면 안된다. 세계변화의 능력역사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힘의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그러나 골고다 위에서 화해의 제사는 바쳐졌다. 이러한 정황 아래서 두 사람, 당신과 내가 우리들로 그리스도의 교회 지체가 되어 함께 모일 때 이것은 우리 양편이 다 그리스도의 화해사역이 완성되므로 말미암아 평화와 평안을 찾았다는 그 유일무이하고 독특한 사실 위에 근거하고 있다. 우리 각자가 잘 알고 있듯이 '나는 영원히 멸망받을 존재였다, 내 죄의 무게와 내 거짓말, 다른 사람에 대한 사랑의 소홀, 내 육신의 정욕으로 범한 죄들의 무게와 중량이 그 누구도 저지시키지 못하도록 나를 깊은 심연으로 짓눌러 영원한 정죄와 파멸의 나락으로 몰아넣었을 것이다'는 것을 분명히 자각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나에게 긍휼과 자비를 베푸셨다. 따라서 나는 내 생애에 어떤 것도 나의 공로나 가치의 성취로 생각할 수 없다. 나는 다만 긍휼하심을 입어 살고 있을 따름이다.

익사(溺死)의 지경에 있던 어떤 사람이 마지막 순간에 다른 사람에 의해서 구출받았으면 그는 자신의 전여생 동안 바로 이 구출자 때문에 자기의 존재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예수님께서 피로 사신 교회에 속한 자들은 모두 바로 이러한 상황가운데 놓여있다. 두 사람이 이 사실을 체험하여 알고 있을 때 그들은 형제들인 것이다. 그리스도의 죽음을 통하여 받은 양심의 화해가 사람들을 실제로 가장 내면 깊숙이까지 서로 연결시켜 놓는 유일한 끈이다. 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이미 완성되고 새로운 창조에 속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다른 모든 것은 아직 미완성과 미해결의 것이다. 힘과 이 세계에 대한 영향력 행사의 문제는 아직 해결되어 있지 않다. 지식과 인식의 문제들도 아직 해결되어 있지 않다. 현재의 세계 속에서 우리가 실제로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하는 문제들도 아직 해결되어 있지 않다. 우리는 하나님의 계획을 따라 교회의 무기력시대에 살고 있다. 영혼들이 구원받을 수 있기 위하여는 교회가 필요하지만 교회는 무기력한 것이다. 이 무기력은 우리의 지식과 인식작용에도 해당되는데 '우리의 지식과 인식은 단편적이다. 우리는 다만 거울을 통하여 수수께끼 가운데에서 보고 있을 따름이다'(고전 13:12). 지식과 인식의 이 제한성과 한계성은 우리가 많은 문제들에 대해서 서로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데에 있다. 장년세례와 유아세례의 문제나 교회와 국가의 관계 등에 대해서 우리는 서로 의견을 일치하게 가지지 못하고 있다. 사람들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때 사람들은 갈라지게 되어 여러가지 상이한 집단들이 생기게 된다. 그리하여 역사적으로 수많은 교회들과 교파들이 생기게 되었다. 국가교회들도 있고 자유교회들도 있고 여러 모임들이 있다. 바로 이와같이 교회들이 많이 생기게 된 것이 그리스도의 교회가 세계안에서 무기력하다는 유일한 굴욕적 표현이다. 교회는 십자가사실(Kreuzestatsache)과 세계완성(WeIwollendung) 사이의 세계내에서 굴욕적으로 이러한 무능과 무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 기독교인들이 서로 의견을 일치시키지 못하고 교회들이 화합하지 못하여 우리는 세계 앞에서 부끄럽고 가련하게 서 있다. 그렇지만 이와 같은 분열상을 극복하여 세계에 보다 강한 힘의 과시와 그런 인상을 주고자 하는 시도와 노력은 모두 양심을 유린하고 짓밟는 행위이다. 카톨릭교회가 세계교회로 거창한 연합노력을 하고 있는 것을 본다. 세계교회들이 분열되어 있는 것을 볼 때 괴롭고 굴욕적이며 좌절감에 사로 잡힌다. 그러나 교회들은 오해하지 말고 그리스도의 몸은 하나이고 단일성을 가지고 있다는 확신에서 흔들리면 안된다. 그리스도의 피를 통하여 평화를 발견한 모든 사람들의 형제애는 사람들의 의견불일치 때문에 동요되거나 좌절되지 않는다. 사람들은 이해 인식과 지식과 실제생활 및 교회헌장의 중요문제에 서로 견해를 달리한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피를 통하여 평화를 발견한 모든 사람들의 진정한 형제관계는 이런 의견대립 때문에 흔들리거나 손상을 입지 아니한다.

바울은 로마서 14장과 15장에서 심각한 의견차이가 교회내에 있는 것을 보고 대처한다. 안식일과 유대인의 정진일(精進日. 斷食日)을 아직도 지킬 것인가 말 것인가 또 기독교적 자유가운데에서 이러한 고대의 관습을 경시할 것인가 경시하지 말 것인가 교회내에서 의견대립이 발생하였다. 거기에는 아주 편협하고 고지식한 파가 있었고 도량이 넘고 자유스러운 파가 있었다. 바울자신은 도량이 크고 자유스러운 파에 속하였다. 바울이 관용있고 자유로운 사람들에 속하고 있었기 때문에 바울은 편협한 율법주의자들을 아주 근절시키는데 자기의 총력과 권위를 행사하리라고 우리는 기대할 것이다. 이 편협하고 마음이 좁은 사람들은 교회사회를 소란케하고 형제애도 없이 살벌한 분위기를 조성할 것이므로 그들을 축출키 위하여 바울이 만전을 기하리라고 우리는 생각하기 쉽다. 교회가 정기적으로 모이는 회식시간에 그러한 사람들이 와서 얼마나 교회의 형제 사랑과 형제 공동체의 분위기를 흐리게 할 것인지 우리는 가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기 때문이다. 바울이 이러한 소견좁은 사람들을 배제시키기 위하여 개입하였다 하더라도 우리는 바울을 이해하고 그와 공감대를 형성하기 쉽다. 그러나 바울은 전혀 다르게 말하고 전혀 다르게 행동한다.그는 말하기를 '어떤 사람은 이 날을 저 날보다 더 선호한다. 또 다른 사람은 모든 날들을 다 선호한다...... 날들을 지키는 사람도 주를 위하여 하고 날들을 전혀 지키지 않는 자도 주를 위하여 한다. 먹는 자도 주를 위하여 먹는다. 왜냐하면 먹는 자가 하나님께 감사드리기 때문이다. 먹지 않는 자도 주를 위해 먹지 않으면서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왜냐하면 그리스도께서 죽은 자들과 산 자들의 주가 되시기 위해서 돌아가시고 부활하시고 다시 생존하시게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바로 단순한 이 성경말씀에서 그리스도 몸의 하나됨 곧 그 단일성은 우리가 성경과 기독교 관습의 이해와 인식이나 공동생활의 영위에 있어서 의견을 하나로 모은다는데에 있지 않음을 보게 되었다. 그리스도 몸의 하나됨과 단일성은 오로지 유일하게 다음과 같은 사실에 있다. 즉 우리가 우리를 위하여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분의 소유이며 그분께서 죽은 자들과 산 자들의 주님이시라는 사실에 있는 것이다.

오늘날 사람들이 사도들이 분리선을 긋지 않은 곳에서 분리선을 그으려고 할 때 그것은 심각한 위험이다. 그리스도의 교회는 대단히 분명하게 명확한 경계선을 가지고 있다. 어린양의 피로 평화를 발견하고 십자가에 못박히신 분의 소유가 된 사람들과 아직도 평화를 발견하지 못하고 불안정하고 고향상실속에 정처없이 이 세계를 두루다니며 스스로가 스스로를 구원하려고 하는 사람들 간에는 무한히 큰 차이가 있다. 그러나 이제 그리스도의 교회와 세계를 분리시키는 이 경계선과 차이를 다른데에 옮겨 놓으면 그것은 대단히 위험한 것이다. 사람들이 어떤 특정한 교의(敎義)와 삶의 규범과 규칙들을 분리선으로 정하여 교회헌장(敎會憲章 : die Kirchenverfassung)에 대한 서로 다른 교리형식이나 또 다른 견해를 가진 형제들과 관계를 단절하게 되면 그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이와같이 비성경적인 분리선들은 '우리의 닻을 영원히 확정시키는 기초를 아직 찾지 않은 사람들이 대체로 긋고 있다. 이러한 사람들은 하나님의 경륜에 따르면 종말에야 비로소 올 것을 무작정 광신적으로 미리 선취(先取)하려고 한다. 이 세계의 우위에 서서 배타적으로 교회가 세력을 장악하여야 한다고 갈파하고 우리가 지금 다만 부분적으로만 알 수 있는 것을 모두 다 보는 태도를 가지려고 하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의 중간 상황 속에서 교회의 무능과 무기력에 대하여 완전히 시인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럴지 않을 때 오늘날 우리가 체험하는 모든 것은 어려운 신앙의 시험이 된다.

다. 우리는 현재의 세계시간 속에서 교회의 연약함에 대하여 말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교회의 무능과 무기력의 한 가운데에서 그리스도의 교회는 완성되신 주님을 통하여 하나님의 전권을 소유하고 있다. 이것은 세계권력의 의미에 있어서의 전권이 결코 아니다. 세계에 영향력과 인상을 끼치고 남길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다. 교회의 전권과 권위는 세계가 이해하지 못하고 세계에는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어떤 지배적 인상을 줄 수 없는 것들에만 관계를 맺고 있다. 교회의 권위와 전권이란 완성되셨으나 보이지 않으시는(不可視的) 주님께서 그 화해사역을 위하여 교회안에서 행동하시고 계신다는 사실에 있다. 우리는 교회의 이 권위와 전권에 속한 중요한 사항들만을 몇가지 특별히 고찰하여 보자.

①그리스도의 교회는 그 주님의 이름으로 죄들을 용서할 힘이 있다, 마태복음 18장에는 마태복음 16장에서 이해할 수 있듯이 베드로와 예수님의 제자들에게 뿐만 아니라 전 교회에 묶고 풀 전권을 부여하셨다. '진실로 내가 너희에게 말하노니 너희가 땅위에서 묶는 것은 하늘에서도 묶일 것이며 너희가 땅위에서 푸는 것은 하늘 위에서도 풀릴 것이다.' 묶는다는 말은 양심을 죄에 묶는다는 말이며 푼다는 말은 양심의 짐을 풀어 죄로부터 자유스럽고 해방되게 한다는 것을 말한다. 사람은 자기자신으로 부터 자기 자신이 가진 무슨 본래의 권위로 다른 사람에게 이것을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어떤 사람도 자기 자신을 자기의 권한 내에 두고 있지 않으며 또 다른 사람들의 양심을 지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도 다른 형제를 구속할 수 없고 또 하나님을 화해시킬 수 없다. 그 영혼을 구속하기에 값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사람은 영혼을 구속하지 못하고 영원히 그대로 방치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시편49:8 이하). 그러나 교회에서 그리스도의 전권으로부터 늘 발생하는 일이야말로 이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것이다. 왜냐하면 교회에서 양심의 가책과 죄로 짓눌린 사람이 자기의 죄짐을 다 털어놓은 다음에 형제의 말을 듣고 진정 평화를 발견하며 확신할 때 죄가 지상에서 풀렸을 뿐만 아니라 하늘에서도 풀렸다는 것을 마음속에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이 확신과 평화는 죽음의 시간에도 어려움이나 불안의 소지를 주지 않는다.

② 완성되신 주님께서 교회 안에 현존하시기 때문에 교회가 가지는 제 2의 전권은 주님께서 그 고별사에서 제자교회에 아주 확실하게 약속하신 성령의 역사(die Geistesleis-tung)이다. 예수님께서는 '성령이 너희를 모든 진리로 인도하리라'고 약속하셨다. 교회는 세계와의 논쟁대결에서 방향설정을 위해 안간힘을 쓰며 자기자신을 변호하고 자기 자신을 방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스도의 영이 모든 세기동안 그리고 모든 형편과 처지 가운데에서 교회를 인도할 것이다고 말씀하신 것이다. 이 말은 우리가 십자가에 못박히신 분의 소유가 되었을 때 우리의 삶 전체의 영위동안 우리가 무조건적 안 전을 향유하며 따라서 어떠한 탈선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믿는 사람들의 지식은 이 세상에 있는 동안 아직 단편적이기 때문에 그들도 여러가지 일들을 결정하고 행동하는 데에서 실수할 수 있다는 것은 교회의 무능과 무기력에 속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님께서는 그 교회의 보이시지 않는 불가시적 지도자와 통솔자로서 언제나 교회 안에 현존하여 계신다. 말하자면 교회 안에는 언제나 간헐(間歇)없이 전파를 내보내는 송신소가 있다. 그러나 전파를 받는 수신기관은 아직 불완전하며 보도를 정확히 들어 기록하지 못하도록 훼방하는 것들이 공중에 있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매일같이 성령께서 우리들에게 말씀하시는 것을 들을 수 있고 선지자의 말씀이 진실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사야 선지자는 말하기를 '하나님께서는 매일 아침 나를 깨워 일으키시며 내 귀를 일깨워 일으키시므로 내가 제자같이 들을 수 있게 된다'(이사야 50)고 하였다.

③ 교회가 가지는 제 3의 능력과 전권은 기도의 능력과 전권이다. '너희가 내 이름으로 구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하나님께서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고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말은 물론 기도로 치료될 수 없는 병이 교회안에 아무것도 없다는 말씀이 아니다. 우리가 이 지구의 여러 곤궁과 역경과 빈궁 속에 머물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 교회의 무기력과 무능에 속한 것이다. 기도의 치유는 규범과 일상사(日常事)로서 주어진 것이 아니고 하나님께서 교회에 한 은사로 주신 것이다. 기도의 치유는 이 지구의 모든 고통이 극복될 새 세계에서 탄생될 첫 열매로 주어진 은사이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교회가 가지는 무능과 무기력과 또 그 교회의 영광스러운 능력과 전권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이 영광스러운 교회의 능력과 전권은 이 죽음의 세계속에서 현존하시면서 자기의 뜻을 성취하고 목적 달성하시기 위하여 죄있는 우리들을 필요로 하시는 완성되신 주님을 통하여 우리가 받는 것이다. 우리는 교회의 무능과 능력사이에서 살고 있다. 그러나 십자가에서 화해역사가 성취된 다음 세계완성의 능력역사가 오게되면 이 긴장이 해결되리라는 확신을 우리 안에 가지고 있다. 우리가 지금 하나님 교회의 연약함과 분열상 아래서 더욱 깊이 어려움과 고통을 당하면 당할수록 약속이 성취될 때의 영광은 더 크게 될 것이다. 약속의 말씀은 말씀하시기를 '하나님께서 그들과 함께 거하실 것이며 그들은 그의 백성이 되고 하나님 자신이 그들과 함께 하셔서 그들의 하나님이 되실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그들의 눈에서 모든 눈물을 닦아주실 것이다. 죽음이 이제 더없고 고통과 울부짖음과 괴로움도 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첫째 것은 다 지나갔기 때문이다'(요한 계시록 21:3절이하)고 하신다. 이러한 교회의 완성을 보면서 우리는 무능과 무기력의 이 세계 체재기간 동안 즐거운 마음으로 모든 것을 인내하고 참아낼 수 있는 것이다.

오! 우리의 머리되신 예수님, 고통을 거치시고 가시고

당신께서는 하늘에 올라

믿는 자를 당신의 궤도에서 한결같이 인도하시나이다.

빈부의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언제나 변함없이 저희를 인도하소서!

저희를 죽음의 당신이 거치신 아멘.

문을 거쳐 당신과 함께 빛으로 인도하소서.

당신이 거치신 죽음의 문을 통과하여 저희를 인도하소서.

아멘.

▣ 세계의 구조분석과 신의 계시문제

I. 세계의 기본구조¹

우리 세계 존재의 기본적 공통구조는 공간으로 구성되었다고 말한다. 여기에서 공간이라는 말은 극히 넓은 의미에서 사용된 것으로 한 공간은 그 자체에 있어서 끝없이 무한한 연속상황이며 여기에는 일정한 구조법칙에 따라 다양한 내용이 안배되어 있다. 이 공간을 대별하자면 전후관계를 가진 시간공간과 상호 병렬관계를 가진 평면공간과 삼차원적 입체공간과 이 모든 공간들을 스스로 안에 포함시키는 대상공간 및 나와 네가 서로 해후하는 부가시적 현재공간을 들 수 있다. 공간들의 내용구성은 상이하지만 내용의 공통성은 각 공간이 그 자체만으로 족한 연속상황이며 이 한계결여성은 공간들이 상호간 결코 제한하지 않고 다만 상호 침투하고 해후할 수 있다는 것 뿐이다. 먼저 공간들은 그 자체에 있어서 무한한 데 이것의 설명을 위해 시간공간을 예로 들면 내가 출발점으로 보는 모든 시점은 언제나 동시에 그에 선행한 시간범위의 종점이고 내가 종점이라고 보는 모든 시점은 동시에 이와 함께 시작되는 새로운 시간범위의 시작이기 때문인 것이다. 시류의 세 요소들은 이리하여 과거 현재 미래로 구분되고 이들은 상호 대립적으로 제한한다. 이 삼자는 마치 전류의 양전기와 음전기와 같이 반드시 함께 있어야만 한다. 시류의 이 세 요소는 언제나 상호 관계를 맺고 있으며 이 삼자 중 어느 하나를 제거하게 되면 타양자(他兩者)는 이상 더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은 관계성을 셀링(Schelling)과 술라이어마허(Schleiermacher ) 가 잘 지적한대로 양극성(Polaritaet)이라 칭한다. 이 시간의 양극성이 모든 인간의 사유와 행동이 수난당하는 괴로운 사실의 이유근거가 된다. 우리의 궁극적 문제인 전실존의 원구과 방향(WanIKn und wozu)의 구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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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본 본문은 19세기 말로부터 20세기 중반기까지 독일내에서 최대의 사상가와 신학자였던 Karl Herm 교수의 力著 Ghube und Denken(Hamburg 1959⁵)과 Jesus der Hrr(Hsmburg 1955)에 기초하여 집필된 것임을 일러둔다. 세계의 기본구조에 대한 분석은 전기 Glaube und Denken의 191-198페이지의 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우리 스스로는 이룰 수 없다는 한계상황적 고민이 바로 이것이다. 우리가 어디에서(Woher) 왜(Warum) 기원하고 또 어디로(Woz-u) 가는가에 대하여 우리 스스로는 아무러한 확답과 결론을 내릴 수 없다. 이 문제들에 대한 확답을 얻을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시류의 구분을 고정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과거 현재 미래의 구분이 뚜렷함에도 불구하고 그 어느 하나를 우리로서는 고정시킬 수 없다는 한계성은 평면공구과 입체공구과 대상세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어느 시작과 출발은 다른 방향이나 공간에서 보면 종말이고 종점이 되어 있기 때문에 양극성(Polaritaet)의 상황론적 고민은 지양될 수 없다. 이 공간들 속에서의 모든 실존은 휴식없는 과도기이고 연면불절(連綿不絶)한 전진과 피동적 이동이다(시편 90:4 참조). 시간존재의 기본구조는 따라서 우리에게 끊임없이 다가오고 있고 또 우리가 피할 수 없는 불확실한 미지의 미래에 대한 불안이다(M. Heidegger). 무한한 공간세계와 끊임없이 전진하는 시류의 와중 속에서 불안과 고향상실감이 우리에게 덮쳐온다. 여기에서 내가 나 자아를 의식하는 것도 대상공간(Es-Raum)과 너(Du)와의 한계선과 저촉되면서 가능하게 된다. 주체(subjekt)가 존재하는 것은 오로지 객체(Objekt)가 대입되고 있을 때에만 그러한 것이며 그 역(逆)도 진(眞)이다. 나와 대상 또는 객체는 양전기와 음전기 마냥 동존한다. 나와 객체관계 및 생성과정과 기존생성 곧 되어가는 것과 이미 이루어진 것과의 관계는 동일한 것의 양면 또는 이면에 불과하다. 따라서 주체와 객체의 관계는 쉬임없는 과도기적 연속상황으로 생성의 화끈한 상태로부터 기성(旣成) 곧 이미 되어진 존재의 냉각 상태로 추이되어 버린다. 그러나 나 자아의 상대극(Gegtnpo1 des Ich)을 형성하여 주는 객관세계(Es-Welt)는 나의 자아인식과 실현에 충분하지 못하다. 이것이 독일관념론이 극복하지 못한 장벽이었던 것이다. 이 관념론의 한계적 장벽을 돌파하고 나온 것이 '내가 존재하는 것은 오로지 너를 통해서만'이라는 새로운 현실차원이다. 내가 내 자신으로서만 내가 될 수 없고 다만 너에게서 또 당신에게서 내가 나 될 수 있다는 것이 우리 현존재의 가장 심각한 양극성(die tiefste Polaritaet)이다. 이 양극성도 마찬가지로 쉬임없는 과도기와 이동으로 뻗쳐나간다. 나의 너가 되는 상대방은 또 나를 요구할 권리를 주는 또 하나의 너 또는 당신(Du)이 필요하게 되므로 여기에서도 끝이 없는 인과율적 연쇄상황이 전개된다.

II. '왜'의 문제에 대한 內世界的 解決試圖²

양극성(Polaritaet)은 우리가 그 밑에 있는 세계법칙(Weltgesetz)인데 이 법칙지배 아래서 우리 현존재의 '왜'(Warurn) 곧 원인문제와 우리 행동의 궁극적 재가의 출처(Woher)에 대한 문제를 탐색할 때 세 가지 방도가 있는 것으로 요약 설명할 수 있다.

첫째로 무한히 전후 사방으로 뻗치는 線中에서 어떤 특정한 부분에 머물러서 이 부분 또는 이 지점의 배후에는 더 이상 소급하지 않기로 작정하는 태도를 우리는 취할 수 있다. 이 부분 또는 이 지점이 현실의 근본 시점(der Uranfmg der Wirkichkeit)인양 우리는 행동하게 되며 그것이 인과율 선상 의 부분인줄 알면서도 至高常置의 위치에 상류시키는 일을 하게 되는데 성경에서는 이것을 '피조물신격화'(Kreaturvergoenenxrg)로 일컫는다. 여기에서는 내세계적인 것이 초세계적인 것으로 숭앙되게 된다.

둘째로는 어떤 구체적 부분이나 지점에 정착하기를 포기하고 우리 주위 사방으로 종잡을 수 없이 선을 지어 뻗치는 전체를 우리 종교 崇仰의 대상으로 삼게 되는데 이것이 범신론적 태도이다.

셋째로는 현실의 양극적 대입상황의 배후에서 이 모든 대립들이 失墜되는 한 영점(ein Indifferenzpunkt)으로 돌아가 모든 구분, 구별들이 소실된 窮極一元 속에서 안정을 찾으려고 하게 되는 데 이것이 靈의 종교 또는 무관심종교이다. 위에 예거한 이 세 가지 가능성들이 전 인류종교의 집약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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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K Helm, Glsube und DenKen ss. 198-213참조

우상숭배 또는 피조물 신격화와 범신론은 이 세계의 양극성(die Polaritaet) 법칙 밑에서 '왜'(Warum)의 문구를 해결하기 위한 방식으로 전자는 양극 이 상호 대입 또는 상호 병입되는 관계에서 말하여지며 후자는 零의 상태 곧 무관상황(der Indifferenzzustand)과 관련하여 이야기된다. 이 무관상황에 서는 양극대립이 물러가고 광선이 프리즘을 통하여 굴절될 때 일어나는 색깔들처럼 대립상황들이 전개될 수 있다. 이 무관상황은 모든 양극관계의 배경이고 전제인데 여기에서 제 3의 길이 열릴 수 있는 바 이 제 3의 길 위에서는 양극존재 내부에서 '왜'의 문제(die Warumfrage)가 종식되는 한 窮極根源을 탐구할 수 있게 된다. 우리는 '나와 너와 그것 곧 대상세계'(Ich- Du-Es=Welr)의 모든 양극적 대입들의 배후에서 그 뒤에 있는 한 궁극일 원(die Ureinheit)에 소급하게 된다. 인도의 신비주의에서는 전 세계의 다양성은 다만 바다의 수면에서 물결치는 파도에 불과하며 그 밑의 근원은 궁극일원의 영원한 안식과 침정(沈靜)이라고 본 것이다. 이 궁극일원에서 인식자와 인식대상과 인식내용의 '세 가지 대입'들(die 'drei Gegensaetze' von Erken- nendem, Erkanntetn und Erkenntnisinhalt)이 지손되어 버린다. 여기에서는 따라서 나와 대상객체도 붕괴되고 만다. 또 주관과 객관의 구별(der Unter- schied =wischen Subjekt und Objekt) 뿐만이 아니라 '나와 너의 대입'(der Gegensrtz zwischen Ich und Du)도 지양되어 버린다, 개입들의 다수(die Vielheit der Personen)는 현실의 기만적 표면에 속한 것이다. 실상 하나의 자아(ein lch) 곧 대아'(大我: das grobe Ich)만이 있을 뿐이고 그 다양한 표출과 개별적 현상은 '소아(小我: die kleinen Ich)를 노정할 뿐이다. 궁극일원 또는 逆의 합일(coincidentia oppositorum)은 동시에 다양한 전세계가 깨어진 거울마냥 그로부터 나오게 된 궁극근원(der Urgrund)이다. 궁극일원(die Urein- heit)속에서 탐구하는 인간 정신의 '왜의 문제'(die Warum-frage des for- schenJen Menschengeistes)가 종식된다고 말하고 있다. 이 '왜'의 문구(die Warum-frage)의 추구와 함께 우리 행위의 마지막권위의 출처를 논의하게 될 때 역시 권위의 기점을 인과율 선상의 한 부분 또는 지점에서 보조하여 그것을 신격화 또는 우상시하든가 다양한 현상 전체를 신격화하든가 또는 零의 상황에서 대아에 스스로를 역입하든가 하게 된다. 먼저 권위라는 말부터 고찰하건대 羅典語의 auctoritas는 augere(증가하다, 증가시키다)에서 파생되었다고 말한다. 즉 단위 auctoritas는 증가 또는 증강 증대되는 한 의지로서 나의 의지보다도 더 강한 것이며 나의 의지를 자아에게 복종시킬 권한을 가지고 있다. 누구인가 나에게 권위가 되는 법정이라는 요구 주장과 함께 등장할 때에 그렇다면 이 권한부여가 어디에서(Woher) 기원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누가 그에게 이 권 한을 부여하였는가 하고 물을 때에 먼저 나에게 권위가 되는 법정을 내자 신 스스로 효력을 발생하게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자기 자신 에 복귀하게 되는 한 회전이 일어나게 되고 만다. 상호구에 한 조약 또는 맹약관계를 체결하는 두 법정이 있을 때 갑이 을에게 자기에게 명령할 권한을 준다고 하자. 그렇다면 갑은 그에게 명령권을 위임하는 것이 좋다고 여겨지는 한에서만 을에게 속하고 있는 것이다. 또 을의 권한은 갑의 복종으로서만 성립되고 효력을 발생한다. 이 때 내가 내 자신 부여하는 권위는 나에게 하등의 권위가 되지 못한다. 내가 내 자신에게 발하는 명령은 나에게 하등 무조건적 효력이 있는 명령이 아니다. 세계 헌정사 전체가 헌법의 권한부여에 대한 법정근거에 대한 명제로 위요되어 있다. 군주국가의 관리는 왕이 임명하였다. 왕의 이름으로 이 관리는 재판하고 처벌하고 또 행정조치를 단행할 수 있었다. 왕은 왕조에 의해서 권한을 부여받았다. 공화국의 관리는 '민의'(Volkswille)에 의해서 자기가 권한부여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민의는 선거로 대변된다. 전국민의 대다수 의지가 개입의지에 올라서서 개인을 예속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군주국가에 있어서 왕조와 그 왕조에 속한 당대 왕은 본래 어디서(woher) 지배권을 받았는가 하는 의문이다. 또 공화국체제에 있어서 누가 민의에 개인의 자유를 제한할 권리를 부여하였는가 하는 의문이 일어나게 된다. 이로써 우리는 인과율적 세계설명 곧 '왜'의 문구(Warum- fnge)의 해명에 있어서와 마찬가지로 종잡을 수 없는 인과율의 연속선상의 한 부분에 머물러 이 구분을 절대화하여 그 이상 더 배후에 소급할 수 없는 마지막 것으로 만들게 되는 때 우리는 여기에다 다른 모든 것도 달아매도록 못을 박게 된다. 아니면 이 종잡을 수 없는 連鎖線 전체를 절대화한다. 예컨대 유럽의 절대군주 시대에 있었던 것처럼 왕관을 쓴 자가 최후의 법정이 되고 그 이상의 어떤 권위에게 상소할 가능성도 없게 되며 이 절대 군주의 권한에 의문을 제기하게 되면 황제 모독죄로 처벌받게 되었다. 나아가서 이 왕조가 권력을 장악하고 백성의 통치를 시행하게 된 것은 역사의 결과인 것이다. 즉 원수들과의 치열한 대결에서 이 왕조의 세력이 우세하게 등장한 것이며 숙적과의 투쟁과제가 백성을 단결하게 하였고 전체를 위하여 개인 스스로는 희생하여야 한다는 각오를 굳히게 하여 왕조의 지도력과 우세를 확립시키게 된 역사적 사실로 발전하였다. 우리는 역사적 필연성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료의 필연성에 대해서도 논급할 수 있다. 종잡을 수 없는 생물의 생성과정을 고찰하면서 유기적 생명의 기원에까지 추적하려고 노력할 때에 오늘날의 생물분포는 생물학적 기본법칙에 따라 형성된 것이라는 추론이 나오게 된다. 역사적인 그리고 생물학적인 제반 발달과정을 회고하면서 우리는 종잡을 수 없는 연쇄과정의 전체를 절대화하게 되는 일이 있다. 어떤 결정을 우리가 내려야 할 때 첫째의 경우에서와 같이 어떤 특정 위치나 부분, 어떤 지도자나 의회에 시선을 돌리지 않고 오히려 자연 사건과 역사 생성의 전체 움직임 속에 포함되어 있는 영감을 믿으려고 한다. 순간의 결정에 있어서 이 영감이 우리를 부축하여 주고 또 힘을 주어 망설임없이 확실한 본능을 가지고 현실로부터 바른 것을 포착하도록 하여 준다고 믿는다. 확실성을 가지고 바른 길을 찾도록 하여 주는 본능에 대한 이 신뢰는 우리가 매사에 결정하는 것이 세계를 형성하여주는 힘과 충동들의 무한한 전체에 의해서 부축을 받고 있다는 신앙에서 나온다. 이로써 우리의 행동에 재가를 주는 마지막 권위의 법정에 대한 문구에 있어서 우리는 우리의 인식이 제기하는 '왜'의 문구(die Wanun-fnge)에 있어서와 마찬가지로 두 가지 가능성들 앞에 서게 되는 것이며 하나는 피조물신격화(Kreaturvergoetterung)이고 또 하나는 범신론(Panthtismus)이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피조물 신격화 또는 우상숭배 및 범신론과 함께 零의 종교 곧 무관종교의 제 3의 길(der dritte Weg der Indifferenzreligion)이 있다. 다양세계의 궁극근원이 그 안에 모든 대립들이 지양되어 구별이 없는 일원이라면 이 궁극일원은 그 밑에 우리의 삶이 있는 모든 제약들이 그 안에 닻을 놓은 근원인 것이다. 이 때 도덕은 개체적 존재들 속에서 다만 여러 가지 변화하는 형태들로만 나타나는 한 전체(ein All-Ich)만이 존재한다는 인식으로부터 산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죄는 꼭 하나로서 개체적 존재가 자기 자신을 주장하고 상호간의 투쟁에 있어서 스스로를 주장하려고 하는 행동이다. 사람들이나 국가 민족들이 서로 피를 흘리면서까지 싸울 때에 이것은 다만 한 불행한 착각의 결과일 뿐이다. 그들은 아직도 tat tvam asi 곧 `당신이 그것이다`라는 문구 속에 포함된 구속적 인식에 이르지 못하였기 때문이라고 본다. 개체적 존재가 아직도 타개체 존재와 자기 자신과 동일하며 나와 타자간의 대립은 다만 현실의 기만적 표면에 속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 것이다. 어떤 인간이 타인간을 박해하고 착취하고 괴롭힐 때 그 자리는 불행한 맹목 가운데에서 치아를 자기 자신의 살 속에 넣어 물고 있는 것이 된다. 여기에서는 절대자의 재가를 받는 삶의 변향이란 갖가지 수행과 수련들로서 개체존재에 대한 大否定을 기하고 다양현상의 기만적 면사포를 찢고 궁극일원(die Ureinheit)으로 복귀한다. 개체적 현존재로부터 해탈되는 이 수행과 수련에 첫째로 자비의 일들이 속한다. 자비심을 가지고 개체적 존재의 자아주장 의지로부터 발생되는 무시무시한 실존투쟁 속에서 괴로워하는 모든 사람들의 곤궁에 참여하며 그 다음으로 원수(怨极)의 사랑으로 원수를 위하여 자기 희생까지도 각오하며 수도원의 고독 속에서 萬有一者(Jas All-Eine)에게로 심잠(沈潛)하는 수행을 한다.

Ⅲ. 세 가지 내세계적 종교형식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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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K. Heim. ibid. ss. 214-217 참조.

양극성(Polaritaet)의 세계법칙 아래서 우리의 사유와 행동의 지침과 좌표가 될 수 있는 세 가지 길을 밝혀 보았는데 이것에는 세 가지 길들이 동시에 대응하게 된다.

양극성(Polaritaet)의 무한하고 종잡을 수 없는 인과율적 연속선상에서 한 부분을 원시시점(Uranftng)으로 세우고 이것을 지고가치의 위치에 상승시켜 놓게 되면 번다한 형태의 이교적 다신론이 종교의 숭배형식으로 발생하게 된다. 신상의 제작 건립, 제의, 도처에 화려한 신전 건축, 다채로운 축제 행사들이 이 종교숭배의 상징적 행위들이며 이들은 감정과 환상에 최대한 강력히 그리고 깊이 작용하기를 기도(企圖)한다. 이 모든 제의 행사들은 한 일정한 내세계적 현실, 예를 들면 국가로부터 사람들의 감정에 작용하는 힘에 대한 표현이다. 이 힘이 여기에 없다면 그 모든 행사들은 아무러한 인상을 주지 못할 것이다. 이 행사들은 그 의미를 또 상실할 것이다. 이로써 주목 할 사실은 이방의 모든 국가종교들에서는 사람들의 감정에 깊고 강한 인상 을 주기 위해서 괴이한 수단 방법들을 강구할 뿐만이 아니라 이 제의가 수세기 동안이나 계속 준행되고 시행되어 왔다. 종교사적으로 고대 중국의 황제정치 시대에 가장 엄숙한 제의는 天祭였다. 이것은 세계의 타호족들과 다른 중심국가 곧 중화민국이 우리라는 의식의 표현이었다고 한다. 이 제의에서 황제가 천자로서 모든 궁중대신들과 국가관리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단의 대리석 계단을 올라가 천지를 화합하고 화해시키려고 제사를 드리게 된 것은 世紀와 世紀를 거치는 사이 더욱 장엄하고 웅대하게 되었다. 이 의식이 주는 인상과 감명을 사고하고 심화시키려는 노력은 사실은 인간의 마지막 불안을 노정시키고 있다. 이러한 의식으로, 고요히 반성하고 觀照하여 볼 때 의식 안에 들어오는 무엇인가를 축출(逐出)하지 않으면 안되었다는 말이다. 다시 말하면 이 모든 의식과 행사들에 있어서 지고가치로 숭앙되는 현실의 배후에 추적하여 이 내세계적 현실을 절대자의 위치로 상승시킬 권리와 권한이 어디로부터 나오는가에 대한 문제 제기를 용납할 틈과 여유를 주지 말아야 한다는 것 곧 의식적 불안을 차단시켜야 했다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가 양극적 세계의 굴레 속에서 사는 한 이 문제에 대한 만족스러운 답변은 없는 것이며 답변의 모색은 무한하고 종잡을 수 없는 인과율적 연속상황의 선에 따라간다. 이것이 피조물신격화에서 오는 종교형식이고 그 현상이다. 만유의 원시근원(Urgrund aller Dinge)에 이르기 위하여 범신론이라는 제 2의 길에 종교숭배의 형식으로 그 피안없는 바다 속에서 내가 내 자신을 상실하고, 무한한 전체의 충만에서 받는 압도적 감명과 인상 아래로의 광신적인 투신(投身)이 대응되고 있다. 무한에서의 狂喜(광희)와 眈溺(탐닉)이나 또 세계를 한 힘의 거물, 스스로를 영원히 변화시키며 또 영원히 스스로에 복귀하고 스스로 질풍노도처럼 파도치는 힘의 한 바다로서 숭배하는 것도 이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양극세계 안에서 가능한 제 3의 종교숭배형식은 세계의 대입상황배후에 있는 평형상태(Gleichgewichtszustand)로의 이동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인도의 요가수련으로 불교의 심시(die buddhistische Versenkung)속에서 그 계속적인 발전 양상을 보게 된다. 자아는 모든 구체적 내용으로부터 해탈되고 소아는 전 현실을 위요하고 그 안에 모든 대립들이 소실되어 버리는 대아와 일치되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게 된다. 이 '신비적 죽음' 곧 영혼이 평형상태로 복귀하는 것은 일견 양극성의 제약으로부터 해탈된 것 같이 보이나 실상은 양극관계가 그 위에서 있는 최후의 근거에 대한 자각일 뿐이다. 이것은 여러 해를 통하여 명상을 하는 자가 모두 겪는 괴로운 경험이다. 자아가 모든 구체적 의식 내용으로부터 해탈하여 전아(All-Ich)에 스스로 이르게 되는 정점(der Hoehepurrkt)은 오랜 수련 후 도달하게 될지 오른다. 그러나 이 정점에서 체류하기란 불가능하다. 공중에 던진 공을 중력의 법칙에 따라 언제나 다시금 지구가 끌어 당기듯이 신비주의자도 매일 같이 반복하여 이룬 명상으로 해탈하게된 그 경지에서 다양한 세계로 다시금 되돌아 오게 되고 만다. 우리가 최고의 집중을 통해서 도달할 수 있는 것은 따라서 어떤 구속된 지속상태가 아니고 상호 대입된 상태 사이에서 안정없이 우왕좌왕하는 것이며 끊임없는 교체변화 속에서 헤매는 것이다. 한번은 궁극일원속에 들어 갔다가 다시금 세계의 대입상황 속에 추락되고 만다.

이로써 우리는 양극존재 현실 속에서 가능한 세 가지 종교숭배의 형식들을 고찰하였다. 이 세 가지 종교형식들은 모두 한 공통적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 세 가지 형식들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능력으로 실현할 수 있는 종교들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서 우리 능력 범위 내에 없는 어떤 조건들에 우리는 결부되어 있지 않다. 우리는 물론 예술적으로 정교하게 마련한 축제행사에서 받는 감명으로 크나큰 심리적이고 감정적 동요를 받을 수 있다. 우리는 또 강한 자연의 풍경 속에서 우주의 충만한 형성작용을 범신론적으로 경탄하고 숭배할 수도 있다. 우리가 또 끈기력과 의지력을 행사하면 수 천년간의 긴 실습을 통하여 시험된 불교적 沈靜(침정)의 범위에 입각하여 영혼의 평형에 도달할 수 있고 그로부터 어려운 생활환경과 조건 속에서 힘을 얻을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은 노력과 수고가 든다. 그러나 이것은 인간의 가능범위 내에 있다. 이 종교형식들은 우리 인간이 우리의 힘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능범위 내에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가 도달하는 목표는 우리가 들이는 힘에 부응한다. 우리가 산 봉우리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넓은 전망의 폭은 등산의 노력도에 비례하고 부응한다. 이 모든 종교형식들은 따라서 성경적으로 말하자면 '법 아래' 있다. 이들은 우리로부터 실현성취를 요구하고 있고 그런 모든 사람에게 보상을 약속하여 준다. 이 모든 종교형식들이 지니고 있는 특징에 한 가지 결함이 분명하게 있다. 이 세 가지 길에서 넘을 수 없는 분명한 한계가 있는 것이다. 이 세 길에서 우리가 도달할 수 있는 목표는 우리가 투입한 힘보다 더 높지 않다. 그러므로 우리의 내적 힘이나 잠재력이 消盡(소진)하게 되면 이 모든 종교형식들이 우리들을 사점(死點: der tote Punkt) 이상으로 건네다 줄 수 없다. 이 세 길 위에서 우리는 언제나 어떤 일에 노력을 한 만큼 얻을 수 밖에 없을 뿐이기 때문인 것이다. 이 세 길 위에서 가능한 종교는 그러므로 잔잔한 수면 위에 있는 보트의 노와 비교할 수 있다. 노를 떨어뜨리게 되면 보트는 잠시 후에 멈추고 만다. 사공들이 노를 움직일 힘이 더 없을 때에라도 보트를 날라주고 옮겨 갈 물결이 여기에는 유감이나마 없다.

Ⅳ. 초양극적 궁극존재(Das ueberpolare Ursein)⁴

위에 언급한 세 가지 모든 내세계적 종교형식들이 넘어서지 못하는 사점 (der tote Punkt)은 오직 한 전제 밑에서만 극복될 수 있으나 이 전제는 우 리의 능력 범위 안에 있지 않다. 이것은 기도하는 자의 생활 근거가 되는 전제이다. 기도하는 자에게 자기 삶과 움직임이 이루어지는 중심위치는 자 기가 수많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영감의 물결에 휩쓸리는 축제의 시간이 아니며 또 무한자에 대한 범신론적 관조도 아니고 불교적 명상도 아니며 무소부재하신 힘이 자기와 함께 시작하신 대화를 계속하기 위하여 사람이 이 능력자에게 고요히 몸과 고개를 돌리는 고독한 시간에 있다. 기도하는 사람은 그러므로 우리가 접근할 수 있고 그 안에 세 가지 길이 열려있는 양극적 존재(das polare Sein)가 유일한 존재가 아니라는 전제 속에서 산다. 오히려 이 양극적 존재는 우리가 접근할 수 없는 전혀 다른 존재에 둘러 싸여 그의 부축임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 타존재는 우리 존재의 모든 곳에 현존하고 그러면서도 피안적이며 또 무소불재하시다. 궁극존재가 계시게 되면 '나와 너의 관계(die Ich-Du=Beziehurrg)' 속에 포함된 운동이 휴지(休止)상태에 이르게 된다. 각 '자아(Jedes Ich)'는 오로지 자아의 상대방이 되는 '너(Du) '와의 관계를 통하여서만 '자아'가 되는 것이다. 나는 내가 위하여 존재해야 할 타자(他者)를 필요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 타자는 나를 자기 자신에 요구할 내적 전권을 스스로 안에 보유하고 있지 못하다. 그는 또 자기가 그를 위하여 존재해야 할 또 하나의 제삼자를 필요로 한다. 각자에게 '나는 오로지 너를 통해서만 존재한다'(Ich bin nur durch dich)라는 명구가 해당되게 된다. 이리하여 각 자아가 자기 자신을 발견하기 위하여 그 안에서 타자를 필요로 하게 되는 종잡을 수 없이 무한한 선이 전개된다, 그러나 초양극적 존재(ein ueberpolares Sein)가 있다면 이 존재 안에서 이 종잡을 수 없이 무한한 연속적 움직임이 휴지상태에 이르게 되고 만다. 하나님은 각 자아가 그에게 자기의 삶을 바치면서 스스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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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lbid. ss 217-223 참조.

발견하는 '궁극적인 당신'(das 'Ur-Du')이신 것이다. 진정으로 참다운 당 신은 오직 한 분만 계신 것이며 이 분이 바로 하나님이시다. 나의 올바르고 내 영의 요구에 의해서 이루어진 타인들과의 관계 속에서 갑(甲) 안에 있는 당신(das Du)은 을이나 병 안에 있는 당신과 전혀 다른 분이 아니고 언제나 같으시고 유일하신 분인 하나님이시다. 하나님은 우리가 자아라는 말(das wort Ich)을 조금치도 구김살이 없는 완전한 의미로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하신 분으로 '나는 존재하는 바로 그 존재이다'('ehyeh 'asher 'ehyeh 출 3:14)라고 스스로에 대하여 말씀하실 수 있는 분이시다. 이 하나님만이 자아 가 되기 위하여(um Ich zu sein) 어떠한 '당신'(Du)도 필요로 하지 않는 유일하신 분이시다. 다른 모든 존재들은 이 하나님을 위하여 존재하는 동안만 자아가 된다. 하나님만이 결코 객관과 객체가 될 수 없는 유일하신 주관이며 주체이시다. 우리는 하나님에 대하여 결코 이야기할 수 없고 오직 하나님께 대화할 수 있을 뿐이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무소불재하시기 때문이다. 우리가 하나님에 대하여 단어적으로 불가피하기 때문에 제 삼인칭으로 말할 때에 우리는 하나님에 대하여 사실은 부적절하고 불합당하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기도는 우리가 하나님께 말할 때에 하나님에 대하여 고유하고 합당한 의미로 말하게 되는 유일한 형식이다.

다음으로 초양극적 존재(ein ueberpolares Sein)가 존재한다면 그 안에서는 '나와 그와의 관계'(das Ich-Es=Verhaelmis)가 포함되어 있는 움직임도 안정상태에 이르게 되고 만다. 이 움직임이 일게되는 것은 자기의 대상 간에 대립되고 있는 것이 한 자아(ein Ich)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나의 대상공간 속에 서 있고 너는 너의 대상공간 속에 서 있다. 각자는 자기의 주관적 세계상 속에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나의 공간과 너의 공간 사이에는 한 차원적 대립이 있을 뿐만 아니라 동시에 한 차원적 합일도 있다. 이것은 너와 나 둘이서 이 동일한 세계를 보는데 다만 각자가 다른 측면과 다른 입장으로부터 본다는 말 뿐이다. 그러나 나는 네가 세계를 어떻게 보는지 알지 못하고 너는 내가 세계를 어떻게 보는지 모르고 있다. 그러나 이제 각자가 세계의 다른 측면을 갖고 있는 나와 너는 종잡을 수 없이 한 연쇄적 선을 형성하고 있다. 나는 그러므로 세계를 언제나 다만 한 측면으로부터서만 보지만 세계는 그 자체 안에 나에게 감추어진 무한히 많은 양상들의 가능성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므로 객관적 전체현실은 언제나 내 의식의 피안에 머무르고 있다. 객관적 현실의 전양상이 나의 인식에 결코 파악될 수 없고 실제로 도달 내지 달성될 수 없는 X로 머물러 있다. 다만 양극적 현존재만이 있다면 따라서 우리는 결코 인식론적 회의로부터 헤어나지 못하게 된다. 나의 세계관은 전체상을 파악할 수 없는 무한히 종잡을 수 없는 세계양상의 한 측면에 언제나 머무르게 되어 있다. 그러나 '당신과의 관계' (die Du=Beziehung)가 그 안에서 안정에 이르게 되는 한 자아(ein Ich)가 있다면 그 무한히 종잡을 수 없는 연상의 세계양상들이 이 안에서 집합파악되게 된다. 하나님 안에서 인간인성의 움직임이 안정상태에 들어간다. 하나님은 모든 것을 보시는 분이시다. 하나님 안에서 현실에 대한 전면적 투시가 부여된 것이다. 하나님 안에 진리가 있다. 궁극존재(das Unein) 속에서는 공간들이 상호간에 맺고 있는 안정없는 관계나 나와 너, 그리고 나의 공간과 너의 공간 사이에 있는 양극성(die Polaritaet) 문구가 해결된다. 하나님 안에서는 대상공간 자체 안에서의 안정 없는 움직임도 그친다. 우리가 무한한 공간 내의 잃어버린 지점들이고 '끝없는 街路(가로)' 위에 선 고독한 방황자들이라는 것을 의식하게 될 때에 우리에게 닥아오는 고향상실감과 불안이 궁극존재 속에서는 사라지게 된다. 하나님의 존재 안에서 시간과 공간의 무한성이 그 위에 놓여 있는 전 구조 법칙이 지양되어 버린다. 하나님께서 존재하신다면 무한의 성격을 띄고 있는 전 시간형식과 공간형식이 최후의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최후 이전의 것(etwas vorletztes)이 된다. 왜냐하면 이 존재형식은 하나님 자신이 최초로 수립하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 시간과 공간의 구성이 영원으로부터 기원하여 전 시간이 영원으로 회수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신약성경에서는 Arche 와 Telos라는 말로 표현되어 있다. Arche는 예컨데 요한복음 1:1 에서 시간의 시작(der aitanfang)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그로부터 모든 것 곧 시간 자체도 기원하고 있는 근원과 궁극시초(der Urspnrng und Uranfmg)를 뜻하고 있다. 그리고 Telos는 시간의 끝(das Zeitende)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전 시간성이 완성의 영원으로 지양됨을 뜻한다,

V. 최후의 양중택일⁵

하나님이란 말을 우리가 발음할 때에 이 신개념은 우리의 내세계적 가능성들의 영역 안에서 평범하게 의미하고 있든지 또는 그것이 우리 전 思惟(사유)에 한 변혁을 일으키든지 하게 된다. 하나님이 존재하시면 우리가 생각하고 연구하고 행동하는 모든 일을 하나님 안에서 하고 있는 것이 된다. 하나 님께서 어느 곳에서나 모든 것의 조건을 관장하신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하시는 조건부여의 의식은 우리가 아는 세계내의 인과율 관계와 그 연쇄선상의 가능성들에 따르지 않고 그와는 전혀 비교할 수도 없는 절대적 양식 곧 창조(Schoepfhng : creatio)의 양식으로 작용하시는 것이다. 우리가 창조자(Sthoepfer)의 피조물(Geschoepf), 초월자(Transzendentes)와 내재자(Immanrntes), 신(Gott)과 세계(Welt)를 상호 구별할 때에 긋는 한계는 그러므로 상호 대등적인 竝列(병렬)상태(nebeneinander)나 상호 상하의 위치(uebereinander)에 있는 두 세계 또는 두 생활영역간의 어떤 분절상(eine Trennungslinie)이 결코 아닌 것이다. 이 한계는 또한 두 공간들 간에서 그 을 수 있는 어떤 차원적 한계(eine dimensionale Grenze)도 아니다. 우리가 신의 피안성(dit Jenseitigkeit Gortes)을 말할 때에 뜻하고 있는 한계는 오히려 한 전장(ein Schlachtfeld)이며 그 안에서 두 대립된 정신자세가 만나 는 한 접전지대(eine Kampfkone)이다. 한 편에는 세속적 입장, 곧 세속적 정신자세가 있는 바 여기로부터는 창조관념(der Schoepfungsgedanke)이란 나올 수 없고 무조건자(das Unbedingte)는 다만 자의로 선정한 역사의 시발점(ein willkuerlicher Ausgangspunkt)이든가 한 유비(類比)의 대상(ein Als -Ob)이든가 한 무관상황(ein lndifferenzzustand)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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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ibid. ss. 226-235 참조.

또 다른 한 편으로는 새로운 방향이 열리고 이 세 가지 가능성들의 피안에 있는 정신자세(die Geisteshaltung)가 있다. 우리가 이 새로운 정신자세의 입장을 얻게 되면 우리의 내세계적인 경험 안에서 가능한 모든 인식이란 참된 현실을 은폐하고 있다는 것이 밝혀진다. 이 새로운 입장에서 보건대 우리의 관조세계 안에서 가질 수 있는 神(신)관념의 세 해석들은 피조의 존재(das Geschoepf)가 자기의 창조자(der Schoepfer)를 피하기 위하여 추구하는 도피기도(Fluchwersuche) 이외에 아무 것도 아닌 것이다. 이들은 참 현상을 피하기 위해서 인간이 취하는 세 가지 길들일 뿐인다. 무소부재하신 분의 초월 또는 피안성의 뜻은 결코 방관자의 입장에서 이론적으로 파악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바른 입장을 얻기 위해서 한 입장은 극복해야 하는 전투행위(eine Kampfhandlung)에서만 이루어진다. 이 전투행동(Kamp- fhkt) 속에서 바로 세계의 마력이 우리를 사로 잡고 있었던 그 상태, 곧 세속주의의 사슬이 풀린다. 이 때 어떤 악몽에서 깨어나는 것처럼 우리는 하나님 앞에 새로이 서게 되고 지난 시간 다른 입장으로 볼 때 위압적이었던 것이 이제는 사소하고 보잘 것 없는 것이 된다. 오로지 하나님께 전향하는 데에서만 나에게 하나님께의 접근이 열려지는 것이다. 내가 하나님과 담화하고 하나님께 귀를 기울이려고 할 때에만 나는 하나님이란 말이 참으로 무엇을 뜻하는지 명료히 알게 된다. 또 나는 하나님 안에 모든 것이 놓여 있고 내가 하나님만을 가질 때에 마음 놓고 다른 것을 포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내가 이러한 신앙 자세로부터 탈락할 때에 다시금 가시적이고 감각적인 현실의 힘이 나를 사로 잡아 나는 다시금 세속적인 생활태도로 침몰되며 이 상태에서 神(신)관념은 한 추상적이고 모순적이고 삶에 어울리지 않는 개념으로 나타나게 되고 만다. 이 세속상황 속에 빠져서는 한 무거운 악몽마냥 나를 사로 잡는 지구의 대기권에 짓눌려 하나님의 현존재는 언제나 의문시될 뿐만 아니라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접근하시는 방향도 또 다시 잃어버리게 되고만다. 우리는 하나님께 향한 문이 열려 있던 상태로부터 탈락하여 다시금 그 문이 닫혀진 다른 상태로 빠지게 된다. 여기에서는 겨울에 발자취가 눈으로 덮여 보이지 않는 길을 사람이 찾아 헤매듯이 하나님께 돌아가는 고향길을 안간힘을 쓰며 탐색하지 않으면 안된다. 종교적 절박감이나 신비적 탐익을 말하는 때에도 아직 세속적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불순한 신적 예감 밑에 있다. 신에 대한 문제제기가 보편화 된 상황은 종교를 國事(국사)로 삼은 司祭(사제)문화의 지배 아래 백성들이 있게 되므로 생겨났다는 말이 있다. 이 국가종교의 시설들이 무너지거나 박해로 인해서 제거될 때에야 비로소 인간의 참된 정황이 밝혀지게 되며 무조건자에 대한 기본적 憧憬(동경)이 아직 어디에 현존하고 있는가 밝혀지게 된다. 국가적 대중종교가 그치자 붕괴되는 전통적 신관념이 인간적 영향력 밑에서만 전승되었다는 것도 일깨워지게 된다. 그러므로 경험적 방법 곧 관찰과 설문 또 역사연구를 통해서는 결코 신에 관한 문제가 실제로 사람들 중에 얼마나 널리 퍼져 있는가 신빙성있게 파악할 수 없다. 이 문제가 모든 사람 속에서 자기 생애의 어떤 순간에 깨어나기도 하지만 이 문제가 사라져버릴 때 스스로 자기 안에 무엇을 질식시켜 버렸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것은 또 역사적으로 고찰, 고증될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 오히려 인류 역사의 궁극 문제에 대한 예언자적 통찰력으로 언명될 수 있는 사항인 것으로 사도 바울은 로마서 1:19 이하에서 이 문제에 대한 명확한 소견을 피력하고 있다. 바울에 의하면 민속 종교들은 한 신비적 기원에 소급하고 있다. 인류역사의 시초에 하나님께의 접근로는 실제로 열렸었다.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계시하셨다...... 하나님의 불가시적 힘이 세계의 창조로부터 보여졌으며 피조물들에 의해서 예감, 관찰, 인식되게 되었다.' 이로써 바울은 세계 사건들로부터 제 1원인 제 2운동자에게로 인과율적 추론을 기도하지 않았다. 창조의 배후에 있는 부가시적 창조자에 대한 예감에 대해서 noein 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이 말은 플라톤도 쓰고 있는 말인데 우리가 변화 무쌍한 現象界(현상계)의 베일을 거쳐 예감 속에서 영원적 관념들에 진취하게 되는 인식양식을 noein은 뜻한다고 본다. 이 영원적 관념의 불순한 영상들이 감각물질이라고 한다.

그러나 태초에 넓게 열렸던 이 문으로 바울에 의하면 사람들은 들어가지 못하였다. '그들은 하나님을 인식하였지만 하나님을 하나님으로 찬양하지도 않고 그에게 감사하지도 아니하였다'(롬 1:21). 하나님께 돌려야 할 방향에서 그에 부응되는 즐거운 헌신의 자세를 그들은 취하지 않았다. 이리하여 문은 부득불 다시금 닫혀지게 되었다. 원시계시 이후 즉시 죽음에의 추락, 세속적인 정신자세로의 타락이 따르게 되었다. 하나님 인식이 다시금 불가능하게 되었다. 남은 것은 세속적 정신자세 속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조건적 현상의 나열 속에 있는 한 구분을 임의로 세계시작의 지점인 양 선택하여 신격화한다. '그들은 하나님의 진리를 허위로 대체하고 창조자 대신에 피조물을 섬겼다'(롬1:25). 따라서 바울에 의하면 이방세계의 신화 전체가 원시계시의 위대한 계몽 이후 들어오게 된 천재지변적 세계양상의 급변이었고 태초에 인류에게 열려 있었던 유일한 기회를 소홀히 하게 된 것에 대한 형벌이었다. 문은 다시금 굳게 닫히게 되었다. 우리는 이제 이 문을 우리 힘으로 다시는 열 수 없게 되었다. 또 우리가 이리하여 맹목상태에 들어오게 된 이상 우리는 우리 자신의 힘으로 눈을 뜰 수도 없는 것이다. 어떤 다른 분이 우리의 눈을 뜨게 하여 주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우리가 내적으로 각성하고 희망을 가지고든지 또는 절망적으로든지 새로운 방향으로 내다보게 되자 우리는 일단 이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사도들의 계시 증언을 맞이하게 된다. 왜냐하면 이 때에 우리에게 열려진 새로운 차원에 길잡이와 안내 없이는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아직도 신개념에 대하여 무사기한 해석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우리가 실제 필요에 의해서 우리 자신 설정한 신이 무엇이며 그가 또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를 단순한 추리과정을 통해서도 확실히 알 수 있다고 믿는다. 왜냐하면 이 '창조자'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상대적 연쇄관계선의 출발점이고 그로부터 우리 마음 속에 있는 모든 가치들과 그 설비들이 다져지는 위치로 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러므로 神意(신의)가 무엇인가를 밝히기 위해서는 오로지 이 선 내부에서만 소급행위를 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궁극 문제가 실제로 대두되어 우리가 종교의 세속적 해석으로부터 벗어나게 될 때에는 우리 스스로 세운 이 추론들은 모두 공중누각처럼 허물어져 버리게 되고 만다. 이 때 우리는 모든 등불들이 꺼져 버린 완전한 어두움 속에 서 있게 되고 만다. 우리는 어떠한 주어진 현실로부터 어떠한 추론으로도 직접 도달할 수 없는 분 앞에 서게 된다. 우리는 '알지 못하는 하나님' 앞에 선다. 바울이 자기의 그리스도 복음을 전파하기 위한 한 연사점을 발견할 수 있을까 보기 위하여 아데네의 대리석 신전들 사이를 거닐 적에 그는 이것을 법과 질서의 수호 여신들이라고 하던 아데네 여신의 신상이나 다른 성신(城神)들에서 발견할 수 없었다. 해양민족이 그 수호를 신뢰하던 바다의 신 포사이돈(Poseidon)에게서도 연결점을 찾을 수 없었다. 국가종교의 이 모든 종교적 상징들은 그리스도의 복음에 대치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길잡이에 대한 어떤 필요도 없는 자족하며 세속적인 정신 자세에 속한 것들이었다. 꼭 한 장소에서만 열려진 상처, 곧 대리석 신전들의 한 가운데 하나님에 대한 궁극 문제가 실제로 대두된 감추인 자리를 맛보게 되었다. 이곳은 이와같은 잡다한 다신교 숭배 속에서도 참된 신은 아직 찾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한 물음이 들리는 자리였다. '나는 '알지 못하는 신에게'라는 표제가 써있는 한 제단을 발견하였다(Agnosto theo)'(행 17:23)고 하였다. 바울은 이 위대한 미지의 신에게 가는 길을 유일하게 보여줄 수 있는 한 지도자 곧 길잡이에 대하여 아데네 사람들에게 증거하고자 하였다.

Ⅵ. 계시의 유일가능한 형식⁶

그런데 현실적 세계의 전체상황은 실로 언제나 그 자체내에 이중적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언제나 양자 곧 하나님의 창조와 하나님께 대한 사단적 반역의 도구일 수가 있다. 이 세계상황은 하나님의 유일현실로서 경험되고 그러면서도 또 한편 경합하는 노력들의 전투장소로서 경험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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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K. Heim, Jesus der Herr ss. 160-174 참조

그러므로 절대자가 그 불가시성과 불가능성으로부터 나타나려면 오직 한 가지 방법으로만 가능하다. 즉 우리가 그 안에 살고 그 형태가 사단적 逆意의 현존으로 동시에 규정되어 있는 최초의 낡은 창조세계 전체가 지양되지 않으면 안되는 데 있다. 사단주의(der Satanismus)는 괴멸되고 그 속에서 사단이 몰락하게 되는 화염으로부터 '하나님께서 만유 중의 만유'(고전15:28)가 되는 순수창조가 솟아 나와야 된다. 한 새로운 전체상황 곧 그에 대해서 '이제는 우리 하나님의 구원과 능력과 왕권이 생성되었도다'(계12:10)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된다. 이제 하나님 자신이 태양이고 그러므로 모든 것이 이로부터 빛나고 조명되는 光源(광원)(계21:23, 22:5)이 생성되게 된다. 세계 최초의 낡은 형태를 그 위에 사단적인 것의 陰影(음영)이 이상 더 놓여 있지 않은 새로운 창조로 지양시킨다는 것은 우리 인간의 사유에 의하면 하나님께서 어떻게 현상계에 들어오실 수 있는가에 대한 유일한 가능성의 문제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 가능성에 대해서 신약의 증인들은 옛 것과는 전혀 다른 것, 곧 어떤 인간의 생각도 미치지 못한 것 곧 하나님께서 그 군주가 사단인 이 세계를 완전히 파멸시키지 않으셨다고 증언하면서 하나님께서 이 세계와 관계를 맺게 된 것은 우리가 사람과 사람 간의 교제관계에서 '말한다'는 것으로 부르는 형식으로 하셨다고 말하고 있다. 하나님께서 말씀하셨다(Deus dixit : Heb. 1:2 Mk 2:2)는 것이다.

이제 하나님의 유일가능한 계시형식인 말씀 곧 Logos의 본질에 대하여 고찰하여 보자.

1. logos는 그 고유의 본질상 한 객체(ein Gegrnstand)가 아니고 한 행동이다. 네가 말하는 것을 내가 들을 때 또 내가 말하는 것을 네가 들을 때 이루어지는 행동이다. 객관적 현상으로서 Logos는(말은) 내 귀에 들리는 다른 잡음들과 구별되지 않는다. 오로지 듣는 행동에 있어서만 나에게 이 한 소리가 내 귀에 울리는 무수한 소리들(發聲海)로부터 무엇인가 특별하고 독특한 것(etwas Besonderes urrd Einzigsrtiges)으로 구별되어 말(Wort : lo- gos)이 성립되는 것이다. 이리하여 들리게 되어 있는 것이 말인 것이며 들어야만 되게 되어있다.

2. 말을 발음하는 데 있어서 다른 모든 소리들과 이 말을 구별시키는 것은 이 말을 들음에 있어서 너와 나, 당신과 나의 한 해후(eine Begegnung)가 일어난다는 데에 있다. 나는 네가 듣는 말을 한다. 우리가 서로 해후하는 것은 똑같은 행동이 너에게는 한 말을 하는 것(會話)이고 나에게는 한 들음이 되는 데에 있다. 그러므로 말하고 듣는 데에는 너와 나 곧 너의 의식세계와 나의 의식세계에 공통되는 무엇인가가 있다. 그러나 양 세계들은 상호간에 완전히 접근될 수 없다. 나는 네 속을 들여다 볼 수 없고 너는 내 속을 들여다 볼 수 없다. 그러기 때문에 곧 우리 사이에는 말(das Wort : logos)이 필요한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서로서로 무엇을 지향하고 동경하는가에 대하여 열려있다면 우리 사이에 말(das wort : logos)은 곧 그치고 말 것이다. 우리는 침묵하고 있지만 서로서로 열려 있게 되고 모든 담화는 불필요하게 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이리하여 말(logos)은 서로 서로 떨어지고 또한 말하는 중에도 서로 서로 낯설고 피안적인 두 의식공간들 사이에 하나의 일치점(ein tdentitaetspun-kt)을 창조한다. 한 지양 또는 폐기할 수 없는 대립 내부의 이 일치성은 그 자체에 있어서 무한한 공간들 사이의 한 해후로서 제한된 내용들 사이에서 가능한 접촉 곧 바둑판에 있는 흑백 사이 또는 한 집에 나란히 놓여있는 방들 사이의 접촉과는 다르다. 서로 서로 해후하는 두 공간들은 이 때문에 그 무한성을 지니고 있다. 이 두 무한한 선들이 한 지점에서 절단된다. 두 무한한 평면들이 상호간에 한 절단선을 또 형성한다. 이리하여 또한 두 의식 공간들은 그 자체로 폐쇄된 무한대들로 머무르고 있고 말(logos) 가운데서 그들 사이에 한 해후가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3. 상호 피안적으로 머무르는 두 공간들 간의 해후는 양 공간들이 그에 편입되고 종속되는 한 포괄적 공간이 있을 때에만 이루어질 수 있으며 이것이 말의 본질에 중요한 제 3의 것이다. 선들은 다만 한 평면 내부에서만 절단될 수 있다. 평면들은 다만 입체적 공간 내부에서만 상호간에 하나의 계층을 형성할 수 있다. 그리하여 여기에서는 무한한 공간들 사이에 차원적 부분관계가 성립되고 이 부분 관계는 제한된 객체들 즉 성벽의 벽돌이나 선율의 음조들 상호간의 관계와 같다. 따라서 포괄적인 공간과 그 지체들인 종속적 공간들 사이에, 또 입체적 공간과 그 한 부분을 이루고 있는 한 평면공간 사이에서는 어떤 해후도 일어날 수 없다. 해후라는 것은 언제나 상호간에 대등적인 두 공간들 사이에서만 가능하다. 왜냐하면 이 양자는 다같이 포괄적인 공간의 지체들이며, 이 공간 내부에서 그 양자는 상호 간에 곧 선과 선 또 평면과 평면 간에 해후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너와 나도 말(logos) 가운데서만 서로 서로 해후할 수 있는 것이며 이 때 우리 (Ich und Du) 양자는 상호간에 한 포괄적 공간의 지체들로서 대등적인 위치에 놓여 있게 되고 이 안에서 해후가 일어나게 된다. 우리는 너와 내가 서로 해후하는 공간을 현재공간이라 명명하였다. 너의 대상공간과 나의 대상공간이 그에 편입된 공간을 우리는 세계공간이라 명명하였다. 이 포괄적 공간 속에서 나와 네가 해후한다.

4. 앞에서 우리는 말(logos)이 공간들 사이에서 다른 모든 해후들과 공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논급한 셈이다. 그러나 말(logos)을 다른 모든 해후들과 구별시켜 주고 있는 독특하고 특수한 것을 살펴보자. 이제 나는 말 속 에서 나와 담화하고 있는 他者의 현존을 체험하고 있다. 나와 나에게 '영원히 낯선' 타자와의 제일차적이고 가장 기본적인 관계는 내가 현실을 형성하려는 나의 시도에 있어서 나의 길을 막으면서 세계를 달리 형성하고자 하는 한 逆意와 부딪치는 것이며 이 타자의 행위는 나의 피동이며 나의 피 동 가운데에서 나는 그의 능동을 느끼게 된다. 이리하여 나는 타자의 현존 을 나의 의지결정에 대립되고 나에게 불가사의한 한 역학적 저항의 침묵하는 임재로서 체험하게 된다. 이 침묵하는 대립 세력의 현존이 우리 사이에 담화가 일어날 수 있음에 대한 전제이다. 네가 말하는 말(logos)이 네 침묵하는 행동의 禁制(금제)를 깨뜨린다. 이 말(logos)이 나에게 너의 침묵적인 행동을 해석하여 준다. 그것은 네 말의 의미와 그 목적 의식을 일러준다. 그 말(logos)은 또 나의 의식에 전향하여 네가 추구하는 그 목적에 나도 결정하도록 충동하고자 한다. 또 그 말(logos)은 나의 역향적 의지를 네 행동의 방향으로 유도하고자 한다. 네 실존과 나의 실존이 계속적인 세계 형성의 결정들로 존립되고 있기 때문에 그 안에서는 세계 형성을 위한 투쟁이 없는 어떤 실제적 담화도 없다. 그 안에 직접 또는 간접으로 전혀 구체적이며 실제적인 삶의 결정들과 관여되고 있지 않은 말은 없다. 이미 말하였듯이 대화는 그 안에서 한 인간의 본질(ein Wesen)이 타인간 본질의 공간 속에 공개되는 형식으로 여기에서는 양 본질 공간들이 상호 대립 폐쇄되어 있기를 한 순간도 그치지 않고 있다. 이미 인간적인 대화에서도 느끼게 되는 너와 당신에게의 접근불가능성이 하나님과의 대화에 논급될 때 이것은 절대적 성격을 뛴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본질은 은폐되어 있는 한 인간적인 너와 당신처럼 우리에게 낯설고 투시불가능으로 되어 있을 뿐만이 아니다. 우리와 하나님과의 관계는 분리상태일 뿐만이 아니라 대립상태에 있다. 우리는 물론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한 세계의 지체들이지만 그러나 이 세계 안에는 하나님께 대립된 사단적 역의가 살고 있으며 이 역의는 전폭적으로 하나님께 대항하여 하나님을 파멸시키려고 하고 있다. 하나님과 세계와의 관계는 그러므로 요한복음에 따르면 빛과 어두움과의 투쟁이다. 빛은 어두움을 극복하려고 한다, 그러나 어두움은 빛을 삼키려고 한다. '빛이 어두움 가운데 비치므로 어두움이 빛을 보충하지 못하였다'(요1:5). 하나님의 현실 속에서 우리가 느끼게 되는 것은 우리가 궁극문제에 대한 답변을 추구할 때에 우리에게 세계 내에서 가능한 답변들은 범신론과 상대적 가치대(價値大)의 신격화인데 이들은 언제나 다만 두 개의 대립된 우상숭배 형식들로서 하나님을 그 자리에서 밀어내기 위하여 우리가 취하는 두 방향들이다. 전 존재 형식이 하나님께 대립된 방향으로 있는 우리들에게 하나님께서 말씀(logos)의 간접적 형식으로 하나님 자신이 그 안에 감추어 머무르시는 한 형식으로 접근하신다면 이것은 우리에 대한 은혜의 관대한 보호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하나님의 직접적 임재를 견디어내지 못한다. 하나님의 임재는 우리를 죽일 것이다. '너는 내 얼굴을 보지 말 것이니라. 나를 보는 어떤 인간도 살지 못할 것이다'(출 33:20-23). '야훼 너의 하나님은 소멸시키시는 불이시니라'(신 4:24,히 12:29). 하나님과 우리 사이에 중개와 媒介(매개)를 이루시는 육신이 되신(受肉하신) 말씀은 그러므로 멜랑크톤에 의하면 한 복면(覆面)(eine Deckung) 곧 얼굴을 가림이며(고후3장참조), 또 음영의 그늘(Beschattung) 곧 우리를 둘러싸 주고 우리의 더러움을 가려주는 그림자인 성육신하신 logos인 것이다. 나아가서 대화의 본질상 두 개의 공간들이 상호 해후하고 있다. 서로가 동일한 상위 공간의 자체들로서 대등적인 위치에 있는 두 공간들이 상호 해후할 때에 한 인구적 내(Ich)가 이 세계 공간의 동일평면상에서 한 인간적인 너나 당신(Du)을 해후한다. 그러므로 모든 조건의 근원이 되시는 하나님께서 우리들에게 말씀하실 때에 이로써 하나님께서는 스스로를 겸허하게 텅 비우신 것이다. 하나님께서 종의 형상, 노예의 형상을 취하시고 상대적으로 되셨다. 그는 자기본질을 자기에게 대립된 피조물의 언어로 번역하셨다. 그는 스스로를 우리들에게 '겸비'(hinabgedemuetigr)하게 하신 것이며 겸허(condescendentia)의 상태로 들어오셨다. 그는 스스로 자기 본질에 대립되는 한 상태 속으로 投入(투입)하셨다. 이 投身(투신)은 한 어려운 대결에 이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우리는 예감하고 있다.

Ⅶ. 성령의 위치와 기능⁷

동일한 단계에 있는 두 공간들은 양자를 다 포괄하는 보다 고차적인 공간 내부에서만 갈라질 수 있다. 따라서 선들은 평면 내부에서만, 평면들은 다만 입체 공간의 내부에서만 갈라질 수 있다. 따라서 나(Ich)와 너 또는 당신(Du)은 보다 더 고차적이고 포괄적인 매개체 속에서만 절단되며 이 내부에서 해후가 이루어지고 우리는 그것을 세계 공간이라고 명명하였다. 그러므로 하나님께서 스스로를 겸허하게 하시고 우리에게 담화하시는 당신으로서 동일 단계에서 마주 대하실 때에 우리는 그 내부에서 해후가 일어나고 이 해후를 가능하게 하는 한 초월적 매개체를 전제하지 않으면 안된다. 신적 영역과 피조 세계의 영역간에서 분할점이 이루어지는 이 매개체를 우리는 성령이라 이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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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ibid. ss. 174-177참조.

성령은 말씀(logos)을 통하여 중개되는 해후의 가능근거이시다. 따라서 이 성령을 통하여서만 피조세계 내부에서 하나님께서 말씀하시는 자리가 기타 세계공간과 구분된다. 이 성령을 통하여 여기에서 그 이해에 이 모든 것이 달려있는 공간의 분할선과 하나님의 담화와 하나님의 침묵을 구별짓는 선이 생기게 된다. 이 성령을 통해서 시간 세계의 한 자리가 영원의 악센트를 획택하게 된다. 성경에 의하면 하나님과 피조 세계 간의 해후 가능 근거인 하나님의 성령은 다만 두 가지 기능들만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이는 동일한 하나님 행동의 양면들이다. 하나님의 영은 한편 하나님으로부터 하나님께서 그를 통해서 말씀하시는 신적 피조 기관(器官)을 찾고 계신다. 이것이 만유를 지배하는 범주로서 전 성경사상을 결정하여 주고 있는 신의 '선택'(die goetdiche Auswahl)이다. 하나님께서 그를 통하여 말씀하시는 사람들은 자기들은 자기 자신의 모든 원망과 그 성향들에 반하여 한 불가피한 결정으로 이미 모태로부터 하나님의 이름으로 무엇인가를 말하도록 구별 선택되었다는 의식을 가지고 있다. 성령의 제 2 기능은 하나님의 위대한 선택으로 생기게 되는 경계선은 하나님께서 관계를 맺고자 하시는 사람들에게는 가시적으로 볼 수 있게 된다는 데에 있다. 여기에서 구분지어지는 내용은 우리가 그 안에 담겨있는 세계 공간 내부에서 우리가 인식할 수 있는 다른 모든 것과 똑같이 놓여 있다. 이 내용은 세계 내부 경적의 시간적 공간적 인과관계 속에 놓여 있다. 시간의 이 한 자리에 놓여 있는 영원한 악센트를 아무도 '성령을 통하지 않고서는' 볼 수 없는 것이다. 성령이 눈을 열어주지 않는 자에게 눈은 감겨있는 것이며 그는 이 자리에서 전적의 테두리에 속한 아무 것도 볼 수 없다. 그에게 현상은 다른 모든 사건들과 상대적인 관계에 놓여 있다. 하나님의 영속하신 존재가 시간성의 언어로 어떻게 번역되는가 하는 양식은 언제나 불가분구리인 일원성 가운데에서 이중적인 것을 그 자체내에 포함하고 있다. 첫째 하나님 자신의 부가해한 존재, 둘째 하나님께서 자기 자신을 겸비하게 공백화시키면서 세계 내부에서 자기 말씀으로 구분짓는 세계 내용과 그 다음으로 이 구분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며 매개인 영 곧 해후의 초월적 기능 근거를 포함하고 있다. 영과 말씀은 따라서 불가분리적으로 동존(同存) 병행한다. 말씀을 영이 없이는 알 수 없듯이 또 영은 말씀이 없이는 양 세계의 연결을 이룰 수 없다.

▣ 성경원어의 배경과 특성

다음은 1989년 7월12일(수요일) 오후 3시부터 약 40분간 극동방송 [하나되게 하소서]의 프로그램에서 아람신학연구원 장국원박사의 인터뷰 내용을 보강하여 실은 글이다. 원래 예정된 방송계획내용을 시간이 부족하여 다 펴지 못하였는데 그 누락된 부분을 포함, 요점적으로 재편성하여 아래에 싣는다.

1. 아람신학연구원의 [아람]이라는 말의 뜻은?

[아람]은 내용이 알차고 충실하다는 순수한 우리말입니다. 아람은 밤이나 상수리가 나무에 달린 채 저절로 충분히 익은 상태를 말하며 밤아람이란 말을 흔히 쓰지요. 성경언어중 아람어(Aramaic)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지만 우리말 아람과 구약성경원어의 아람어와 좋은 연상은 될 수 있겠지요. 아람신학연구원에서는 세계고대문명사상 제일 오래 된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의 설형. 상형문자 언어. 역사. 고고학을 비롯하여 모든 셈족어를 다망라해서 연구하며 특히 성경원어에 대해서는 세계 어느 선진국 보다 더 앞선 연구위치에 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아직 도서를 포함한 시설면에서는 확충을 요하지만 인적 구성으로는 고대근동언어사상연구에 있어 전세계의 학적 수준을 앞서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21세기의 세계학계를 주도할 학적 인물을 양성하여 내는 데에 아람신학연구원의 원대하고 심원한 목적이 있습니다. 세계에서 제일 오래된 언어, 역사 종교, 사상에서부터 구약과 신약의 기독교탄생에 이르기까지 그 발달전개과정을 다 투시하여 볼 수 있는 심오하고 균형있는 학자와 인물을 철저히 배출하여 낸다는 것은 세계의 현실이 요청하고 있는 대과제일 것입니다.

2. 성경언어의 종류는?

우리 믿는 信徒(신도) 각자가 하나님의 절대진리이고 절대무오한 말씀과 계시로 믿는 성경이 무슨 말로 본래 쓰여졌는가 하는 문제는 여러분들에게 크나큰 관심의 대상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성경을 거룩한 책으로 보고 또 세 상에서 제일 귀중한 책으로 보기 때문에 성경은 세계에서 제일 최초의 언어로 쓰여졌으며, 이 언어에서 다른 언어들도 다 갈라져 나갔다고 생각하시는 기독교 성도님들이 계셔왔고 또 현재도 계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성경의 구약부분은 고대 셈족어의 후기형태인 히브리어와 역시 셈족어에 속한 아람어로 쓰여졌으며 신약성경은 몇 마디 아람어 등을 제외하고는 거의 가 다 희랍어(Greek, 헬라어)로 쓰였습니다. 알파ꕛ의 기원을 페니키아 문자라고 거의 자연적으로 대답하는 분들이나 학생들은 많은데 사실 히브리어는 이 페니키아 문자와 거의 같은 것이 있고 언어조직도 페니키아어와 거의 다를바 별로 없으며 시대적으로 비슷한 시대에 사용되었기 때문에 오히려 오늘날 세계를 휩쓸고 있는 영어, 독일어, 불어, 서반아어 등의 알파ꕛ 기원은 바로 페니키아어와 같은 성경의 히브리어 알파ꕛ에서 기원하였다고 말하여도 무방하겠습니다. 그런데 페니키아 문자와 히브리 문자 내지 언어가, 성경민족의 지리적 삶의 공간이었던 고대근동세계의 역사와 언어와는 어떠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흥미로울 것으로 성도님들은 생각하실 것입니다. 먼저 고대근동세계라하면 유럽의 시각적 위치에서 가까운 동쪽을 말하는데 지금의 터어키, 시리아, 이스라엘, 이락크,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에짚트, 리비아를 비롯한 오늘날 중동세계를 거의 다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지역들이 소위 [비옥한 초생달 지역](The Fertile Crescent)이라 하는 곳들인데 성경역사의 발단지역일뿐 아니라, 세계의 세가지 종교인 기독교, 유대교, 회교의 발상지입니다. 우리가 모두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의 후손이라 말하고 있고 또 아브라함은 갈대아 우르에서 나왔다고 말들 하는데 바로 이 갈대아 [우르]가 세계 역사상 가장 오래된 문명발상지인 메소포타미아의 남쪽에 있었던 곳입니다. 그러므로 성경역사와 언어는 세계사의 가장 오래된 메소포타미아 역사와 언어 및 문명과 평행적으로 전개되었다는 것을 성도님들은 먼저 인식하셔야 하며, 또 성경은 가장 오래된 문명에 역사의 기원과 터전을 두었다는 사실을 알면서 세계사의 중심적 의미를 띄고 있음을 곧 알게 될 것입니다. 아브라함이 있었던 [우르]의 문명 곧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바로 세계최초의 문자발명으로 유명한 문명입니다. 이 문자가 바로 우리 말로는 [쐐기꼴문자]라고도 하고 [설형문자]라고도 하는 것입니다. 때는 주전 3,500년경쯤 됩니다. 지금부터 5,500 전쯤 되지요.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가에 있는 말랑말랑한 진흙을 조그맣게 또는 크게 잘 손질하며 뾰쪽한 침으로 쐐기꼴 문자를 새겨 햇볕에 말려 놓으면 수천년이 지나도 변치않고 그 점토판 문헌들이 고히 잘 보존됩니다. 이 쐐기꼴 문자를 발명한 민족들이 이 메소포타미아 남단에 정착하였던 수메리아 민족이고 그들이 쓴 언어가 수메리아어였습니다. 그런데 B.C. 2350후 경(頃(경)) 이 수메리아 지역을 서쪽 내지는 아라비아 사막 쪽에서 침략하여 수메리아 민족을 정복시키고 나라를 세운 왕이 사르곤 I세이며 이들은 셈족들로서 셈족어의 제일 오래된 형태인 Akkad어를 사용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아브라함은 바로 [우르] 지역에서 수메리아어와 악카드어를 다 배우고 두 말을 다 썼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합니다. 수메리아어는 아직도 어족이 밝혀지지 않은 사어(죽은 언어)입니다. 하지만 구약 히브리어에 수메리아어에서 빌려쓴 借用語(차용어)들이 나타납니다. 이 설형문자로 악카드어 곧 바빌로니아어와 앗씨리아어, 헷족속 언어인 Httite 어, 호리족의 언어인 Hurrian 또 아모리족의 언어인 Amorite, 엘람족의 언어인 Elamite들이 다 기록되었습니다. 그러나 설형문자는 알파ꕛ이 아니고 수백개의 음절을 연결하여 쓰는 문자이기 때문에 특별히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신전들이나 궁전들에서 잘 교육받은 서기관, 제사장급들이나 이 문자를 사용하였지 일반서민들은 이 설형문자를 익힐 수 없었던 어려운 문자였습니다. 이처럼 수 백개의 음절 표시글자로 언어 표기하는 것이 옛날 사람들 자신도 어려웁게 생각하였기 때문에 기원전 1,500년경에서 1,250년경 가나안지역 우가릿 왕국에서는 30개의 설형문자를 고안하여 그들의 언어를 표기하였는데 이것이 바로 우가릿어(Ugaritic) 로서 셈족어에 속하며 또 히브리어와 아주 비슷한 언어입니다. 이 우가릿은 지금의 시리아해안 랏-샤므라(Rts-Shamra)에 터를 잡았던 고대소왕국이었습니다. 1929년부터 이 지역에서 불란서 고고학 팀이 발굴을 시작하여 무려 15,000개 이상의 점토판들이 발굴되고 곧 해독되었는데 구약성경의 히브리어 단어들과 똑같은 단어들이나 문장표현들이 수없이 발견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오늘날 구약성경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학자들이 우가릿어(Ugtritic)를 알지 못한다고 하면 구약학자가 아니라고 할 정도로 우가릿어(Ugaritic)는 구약언어 연구에 혁명을 가져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또 한편 우리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메소포타미아와 고대 하란지역이 속하였던 시리아 지역의 역사지리적 배경 속에 있었던 것만이 아니고 야곱의 가솔들과 요셉이 에짚트에 있었던 사실도 잊어서는 안됩니다. 에짚트는 상형문자 발명으로 메소포타미아 보다 약간 늦게 일어난 문명발상지입니다, 이들은 성경에 의하면 노아의 아들 중 함의 후손들이라 할 수 있겠는데, 이들이 쓰던 문자는 에짚트 상형문자로 그 언어 구조는 함 족어(Harnitic Lan- guage)의 특색을 지니고 있는데 셈족어와 본래는 같은 기원이었다는 추측이 가능하리만큼 문법과 어휘에 있어 유사한 것들이 많이 고증되었습니다. 에짚트어 문헌에는 대개 피라밋을 비롯한 석조건물의 벽에 그리고 비석들에 상형문자를 기록한 것이 많은데 시대가 경과함에 따라 문자도 더 간소화해지고 또 필체도 필기체로 쓰기 쉽게 변형되어 급기야는 에짚트의 나일강가에 수없이 많이 자라는 Papyrus 갈대들을 글씨쓰는 재료로 하여 썼지요, 이것이 유명한 Ptper, 종이의 원료가 된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물론 벽에 그리고 돌비에 글을 새기는 일들은 오늘날 세계 어디서나 마찬가지로 계속하였습니다. 한편, 에짚트의 북쪽, 가나안의 남단 시내산 지역에서도 문자를 썼는데, 그 문자가 페니키아어나 히브리어문자와 상당한 유사성을 지닌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것은 알파ꕛ으로 발전한 최종단계인 것이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리하여 히브리어 알파ꕛ은 문자발달상 제일 마지막 단계의 알파ꕛ 자음 22자인 간편한 문자언어로 표기되었고 구약성경은 바로 이 알파ꕛ으로 쓰였기 때문에 누구든지 쉽게 배울 수 있고 읽을 수 있고 듣고 이해 할 수 있으며 가르칠 수 있게 된 언어입니다. 저는 종종 신학생들에게 어렵고 복잡한 설형문자와 상형문자 체계를 설명하여 준 다음에 히브리어는 이렇게 쉽고 간편하게 된 언어이니 히브리어가 어렵다고 배우기를 게을리하고 소홀히 하는 자는 가슴에 두 손을 얹고 깊이 회개하라고 말을 합니다. 구약성경전체에서 다니엘서 2장 4절부터 7장끝까지, 그리고 에스라서 4장 8절에서 6장 18절까지와 7장 12절에서 26절까지 및 다른 성경 부분중 몇 절이 아람어로 쓰였는데, 이 아람어는 히브리어와 아주 유사한 셈족어로 주로 바빌론지역에서 많이 쓰이다가 후기에는 고대근동세계 전체와 팔레스타인지역의 유대인들도 썼는데 예수님께서도 바로 아람어를 쓰셨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예수님께서는 헬라어와 라전어도 다 아셨다고 생각됩니다. 구약의 히브리어는 물론 쉽지만 쓰지 않으면 잊어버리게 되므로 B.C. 586 년 유다왕국이 멸망한 다음 흩어진 유대인들의 이산지(Diaspora)에서는 차츰 Hebrew어가 잊어버려지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유대인들은 히브리어 구약성경을 더 많이 쓰는 아람어로 번역주석하여 썼는데 이것이 탈굼이라는 것이고 B.C. 250년경에는 에짚트의 알렉산드리아시에서 당시 에짚트의 희랍계도 프톨레미가 명하여 구약성경을 희랍어(Greek. 헬라어)로 번역하게 하였는데 이때 번역자가 70인(실제로는 72인이라고도 하는데) 이라 하여 70인역(LXX . Septuaginta)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이것은 그 당시 희랍 문명권 안에서 널리 보급되어 신약성경의 기자들도 주로 이 70인역에서 인용하고 있으며, 신약교회와 그리스도의 복음이 전파되기에 중요한 발판을 형성하여준 귀중한 문헌적 기초와 자료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성경이 무엇에 기록되었을까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말씀드리지 않았는데, 물론 성경의 원본이 傳來(전래)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정확하게 말씀드리지는 못한다해도 고대근동과 후기사본들의 전승과정을 보아서 양피지, 다시 말하면 양의 가죽을 말리고 잘 펴서 기록하여 두루마리로 만들었을 가능성이 제일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들은 영구적 보존의 가능성이 희박하므로 부단히 필사하고 필사하여 사본으로 전달되어 내려오고 있는데 고대의 사본들은 원본들과 별로 차이가 없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사본들은 교리상의 변혁을 가져올 만큼 원본과 큰 차이를 이루고 있지 않는 것 같다는 것이 사해사본 또는 Qumran 사본들에 의해서 방증되고 있다할 수 있습니다. 에스더서 이외의 대부분 구약성경 사본들이 사해근교 쿰란(Qumran) 지역에서 발견되어 대조연구결과 밝혀진 사실입니다.

3 세계언어의 종류들은?

세계에는 무려 2,500-3,000여개의 언어들이 있다고 언어학에서 추산하고 있습니다. 언어의 종류들을 구분하고 분류하는데 학자들에 따라 여러가지 다른 기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세계의 많은 언어들을 어족(Language Family ) 으로 분류하는데 이 어족이라는 것은 언어학적으로 같은 조상이 되는 말 곧 祖語에서 여러 말들이 갈리어 나갔다고 보고 그 여러 언어들을 한 어족에 묶어두게 되는데 이 한 조어에 속하는 언어들을 일괄하여 어족이라 부릅니다. 현재 세계언어들을 어족별로 나누어보면 ① Indo-European(인구어(印歐語): 인도와 구라파어를 총괄하여) 어족(語族), ② 함어와 셈어의 어족(Hamito-Semitic Language Family), ②우랄 어족(Ursl). ④ 알타이어족(Altai), ⑤ 중국과 티뱉어족(Chinese-Tibetian Language Fsmily) ⑥ 남태평양의 Ma1ai - Polynesisn 어족(Malai - Polynesian Language Family). ⑦ 인도근방의 Dravidian 어족(D- rtvidisn Language Family) 등이 있으며. 이 어족속에 분류되지 않은 언어들도 물론 상당히 많습니다. 첫째로 Abraham이 자원한 Mesopotamia의 최초 정착민족이었으며 쐐기꼴 문자를 창안하였던 Sumerian(수메리아민족) 언어는 지금까지 알려진 어떤 어족에도 속하지 않은 死語(사어)로 이미 사어가 되어 있고 우리나라 말은 종전까지만 하여도 Ural-Altai 어족에 속한 것으로 알려져 왔었는데 지금은 다시 어족이 명확치 않은 언어로 더욱 더 연구를 요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성경이 쓰여진 히브리어와 아람어 그리고 희랍어는 어떤 위치에 있는가 살펴봅시다. 지금 세계 어족 가운데 가장 보편화 되어있는 어족이 Indo-European(인구어족(印歐語族) 입니다. 히브리어와 아랍어는 셈어족(Semitic Language Family)에 속한 것이었으나 70인역(LXX : Septuaginta)을 거치면서 신약에 들어와서는 성경언어가 완전히 인구어족으로 자리를 굳히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세계문화, 종교사적으로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종래에는 세계사가 희랍시대에서 출발한 것으로 생각하여 왔으나 19세기 후반으로부터 고대근동세계의 고고학발굴과 그 역사유물 및 문자문헌이 해독되기 시작하면서부터 [역사는 고대근동, 특히 메소포타미아 그 중에서도 Sumer (신알땅)에서 시작한다(History Begins at Sumer.)]는 것을 인식자각하게 되었습니다. 성경적으로 표현하면 역사는 아브라함이 기원하였던 우르 곧 수메르에서 출발한다는 뜻도 됩니다. 오늘날 우리가 역사를 재평가하여 볼 때 고대근동의 종교와 문화가운데서 유일하게 오래 그리고 세계사적으로 의미있고 능력있게 살아남아 존속하고 있는 것은 성경문화와 종교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 성경역사와 문화와 종교는 희랍로마세계의 판도에 건너가 신약성경이 헬라어로 쓰였습니다. 우리 구세주 예수님의 복음과 사도바울 및 다른 사도들의 영감된 글이 희랍어로 쓰였습니다, 유럽의 역사 현실 속에서 희랍어는 모든 문화 학문. 종교 분야의 모델이 되는 언어이며 학문과학의 생산적 술어와 기초용어를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지금도 그렇습니다. 중요한 학명이 지금도 희랍어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역사문화의 판도에서 신약성경은 쉽고 이해하기 쉬운 만민의 언어, 희랍어로 쓰였습니다. 그리고 유럽의 토양 위에 복음의 씨앗이 뿌려져서 세계사의 뿌리와 줄기의 역할을 하여 왔습니다. 이것은 분명 하나님께서 세계역사의 열쇠를 쥐고 문화와 역사를 모두 다스리고 계시다는 분명한 증거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신약성경의 희랍어는 고전 희랍어와 그 문학적 영감분위기에서 질적으로 다릅니다. 저는 옛날 대학 학부때 Platon의 Apologia, Phaedon을 희랍어 원문으로 읽었고 또 미국과 독일에 가서 Pltton의 Philebus. Homer의 Ilid, Aeschylus와 Sophocles 등의 희랍비극 등을 고전희랍어로 읽었습니다 그런데 신약성경에서는 doksa라 하면 '영광'을 뜻하는데 Platon의 고전 희랍어에서는 'opinion', 'view' ( 의견, 견해)를 뜻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사랑, 믿음, 선지자, 죄, 기쁨, 긍휼, 은혜의 말들이 모두 고전 희랍어에서는 세속적인 용어이던 것이 신약성경에 와서 숭고하고 장엄하게 승화되었고 하나님 앞과 그리스도 안에서 은혜와 사랑과 심판의 언어세례와 변형(Transformation)을 보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저차적인 단계에서 고차적으로, 신화에서 계시로, 자연질서에서 은혜의 질서로, 감각의 영역에서 신앙의 영역으로 승화하고 거듭나고 언어의 세례(침례)를 받았던 것입니다. 만약에 신약성경이 없었던들 유럽민족과 유럽문화가 세계 다른 역사문화와 하등 질적으로 우수해질 수 없었던 것이라는 결론이 나오며, 이 말은 우리가 신약성경을 가지고 그리스도를 모실 때 세계의 최우수민족으로서의 자리에 나아갈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왜 그러한가 하면 여기에서 언어와 사고의 관계를 한번 고찰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인간의 사고는 결코 단독자의 구상이 아닙니다. 자아는 단일구조가 아닙니다. 이미 사고자체가 이중주조로 되어있는 것입니다. 희랍어의 syneidesis와 그 Latin어 번역인 conscientia는 우리말로 양심이라 번역하는데 희랍어와 라전어의 어원을 고찰하건대 이것은 '같이서 함께 안다'는 말에서 나온 것입니다(syn+oida=con+scio). 나는 내 마음대로 생각하고 행동한다고 여기겠지만, 나는 생각할 때나 행동할 때 자기보다 고차적인 존재와 동시에 행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인간의 사고는 Dialogue(대화 과정)인 것이며 그것은 행동으로 현상을 구성해나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어떠한 인식 대상과 Dialogue 속에 있느냐가 기본요건이라 생각되며 기독교는 바로 우리 인간과 개인자아의 주체이신 Logos, 말씀이신, 언어이신, 바로 대화이신 그리스도께서 그 믿는 자와 함께 하신다는 사실입니다. 또 이 사고와 언어의 내용은 모두가 양중택일(Entweder / Oder : Either / Or)로 형성되고 있습니다. 나는 내 양심 속에서, 기도 속에서, 또 대화와 담화 속에서, 내 대화의 대상과 동의, 찬성, 신뢰, 순종하든가 반대, 불신, 거역, 반항, 반역하든가 둘 중의 하나입니다. 말씀이신 그리스도에 대한 나와 우리와 성도님들의 태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철학은 생각한다고 하지만 철학은 순종하고 복종하거나 경배하지 않습니다. 종교와 기독교와 신앙과 경건은 순종하고 기도하고 경배드립니다. 언어는 바로 이러한 것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이런 각도에서 바벨탑을 고찰하여야 하겠습니다. 또 현대 문화의 성격을 진단하여야 하겠습니다.

4. 일반언어의 특성은?

성경언어와 일반언어를 구별한다는 것은 어떤 점에서 신앙의 모험과 결단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언어는 그 구조상 양면성을 뛰고 있습니다. 언어 즉 말이 성립되려면 말하는 자의 능동성과 듣는 자의 피동성이 전제됩니다. 말을 열심히 하고 외쳐도 듣는 자의 귀가 없으면 이것은 잡음이나 부질없는 소리에 그치고 말 것입니다. 그러므로 언어는 즉 말은 두 인격체의 만남을 전제로 하고 또 그 만남의 대화내용이 언어형성을 하는 것이라 보겠습니다. 그런데 두 인격체가 만날 때, 말하는 자의 능동과 듣는 자의 피동이 함께 할 때 거기에는 반드시 인격적 반응이 교환됩니다. A라는 사람의 말과 뜻에 듣는 B라는 사람의 반응이 필수적으로 따릅니다. 그 반응이 말로 표현되건 또는 속으로 생각하고 밖으로 표시되지 않았건 간에 반드시 반응이 있습니다. 만약 중립적으로 어떠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하면 실제내용으로는 부정적 태도와 반응을 보인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두 인격체의 대화는 반드시 긍정이든가 또는 부정이든가 반응의 태도와 자세가 잡히게 되어있습니다. 두 인격체의 대화에는 Yes이든가 No 이든가 찬성이든가, 반대이든가, 합의하고 동의하든가 또는 불찬성하든가, 순종, 복종하든가 거역, 반항, 반역하든가 어떤 반응적 태도와 자세가 잡히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전세계의 언어들을 물론 일일이 다 연구하여 보지는 않았으나 중요한 어족, Indo-Europerm, Hamito-Semitic, Chinese -Tibetan, Altai 전국어 등을 고찰한 바로는 이 모든 세계의 언어들과 그 언어로 써진 문헌내용들이 인격적 반응관계를 주제로 내용을 분석하여 볼 때 창조자 하나님으로부터 반역의 길과 반역의 자세 및 그 역사 속에 있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문화는 언어와 사상의 표현이라 볼 수 있는데 문화는 대부분 하나님을 떠난 우상숭배의 신전문화 또는 사찰문화의 형태를 뛰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일상생활의 대화 세속적인 삶의 표현과 그 껍질을 벗기고 들어가 언어 문화를 열어 그 언어내용을 살펴보면 성경 언어 문화이외의 문화양상은 모두가 하나님을 떠나 헛된 피조물을 섬기는 언어생활에 빠져있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일례를 들어 지금 민주화바람이 거세게 부는 한국 풍토에서 매년 5월과 10월의 축제때 한국의 지성을 대표하는 대학의 축제행사가 고작해야 돼지다리등을 가져다 놓고 제사지내는 것으로 축제의 중심내용을 삼는다는 것은 성경언어문화와도 너무나 동떨어진 것임을 우리는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인류가 원죄타락후 그 하는 행동들이 모두 악한 생각에서 나왔다는 말씀이 창세기 6장 5절에 있습니다. 창세기 11장 1절에서 9절까지에 있는 Babel 탑은 오늘날 물론 고고학적으로 그 위치가 밝혀져 있지는 않습니다. 창세기 11장 2절에 Shinar(신알) 평원이 나오는 것을 보아 그것은 역사적으로 분명히 메소포타미아의 수메르를 가르킴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Sumerian(수메리아) 어에서 세계언어가 혼란하여 나뉘어졌다는 것도 추측 가능하겠지요. Sumerian어는 현재까지 그 어족이 밝혀지지 않은채 사어(죽은 언어)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런데 수메리아어로 써진 여러 문헌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그 내용은 대부분 다신교적 우상숭배 내용과 세속화의 여러 부패한 모습들이 거기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러한 수메리아 사람들이 하늘까지 닿는 높은 탑을 쌓아서 홍수가 와도 피신처를 확보하자고 하였을 때 그들의 사고와 행동모형은 분명히 창조자 하나님께 반역과 도전의 태도입니다. 하나님께서 그들의 문화를 파괴중단시켰습니다. 그리하여 그들의 언어는 벌써 기원전 2,000년경에, 지금부터 무려 4,000여년 전에 죽은 사어가 되고 말았습니다. 바벨탑이 구축되고 단일한 언어로 인류가 살아왔으면 그들의 하나님께 대한 반역과 도전은 얼마나 하였을까 실로 두려운 일이었을듯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언어의 분산으로 인류사회를 흩으셨습니다. 언어소통이 잘되어 있지 않은한 집단적 하나님 도전과 그 반역은 불가능하게 된 것입니다. 이것이 Babel탑 구축 실패와 언어혼란의 의미와 섭리라 할 수 있겠습니다. 창세기 11장 7절에 언어를 혼란케 하여 그들 상호간에 서로 말을 알아듣지 못하게 하자고 하셨습니다. 오늘날 그리스도의 복음없이 나라와 나라가 언어소통이 될 때 하나님께 대한 반역운동만이 더 규모가 커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런데 구약성경과 특히 신약성경에서 예수님께서 말씀이 육신이 되셔서 우리 인류가운데 거처하시게 된 이래 언어의 새로운 모습이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고대 타락한 인류가 탑을 하늘 높이 까지 쌓아서 영원한 안전과 평화의 지구를 건설하려고 하였던 의도는 실패하고 신약에서는 예수님의 길을 예비한 요한은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왔다'고 외쳤고 예수님께서도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웠다' 또는 '천국이 너희에게 /너에게 임했느니라'하는 말씀을 선언하시므로 새로운 세계의 열림을 알리셨습니다. 신약성경은 반역 과 죄와 부패의 인류언어가 천국의 언어 생활 속에 들어온 것을 증거하여 주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저는 제가 쓴 독일어 책 : Die Schicksslsbes- timmungen bei den Mesopotamiern : Eine Grundlage fher die Kulturkritik der antiken Welt(세계문명학의 발단과 그 전개)의 서문에서 신약성경의 언어는 Himmelssprache(천국의 언어)라고 하였습니다. 예수님은 성육하신 Logos 이신데 예수님은 아버지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셨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는 순종의 언어고 또 죄된 우리 인류를 하늘과 연결하여 주는 다리(사닥다리)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죽으심과 부활, 승천이 있으시므로 말미암아 천국의 언어가 이 세계에 울려 퍼지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사도행전 2장에 나오는 오순절 성령강림과 방언의 이적입니다. 창세기 11장 7절에서 하나님께서는 사람들이 서로 말을 알아듣지 못하도록 언어를 분산시키셨습니다. 그러나 신약성경 사도행전 2장 8절에 '어떻게 해서 우리 각자가 우리가 태어난 나라의 말로 듣고있느냐?'하면서 오순절에 모인 수많은 사람들의 출신 나라들의 목록(Voelkerliste)이 메소포타미아 지역을 포함하여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창세기 10장의 열국 분포도에 해당하는 많은 나라 사람들 이 오순절에 사도들이 하는 말들을 다 자기 나라의 말처럼 듣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바로 천국의 언어가 전달된 것입니다. 성령이 귀를 열어준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비유를 말씀하실 때에 '들을 귀 있는 자는 들을지어다' (마13:9; 13:43)고 하셨으며 요한계시록에는 '성령이 교회에 하는 말을 귀 있는 자는 들을지어다'(계 2:7; 2:11; 2:17; 2:29; 3:6; 3:13; 3:22)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인간원죄와 반역과 타락으로 부패한 사고와 언어생활에 빠졌던 인류에게 천국의 언어와 생활이 전개된 것입니다. 그러므로 복음이 세계 만방에 전파되기 시작하면서부터, 그리스도의 몸되신 교회가 세워짐으로부터 비로소 세계에는 언어의 통일이 있게된 것입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십자가 표시와 성경만 가지고 다른 여러나라에 가서 비록 그 다른 말을 하지 못해도 우리가 그리스도인이라는 동질성 의식을 가지고 형제자매로 악수하고 미소하고 서로 기뻐합니다. 또 외국어를 잘 구사하지는 못해도 천국의 성도가 변화된 마음과 천국의 열매를 나타내는 행실의 언어로 그리고 봉사와 희생의 언어로 복음을 전파하고, 사람들을 그리스도께 인도하며,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일반언어와 성경언어는 이런 의미에서 너무나 차이가 나는 것이며 그 괴리 간격은 큰 것입니다. 제가 시카고 대학에서 공부할 때 I. J. Gelb 노교수는 96개 국어를 공부한 세계 유일무이한 대석학이었고 제 지도교수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분에게서 천국의 언어는 발견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분의 인격에서 하늘의 향기가 나는 것을 맡을 수는 없었습니다. 우리 성도님들의 언어는 그 행실과 희생과 봉사의 언어로 천국의 언어향기를 진동시키는 생활을 하셔야 할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5. 구약과 신약의 언어 내용상 혹시 큰 변천의 에피소드가 될만한 것은?

성경원어 연구에 있어서 구약과 신약상에 하나의 두드러진 차이 또는 변모의 현상이 있는데 물론 그 내용은 대단히 은혜롭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여러 성도님들, 신약성경을 읽으시면서 [여호와]라는 하나님의 거룩한 이름을 대하여 본적이 있으십니까? 물론 신약성경에는 [여호와]이름은 나오지 않습니다. 더 정확히 히브리어 [야웨] 명칭은 신약성경에 나오지 않습니다. 구약 옛 히브리 백성은 구약성경을 읽을 때 [야웨]의 거룩한 이름을 [야웨]라고 감히 부르지 않고 [나의 주님] ['adonai]라고 불렀습니다. 후기에는 이렇게하여 하나님의 거룩한 이름 [야웨]를 어떻게 부를지 그 모음을 잊어버렸습니다. 그리하여 오늘날 구약성경 히브리어 원문에는 히브리어 나의 주님['adonai]의 모음을 적용해서 [여호와]로 표기하는데 현대에 접어들어 학자들의 연구결과 Iabe 표기의 고증으로 [야웨]로 읽는 것이 옳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고대 히브리 민족이 [야웨] 이름을 부르지 않고 [아도나이(나의 주님)]라고 부른 전통이 70인역 번역에 [야웨] 이름을 아예 넣지 않고 희랍어로 Kyrios라고 번역하게 된 연유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신약성경에는 구약에서 [야웨]가 나오는 구약인용절에도 [야웨]는 나오지 않고 주 하나님으로 표현되어 있고 야웨 하나님으로 신약성경에는 되어있지 않습니다. 구약 야웨 하나님의 모든 속성이 물론 신약에는 예수 그리스도에게 있다는 것도 사실이지만 히브리어의 배경이 없는 성도님들에게 야웨보다 [주 그리스도]라고 부르고 이해하고 읽는 것이 물론 더 은혜가 넘친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우리가 그 배경은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할 듯 합니다.

6.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어떤 객관적 확신의 근거는?

이것은 신학적인 문제가 되겠습니다마는 역사적, 문화적, 종교적, 언어학적 입장에서 볼 때 구약 이스라엘 인근의 모든 대제국들과 그 언어 문화, 종교들은 모두 벌써 역사의 무대에서 감추어진지 수천년이 지났습니다. 그들의 문화는 모두 피조물을 창조자 하나님 보다 더 높이는 우상 숭배와 그 문화 종교형태들입니다. 그러나 그 문화와 역사에서 나와 하나님과 동행하여 새로운 언어와 대화생활, 즉 순종과 신앙의 생활을 한 아브라함에게 하신 하나님의 약속 '네 자손이 하늘의 별과 같고 바닷가의 모래와 같으리라'는 말씀은 아브라함이 생각한 예측보다 수 억배나 확실하게 이루어졌습니다. 성경언어와 역사와 종교는 계속 살아있고 영원을 지향하는 확실한 성취의 것이나 다른 것들은 모두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져 고고학적 유물, 박물관의 전시품, 아직도 고고학적으로 볼 때 발굴되지 않은 사내(死藏)된 문화이기 때문에 경험적 관찰로도 하나님의 말씀 성경은 분명히 살아계신 창조자 하나님의 말씀인 것이 확실합니다. 또 예수그리스도의 신전 /성전문화의 완성(Vewolendung der Tempelkultur)도 하나님의 역사완성을 뜻하는 중요한 경험적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7. 성경원어 공부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다면?

저는 제자랑이 아니지만, 제가 지난 날 서울대 국문과에 있을 때 이미 히브리어와 희랍어 성경원어들을 공부하여 대학다닐때 원전을 몇 번씩 독파하고 1969년 미국 Duke 대 대학원에 갈 때에는 신약성경을 희랍어로 18번. 구약히브리어, 아람어 원전을 6번 이상 독파하였습니다. 그랬더니 미국 Duke 대의 노 교수 Stinespring(그는 미국에서 히브리어 이외 성경원어에 권위자라는 분인데)이 저를 테스트해 보고 '네가 나보다 더 낫구나'하면서 미소짓기도 하였습니다. 저는 그분의 추천을 받아 The Uniuersity of Chicago(시카고대학)에서 2년, 독일에서 8년, 성경원어 이외에도 고고학, 역사, 종교, 또 설형문자, 상형문자, 인구어의 조어 Sanskrit 등 여러 말들을 예상외로 상당히 많이 공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현재 한국의 일반종합 대학이나 신학교들에 고대근동어와 성경원어에 대한 교육프로그램이 만족스럽게 시설을 갖추지 못하여 세계고대 언어 문명연구소, 아람신학연구원을 설립하여 제가 시간이 있을 때마다. 특히 여름 방학, 겨울 방학때 특강을 실시하고 있으며 여러가지 성경 언어와 성경배경 언어도 강의하고 있습니다.

▣ 21세기를 향한 신학정립의 구도(構圖)

한국 선교 일세기는 소박한 선교신학으로 성경중심의 선포식 메시지전달에 치중하여 왔다고 할 수 있다. 그리스도와 성경에 대한 뜨거운 열기는 기독교 국가 붐의 조성에까지 치달은 실정이다. 그러나 성경 말씀 선포의 참고문헌은 늘 외래서적의 번역물이 되어 왔다. 여기에 신학사조와 학파의 취사선택에 대한 교단간의 구별의식이 작용한다. 이에 따라 성경말씀에 대한 순수한 순종의식과 태도에 빗나가는 성경 해석에 대한 견해차의 다양한 선입관이 응고되어 질 수 있다. 세계 어느 곳에서나 이러한 선입관의 문제양상은 복잡다단하게 전개되었으며 한국도 여기에서는 예외가 아닐 뿐더러 문제양상은 심각하리만큼 더 노출되어 있다. 먼저 성경을 보는 시각이 어떠한 신앙 및 신학의 좌표에서 설정되는가 하는 것이 우선적 논의의 과제이다. 성경을 사람의 의식과 구상에서 산출된 작품으로 보는 이성 영웅주의적 시각이 설정되어 오고 있는데 여기에서는 신앙과 순종의 기본적 자세가 정착하지 못한다. 성경은 과거의 문학에 속하고 역사의 유물로 잔존하고 있어 역사지배적이며 미래지향적이고 현재시간의 창조적인 역사형성은 이러한 이성영웅주의적 시각에서 성취되지 못한다. 물론 섬세한 학문적 분해주의가 성경의 해부를 시도하였지만 성경해부의 도식에 나열된 의미 단위 상호간의 연관성과 맥락은 오리무중에 빠지고 만다. 요행히 이러한 성경해부학이 19세기 중엽이래 현금까지 부단히 시행되어 온 고고학적 실증주의 이전의 학풍이며 그 산물이었기 때문에 그 학문적 타당성을 상실할 위기에 처하여 왔다. 또 한편 고고학의 실증자료를 문화해석적 분석에 적용시킬 때 방법론적 기초가 객관성을 일탈하고 이성영웅주의적 전제와 야합하는 우매한 소행을 저질러 온 것도 사실이다. 21세기를 향한 신학정립의 웅도(雄圖)에는 냉철 한 시각의 검증과 정직한 자기성찰의 녹색 지대에 신학의 묘목(苗木)을 재배하고 가꾸어 나가야 한다.

고고학의 피땀어린 발굴과 해독의 결정체를 검토분석한 결과 성경의 독특한 위치와 계시적 특이성은 오히려 더욱 뚜렷하게 부각된다고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므로 고고학시대에 선행하는 소박한 성경관은 순종의 미덕을 가꾼 것이므로 기본적으로 요긴하나 고고학시대의 역사적 추이과정을 감안하여 내용을 재보강 정비할 과제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현 단계로서는 전혀 그러한 작업을 성공적으로 이루지 못하였고 그에 대한 사명감 마저 누구도 표현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 엄청난 현대 성경학과 성경신학의 문제적 間隙(간극)이 있으며, 동시에 21세기를 향한 신학정립의 거대한 임무와 과제가 있다. 이에 입각하여 주경신학의 내용도 수정중보되어야 할 필요성에 봉착하고 있다.

조직신학의 설계를 위하여 또 고대근동의 형이상학을 감안하여 희랍적 사유양식의 영향을 체계정리, 방법론에 근본적 변혁을 구상하지 않으면 안된다. 희랍적 사유양식은 이성영웅주의에 입각한 섬세한 분해정리가 특색인데 오히려 고대근동의 문제의식과 세계관의 기점은 신과의 관계론에서 화해의 목표지향을 특색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이성의 기능에 선행하여 형이상학적 심장 및 그 형태기능이 신의 진노와 화해하는데 그 궁극적 목표를 두고 있으므로 지금까지의 조직신학 체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것은 동시에 기독교 윤리학의 재정비와 함께 교회사에 대한 성찰에도 새로운 좌표설립을 의미할 것이다. 21세기를 향한 신학정립의 내용구현을 위한 실천방안으로서 언어학적 수련과 자연과학과의 폭넓고 정직한 대화가 수반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것이 또 복음의 첨단적 선교를 위한 방법론이 된다. 특히 성경원어에 대한 역사문법적 연구와 이에 따른 성경주변문화권의 언어 역사적 연구를 전문적인 깊이와 밀도를 두고 기도하므로서 현대의 역사. 문화 종교. 사회상황 속에서 기독교의 목표와 사명이 명료하여 질 것으로 믿어진다. 19세기 중엽에서 20세기 중엽에 이르기까지 해박한 신학사상가들이 출현하였는데 지금은 신학과목의 세분화로 좁고 제한된 자기분야에 대해서만 운운하려고 하지 전체를 보려는 신학적 포부와 비전과 당위의식을 신학자들은 결여하고 있다. 어렵고 벅찬 과제가 대두될 때 책임회피와 업무이양 및 전가를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이제는 노동분화의 한가한 자기 편의주의에 빠져 새로운 전통 창조에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다. 20세기 후 반기에 들어서서 소위 위대한 세계적 신학자들이 출현하지 않고 있고, 또 출현하지 못하도록 세계신학계는 황량한 풍토로 사막화되어 버렸다. 21세기의 신학정립을 위해서 신학적 엘리트의 양성이 절대 필요하다. 고대언어와 성경원어의 문헌들 및 현대의 제반 신학서적들을 원어로 섭렵하는 엘리트들을 양성하여 모름지기 근원적 자료를 다루게 하면서 그 위에서 성경학 내지 성경신학과 조직신학, 기독교 윤리학, 교회사, 실천신학과 선교신학이 재정비되고 신장, 발전 증강되어야 할 것이다. 4년제 대학 졸업후 신학교에서 목회자가 되기 위한 기초 수련을 닦고, 신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대학원과정에서 그 많은 언어들을 능통하고 그 위에서 자기의 특수분야를 찾아가되 언제나 성경기본의 분야에는 폭넓게 효통하고 있어야 한다.

한국의 대부분 신학교들에서 신학원(M. Div.)과정 이상의 학력 발돋음을 할 도서시설과 교수자격 구비가 갖춰있지 못하다는 것을 통탄하고 있다. 신학원 졸업후에도 얼마든지 폭넓고 깊게 공부할 수 있는 대학원 시설확충과 교수진영의 확보는 한국 신학계 어디에서나 너무나도 절실히 요구되는 사항이다. 이것이 해결되면서 앞서 말한 21세기의 신학정립이 무리없이 명실공히 공고한 기반 위에서 성취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구미기독교계에서도 그렇지만 물론 구미의 기독교계현상에 따라서 한국에서도 자유주의와 보수주의간의 신학분파 대립이 있다. 그러나 앞에 말한 포괄적 연구의 기반을 공고히 할 때 이 대립문제를 보다 더 원초적으로 다루어 해명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자유주의학자들이나 보수주의학자들 모두가 고대와 현대의 모든 언어 및 서적문헌을 다 섭렵하고 자유주의나 보수주의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 아니고 단편적인 지식과 다른 학자들이 연구한 것을 간접적으로 받아들여 논리를 전개시키기 때문에 그것들은 근본적으로 객관타당성을 주장할 수 없는 논리들인 것이다. 따라서 한국의 자유주의 신학설이나 근본주의 또는 보수적 복음주의 주장들도 모두 일단 이론과 논리와 입장을 내세우기 전에 겸허한 태도로 언어와 역사부터 배우고 자기 태도를 재정비하여야 할 것이다. 이때 비로소 21세기에 접어드는 한국기독교의 신학풍토는 기독교계 자체와 더불어 혼선을 극복하고 안정된 기조 속에서 착실하고 알찬 내용을 다져갈 것이다.

▣ 그리스도의 통치

러시아에서 공산당 혁명의 한 지도자가 일찌기 말하기를 '우리는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 황제도 귀족도 군대도, 자본가도, 농부도 다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 그들을 다 숙청하였다. 그러나 그리스도만은 하지 못하였다'고 하였다. 여기에서 러시아 혁명의 권력자들은 그들이 숙청하거나 통제할 수 없는 신비적 힘 앞에 서 있는 것이다. 그들은 그리스도의 보이시지 않는 힘과 세력 앞에 서 있다. 로마의 황제 디오클레시안도 할 수 없었던 것처럼 러시아혁명의 수뇌부와 권력자들도 그리스도의 세력을 극복할 수 없었다. 디오클레시안 황제는 '기독교도들을 한 명도 남기지 말고 처치하자!'는 표어를 내걸고 무시무시한 박해를 하였으나 결국 그의 후계자는 자기병사들의 방패에 그리스도의 십자가 표시를 새겨놓는 것으로 끝났다. 사람들은 교회를 파괴할 수 있다. 교회건물들을 극장으로 개조할 수도 있다. 기독교청년조직단체들을 공산당에서처럼 해체시킬 수 있다. 기독교 신앙의 대표자들을 능멸하고 비방하여 명예를 훼손시킬 수 있다. 그러나 그리스도 자신은 박해의 파도가 부딪혀 분쇄되어 버리고 마는 보이지 않는 바위와 같다. 사람들은 오히려 기독교와 기독교의 모든 기구시설들이 한번 모두 파괴되어 땅바닥에 폐허로 흩어져 있을 때에 그리스도의 신비적 힘과 세력을 가장 분명하고 또렷하게 느끼게 된다. 이 세계에서 무엇이 힘과 세력을 소유하고 있는가에 대하여 예민한 감각을 지닌 위대한 정치가들은 그리스도의 보이지 않는 힘과 세력을 소유하고 특별히 뚜렷하게 인지하였다. 우리는 나폴레옹 I세가 자기제국이 무너져 세인트 헬레나섬에 유배되어 가 있을 때 불요불굴의 그리스도 왕국에 대하여 말한 것이나 무쏠리니가 히브리 사람 예수의 세계왕국에 대하여 한 말을 생각해 보게된다. 세계의 권력장악자들은 그리스도를 생략하고 그들의 정치에 종사할 수 없다. 세계의 권력자들은 무슨 형태로든지 그리스도와 대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은 이중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 한편으로 그리스도에게 선전포고를 하고 그리스도를 세계정치의 이변자로 보고 배제시키려고 한다. 또 한편으로는 이와같은 부정의 방법으로 그리스도가 배제되거나 숙청되지 않는 것을 본다. 왜냐하면 인간 영혼에 대한 그리스도의 힘과 능력은 너무나 크기 때문에 그리스도는 배제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기 때문이다. 이때 사람들은 그리스도와 연합하여 그리스도의 힘과 세력을 자기 목적을 위하여 이용하려고 한다. 일찌기 독일의 사회민주당에서는 그리스도를 제일의 사회민주당원으로 찬양하였다. 나는 사회민주당의 한 순회강연자가 대군중집회에서 연설하기를 '신약 성경에 '옷이 두 벌 있는 자는 옷이 한 벌도 없는 자에게 주라'고 하였는데 바로 이 말속에 사회 민주당의 프로그램 전체가 종합되어 있다'고 한 말을 기억하고 있다. 자본주의와 무산대중과의 투쟁에서 사회민주당원으로 제일 먼저 쓰러진 자는 그리스도라는 것이다. 오늘날에는 형세가 변하여 맑스주의는 몰락하였고 계급투쟁 대신에 인종투쟁이 등장하게 되었다. 이제는 그리스도를 유대교에 반대하여 보다 월등한 인종이 투쟁하는데 참여하다가 죽은 영웅으로 칭송한다. 예수님은 역사상 '제일 첫 번째의 반유태인 운동자'라고 말들 한다. 예수님은 유대에 속하지 않은 갈릴리지역의 출신으로 유대인 제사장들이 그를 죽음에 넘겼다. 갈릴리 출신의 제자들과는 달리 유다는 제자들 중에서 유일하게 순수 유대인이었다는 것이다. 유다의 배신을 받고 그리스도는 인종투쟁에서 영웅의 죽음을 죽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리스도를 정치적 이변자라 하여 열정적으로 그리스도에게는 반대 투쟁을 하고 러시아에서와 마찬가지로 배신자 유다에게는 기념비를 세워주던지 또는 계급투쟁이나 인종투쟁에서 예수님을 영웅으로 칭송하던지 이 두 가지가 다 예수님의 힘과 세력을 무시하지 못하고 저항할 수 없이 크게 느낀다는 증거의 표현이 된다.

Ⅰ. 그리스도의 두 왕적지배 형태

그리스도의 세력권내에 들어와 본 사람들 모두 느끼는 그의 신비적 지배는 무엇인가? 어떤 사람들은 증오와 반역의 본능을 가지고 또 어떤 사람들은 굴복과 순종으로 그리스도의 힘과 그 세력권 안에 들어가 본 사람들은 그의 신비적 지배를 느낀다. 그리스도의 지배권을 극복 타도할 수 없다는 것은 그리스도가 수립하신 왕국이 세계의 전 투쟁과 대립의 평면 밖에 있으며 이 세계의 투쟁이유와 사건내용과는 전혀 다른 평면상에 있기 때문인 것이다. 지금부터 무려 2000여년전 당시 세계최대강국 로마의 대표자인 빌라도는 자기 앞에 서있는 이 기이한 피고가 정치적으로 위험한 존재인가 아니면 아무런 해도 끼칠 수 없는 종교적 광신자인가를 확인하고자 하였다. 그는 예수님에게 그의 나라에 관하여 신문하였다. 그가 여러가지 질문을 하였지만 그리스도께서는 한결같이 대답하기를 '내 나라는 이 세계에 속하고 있지 않다. 만일 내 나라가 이 세계에 속하고 있다면 내 부하들이 내가 유대인들에게 넘겨지지 않도록 투쟁하였을 것이다. 내 나라는 지금 여기에 속하지 않다'고 하셨다. '피고는 한 왕인가?'하고 빌라도는 물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답변하시기를 '나는 진리에 대해 증거하기 위하여 태어났고 세계로 왔다. 진리에서 난 자는 내 음성을 듣는다(요18:36-37)'고 하셨다. 그러므로 그리스도께서 행하시는 왕권은 지상 권력자들에게 아무러한 공격지면을 허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불요불굴이며 아무도 그것을 극복할 수 없다. 지상의 어떠한 힘의 수단을 가지고서도 그리스도의 왕권과 대립 투쟁할 수 없다. 대포나 기관총, 경찰동원과 원자탄, 수소탄, 핵무기를 가지고서도 그리스도의 왕권과 투쟁하여 이겨낼 수 없다. 만약에 예수님의 왕권이 지상권력과 관계된 것이라면 '나의 부하들이 그 지상권력을 위해서 투쟁할 것이다'라고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러나 여기에서 관건이 되는 힘과 권력은 수류탄이나 대조, 핵무기로 수립할 수 있거나 극복할 수 있는 힘과는 전혀 다른 힘과 권력이다. 그리스도의 힘과 권력은 전혀 다른 차원에 속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스도의 왕권은 누구든지 진리를 자기 안에 억누르거나 질식시키려고 하지 않으면 예수님의 음성을 들을 수 밖에 없다는 사실에 있다. 예수님을 양심 속에서 부딪치게 되는 것이다. '누구든지 진리에 속한 자는 나의 음성을 듣는다(요18:37).' 그러므로 그리스도의 통치는 예수님께서 여기 빌라도 곧 지상권력자에게 주는 설명에 따르면 첫째로 예수님께서 모든 폭력사용을 결연하게 포기하시고 또 지상의 권력투쟁에는 전혀 간섭하시거나 간여하시지 않으신다는 사실에 있다. 그리스도께서는 우리 각자가 매일의 직업 생활에서 보이는 현실 속에 들어가 있는 동안 보이지 않는 공간 속에서 지배하신다. 이것은 사람 각자가 자기의 양심 가운데에서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때에 하나님 앞의 마지막 고독가운데 서게 되는 보이지 않는 공간이다. 이 내면성의 보이지 않는 공간 속에서 그리스도께서는 자기의 보좌를 세우신다. 여기에서만 그리스도께서는 전적인 권한과 권위 및 전권을 가지고 계신다. 예수님께서는 지상의 그 누구도 하실 수 없는 것을 하실 수 있다. 그리스도께서는 우리의 양심을 묶을 수도 있고 또 우리의 양심을 풀어 해방시킬 수도 있으시다. 이로써 그리스도의 왕적 통치에 대한 신약성경의 내용을 다 이야기하였다고 한다면 왜 세계의 권력들과 강대국들이 그리스도를 그렇게 큰 위험인물로 보고 한편에서는 그리스도를 전적으로 미워하고 증오하며 또 한편에서는 그리스도와 연합하고 단결하여 그리스도를 자기네 수레 앞에 세워놓으려고 곧 자기네 앞잡이로 내세우려고 하는지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리스도와 모든 정치세력들 사이에는 평화스러운 영토구분이 존립할 것이다. 세계 전체의 국가들은 현대의 차안전체적 현실에 대한 통치권을 위하여 투쟁할 수 있으나 그리스도께서 그들의 세계 정치범위와 영향권을 훼방할 수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리스도께서는 피안에 대해서만 또 초감각적 은밀한 영역에 대해서만 권리주장과 요구를 하실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리스도께서는 당시의 빌라도와 같이 현실 정치가들에게는 정치적으로 전혀 무해한 광신자에 그치고 말 것이다. 한 번도 경찰을 시켜 그를 감시하게 할 필요조차 없었다. 그렇다면 왜 정치세력들은 역사적으로 그리스도를 이보다 더 심각하고 진지하게 고려하게 되었는가? 초대교회가 기대한 것이 사실일 때에만 우리는 이것을 이해할 수 있다. 그리스도께서 사람의 깊은 내면 속에 수립하시는 보이지 않는 통치는 앞으로 오게 되는 제 2의 그리스도 통치가 미리 내세우는 그림자일 따름이다. 그리스도의 음성을 들으면서 그 첫 보이지 않는 그리스도의 통치 아래로 들어가는 사람은 모두 각기 곧 자기의 양심 가운데에서 이 첫 그리스도의 통치는 임박한 제 2의 그리스도 통치를 맞을 준비과정인 것을 미리 느끼기 때문에, 추워지면 추위를 피하여 거처할 구멍을 애벌레들을 위하여 곤충들이 낮이면 햇볕 있을 때에 파듯이, 자기의 양심 가운데서 그리스도의 은밀한 능력 역사를 체험한 사람은 누구나 인간의 마음에 이 보이지 않는 지배권을 가지신 분이 언젠가는 한 번 나타나셔서 가시적으로 세계의 완성과 그 통치왕좌에 등극하시리라는 것을 느끼는 것이다. 그러나 제 2의 그리스도 통치권이 바로 세계 정치권에 들어오는 사건이 된다. 물론 지금 그 통치권의 어떠한 요소도 가시적으로 효력을 발생하지는 않고 먼 미래로만 예감되고 있기는 하지만 제 2의 그리스도 통치권이 세계 정치권에 들어오는 사건인 것이다. 왜냐하면 예수님께서 체포되고 쇠사슬에 묶여 아무런 힘도 없이 죽음 앞에서 유대인 제사장 판사들에게 말하던 그 극적 순간에 예언하시기를 '내가 바로 그며 너희는 인자가 권능의 오른편에 앉아 하늘의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 볼 것이다(막14:62)'고 하셨다. 여기 청문회에서 예수님께서는 다니엘의 예언대로 구름을 타고 와서 로마제국을 포함하여 지상의 모든 나라들에 종지부를 찍고 지존자의 성도들이 지배하는 영원한 나라를 건립할 인자로 스스로 선언하고 계신다. 그러므로 예수님께서는 이로써 지금 지상의 권력 장악자들이 획득하기 위하여 서로 투쟁하는 이 지구 전체에 대한 통치권 선언을 제기하신 것이다. 물론 이 권력 주장은 미래에야 비로소 효력을 발생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분명하게 그것을 공포 선언하신 것이다. 그리스도의 지배 통치가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이해하고자 할진대 다음의 물음에 우리는 먼저 답변하지 않으면 안된다. 예수님께서는 왜 두 개의 전혀 상반된 형식으로 지배하시는가에 대한 물음에 답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 첫째, 요한복음 18장에서 빌라도에게 예수님께서 대답하신 영적 통치의 형식과, 둘째, 마가복음 14장에서 대제사장의 신문에 대한 답변으로 예수님께서 예언하신 형식으로 그 분께서는 전혀 양자가 다르게 지배. 통치하시는가? 어떻게 해서 그리스도 지배 통치의 이 두 형식들이 동일계열에 속하는가? 왜 우리는 그리스도의 제 2의 지배통치도래를 느끼지 않고는 예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없는가? 우리가 이 물음에 대한 답변을 발견하고자 하면 우리는 먼저 배경상황을 더 고찰하지 않으면 안된다. 성경을 보면서 세계 사건 전체의 의미와 세계사의 주제가 무엇인가 분명하게 밝혀 두지 않으면 안된다. 이 세계사와 그 사건 현실 속에서 우리는 민족들로 그리고 개별 인간들로 우리의 싸움을 싸우지 않으면 안되는데 그 의미가 무엇인가 우리는 분명히 밝혀두지 않으면 안 된다.

II. 세계사의 주제

성경에 의하면 세계사의 기본주제는 계급투정이 아니고 또 인종간의 투쟁도 아니며 반면에 하나님과 하나님에 대항하여 일어난 반대세력과의 위대한 대립투쟁인 것이다. 성경, 특히 구약에 민족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전혀 인종간의 투쟁이 세계사 전체의 기본주제는 아니다. 하나님의 세계인 이 세계 안에 하나님의 적대되는 반대세력이 어떻게 발생하게 될 수 있는가의 어려운 의문에 대하여 우리는 여기에서 상론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불가사의한 사실을 직시하지 않으면 안된다. 즉 피조세계의 창조자에 대한 반역혁명은 기존사실이고 이 반역혁명이 삶의 모든 영역에 관통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 피조물의 반역혁명은 피조세계의 모든 구조들과 창조자가 우리에게 준 모든 선물들과 은사들과 혜택들을 하나님께 대한 반란의 악마적 작업도구들로 만들기 위하여 이용한다. 종교개혁자들은 이 사실을 단순하고 독특하고 생생한 표현으로 예시하기를 '인간은 자기 자신 속으로 휘어지고 굽어졌다. 즉 왜곡되었다' 고 하였다. 다른 말로 말하면, 우리 삶의 노선은 하나님께 직선적으로 지향되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 삶의 방향과 좌표가 하나님께 직선적으로 설정되어 나갈 때에 우리가 행복하게 되고 창조 전체가 원만하고 영광스럽게 전개될 것이다. 그와 반대로 우리 존재의 좌표와 방향설정이 비뚤어지고 왜곡되게 되면, 하나님께 반대되는 방향으로 가게 되면 피조세계는 하나님만을 사랑하는 대신에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자기 자신에 매혹되고 만다. 피조세계와 피조물은 하나님만을 사랑하는 대신에 자기 자신을 경배한다. 아버지의 집에서 자기의 모든 재량을 마음껏 찬란하게 신장 발전시킬 수 있었던 탕자가 아버지로부터 자기의 유산을 분배받아 자기 자신의 손으로 삶을 개척하고자 자행자지하다가 자신의 삶이 불행해지고 처참하게 되고 만다. 피조물의 자기경배와 자기숭배는 언제나 새로운 형식을 뛴다. 하나님께서 다른 모든 피조세계보다 우선적으로 인간에게 주신 고귀한 특권('힘있는 존재가 많이 있다. 그러나 인간보다 더 힘있는 존재는 없다')이 인간 자신의 아집으로 굴절되고 왜곡된다. 이렇게하여 인간 자아의 신격화가 사변적 관념주의 가운데에서 발생하게 된다. 성관계의 하나님 질서가 왜곡되어 성적 쾌락과 도취에 탐익하므로 이 속에서 인간이 하나님을 잊고 자기 자신만을 즐기게 된다. 물자교환과 상품생산으로 필요의 공급에 부응하도록 섭리하신 하나님의 질서가 그 자체의 목적을 위한 방향으로 굴절 왜곡된다. 동시에 목적을 위한 수단만 되어야 할 금력이 하나님 자신이 된다. 이렇게 해서 자본주의의 악마가 생기게 된다.

인간사회의 질서에 필요한 정치권력이 황제들의 권력야욕과 세력도취로 굴절 왜곡되어 통치자의 신격화가 생기게 된다. 느부갓네살 대왕은 다니엘 3장 1절에서 모두가 경배하지 않으면 안되도록 한 우상을 건립하게 한다. 그는 자기의 권력에 도취되어 말하기를 '이것이 위대한 바빌론으로 내가 내 위대한 권력과 힘을 통해서 그것을 궁전 도읍터로 세워 내 영광과 영예가 되게 한 것이다(다니엘 4장 30절)'고 하였다. 민족국가의 성스러운 질서가 굴절 왜곡되어 인종과 민족의 자기숭배와 국수주의로 변신한다. 하나님으로부터 분리되어 악마적 예술이 발단해서 하나님께서 주신 창조의 아름다움, 창조의 심미학이 하나님으로부터 소외되어 자기 자신만을 즐기는 타락한 존재가 된다. 우리는 이와 같은 창조질서의 왜곡현상을 모든 방면에서 추적할 수 있다. 어디를 가나 우리는 창조 질서가 일그러진 기(畸)형상을 접하게 된다. 어디를 가나 우리는 창조의 의의를 왜곡시키고 파괴적 작용을 행사하는 창조질서의 굴절현상과 곡선을 대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를 관통하고 있는 이 기본적 경향을 보지 못하고 그로부터 발생되는 불협화음을 자기 자신의 괴로운 경험으로부터 인식하지 못하는 자는 아직 삶과 인생을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며 하나님께서 인간을 어떻게 다루시고 계시는가에 대해서 성경이 이야기하고 있는 모든 것을 그는 전혀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 성경이 솔직하게 말하고 있는 것을 자기 자신의 경험으로부터 긍정할 수 밖에 없는 자에게 성경의 세계전체가 의미있게 개봉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성경은 진실로 인류의 현실을 기록한 인간 거울인 것이며 하나님과 창조자에 대한 반란혁명과의 대결이 성경의 대주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창조자에 대한 인간의 반란과 혁명은 언제나 새로운 형태를 뛰고 나타나는데 이에 대한 하나님의 태도가 성경에 잘 밝혀져 있다. 피조세계가 창조자에게 반란을 일으켜 받게 될 유일가능한 결과와 보상은 하나님께서 피조세계를 완전히 파괴하여 버리고 그 대신에 하나님께 순종할 새세계를 창조하시겠다는 것을 성경에서는 제일 먼저 잘 천명하여 주고 있다.

창세기 6장 11절 이하에 말씀하시기를 '땅이 하나님의 면전에서 부패하여 지구가 패역으로 가득차게 되었다. 그 때 하나님께서 모든 육신이 땅에서 처신을 부패하게 하여 땅이 사악하게 된 것을 보시고 하나님께서 노아에게 말씀하시기를 모든 육신의 종말을 내가 결정하였노라. 내가 그들을 땅위에서 멸절시키고자 하노라.... 내가 지구 위에 홍수를 오게 하여 생명의 호흡을 지니고 있는 모든 육신을 하늘아래에서 멸절시키겠노라. 땅위의 모든 것이 파괴되리라'고 하셨다. 이것이 하나님께 향한 대반란에 대해서 취할 수 있는 유일가능한 조치였을 것이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만이 존재하는 모든 것, 존재하는 만유위에 무제한한 절대통치권을 가지고 계시기 때문에 그 분만이 하나님이시고 하나님으로 머무르시기 때문이다. 홍수 이야기는 이 가능성이 실제로 시각화하였다는 것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러나, 이제 바로 이 자리에서 우리의 사고력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대전환이 세계사의 초기역사에서 나타나고 있다. 즉 하나님의 일대모순이 나타나게 된 것인데 우리 모두는 우리의 사고력으로 이 하나님의 모순을 깨닫지 못하지만 우리 모두가 이로 인해 하나님께 우리의 생존현실과 실재를 감사하게 되고 이 하나님의 일대모순이 전 역사발전과정의 기저를 이루어 온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하나님 자신을 파괴하고자 한 세계를 그토록 사랑하셔서 세계 파괴에서 일보 후퇴하셨다. 세계를 파괴 분쇄하기 대신에 다른 가파롭고 형극으로 가득찬 길을 택하셨다. 하나님께서는 타락한 세계를 사랑으로 다시 획득하여 그들을 그들의 탈선과정에서 회복하고 복귀시키고자 하셨다. 이렇게 해서 하나님께서 자기 피조세계와 겨루시는 오랜 신비와 경이의 전쟁이 개시되었다. 이 전쟁은 신비와 경이의 전쟁이다. 왜냐하면 이 전쟁에서는 세계사 속에서 치루는 어떤 전쟁과도 전혀 다른 방법으로 전쟁이 치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사 속에서 치뤄지는 모든 전쟁들은 그것이 국가간, 민족간, 인종간에 치뤄지는 정치전이든 금권간의 경제전이든간에 힘의 시험대이다. 이 전쟁들은 강자의 권리에 따라 치뤄지고 수행된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반역하고 패역한 피조세계와의 전쟁에서 힘으로 겨루신다 한다면, 그리하여 강자의 권리에 따라 전쟁을 수행하신다 할 것 같으면 전쟁은 전혀 게임이 되지 않을 것이다. 하나님의 적은 최초의 일발사격을 개시하기도 전에 투항하여 무릎을 꿇고 말 것이다. 요한계시록 6장 15절 이하의 말씀과 같이 땅위의 모든 왕들과 위인들과 부자 재벌들과 상류계급과 권력자와 노예와 자유인들이 모두 산의 바위와 동굴들 속에 숨어서 산과 바위에 말하기를 '우리 위에 내려 덮쳐 우리를 보좌 위에 앉으신 분의 면전으로부터 숨겨다오'라고 부르짖는 것과 같이 될 것이다. 지구의 반역자들은 부들부들 떨면서 자기의 사형선고의 집행을 기다릴 것이다. 그러나 이제 이 신비와 경이의 전쟁에서 이 세계의 전쟁에서는 전혀 일어나지 않는 무엇이 발생한다. 하나님께서 자기가 겨루시는 원수에게 힘의 사용을 보류하신다. 하나님께서는 반역자들을 내적으로 설득시켜 자발적으로 고향에 돌아오도록 감동하시고자 하시는 것이다. 이와 같은 힘의 보류 최후의 권력사용을 이와 같이 지연시키는 것이 바로 하나님께서 절대적으로 이 세계보다 더 엄청난 힘을 보유하고 계시다는 증거이다. 이것이 대범하고 고차적인 上數(상수)이다. 이와 같이 하나님께서만 자기의 힘을 보류하실 수 있다. 오직 하나님께서만 한순간도 세계에 대한 지배권을 상실하지 않으시고도 침묵하시면서 자기의 일이 조롱과 조소에 부쳐지면서도 묵묵히 일을 처리하여 나가신다. 왜냐하면, 하나님께 반역하고 반란과 혁명을 일으키는 자들도 매순간 하나님의 입김으로부터 생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하나님께 반란혁명을 일으키는 자들은 모두 그들의 투쟁대상 인 하나님 자신으로 부터서만 하나님께 대한 반란혁명의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만이 순간순간 이 반란자들을 허무의 심연 위에 붙들어 받쳐주고 계신다. 만약에 하나님께서 그들을 계속 받쳐주시지 않으시게 되면 그들은 허무의 심연 아래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오직 하나님께서만이 무신론적 혁명아들에게 힘을 주어 하나님을 조소와 경멸에 부치고 교회를 파괴하고 성도들을 괴롭히고 그들을 고문하여 죽음에 이르도록 하게 하신다. 오직 하나님께서만이 자기의 모든 원수들을 손아귀에 꽉 쥐고 계시면서도 자기의 심판자적 권위와 권세를 유보하시며, 그러면서도 주도권을 장악하실 수 있으시다. 하나님께서만이 타락한 인류를 내적으로 설득하시고자 하시는 그 경이와 신비의 전쟁을 개시하실 수 있다. 이 목적을 달성하시기 위하여 하나님께서는 경이와 신비의 방법으로 작업에 임하신다. 하나님께서는 혁명적 반란의 인류 가운데서 하나님의 질서 위치, 사막에서 한 오아시스를 선택하신다. 이 질서 위치와 오아시스로부터 구원의 분수가 솟는다. 하나님께서는 정치적으로 인종적으로 무의미한 민족백성을 선택하셔서 전 인류가 이탈한 본래의 소유관계가 회복될 위치, 곧 '소유의 백성'으로 삼으셨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그렇게나 늦은 사명을 주신 이 선택 백성도 전 인류의 전반적 반항과 혁명물결에 휩쓸려 들어갔다. 하나님께서 이 백성을 가장 높이 상승시켰기 때문에 바로 이 백성의 타락과 추락도 가장 깊고 심각한 것이다. 이 백성은 하나님께서 보내신 선지자들을 돌로 치고 또 다른 방법으로 살상하였다. 다시금 우리가 기대하게 되는 것은 하나님께서 이 백성의 반란과 혁명을 완전파멸로만 응수하시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하나님께서 타락한 세계를 사랑하신 사랑의 최고 행위가 나타나게 되었다. 하나님께서 인류 가운데에서 수행하시는 경이와 신비의 전쟁 속에서 결정적인 전환점으로 들어오시게 되었다. 하나님께서는 전혀 자기의 소유물인 이 세계 속으로 종의 형상을 갖은 한 분을 보내셨다. 하나님께서는 이 한 분에게 경이와 신비의 전쟁을 끝까지 수행하도록 하나님의 전권을 위임하셨다. 이것은 마치 한 왕이 군(軍)의 최고사령관을 임명하여 전쟁을 수행하도록 모든 병력에 대해 무제한한 통솔권을 위임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나에게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가 주어졌으니' 마28:18). 그러나 이제 하나님께 대한 세계 전반적 반란혁명에 참가하지 않은 이 한 분을 근본적으로 제거하기 위하여 인류의 모든 신(神)증오, 하나님에 대한 증오가 작렬하게 되었다. 최후의 무서움과 소름이 끼치는 충돌이 일어나게 된다. 그러나 그리스도께서는 하나님을 적대시한 세력들의 총집결과 그 공격을 그 무시무시한 결말까지 다 참아내셨다. 이로써 그 분은 세상 죄를 지고가는 어린 양처럼 전세계의 타락과 그 죄의 짐을 자기 위에 짊어지셨다. 그는 죄의 마술과 사슬을 꺾고 우리 죄 때문에 원수가 우리 생명에 대해서 얻은 권리를 원수로부터 박탈하였다.

Ⅲ. 그리스도의 최초 불가시적 통치권

1. 지상 생애동안에 예수님의 감추인 왕권

예수님께서 죽기까지 이 지구를 거치심으로 그리스도께서는 하나님께서 위임하신 최초의 통치권을 확인하셨다. 이것이 바로 빌라도가 예수님께 왕이냐고 왕의 권위와 신분에 대하여 신문하였을 때 대답하신 왕의 통치권을 의미한다. 이 왕국과 나라는 이 세계의 권력수단으로 쟁취될 수 있는 나라가 전혀 아니라는 것을 밝히셨다. 예수님의 감추인 왕권은 야수적이며 군사적인 권력수단을 배제할 뿐만 아니라 모든 정신적 압박수단도 배제한다. 이를테면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정신적 종속 및 의존관계로 예속되는 모든 정신적 예속성도 배제한다. 예수님의 제자들 중에서 광신적인 예수님 숭배와 또 정신적 예속관계가 완전히 배제되었다는 사실을 여인이 베다니에서 예수님께 기름부었던 것에서 보게 된다. 이것은 예수님의 왕위등극 대관식 또는 개선 대환영의 의식이라 볼 수 있는데 여인이 광신적인 숭배 태도로 감송(甘松)과 향유(香油)가 든 옥합을 부으면서 이러한 개선과 대 환영의 의식을 거행할 때에 제자들은 조금치도 이 감동적인 장면으로 감동을 받거나 내적으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아주 메마르고 냉정한 말로 제자들은 말하기를 '이 향유를 비싸게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주면 좋을텐데(마26:9절)'라고 말하였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행사하신 왕권은 따라서 제자들이 예수님께 의존관계로 들어가게 될 정신적 자력과는 아무러한 상관이 없다. 예수님의 왕권은 언제나 진리가 제자들의 양심에 미치는 힘에 기초하고 있다. 그러므로 예수님께서 빌라도에게 말씀하시기를 '진리로 난 자는 내 음성을 듣는다'고 하셨다. 또 요한 계시록에 예수님은 '보좌 한 가운데에', 곧 하나 님의 보좌에 앉으신 어린 양으로 묘사되어 있다. 여기에서 하나님의 힘과 권세를 행사하는 어린 양은 다른 동물들과는 대조적으로 비폭력 의미상이다. 이 비폭력 의미상은 방어무기를 포기한다. 그러나, 이 위대한 포기 위에 바로 하나님께서 수여하신 힘이 있다. 그리스도께서 어떠한 운동도 일으키거나 조직을 강화하시지 않고 또 자기주위에 경호대도 수행시키지 않으시고 또 어떠한 지상의 정치권력과 어떠한 관계를 맺고 계시지 않다는 것이 바로 예수님께서 사람들에게 행사하시는 그 독특한 힘과 권세의 신비인 것이다. 바로 여기에 지상의 모든 왕들과 권력자들 보다 예수님께서 탁월하시고 위대하시다는 사실이 근거하고 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사람들에게 쓰는 강압수단들은 다만 외적 인간에게만 영향력을 행사할 뿐이고 내적으로는 저항감과 격분을 유발시키기 때문이다. 비자발적인 강제는 우리 모든 인간들의 내면에 강권행사를 하는 자애 대한 저항감을 마음속에 일으킨다. 어떤 학생이 옛날식 학교(書堂)에서 매를 맞고 깊이 뉘우친 뒤 개심(改心)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언제나 다만 예외적인 경우일 뿐이다. 대부분의 경우 학생들은 매를 맞고 매를 때린 선생에 대해서 분노에 빠지게 된다. 어떤 경우에는 사람들이 감옥에서 회심하고 개전의 인간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강권아래서 자유를 박탈당하게 되면 자기 존재의 가장 깊고 결정적 중요성을 띄고 있는 자리 곧 양심이 큰 상처를 받게 된다. 톨스토이가 말하기를 `폭력은 개선시키지 못한다'고 하였는데 그것은 옳은 말이다. 톨스토이는 모든 폭력사용을 저수지 땜과 비교하였다. 저수지 땜은 물론 강의 범람을 일시적으로 저지시킨다. 그러나, 이 저수지 땜은 다른 한편으로 저수지의 수량을 증대시키게 되면 저수지와 강의 흐름을 저지시키는 땜의 경계를 월등히 능가하여 더 큰 힘으로 강의 범람을 가속화시키고 더 큰 피해를 자초하게 된다. 사람들은 사람들 상호간의 인간사회관계에서 강압수단과 폭력을 전혀 포기할 수 없다. 경찰의 존재와 그 힘도 국가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이다. 우리 인간들은 너무나 연약하여 이 수단이 없이는 사태수습과 처리를 하지 못한다. 오직 그리스도께서만이 강압수단을 사용하지 않으시고 전 인류를 품에 안는 한 나라를 세우시기에 충분히 강하신 분이었다. 나폴레옹 I세가 자기의 제국이 붕괴된 다음 쎄인트헬레나섬에 유배되어 있을 때 깨달은 신비와 경이가 바로 그리스도의 왕국에 대한 것이었다. 나폴레옹은 이제 창검의 날과 궁술 위에 선 나라들은 모두 그 자체 안에 죽음의 씨를 안고 있다는 것에 대해 눈을 떴다. 폭력과 힘에 기초한 모든 세계 제국들이 다 몰락한 다음에 머무를 영원한 나라는 다만 하나밖에 없다는 것을 나폴레옹은 예감하였다. 이 나라가 바로 그리스도의 나라로서 통치권을 수립할 때에 모든 강압수단을 포기하기에 충분히 강하다는 것을 나폴레옹은 실감 있게 깨달았다. 그리스도께서는 지상에 힘의 제국을 조직 건립하도록 간교한 영이 유혹한 그 유혹과 시험을 극복하셨다. 마귀는 그리스도에게 세계의 모든 나라들과 그 영광을 보여주고 말하기를 '네가 엎드려 나에게 경배하기만 하면 내가 이 모든 것을 너에게 주리라'(마4장 9절)고 말하였다. 그리스도께서는 이 유혹과 시험을 근본적으로 물리치고 가장 깊은 무기력과 굴종의 어려운 길을 걸어가셨다. 아들(하나님의 아들)은 비유에서 잘 묘사되고 있듯이 하나님께 속한 열매와 수확을 그들로부터 받아야 할 악한 포도원 일꾼들의 공격을 받아 어떠한 방어무기도 쓰지 않고 패배당하였다. 그러나 바로 이 '하나님의 나약' (고전1장 25절)과 힘의 포기가 '인간들 보다 더 강하며' 대포와 요새진지와 인간의 모든 강압수단 보다 더 강한 것이다. 왜냐하면, 바로 이와 같이 인간적인 모든 힘과 고도한 압박수단을 배제하였을 때 그리스도께서 인간의 중심위치 곧 양심에 들어가는 길을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중심위치에서만 실세로 인간을 근본적인 내면성으로부터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짐승'이 아니라 오직 '도살된 어린 양'만이 세계의 미래를 그 자체 안에 담고 있는 운명책의 일곱 봉인들을 열 수 있다(요한계시록 6장 1절 이하). 우리는 복음서들을 읽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권력없이 오시므로 우리 인간들에게 행사하시는 왕권을 벌써 인지하게 된다. 제자들은 그리스도를 영접하고자 하지 않는 도시에 하늘에서 불이 내려오게 하여 그 도시를 멸하고자 하는 생각을 하였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시기를 '너희는 너희가 무슨 영의 자녀들인지 알지 못하느냐?'고 하셨다. 한갖 낯선 이국인으로 그리스도께서는 우물곁에 앉으셔서 사마리아 여인과 담화하신다. 예수님께서는 그녀의 삶 전체를 밝히시면서 그녀의 양심을 관할할 힘을 확보하신다. 베드로가 예수님 수난의 날에 비겁하게 주님을 부인하였을 때에 성경에는 '주께서 돌이키셔서 베드로를 쳐다보셨다... 베드로는 밖에 나가서 통곡하였다'(눅 22장 61절 이하)고 기록되어 있다. 베드로는 무방비상태의 그리스도께서 지니신 왕권을 경험하였다.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자기를 죽이는 살인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실 때에 백부장은 하나님을 찬양하고 말하기를 '진실로 이 사람은 경건한 분이셨다!'(눅 23장 47절)고 선언하였다. 이와 같이 그리스도께서는 십자가에 높이 들리워지심으로 승리하셨다. 또 이로써 사람들을 자기 자신에게로 끄는 것이다('내가 들리워지면 그들 모두를 나에게 끌리라. 요한 12장 32절).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서 죽음으로 그것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이렇듯 그리스도께서는 빌라도 앞에서 신문받으실 때에 말씀하신 그 독특하고 신비적인 왕권을 발사하신다. 이 초인적 힘은 인간의 모든 강압수단들을 배제하고 우리를 직접 하나님 앞에 세우며 우리의 양심과 부딪치는데에 존립하고 있다. 바로 이 위에 오늘날에도 복음서의 기록에서 특히 예수님의 수난사에서 모든 인간들에게 나아가는 힘이 근거하고 있다. 조야(粗野)하고 호전적인 사람들도 이 수난상의 신적 우세를 가장 강력하게 느낀다. 그리랜드 민족의 개종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그들은 대부분 바다표범, 물개사냥을 하는 아주 거칠고 사나운 사람들이어서 선교사들이 이 백성에게 복음을 전파하고자 수많은 노력을 하였으나 번번히 실패하다가 한 떼의 그린랜드 사람들에게 예수님 수난사의 한 부분을 낭독하여 주었다. 그때 한사람이 앞으로 나와서 대뜸 말하기를 '그것이 도대체 무엇이오? 한번 더 읽어 주쇼'하고 부탁하였다. 금기의 사슬이 풀리게 된 것이다. 십자가에 못박히신 분의 왕권이 승리하였다. 오늘날에도 생애의 대부분을 결투장에서 보낸 군인들이 오히려 십자가에 못박혀 피흘리신 분이 어떠한 군사력도 이룰 수 없는 일을 이루실 수 있다는 것을 가장 강력하게 이해하고 있다. 십자가에서 피흘리신 분은 사람들을 내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그 분은 무기의 힘없이 인간심장(인간마음)의 왕좌에 등극하여 사람들이 영원히 그의 소유가 된다.

2. 부활하신 분이 그 교회에서 가지신 보이지 않는(不可視的) 통치권

지금까지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지상에 태어나셔서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짧은 생애에 대하여 말하였고 그때 예수님으로부터 나온 왕권에 대하여 언급하였다. 예수님의 지상생애는 오늘날 우리에게는 이미 과거에 속한다. 그러나 이제 오늘날의 현재 상황과 직결되는 문제가 첫째로 제기된다. 곧 그리스도의 첫 지상통치 내지 왕권이 그분의 돌아가심과 함께 끝장이 났는가? 이다. 이 감추인 왕권이 종의 모습과 굴종 속에서 영위한 지상생애로 그쳤는가? 이제 그리스도가 돌아가심으로 지구에 대한 그리스도의 직접적인 영향이 완전히 그치고 말았는가? 혹은 그리스도의 죽음 후에도 무엇인가 새로운 것이 시작하고 있는가? 아주 총괄적으로 묶어서 볼 때 우리가 지금 그분의 투쟁교회로서 세계 한 가운데 있는 이 시간동안 그리스도 통치의 의미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우리가 이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문제의 요건이 아니라 신약성경이 이에 대하여 무엇이라 말씀하고 계시느냐가 요건이다. 우리는 이제 사도바울의 한 결정적 언명 앞에 서 있다. 이 사도바울의 선언 속에 모든 것이 종합되어 있고 그것을 이해하는 것이 모든 것의 관건이 된다. 사도바울은 말하기를 그분은 '하나님께서 자기의 모든 원수들을 그의 발 등상 아래로 복종시키기까지 왕노릇하지 않으시면 안되시느니라`(고전15:25)고 하였다. 이것이 다 성취된 다음에 비로소 지상에서 그분의 임무는 완성되고 그분은 왕국을 아버지께 반환하실 수 있다. 사도바울의 이 언명 앞에서는 다만 이것이냐 저것이냐(Entweder- Oder)의 양중택일이 있을 뿐이다. 한편으로 우리가 이것을 한 신화(Myulus)로 간주하게 되면 대단한 경이와 찬탄의 감정으로 그리스도와 그의 말씀 및 행동에 대하여 이야기할 수 있다, 그렇게 할 때 그리스도는 사람들이 그에게 영예로운 기념비를 건립하여 주지만 현재에는 더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는 죽은 위인들의 계열에 그의 죽음과 함께 그는 편입되게 될 것이다. 그들의 유물을 정리하여 우리는 거기에서 우리에게 알맞는 것은 취하고 나머지는 방기(放棄)하게 되는 그러한 위인들 중의 하나에 그리스도가 속할 수 있다. 이와 반면에 초대교회가 그리스도를 죽은 자 중의 한 사람으로 받들지 않고 살아계신 분으로 받들었을 때 그것은 옳은 것이었다. 우리가 그리스도를 살아계신 분으로 받들 때에 그리스도와 우리와의 관계는 달라진다. 이때 우리는 그리스도와 그의 유산을 지배할 수 없고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지배하신다. 그리스도께서 죽은 위인들 중의 한 사람이라 할 것 같으면 교회의 투쟁은 기실 다만 하나의 세계관 투쟁에 불과한 것이다. 이 세계관 투쟁에서 교회는 다른 세계관 배후에 있는 세력들 앞에서 패배할 것이다. 그러나 그리스도께서 살아계신 인격체로서 하나님의 권위와 전권을 가지고 보이지 않는 군지휘관으로 필경 하나님의 모든 원수들을 정복하시고 말 세계사의 격전을 지휘하시게 된다면 이때는 전혀 세계관 문제가 관건이 되지 않는다.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조직구성하고 또 무엇을 말하고 쓰느냐가 관건이 되지 않으며 살아계신 그리스도 자신이 우리와 우리의 전민족에 대해서 어떤 뜻을 가지고 계시는가가 중요한 관건이 된다. 우리에게 문제는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자기의 싸움에 동원하셔서 전투진지에 배치하실 것인가 아니면 우리를 전투불능의 무능한 존재로 배제하실 것인가가 중대한 관건이 된다. 그리스도께서 지상에서 성취하도록 하나님께서 위임하신 사명이 그리스도의 죽음과 함께 왜 끝장나지 않았는가? 왜 살아계신 그리스도께서 부활의 아침이래 이 세계에서 자기 역사와 작업의 새 시대 속으로 들어 오셔서 지상생애동안에 시작하신 일을 계속하시고 계시는가? 예수님의 죽음과 함께 하나님께서 타락한 세계를 그 높으신 경륜에 따라 회복하시고자 개시하신 그 경이와 신비의 전쟁이 왜 종결되지 않았는가? 예수님의 죽음과 함께 인류를 누르고 있던 죄의 마력이 분쇄되어 버린 것이다. 사단에게서 우리의 죄때문에 사단이 우리에 대해서 주장했던 권리를 박탈하여 버린 것이다. 그러나 사단에게서 아직도 그 힘과 세력을 박탈하지는 않았다. 이제 그리스도께서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사명 가운데에서 수행하는 위대한 원정행군의 제 2막이 시작되었다. 위대한 전쟁의 제 2막은 피조세계가 전반적으로 자기 자신을 숭배하기 시작하므로 발생한 반역의 세력을 분쇄할 마지막 목표를 가지게 되었다. 어떠한 방법과 어떠한 양식으로 그리스도께서는 십자가에서 죽으신 후 이 지구의 전장에서 지금 계속 역사활동하시는가! 지상생애 동안에 그리스도께서는 말씀하시고 행동하시는 기관으로서 인간적인 육체를 가지셨다. 부활의 아침아래 이 세계에서 제 2의 작업역사 기간에 입장하신 살아계신 그리스도께서는 행동하시고 활동하실 수 있기 위하여 한 몸(肉體)을 필요로 하신다. 그것은 마치 예수님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행동하시고 활동하시기 위하여 한 몸(육체)을 필요로 하셨던 것과 마찬가지이다. 왜냐하면 육체가 없이는 이 가시적 세계 내부에서 싸울 수도 없고 창조적인 작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육체는 투쟁의지의 필수불가결 한 기관이다. 육체는 우리의 타격무기이다. 그러면서도 또 육체는 모든 절대적 공격과 마찰과 충돌에 노출되어 있는 기관으로 대단히 섬세하고 민감하다. 우리 인간들은 우리의 육체가 분쇄되자마자 이 세계의 전장으로부터 퇴장한다. 우리가 한 말(言語)들은 사상과 회고(回顧)로서 죽은 후에도 계속 메아리(反響)칠 수 있다. 프리드리히대제의 말이나 힌덴부르그의 생애 회고(回顧)를 예로 들 수 있다. 그러나 죽은 자들은 더 이상 싸워주지는 못한다. 사망한 위인 중의 하나가 오늘날의 상황 속에서 무엇을 말하고 어떻게 행동하겠는가 우리는 흔히 알고 싶어하고 못내 아쉬워하게 된다. 하지만 죽은 자들은 의연 말못하는 벙어리로 침묵을 지키고 있을 뿐이다. 오직 그리스도의 경우만 상황이 전혀 다르다. 그리스도께서는 죽음과 함께 이 지상전투의 전장으로부터 퇴장하지 않으셨다.

그리스도께서는 죽음 이전에 활동하셨던 것과 마찬가지로 죽은 이후에도 이 세계에서 계속 활동 역사하신다. 오직 그리스도만이 이것을 보다 고차적인 형식과 포괄적이며 전혀 다른 입체성을 가지고 성취하신다. 첫 지상 육체가 십자가에서 사망한 후 그리스도께서 자기의 일을 완성하기 위하여 전투기관으로 뜻하신 제 2의 몸은 교회(die Gemeinde)이다. 교회는 그리스도께서 반역한 피조세계의 혁명을 내적으로 극복하기 위하여 수행할 경이와 신비의 전쟁을 끝까지 행동 관철할 목적으로 예수께서 친히 건립하시는 유일무이의 유기체이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의 교회는 언제나 동시에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교회는 그리스도께서 자기의 전쟁을 치루시는 능동적 전투기관이다. 그리스도의 교회에 들어온 자는 로마서 6:13절 이하에 의하면 자기의 지체들을 위대한 세계전쟁에서 '의(義)의 무기`로 바치게 된다. 그러나 동시에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또 피동적 기관으로 적대적 세력의 공격에 노출되어 세계가 악마적으로 자기 자신에 굴절 왜곡되므로 그리스도에 가하는 모든 공격들을 감수한다. 그러므로 바울은 그가 교회의 기관으로 받아야 하는 수난을 보면서 말하기를 아직도 그리스도의 남은 수난을 교회인 몸을 위하여 내 육신 가운데에서 감수한다'(골l :24)고 하였다.

그러므로 그리스도께서 자기의 교회로 부르신 우리들 각자는 따라서 영원한 축복을 보증하는 생명보험에 가입된 것도 아니고 세계관문제의 토론을 위해서 어떤 학회에 가입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우리는 그리스도께서 부활후 전세계와의 전쟁을 수행하시는 기관인 몸 곧 교회의 단체로 편입된 것이다. 우리는 세계의 미래전체가 달려있는 작전에 징집된 것이다. 그러나 이제 교회투쟁에 있어서 우리의 태도가 또한 상당한 부분 의존하고 있는 문제가 대두된다. 그 문제는 하나님께서 세계에 위임하신 이 제 2의 왕적 통치 기간에 그리스도께서 지구상에 살아계시던 때에 사용하신 무기와 똑같은 수단을 가지고 싸우시는가? 혹은 그렇지 않으시는가? 하는 물음이다. 하나님과 그리스도께서 수행하신 그 경이와 신비의 전쟁이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못박혀 죽으시고 부활하신 후에도 똑같은 방법으로 계속되는가? 또는 이제 다른 전쟁방법 아닌 어떤 힘의 수단을 사용하는 투쟁이 개시되는가? 게르만 민족들을 길러낸 중세교회는 로마의 황제들도 그 앞에 허리를 굽히는 세계교회의 건립과 함께 그리스도의 제 2통치 역사가 개시되었다고 믿었다. 이제 그리스도께서 세계지배의 왕위에 등극하셨고 지구를 통치할 권좌에 오르셨으므로 지구상의 그리스도 통치자는 세속의 탈을 필요로 하며 지구의 모든 힘과 권력수단을 동원하여 믿지 않는 자들과 이단들과의 싸움을 수행하여내야 한다고 믿었다. 바르돌로매제(祭)의 밤에 대한 소식이 로마로 오자 로마에서는 성(聖)암브로시오의 사은찬미가가 시작되었다 이와같은 피비린내나는 대학살을 자기 원수들에 대한 그리스도의 승리와 개선으로 축하하였다. 그러나 교황의 교회만이 그리스도의 통치를 이와같이 파악한 것이 아니다. 이와같은 견해는 인간이 한 조각의 세계를 정치적인 수단으로, 신정정치식으로 다스리고 지배하고자 하는 곳에서는 어디서나 대두되었다, 첫째로 칼빈의 제네바에서도 그러했고 광신자들과 재세례파들이 건립한 공동체들 속에서도 그러하였다. 오늘날에도 이러한 경향은 교회가 국가기관들에 세속적인 지배 와 압력을 행사하고자 하는 곳에서는 어디에나 있다. 그러므로 바로 오늘날 신약성경이 이 결정적인 문제에 대하여 어떠한 교훈과 지시를 주는지 명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활의 아침과 함께 하나님의 연약과 나약이 그치는가? 그리스도께서 모든 힘의 수단과 권력수단들을 포기하시던 일이 지양되는가? 이제 이 세계에 속하고 또 이를 위해서 우리가 지상적인 의미에서 그 수종자들로서 싸워야 할 그리스도의 왕국이 도래하는가? 그리스도께서 지금 지상적인 권력을 획득하기 위하여 겨루는 싸움터에 내려오셔서 이 싸움에서 지상적인 힘과 세력들을 투입하시는가? 의문의 여지없이 신약성경은 이 모든 시도에 대하여 강한 부정의 뜻을 표한다. 세속적인 힘의 수단으로 그리스도를 위해서 싸우기 위하여 우리가 시도하는 것들은 모두 신약성경이 부정한다. 살아계신 그리스도께서는 죽으심과 부활하심 후에도 교회를 통하여 죄있는 인류의 심장을 획득하기 위하여 힘쓰신다. 이것은 마치 예수님께서 지상 생애동안 수난의 과정을 통하여 자기 원수들의 영혼을 획득하기 위하여 겨루신 것과 꼭 마찬가지의 방법과 마찬가지의 양식으로 역사하시는 것이라는 뜻이다. 물론 간헐적으로 능력의 역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리스도의 교회가 무방비상태로 다만 말씀의 무기만 가지고 무장하여 세계의 권력들과 대결하는 긴 투쟁 속에서 끊임없이 때때로 연약한 교회의 배후에서 어두운 세력들이 전능자의 위력을 깨닫게되는 하나님의 능력역사가 나타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와같은 능력역사에 속하고 있는 것이 빌립보에서 지진을 통하여 감옥으로부터 바울과 실라를 구출하신 경이의 사건이다(사도행전 16장). 이러한 기적역사 때문에 교회는 박해의 때에 다시금 숨을 돌리게 된다. 이러한 기적역사에 베드로의 권세있는 말로 중풍병자가 낫게된 것도 속한다.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일어나 걸으라' (사도행전 3장 6절)고 베드로는 중풍병자에게 말하였다. 여기에서 그리스도의 원수들은 하나님의 전능하심이 사도의 배후에 있다는 것을 느낀다. 그러나 우리가 이와같은 개별적 표적과 기적에서 병과 어두움의 모든 세력들 위에 하나님의 우세적 위치와 권능이 있는 것을 보게 될 때에 가지게 되는 물음은 이 하나님의 우세적 권세가 존재한다면 왜 그러한 개별적 경우에만 나타나시고 또 역사하시는가?이다. 이 물음은 더 긴박하고 절실하게 제기되는 것이다.

전세계의 눈 앞에서 그리스도의 원수들에 대한 혁혁한 승리를 알리는 기적 과 표적의 대량역사가 왜 나타나지 않는가? '택한 그릇'이고 세계선교를 위하여 그렇게 중요하고 필수적인 인물인 바울이 왜 다섯번이나 유대인들로부터 매를 맞았는가? 왜 하나님께서 바울이 태형을 당하고 돌에 맞았을 때에 이 사도를 보호하시기 위하여 개입하시지 않으셨는가? 스데반은 순교당할 때에 하늘이 열리고 예수님께서 하나님 우편에 서 계시는 것을 보았는데 왜 주 예수님께서는 살인적으로 던지는 돌을 멈추게 하도록 내려오시지 않았는가?(사도행전 7장). 사람들이 하나님의 사자들을 체포하려고 할 때마다 그들을 저지하도록 번개와 천둥소리가 요란하게 날 때 교회의 형편은 얼마나 수월하여 지겠는가! 그러나 이러한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다. 신약성경에서 언급하고 있는 이러한 산발적 하나님의 능력역사들이 교회가 세계 권력과 대치되고 있는 사항을 조금치도 변경시키지 못하리라는 것이 분명하여진다. 이러한 권능있는 기적들은 그리스도께서 권세를 장악하실 먼 미래에야 비로소 세계에 도래할 뇌우를 미리 알려주는 번개와 같을 뿐이다. 신약성경은 교회가 때에 따라 체험하는 이 능력의 나타남을 우리가 기다리는 미래의 '저당물과 '담보물'이라고 부른다. 이 때 쓰는 말은 더 정확히 말해서 청약금 또는 계약금으로 매매계약시에 매매의 효력을 발생시키기 위하여 지불하는 것이다. 그러나 중도금과 원금은 언제나 후에 지불한다. 또 다른 비유로 간헐적인 하나님의 능력이 나타나심을 설명한다면 그것은 추수 때에 헌납하는 첫 이삭과 같다고 볼 수 있는데 이 첫 이삭은 곳간들이 곡식으로 가득차게 될 대수확이 임박하였다는 징조가 된다. 이 모든 비유들과 능력역사의 사실들은 언제나 알려주기를 그리스도의 권력장악은 아직 도래하지 않았지만 이 첫 징후들이 교회를 흔들지 않고 격려하여 빛나는 미래에 대한 시선을 올바로 정향시켜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교회가 세계와 대치되고 있는 상황은 그러나 이러한 징후들로 바꾸어지지 않는다. 교회는 언제나 하나님의 나약이란 표지 아래, 그러므로 권력유보의 상황 속에 놓여 있다.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통하여 세계에 대하여 행사하는 왕권은 오로지 감옥에 갇힌 바울이 디모데후서 2장 9절에서 영광스럽게 표현하고 있는 내용이다. 그는 자기의 복음사역에 대해서 말하기를 '나는 쇠사슬로 묶이기까지 범죄자로 고난받고 있다. 그러나 하나님의 말씀은 묶이지 않았다. 그러므로 나는 택함을 받은 자들을 위해서 모든 것을 참노라. 그리하여 그들도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영원한 영광을 가진 구원에 참여하게 하기 위해서이다'고 하였다. 따라서 그리스도의 왕권은 다음과 같은 놀라운 사실 속에서 나타난다. 즉 사도가 쇠사슬에 묶여 말로 복음전파를 하고 다니지 못하게 갇혀있는 동안에도 사도가 말한 말은 모든 쇠사슬과 굴레를 비약한다는 사실이다. 사도의 말은 모든 감옥의 감방벽들을 관통하기 때문에 어떠한 경찰의 저지조처로서도 차단되거나 봉쇄될 수가 없는 것이다. 어떠한 인간단체의 공작으로서도 차단저지 될 수가 없다. 복음의 말씀은 사람들의 양심을 정복한다. 진정으로 그리스도의 말씀이 사람들의 양심 위에 행사하는 왕적 통치권은 사도들의 투옥이나 순교적 죽음으로 더 강화된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예언하여 말씀하시기를 '사람들이 너희를 군주들과 제왕들 앞에 넘기리라. 그때 너희는 그들에게 증거하게 되리라'(마태복음10장18절)고 하셨다. 예수님의 사도들이 신문과 청문회에 불려갈 때 군주와 제왕과 판사들의 양심과 부딪쳐 그들의 양심에 타격을 주어야 한다. 이와같은 양심에의 타격은 주후 첫 몇세기 동안 일어난 기독교도 박해시에 번번이 일어났다. 이 살벌한 기독교도 박해와 학살 때에 기독교도들을 살해하던 사형집행인들이 복음을 피로 증거하는 순교도들의 태도에서 내적으로 진리의 확신을 가지게 된 일들이 많았다. 사형집행인들 중 그들의 무기들을 던져버리고 자기 자신도 순교자들과 함께 죽음으로 가겠노라고 선언한 자들이 많았다. 모택동이 집권하기 전 중화민국전체에서 `기독교인 장성(將星)'으로 오래동안 알려졌던 유명한 펭장군은 그가 타이유안푸 수도(首都)에서 권비(券匪)의 난(亂)에 신병(新兵)으로 선교사들의 순교를 목격함으로 기독교에 개종하게 되었다. 한 떼의 영국 선교사들을 권비들이 포위하여 한 건물 안에 가두었다. 이때 한 젊은 영국 여자선교사가 들어와 권비들에게 조금치도 두려운 기색을 보이지 않으며 말하기를 '나를 때리시오, 나는 다만 한 연약한 여인이오, 하지만 저 뒤에 갇혀있는 선교사들은 살게 하여 주시오'하고 외쳤다. 그 여자는 권비들의 주먹을 맞고 쓰러졌다. 그러나 이 장면은 그 젊은 신병에게 너무나도 깊은 인상과 감동을 주어서 이 젊은 군인은 그때부터 신약성경을 읽기 시작하였다. 그리스도의 왕권이 그리스도 사도들의 죽음을 통하여 이 젊은이의 가슴을 사로잡아 그의 생애를 통치하게 되었다. 이 모든 사실에서 그리스께서 교회를 통하여 세계에 행사하시는 힘은 예수님의 수난으로부터 나온 힘과 오늘날에도 똑같다는 것을 보게된다. 예수님의 수난으로부터 힘이 나왔다는 말은 예수님께서 무방비상태에서 돌아가실 때에 그의 원수들이 내면적으로 감동되었다는 말인 것이다. 마르틴 루터가 신약성경이 일러준 길을 갈 때에 복음의 일로 삶의 위험에 처하게 되어 자기 선제후의 보호조치를 거부하였는데 그것은 옳은 것이었다. 또 그는 싹센의 교회들을 방문할 때에 어떠한 국가기관원들을 수행원으로 동행시키지 않았다. 그는 말씀을 다만 양심에 작용시키고자 하였을 따름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예수님의 부활후 예수님 교회의 지체들로 예수님왕권의 기관들이 되는 것은 우리가 전적으로 하나님의 말씀과 그 엄숙한 심판과 은혜의 복음을 가지고 사람들의 양심에 전향할 때만 그러한 것이다. 그러나 흔히 설교단에서 일어나는 일로 우리가 대중의 권력본능에 호소하거나 복수욕을 고취시키거나 위협공세를 펼 때에 인간의 마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리스도 왕의 사도로서 더 이상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때 우리는 곧 우리의 양심 가운데에서 느끼게 되기를 우리는 예수님의 통치영역으로부터 나와서 욕정적이고 격정적인 인간 권력투쟁의 불순한 분위기 속으로 휘몰려 들어오게 되었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는 것이다.

Ⅳ. 그리스도의 제 2가시적 권력장악

1. 세계완성 신앙의 가장 심오한 근거

위에 말한 것은 모두 예수님 자신도 친히 말씀하신 '내 나라는 이 세계에 속하고 있지 않다'는 선언의 제일 그리스도 통치권에 해당할 뿐이다. 여기에서는 양심 위에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므로 어떠한 강압수단이나 압력도 다 배제되어 있다. 우리가 국가의 모든 권력과 연합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다음과 같은 공식 위에서만 할 수 있다. 즉 국가에는 차안(此岸)이 속하고 교회에는 피안(彼岸)이 속한다는 공식으로 오늘날에도 역시 늘 재기되는 공식이다. 그런데 바로 오늘날 그리스도의 왕권을 인간내면애만 국한시키고 교회가 그리스도로부터 소망하고 기대하는 다른 모든 것은 신화로서 배척하고자 하는 가장 강력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결코 기이한 일이 아니다. 샹벌렝(H. St. Chamberlain)과 포올 드 라가르드(Paul de Lagarde)가 이미 그리스도의 복음을 다음의 두 순수기본이념에 제한하고자 하였다. '하나님께서는 우리 아버지이시다. 그의 나라는 현세적이다. 이 나라는 결코 시각화되지 않는다. 이 나라는 우리 안에 있고 시간과 공간의 피안에 있다'는 것이다. 그 후에 아돌프 하르낙(Adolf Harnack)은 예수님의 제 1복음과 제 2복음을 구별하였다. 그는 제 1복음을 모든 사람이 당연히 접근할 수 있고 또 될 수 있는 하나님의 자녀됨이라 이해하였다. 그러나 하르낙에 의하면 예수님께서 단지 자기 주변의 민족적 또 전통적 종교성으로부터 떠맡은 제 2복음은 장차 올 심판과 세계종말의 연극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에 와서야 이 사상이 민족종교의 영향 아래서 이론화되었다.

초대 교회의 미래신앙 전체가 전혀 예수님으로부터 기원하지 않고 유대인들의 영향아래서 교회로 유입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러한 집중적 공격에 대항하여 오늘날 우리는 늘 새로이 왜 장차 도래할 제 2의 그리스도 통치권에 대한 신앙이, 예수님의 교회를 위해서 처음부터, 예수님의 왕권을 우리의 양심 속에서 경험하는 것과 불가분리적으로 결부되어 있는가 하는 것을 고찰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 미래신앙의 마지막 기반을 명확하게 파악하여 이에 대해 건전하지 못한 신학적 설명들과 견해들을 모두 배제하는 일이 오늘날 절실히 요청되는 중요한 신학적 안건으로 되어 있다.

1. 이미 언급하였듯이 사람들은 오늘날 먼저 장차 올 그리스도의 통치에 대한 신앙을 유태민족의 정신이 원시기독교에 미친 영향으로부터 해명하려고 한다. 세계심판과 세계완성의 기대전체가 유대정신으로부터 기원하고 또 그 기대는 우리 아리안족에게는 낯설고 또 용납할 수 없는 유태교신(猶太敎神)의 악몽과 연관되어 있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러나 이 견해는 역사적으로 고찰할 때 그릇된 것이다. 왜냐하면 후기 유태교가 메시아적 종말의 기대를 사상적으로 체계화시키기 전에 순수 아리안족이며 도덕적으로 각별히 높은 수준 위에 있었던 민족, 곧 페르시아 사람들이 바로 이와 같은 사상을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기대사상을 다리우스 왕으로부터 페르시아 민족의 지배자들이 받들고 고백한 가트하 곧 자라투스트라의 금언집에서 보게 된다. 페르시아 사람들은 믿기를 모든 영혼은 죽은 후 사흘째 되는 날에 지구의 가장 높은 꼭대기로부터 하늘로 통하는 친밭다리 위를 걷지 않으면 안 된다고 믿었다. 그러나 그들의 공적이 과실과 허물보다 더 크고 많을 때에만 하늘로 올라가며 그렇지 않은 경우 저 아래 고통의 장소로 추락하고 만다고 믿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다만 종말로의 추이과정일뿐이다. 이제 비로소 '마지막 것'(das Letzte)이 온다. 죽은 자들의 시체들이 다시 살게 되어 모든 사람들의 부활이 있게 된다. 용해된 광물질의 한 강이 육체세계 전체 위에 쏟아지고 모든 사람들은 불의 강 속을 걸어서 통과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 불의 강이 악하고 더러운 모든 것을 소각시켜 버린다. 오직 선한 것만(Nur das Gute)이 아무러한 해를 받지 않고 남는다. 그러나 이 때 빛과 어두움의 마지막 결전이 있다. 선이 악을 이기고 겸손이 오만을 이기고 진리가 허위를 이긴다. 이제 빛의 세계가 승리한다. 선한 자들은 계속 살고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으며 언제나 살고 언제나 번성한다. 우리가 이 페르시아적 미래신앙의 문헌들을 읽을 때에 더 말할 것도 없이 우리는 분명히 인식하게 되기를 초대교회의 세계완성신앙 핵심은 아리안 민족의 세계관 속에 아주 분명하게 예시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세계완성신앙이 유대민족으로부터 차용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밝힐 수 있다. 이 신앙은 벌써 후기 유대교의 시대 이전에 아리안 정신으로부터 탄생하였던 것이다. 그것은 붕괴되고 몰락하는 민족의 열등의식으로부터 나온 것이 아니고 강하고 세력이 비상하는 민족국가의 고도한 책임의식에서 태어난 것이라 할 수 있다.

2. 사람들이 시도한 제 2의 설명과 견해는 그리스도의 미래통치에 대한 신앙은 인간적 자기 사랑으로부터 기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니췌(Nihthe)는 말하기를 '기독교도들은 결국 잘 보상받기를 원한다'고 하였다. 기독교도들은 그들이 현재의 지상에서 결여하고 있거나 박탈당하는 모든 것을 그들에게 보상하여 줄 한 환상세계(eine Phantasiewelt)를 건설하고 있다고 말하였다. 이 니췌의 견해가 맞지 않다는 것은 우리의 종교개혁자들인 루터와 칼빈의 예에서 가장 분명하게 알 수 있다. 루터와 칼빈은 뜨거운 마음으로 장차 오실 주님과 '사랑하는 최후의 날'을 기다렸다. 주님의 재림과 사랑하는 최후의 날에 대한 확신이 없었던들 루터는 독일백성에 대한 자기의 의무와 과업을 완수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루터의 완성신앙에 가장 힘있는 사항을 고찰하여 보아야 할 것이다. 이것을 루돌프 티엘(Rudolf Thiel)이 일방적인 면이 있기는 하지만 그의 새로운 루터 연구에서 매우 힘있게 강조하였다. 그 내용은 하나님과 그의 그리스도가 모든 사단적 세력들을 완전히 정복하고 완전히 최후승리를 거두리라는 것을 루터는 완전히 확신하였는데 그의 개인적인 미래에 대해서는 애정의 어려운 신비가 루터를 짓누르고 있었다. 이것은 하나님께서 미리 정하신 것인데 우리로서는 투시할 수 없는 것이므로 우리에게 늘 불확실하게 머물러 있다. 신앙은 루터에게 하나님과 하나님의 뜻에 무조건적인 긍정의 예를 말하고 또 하나님께서 자기 나라를 나없이 완성시키시고 나를 영원한 정죄와 파멸로 몰아넣으신다 하여도 그에 대하여 내가 하나님께 감사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믿는다면 내가 원하는 것을 바라지 않고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만 나는 바라고 원할 것이다. 루터는 자기의 개인적 최후운명에 대하여 자기가 확실히 모르는 가운데서도 하나님께서 자기를 붙들어주시는 것에 대하여 감사할 수 있었다. 자기 자신의 정죄와 파멸의 가능성마저도 태연자약하게 감안하는 완성신앙은 자기를 사랑하는 자애와 자기추구와는 아무러한 상관이 없는 것이다. 장차 올 그리스도의 통치에 대한 신앙이 인종적 영향이나 이기적 동기로부터 설명할 수 없을진대 그 마지막 지지기반은 무엇인가? 기독교적 세계 완성신앙의 결정적 근거를 이해하기 위하여 기독교적 희망과 소망의 의미가 가장 단순하게 종합되어있는 성경구절들을 먼저 살펴보지 않으면 안된다. 교회가 기다리고 있는 최후승리의 순간은 요한계시록 12:10에 종합 기술되어 있다. '이제 우리 하나님의 구원과 능력과 왕권 그리고 그의 기름부음을 받으신 그리스도의 능력이 있게 되었도다'라는 말씀 속에 종합 표현되어 있는 것이다. 이 성경구절 말씀에 따르면 최후승리는 오직 하나의 뿌리만을 가지고 있다. 그 필연적 기원의 뿌리는 하나님께서 우리가 살고 투쟁하는 이 세계에 대해서 가지신 유일한 지배와 통치에 대한 확신이다. 왜 하나님의 유일하신 통치권으로부터 세계완성의 기대가 생기게 되는가?

하나님을 한 신학적 개념으로 생각하거나 우리 정신의 한 형이상학적 한계관념으로 생각하지 않고 루터에게와 마찬가지로 하나님은 우리가 회피할 수 없고 끊임없이 우리에게 육박하며 우리의 전인간 존재를 요구하시는 의지라고 본다면 이 모든 사람들에게 일생동안 끓임없이 동행하는 시험은 단 한 가지이다. 이 시험은 세계에 가득 차있고 그로 인해 세계대전의 마지막 몇 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믿음을 잃게된 무의미한 고통이 아니다. 세계 고통은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의 사랑을 착각하게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현실과 전지전능하심에 대한 이견을 제기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는 그의 경륜과 결의를 우리가 알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자기가 원하시는 것을 창조하실 수 있기 때문이다. 오직 한 가지만이 하나님의 전적 통치와 부합할 수 없고 하나님과 교제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어려운 시험이 된다. 즉 하나님의 세계 안에 하나님께서 원하지 않는 것을 의도하는 의지가 있다는 사실이다. 인간이 사는 국가는 이 국가의 공간 내에 국가총수의 뜻을 거스리는 사건이 발생하여도 망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인간사회의 상부질서와 하부질서나 국가전체의 영역 안에는 처음부터 힘의 안배가 상호 대립적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스리는 정부가 다스림을 받는 피지배자들 보다 더 상위에 있다는 것은 국가 행정당국이 피지배적 시민계층보다 더 엄청나게 거대한 세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있다. 이 정부의 우세 상황은 국가안에 반 정부적 저항운동이 발발한다 하여도 경찰력을 투입시켜 반란자들과 범법행위를 저지른 자들을 처단할 수 있기만 하면 동요되지 않는다. 하나님의 전적지배에만 사정이 다르다. 광대무변한 우주공간 가운데에서 하나님의 뜻을 거스리는 무슨 사건이 발발하고 하나님을 향하여 한번의 주먹질이라도 있게 되면 하나님의 통치영역가운데 한 조그마한 무질서가 들어온 것만이 아니다. 경찰이 재빨리 진압하여야 하는 국부적 반란이 일어난 것만이 아니다. 오히려 하나님의 신성이 타격을 입은 것이다. 하나님을 현실로 모시고 있는 자들은 모두 이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의지만이 모든 것을 결정하고 모든 것은 하나님으로부터 오며 행운과 불행, 삶과 죽음. 빈궁과 부(富)가 모두 하나님 온다고 확신할 때에만 하나님께서 하나님이시고 그 때에만 그 분께서 우리의 모든 역경과 궁핍과 곤궁가운데에서 우리의 피난처가 되시기 때문이다. 세계가운데에서 하나님의 뜻과 의지를 거스리는 것이 있다면, 창조질서를 유린하는 것이 태양계 전체이든지 또는 하나님의 의지에 거스려 불순한 시선을 던지는 존재가 단지 조그마한 한 인간이든지간에, 그 반역과 저항의 범위와 크기와는 관계없이, 하나님의 세계 가운데 하나님께서 원하시지 않는 무슨 존재나 사건이 있게 된다면 이때 하나님께서는 유일무이한 통치자와 주가 아니시고 자기도 하나님이 되고자 하는 제 2의 의지가 하나님에 대항하여 일어선 것이다. 이 때 하나님의 권능은 제한되게 된 셈이다. 극히 작은 죄를 지음으로서도 하나님의 현실자체가 의문시된 것을 우리 각자는 체험적으로 알게 되는데 가령 꼭 한 번의 거짓말이나 어떤 사람에 대한 치명적 증오나 마음에 도사리는 불순한 정욕에 사로 잡혀 휩쓸릴 때 하나님 자신의 현실이 의문에 부쳐지는 것을 체험하는 것이다. 곧 우리 위에 하늘이 캄캄하여진다. 우리 눈앞이 새까맣게 어두워지는 것이다. 전면적인 일식이 자리잡히고 믿음의 시험이 있게 되는데 이와 같은 시험에 대하여 루터도 여러 번 말하기를 '이때 우리는 하나님이 마귀인지 마귀가 하나님인지 더 이상 모른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우리가 다만 짧은 시간 동안만이라도 이 시험에 빠질 때에 전력을 다하여 이 시험을 극복하지 않으면 매 시간 시간이 곧 사단적인 성격을 띄게 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매 시간 시간 하나님을 파멸시키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세계전체의 한 지점에서 처음으로 한 의지가 하나 님을 대항하여 반기를 든 순간 하나님과 세계와의 관계전체는 달라진 것이다. 이것은 하나님의 신성에 대한 공격이었고 피조물과 창조자와의 근본관계로부터 탈락한 것이었다. 그것이 성경의 처음 몇 페이지에 기록된 '원죄타락'인 것이다. 그러나 이제 이로부터 하나님의 현실과 우리 죄에 대해서 알고 있는 자에게는 거대란 긴장이 발생하게 되었다. 양자는 단순히 동존할 수 없다. 즉 한편에는 모든 생물체의 세포 하나 하나와 세계전체의 모든 원자 하나하나에까지 창조세계가 회피할 수 없이 지배하시는 하나님의 무소부재와 전적통치가 있고 또 한편으로 하나님을 향하여 주먹을 휘두르는 의지가 나란히 서서 동존하여 있을 수 없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만유 중에 만유가 되시든지 악마적 파괴의지가 승리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 고도한 긴장을 참을 수 있다면 그리고 우리 신앙에 치명적이 되지 않으려면 그 긴장이 해결되고 또 머지않아 곧 해결되리라는 확신이 있을 때만 그 인고가 가능한 것이다. 하나님께 대항하여 반역한 의지가 그로 인하여 초래된 모든 결과들과 함께 마지막 잔재까지 하나님의 세계로부터 사라져버릴 순간이 올 것은 틀림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의 재림과 세계완성에 대한 성경적 신앙에 열쇠가 되는 이 중심점을 분명히 파악하는 것이 이제 모든 것의 관건이 된다. 이 신앙은 첫째 외적 세계관계의 변형개조를 주안점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아, 세계의 모습은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 세계는 새로운 모습, 영광의 형태로 변형된다. 그러나 이 변형이 결정적 사건이 아니고 그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 또 완성된 자들의 축복상황이 첫째가는 문제가 아니다. 하나님께서 변형된 땅에서 모든 눈물들을 씻어줄 축복상황이 물론 약속되었다(요한계시록21:4). 그러나 완성된 자들의 이 축복상태도 결정적인 전환이 아니고 다만 결정적 전환의 결과일 따름이다. 그리스도의 세계통치와 세계완성에 대한 신앙에는 보다 깊고 심오하고 내면적이며 보이지 않는 불가시적인 것이 있다. 즉 첫째로 하나님과 심연에 자리잡은 대립투쟁의 해결이 오히려 관건이 되는 것이다. 이 심연의 심각한 대립투쟁은 가장 작은 죄를 통해서도 피조세계에 들어 온 것이다. 현대인에게 세계완성에 대한 신앙을 고취시키고 또 진작시키기 위하여 성경에 있는 종말예언들을 먼저 들고 나와야 실상 아무러한 가치도 없는 것이다. 아직도 기독교 밖에 있는 사람에게는 누구에게나 성경의 약속은 그가 이해의 열쇠를 가지지 못하고 있는 한 유대교적 환상이나 인간적 축복욕구의 산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세계완성에 대한 신앙적 확신은 그리스도의 교회에 있는 우리에게도 지상적인 축복의욕이 다 분쇄되고 하나님의 현실 앞에서 자기 지난 삶의 죄됨을 자각하고 하나님께 대한 반역의 무의미성을 자각할 때에야 비로소 우리의 마음속에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우리 자신의 삶에 있어서 가장 내면적인 지점에 한 변화가 일어났을 때에만 곧 우리와 가까운 사람이 갑자기 죽거나 우리의 지상 행운과 번영이 붕괴되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아주 가까이 계시면서 현실적인 존재가 되고 지상적인 모든 것이 이 하나님의 임재와 현실 앞에서 그림자로 퇴각하고 난 다음 우리가 하나님 현실의 회초리와 망치와 햄머 밑에서 우리의 지난 생애가 얼마나 무책임하고 가련한 것이었으며 우리가 전인류와 함께 빠져들게 된 하나님께의 반역이 얼마나 무의미하였었던가를 자각하게 될 때 비로소 세계완성의 필연성과 완성신앙이 우리 속에서 여백을 발견하고 동이 트게 되는 것이다. 이때 우리 안에는 다음과 같은 확신이 능력있게 떠오른다. 즉 하나님께서 이 견딜 수 없는 세계질서위 혼란을 해결할 것이며 모든 것을 뒤죽박죽으로 만들어 놓은 하나님께의 반란 혁명을 진압하셔서 하나님의 전적 통치권을 확립하실 것이라는 확신이 떠오르게 된다. 하나님이시기 때문에 이것은 틀림없이 성취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곧 성취될 것임에 틀림없다. 이 확신이 없이 우리는 삶을 엮어갈 수 없다. 이 희망이 없다면 우리는 좁고 어둡고 숨막히는 공간의 질식분위기에 갇혀있게 된 때와 같은 기분을 가지게 된다. 창이 열리고 하나님의 공기(die Gottesluft)가 흘러들어 올 때에야 비로소 우리는 다시금 신선하고 자유로운 호흡을 하게 된다. 우리가 하나님과의 교제를 기도 가운데에서 더 깊이하고 우리의 직업생활을 하나님의 임재 현실 속에서 수행할 때에 우리는 더욱 다음과 같은 유명한 사실을 잘 이해하게 된다. 즉 전세계와의 투쟁에서 하나님을 위해 외로운 보초를 서 본 사람들은 모두 세계 완성 일반에 대해서 생각을 해본 일이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종말이 대단히 접근하였음을 의식하고 또 기대하고 있다. 세계종말이 지연될 때마다 그들은 한 시험을 받아 왔다. 그들은 하나님께서 살아계시면 왜 와야 할 것이 언제나 지연되고 있고 바로 내일 오지 않는지 이해하지 못하였다. 어떤 교파에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세계완성이 가까이 왔다고 너무 떠들어대는 병적 현상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세계완성이 대단히 가까왔다고 믿는 것은 요한계시록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의 고도한 흥분은 아니다. 그것은 단순히 문제의 성격 자체 속에 근거를 두고 있다. 세계완성이 이와 같이 가까왔다고 기대하는 것은 하나님께서 현실이 되어있는 사람들은 모두 자연적으로 가지고 있는 기대이다.

2. 장차 올 그리스도의 권력장악과 그의 현세적 은밀한 왕권의 불가분리적 동류성(同類性)

이제야 비로소 우리는 결론적으로 양심에 군림하는 그리스도 통치의 경험과 세계심판자와 세계완성자로서 장차 올 제 2의 그리스도 통치가 서로 불가분리적으로 상호결부된 이유를 분명히 밝힐 수가 있다. 그리스도의 제일 통치는 세계심판자와 세계완성자로서 이 세계에 장차 오실 그리스도의 통치인데 본질적 내용상으로 이 양자는 상호 결부되어 있는 것이다. 전자가 후자없이는 가능하지 않다는 것은 그리스도 자신이 우리에게 세계 심판을 위한 재림을 예언하시고 사도들이 초대교회전체와 함께 이 제 2의 그리스도 통치를 기다렸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성경 어디서나 장차 올 세계사건들에 대하여 자세한 서술을 하고 계시지 않다. 그리스도의 말씀들 가운데 단 한 번 어느 정도 자세하게 심판에 대한 장면을 묘사하고 계시는 데가 있다. 이 심판 때에는 세계 모든 백성들이 그의 보좌 앞에 나타날 것이다, 이 심판 때에 그리스도는 양과 염소를 서로 서로 분리시켜 놓는 목자와 같은 존재로 비유되고 있는 성경 구절들이 마태복음 25장에 있다. 이 위대한 순간에 그리스도는 하나님께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으로 모든 백성의 사람들로부터 새 세계의 새 인간으로 그들 주님의 기쁨에 참여하기 합당한 사람들을 추려내신다.(마25:31절 이하) 그리고 신약성경 중 꼭 한가운데에 주님 자신이 약속하신 이 그리스도 통치가 하나님 원수를 최후로 정복하기 전, 현재의 세계상황 속에서 능력발휘를 하리라는 말씀이 있다. 순교로 승리한 사람들이 제일 먼저 부활하여 하나님과 그리스도의 제사장들이 되며 그리스도와 함께 살고 천년동안 군림하고 왕노릇 할 것이며 그런 다음에야 비로소 최후심판과 세계완성이 오리라는 말씀이다(요한계시록 20장). 우리는 이 종말사건의 시간과 그 사건 모습과 양식에 대하여 수많은 의문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예수님 자신은 우리의 호기심에 찬 모든 질문들에 대하여 어떠한 답변도 주시지 않는다. 예수님께서는 미래에 대해서 그렇게도 갖고자하는 환상을 엄격히 통제하신다.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미래에 대한 소망상에만 탐익하기를 원치 않으신다. 예수님께서는 현세의 현실 속에서 그리스도의 뒤를 따르는 제자직분과 그 과제에 전적으로 우리를 확고히 세워 놓으시려고 하셨다. 그러므로 예수님께서는 사기 미래와 세계의 종말에 관하여 현재의 투쟁에서 우리가 돌파할 수 있기 위하여 우리가 절대적으로 알지 않으면 안될 만큼만 우리에게 말씀하여 주신다. 전세계와 겨루어 이길 수 있기 위해서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다만 그리스도께서 자기의 일을 완성시키시고 그 경이와 신비의 전쟁이 결정적 승리로 끝이 나고 하나님의 모든 원수들이 그리스도의 보좌 아래 다 정복되어 있게 되는 날이 온다는 확신뿐이다. 현재의 세계과정속에서 해명되지 않고 순화되거나 정리되지 않고 남아있는 모든 것을 완전하게 밝혀 주는 한 날이 온다는 확신을 우리는 필요로 한다. 우리는 모든 것이 밝혀지고 정의가 승리하는 심판이 분명히 온다는 확신을 필요로 한다.

왜 예수님의 권력장악에 대한 신앙이 예수님께서 양심을 지배하는 그 통치의 경험과 불가분리적으로 결부되어 있는가? 왜 그리스도께서 이 세계 안으로 가져오신 하나님 통치의 복음선언이 의가 거하는 세계심판과 새 하늘 및 새 땅에 대한 기대에서 분리시키는 것이 불가능한가? 바로 내가 죽음 앞에서 그리스도를 통하여 내 양심이 나를 고발하는 모든 것에 대하여 용서를 받을 때에 양심은 나에게 말하기를 '너는 진노이외에 받을 보상이 아무것도 없다'고 말하기 때문에만 아버지의 무조건적 사랑의 기적을 나는 체험한다. 하나님은 거룩하신 하나님이시다. 하나님께서는 나를 정죄하시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한 위대한 왕이 그에게 반역한 역모죄로 이제 자기의 죄과인 사형집행을 기다리고 있는 한 역적을 다루듯이 나를 다루신다. 그런데 이제 감옥 문이 열리고 이 반역의 역적을 교수대로 끌고 갈 병사들 대신에 왕의 한 신하가 무조건 사면을 내용으로 하는 편지를 왕의 봉인까지 하여 가지고 온다. 이것은 그 이유와 근거를 알 수 없는 무조건적 사랑이다. 탕자의 비유에 그토록이나 인상적으로 묘사되어 있는 무조건적 사랑이 거룩하신 하나님으로부터 올 때에만 나는 그것을 체험할 수 있다. '하나님은 경멸과 조소를 받지 않으신다. 사람이 파종하는대로 사람은 거둘 것이다'고 하신 거룩하신 하나님으로부터 이 사랑이 올 때에만 나는 그것을 체험할 수 있다. 도대체 어떻게 해서 일생동안 하나님을 의식하거나 고민하여 보지도 않은 사람이 죽음의 침상 위에서 자기의 삶을 정리하고 자기가 일찌기 저질렀고 오랫동안 그 위에 풀이 무성하게 자란 위증죄 같은 것을 새삼스럽게 꺼내 죄의 자백을 하고자 하는 수수께끼같은 현상이 일어나는가? 거기에는 다만 한 이유와 근거가 있을 수 있다. 우리 모든 사람들의 양심 속에는 훨훨 타는 화염의 글씨로 '사람들은 한번 죽게 되도록 결정되었으며 그 다음에 는 심판이다'(히브리서 9장 27절)고 써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조건없는 아버지 사랑에 대한 예수님의 복음선포는 한 양심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것이며 우리에게 이 행운과 축복을 가져다 주시는 분은 그 심판에 우리가 접근하고 있고 그 심판 때에는 일단 모든 민족 백성들이 다 모일 거룩하신 하나님의 권위와 능력으로 말씀하시고 행동하신다는 것을 우리가 알 때에만 믿을 수 있는 것이다. 보다 최근에 기독교적 종말소망의 반대투쟁자들은 신약성경에서 '너희는 먼저 하나님의 나라와 그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다른 모든 것도 부가될 것이다'(마태복음 6장 33절)고 하신 말씀에도 이의를 제기하였다. 사람들은 이 성경구절에서 '의'라는 말을 제거하고자 한다. 사실상 어떤 고대의 사본들에는 '의'라는 말이 빠져있기도 하다. 또 사람들은 말하기를 의로운 야고보의 영향밑에 있던 유대인 기독교 신자들의 무리가 이 '의'라는 말을 여기에 삽입하였다고도 말한다. 의라는 말은 공인된 유대교적 개념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의(Gerechtigkeit)는 유대교적 용어일 뿐만 아니라 보편적 인간통 용어이고 기본적인 독일용어이기도 하다. 우리 국민 전체는 베르사이유의 쇠사슬들을 분쇄하고, 독일만이 전쟁범이라는 낙인을 받아 그에 해당되는 벌을 받게 된 것은 무시무시한 불의라고 간주하여 우리 모두가 의를 불러 외쳤다. 의(Gerechtigkeit : 정의)는 신생독일 공화국에서도 사법제도 전체의 기초가 되는 초석이다. 그것은 모든 인간 사회의 기강이다. 이제 인간은 모두 세계 안에 언제나 어떤 형태로든지 불의가 자행되고 있다는 것을 물론 안다. 이 세상에서는 누구인가 자기 이웃과 동족들을 현혹시키거나 착취하여 거대한 재산을 모으고도 그의 사기나 부정이 일생동안 발각되지 않고 죽어서도 화려한 장례식을 치루어주며 동포들의 기억 속에 인류복지에 기여한 사람으로 남을 수 있다. 또 어떤 사람은 아무러한 죄도 없이 모략중상을 받아 심판언도를 받고 권리박탈을 당한 다음 이 세계에서 아무러한 명예회복을 받지 못하고 죽기도 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이것이냐 저것이냐의 양중택일(Entweder-Oder) 앞에 선다. 한편으로 이 세계 안에 도대체 의, 정의가 없거나 또 결코 그것이 있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할 수 있다. 이 사상은 그러나 국가 민족 전체의 공동사회내에서 책임의식을 훼손시킨다. 비스마르크는 일찌기 말하기를 '사람들이 어떻게 하나님에 대한... 또 보다 높은 심판자와 미래의 삶에 대한 믿음없이 질서있게 살며, 자기의 의무를 수행하고 각자에게 자기의 소유를 보장할 수 있을지 나는 의문이다'고 말하였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우리의 행동전체와 인간의 공동생활 전체를 지지하는 영원한 의에 대한 신앙은 한 실재적이고 현실적인 근거를 가지고 있다. 앞으로 모든 것을 다 들추어내고 마음의 감추인 것을 밝히는 날이 틀림없이 온다. 그래서 우리는 의가 거하는 새 하늘과 새 땅을 앙망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부과하시는 그 진지한 책임을 우리가 한 번 더 만나 뵙게 될 마지막 심판의 기대로부터 분리시켜서는 안된다. 하나님께서 의를 일단 전세계에 나타나게 하실 의로우신 하나님이 아니시면 그 때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그의 사랑은 연약한 자애가 되고 말 것이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는 모든 것을 방임하고 방치하시는 연약한 노인에 불과할 것이다. 그렇다면 하나님께서는 이 세계에서 정의와 법이 승리하지 않고 야만적인 힘이 승리하도록 용인하시는 것이 된다. 그러므로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눈에 보이는 권력장악을 약속하시는 그 위대한 선언을 들을 때에 우리의 영혼은 흔희작약한다. 예수님께서는 선언하시기를 하늘의 구름을 타고 오셔서 예수님의 모든 원수들에게 하나님의 최후 승리를 선포하시리라는 약속을 하셨다. 이 최후 승리를 보면서 우리는 이 세계시간 동안에 우리에게 오는 모든 고난과 역경과 불의 와 모략중상과 명예훼손을 참아낼 수 있다. 우리에게 가해지고 이 세계의 삶에서는 결코 바르게 교정되거나 회복될 수 없는 모든 거짓과 모함들도 우리는 즐거이 참아낼 수 있다. 우리는 루터와 함께 '우리는 최후의 날을 위한 해산고통속에 있는 것이니 그러한 고통과 비극을 참아내지 않으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