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으시니, 주 하나님의 영이 나에게 임하셨다. 주께서 나를 보내셔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상한 마음을 싸매어 주고, 포로에게 자유를 선포하고, 갇힌 사람에게 석방을 선언하고, 주의 은혜의 해와 우리 하나님의 보복의 날을 선언하고, 모든 슬퍼하는 사람들을 위로하게 하셨다. (이사야 61:1,2)
성서에서 선포된 희년은 정치 경제 사회 전 영역에서의 해방 선언입니다. 그 중심 사상은 땅은 하나님의 것이라는 신앙과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세상의 재화가 인간의 것이 아닐진대 물질의 부정한 전유는 분명 조악일 것이며, 버림받고 억눌린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은 하나님의 뜻이 아닐 것입니다. 이 해방 선언은 하나님의 신앙의 근본이며, 때문에 예수 그리스도는 그 사역의 출발을 해방 선언으로 삼았던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이 실천의 정점에 화해를 위치시켜 서로 막혔던 담을 허물고 하나로 있게 하시고 서로 원수된 것을 자기 몸으로 해소시켰습니다(엡2:14). 성서는 희년의 거짓 선언을 폭로하고 있습니다. 참 생명의 길은 이웃사랑의 실천에 있고, 한반도에서의 그 현재적 의미는 통일의 실현과 사회의 민주화를 이 땅에 선포하는 것입니다.
이제 갈라진 것을 하나로 이어지게 하시고, 빼앗긴 것을 되찾게 하시고, 눌린 자의 눈물을 닦아주시는 하나님의 은혜의 빛이 남과 북을 고루 비추는 희년의 새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랜 한과 오욕의 세월을 그치게 하여 기쁨으로 춤을 출 하나님 나라의 꿈이 이 땅에 내려왔습니다. 분열과 반목으로 적대적이었던 관계를 평화의 하나 됨으로 끝내야 함을 고백하는 그리스도인들의 회개와 새로운 삶이 그 꽃을 피우기 위해 흙더미를 뚫기 시작했습니다. 1995년을 희년의 해로 선포하고 행진해 온 남북한 그리스도인들의 열망은 퇴색하지 않는 부활의 생명력으로 더욱 빛을 발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은 희년을 연대기적이고 형식적으로 잘못 이해하지 않는 것이며, 조국의 통일과 한국교회의 자기개혁을 다짐하고 실천하는 것입니다. 희년의 소망을 현실태로 바꾸기 위한 살아 있는 운동을 실천하는 것이 역사 앞에 참된 그리스도 제자직을 행하고자 하는 우리들의 신앙입니다.
부끄러운 교파적, 교단적 분열의 상처를 안고 수 십년을 지나 온 한국 교회의 현실에서 희년은 일치와 해방의 새로운 연대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한국 교회의 미래를 열어 나갈 우리 젊은 신학도들은 신앙적, 역사적으로 희년을 실천함을 통해 한국교회의 희년신앙 실천을 간절히 바램하는 우리의 의지를 알리고자 합니다.
하나, 조국의 통일을 위한 그리스도인들의 헌신적 신앙 실천을 시작해야 합니다.
우리는 조국의 분단 현실을 오랫동안 방관했던 것을 죄로 고백하고 회개합니다. 우리의 회개는 통일의 실현을 위한 삶으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이 앞장서서 이미 낡아 버린 냉전의 잔재를 털어 버리고 조국의 하나됨을 위해 애써야 합니다. 한 편이 한 편을 이김으로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는 것이 아니라, 상호 신뢰 속에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통일을 이루도록 그리스도인들이 나서야 합니다. 한국 교회는 통일 과제의 수행을 위해 민간 차원의 교류에 힘써 왔고, 이제는 저항의 차원을 넘어 대안적 차원의 통일 방도를 모색하는 운동에 착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존의 그리스도교 통일 운동은 연합 조직 상층부 중심으로 전개되어 개교회 그리스도인들의 활발한 참여를 창출하지 못한 한계를 노정 했습니다. 이제 그리스도를 따르는 각 사람이 통일을 위해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생각하고 실천할 수 있는 통일운동의 구체적 기운을 일으켜야 합니다. 혹독한 공안 정국 속에서도 통일을 위해 일어섰던 한국 교회의 값진 노력을 결실 맺기 위한 대중적 통일 운동의 물꼬를 트는 것으로 1995년 통일 희년의 행진을 시작해야 합니다.
- 한국 교회가 앞장서서 기관별, 교회별 자주적 교류를 실현하여 상호 신뢰의 기반을 조성한다.
- 남북한의 평화공존을 위한 '평화협정체결', '한반도 비핵평화체제실현'. '상호 군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힘있게 요청해야 합니다.
- 통일에 대한 전국민적인 관심과 합의 조성을 위해 교회가 먼저 노력해야 합니다. 통일은 민족의 숙원일 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뜻임을 널리 알리고, 평화, 통일 교육을 교회 내에서 실천하여 통일 시대를 능동적으로 준비해야 합니다.
- 북한 선교를 정복주의적으로 바라보는 태도를 버리고 남한과 북한의 그리스도인들이 협력으로 선교를 실현해야 합니다. 그를 위한 남한교회의 '선교 협력 기관'을 초교파적으로 건설하여 북한의 선교 지원에 임해야 합니다.
하나, 사회의 민주화를 위해 세상의 빛과 소금의 본 사명으로 한국 교회는 개혁되어야 합니다.
희년의 정신은 분단에서 통일로의 지향과 함께, 사회 내에 존재하는 비민주적인 구조의 개혁, 비인간적인 삶의 현실의 정정을 위한 노력을 요청합니다. 희년은 정치, 경제, 사회 전 영역에서의 해방 선언이기 때문입니다. 경제부정의와 정치부패를 근절하고 민중의 생존과 자유가 보장되는 새로운 세상의 건설을 위해 교회가 앞장서야 합니다.
한국교회는 그 교세에 비해 사회적 책임성을 제대로 감당하지 않고 있습니다. 사회가 요구하는 교회상은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정의와 양심의 심장으로, 사랑의 손과 발로 살아 움직이는 것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책임성을 다하지 않는 교회는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이제 한국교회는 교회를 양적으로만 성장시키는 폐쇄적 태도를 버리고 '세상 가운데서' 하나님의 정의와 사랑을 실천하는 전위대로서의 교회상을 정립해야 합니다. 과학기술문명의 급격한 전개 속에서도 인류는 생태적, 공동체적 위기에 더욱 깊이 빠져들고 있어, 세상의 혼탁함과 절망이 더해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세기는 종교의 시대라고도 합니다. 인류의 참된 공동체성을 회복하고 '하나님-자연-인간'의 통전적 세계를 이루기 위해서도 교회의 질적 전환은 필수적으로 요청됩니다.
- 사회의 점진적 민주화 속에서도 여전히 힘겹고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이웃과 함께 사는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장애인, 외국인 노동자 등 소외된 사람들에게 사랑으로 다가가는 구체적인 실천이 있어야 합니다.
- 정치 민주화, 경제정의, 사회복지의 발전을 위한 교회의 발언과 참여가 더욱 커져야 합니다.
- 가정차원, 지역차원의 생태환경 보전을 위한 교육과 행동의 중심으로 교회가 자리매김해야 합니다.
- 개인주의와 이기주의의 욕망으로 병든 사회에서 지역의 문화적, 생활적 공동체의 터전으로 교회의 의미를 새롭게 해야 합니다.
- 사회의 여성억압구조가 교회내에 그대로 투영되어 있고, 여성해방의 사회적 실현정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교회 실정에서 여성과 남성 평등의 교회내적, 사회적 실현에 힘써야 합니다.
하나, 한 분 하나님 하나의 교회를 위한 연대의 노력을 시작해야 합니다.
세계사적으로 신앙의 일치를 향한 교회간 협력의 기운이 높아 가고, 한국교회사에 있어서도 분열의 가슴아픈 역사를 정정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해지고 있습니다. 천주교 이 백년, 개신교 일 백년의 선교 역사 속에서 한국 그리스도교 교회의 대부흥을 허락하신 하나님의 은혜는 한국교회 내의 갈등으로 그 빛을 잃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일치는 신앙적 요청이기에 이해타산의 범주에 속해서는 안됩니다.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교회일치운동의 민주화가 먼저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나아가 개별 교단의 교세확장의 도구로 전락해서도 안됩니다. 그리고 교회일치운동이 몇몇 인사 중심에서 교회 평신도 중심으로 변해야 합니다. 그러나 '일치를 위한 일치' 또한 우리의 길은 아니어야 합니다. 한 분 하나님을 신앙하는 형제요, 자매임을 확인하기 위해 서로의 좋은 점들이 더해져야 하며, 그러한 신뢰와 협력의 꾸준한 실천 속에서 일치의 내용이 형성되어야 합니다. 또한 통일시대를 준비하며 교회가 전국민의 희망으로 어둠을 걷어 내는 등불을 밝히기 위해 교회간 협력이 증대되어야 합니다.
더불어 21세기 새로운 상황을 준비하는 우리 신학도들은 각 교단의 경직화와 정치적 이권을 전제로 한 파벌주의에 매몰되어 점차 기업화, 정치구조화 되어 가고 있는 교회현실을 비판해 내고, 타 학문의 구조적 발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되고 있는 신학교육의 여건과 내용을 보다 개방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개선되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현재의 한국 신학교육은 바른 신학교육 풍토의 정립을 위한 학문적 교류와 공동연구가 적극 검토, 수용되어야 하며 신학교의 자율화와 민주화가 보다 풍요롭게 실현되어 내일의 능력 있는 교회 일꾼들이 양성되어야 할 것입니다.
- 분열, 난립, 갈등의 책임은 모든 교회의 공통된 죄책으로 고백하고 회개하여야 합니다.
- 일치를 향한 교회간 협력과 만남이 모든 교회에서 활성화되어야 합니다.
- 강단교류, 신학교육 교류를 비롯한 상호이해를 넓히는 활동들을 시작해야 합니다.
- 지역문제의 해결을 위한 지역교회들의 협동적 실천을 시작해야 합니다.
하나님-자연-인간의 통전적 질서가 왜곡되어 모든 피조물이 신음하는 이 때에, 분열과 갈등으로 반목하여 증오의 늪을 떠나지 않는 이 세상에, 희년의 나팔소리는 모든 피조물의 희망입니다. 이제 희년의 정신을 새롭게 하고, 그 구체적인 실천을 다짐하기 위해 우리 세 신학대학원의 젊은 신학도들은 교파와 교단을 넘어 희년정신을 이 땅에서 살아 내기 위해 연대의 물꼬를 트는 함성을 시작하며, 동시에 그 작은 출발의 결실로 만든 우리의 선언은 약속이며 실천의 시작입니다. 조국의 막힌 혈맥을 십자가의 행진으로 트고, 은혜로 다가오며 또한 우리가 함께 세워 가는 하나님나라의 희망으로 거듭나는 한국교회의 내일을 위하여 헌신할 것을 다짐합니다. 세상 전 영역에서 희년이 선포되어 하나님의 뜻이 이 땅에 이루어지기까지 우리의 연대와 전진은 계속될 것입니다.
우리가 걷는 길이 주께서 기뻐하시는 길이면, 우리의 발걸음을 주께서 지켜 주시고, 어쩌다 비틀려 걸어도 주께서 우리의 손을 잡아 주시니, 넘어지지 않는다. (시편 37:2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