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 가면서 : To be or not to be
죽음. '인간에게서 죽음이란 무엇이고 죽음 이후에 인간은 어떻게 되는가? 인간은 죽으면 이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로 가는가? 아니면 이 세계가 끝인가?' 이 질문은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던져본 질문일 것이다.
중국의 성인은 '인간이 죽은 다음에 어떻게 되겠습니까'라는 제자의 질문에 '내가 이 세상의 일도 다 모르는데 어떻게 죽고 난 뒤의 일을 알 수 있겠는가'라고 말을 한 적이 있다. 어쩌면 가장 솔직한 대답 아닐까? 그러나 우리는 죽음에 대한 물음 앞에 이정도로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 우리는 죽음 이후에 어떤 모습일까? 아마 이 죽음은 예수님 재림 이전에는 아무도 명백한 답을 주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질문의 끝을 붙잡고 논의를 전개해 보고자 한다.
몰트만은 그의 책 오시는 하나님에서 죽음의 원인이 원죄의 결과라는 견해와 그리고 죽음이 인간의 자연적 끝이라는 견해 사이에서 기독교 신학의 틀에서 이 두가지 명제를 모순된 것으로 생각하며 제 3의 대안, 즉 죽음은 모든 사물의 영원한 생명으로의 새 창조와 함께 극복될 연약하고 시간적인 피조물의 특성이라는 생각을 제시한다.
지금까지의 서양 철학을 한 단어로 요약한다면 아마도 '존재'아닐까? 그 존재의 사라짐은 인간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근본 문제일 것이다. 틸리히는 비존재에로 나아가는 과정중에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살아가는 것을 '존재의 용기'라고 했다. 이 존재의 용기가 어느때 보다도 필요한 시기가 지금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글의 전개를 다음과 같이 하고자 한다. 죽음에 대한 바른 이해와 - 인간의 죽음이 영혼불멸인가 아니면 죽은자의 부활인가에 대한 논의를 전개하고 그리고 부활의 시기에 대한 두입장, 즉 죽음에서의 부활과 역사의 마지막의 부활에 대한 입장을 살펴보고 그 속에서 종말론에 관한 몇몇 신학자들의 입장을 살펴보고 나름대로의 바른 종말관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2. 글의 한가운데서
2.1 죽음에 대한 바른 이해
인간의 영혼 불멸 사상은 서양 철학의 출발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 플라톤의 사상에서 볼 수 있다. 그의 책 '파이돈'에 보면 인간의 영혼은 불멸하는 것으로 육체는 인간의 영혼이 잠깐 머무는 장소로서 거기에 머물러 있는 동안은 인간은 자유로울 수 없고 육체에서 벗어나는 그날이 바로 해방과 자유의 날이라는 것이다. 이 플라톤주의의 영향이 어기스틴에 의해 본격적으로 체계화 되었고 토마스 아퀴나스에 의해 발전되었는데 이런 영혼 개념은 성서에서는 낯선 개념이었다. 성서에 언급되고 있는 죽은자의 영혼 개념은 죽음 이후에 계속되고 있는 죽음 이후의 인간을 지칭하는 대명사이지 반쪽 인간으로 비물질적 영혼으로 이해하면 안된다.
이 영혼 불멸사상에 거대한 이의를 제기한 사람은 바로 오스카쿨만(Oscar Cullmann)이었다. 그는 '영혼불멸이냐 죽은자의 부활이냐?'라는 논문에서 성서가 가르치는 사상은 영혼의 불멸이 아니고 죽은자의 부활이라는 것이다. 죽은 자의 부활이란 인간의 영혼이 본질적으로 갖는 불멸의 삶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죽음을 깨뜨리는 하나님의 새 창조의 능력에 기인하는 새생명을 의미한다.
사도 바울은 죽은자의 부활에 대해서 비유를 통해 설명한다. 고전15:35-39을 인용한다. 죽은 자의 부활을 땅에 뿌리는 씨와 거기에서 솟아나는 형체와의 관계와 비슷하다는 말이다. 우리의 몸이 땅에 묻혀 썩지만 씨앗이 땅에 묻혀 썩고 거기서 새로운 가지가 솟아나듯이 우리의 썩어가는 몸에서 하나님의 새 창조의 능력으로 새로운 몸이 나타난다는 말이다. 이 새로운 몸은 원래의 몸과는 분명한 연관성은 있지만 원래의 몸과는 질적으로 많이 다른 새로운 몸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도 영혼만의 부활이 아니라 영의 몸으로서의 부활이었다. 예수의 육체가 부활하지 않고 영혼만 다시 살아났다면 이것은 플라톤의 철학은 될 수 있었도 그리스도의 복음은 아니다.
영혼불멸, 죽은 자들의 부활에 대한 이론에서 전자는 상처를 받을 수 없는 영혼의 자기 확신을 가리킨다면 후자는 하나님이 죽음으로부터 새로운 삶을 창조하시리라는 믿음의 확신을 가리킨다. 전자가 인간의 자기 초월에 기초한다면 후자는 죽음에 대한 하나님의 초월에 기초한다. 영혼의 불멸이 하나의 견해(Einsicht)라면 죽은 자들의 부활은 하나의 희망이다. 전자가 인간 안에 있는 불멸의 것에 대한 신뢰라면 후자는 존재하지 않는 것을 존재하게 하며 죽은 자들을 살리는 하나님에 대한 신뢰이다.
부활이 무엇이냐에 관하여 대부분의 학자들이 공통으로 가지는 세가지 이론이 있다. 첫째, 전인적인 사건이라는 것으로서 영혼 또는 몸 만이 부활의 대상이 아니라는 견해이다. 둘째, 부활은 생명의 완성, 또는 완성된 생명을 가리킨다는 것이다. 셋째, 부활은 하나님이 행하시는 사건이라는 것이다.
2.2 부활의 시기에 대한 이해
죽은 사람은 언제 부활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두가지 입장이 있다.
① 첫번째 이론은 죽는 순간 부활한다는 이론이다. 죽음 후에서부터 마지막날 부활 때 까지의 상태는 영혼의 불멸이 아니고 부활의 상태이다. 의인은 죽는 순간에 부활하는 것이다. 이 주장은 최근의 카톨릭 신학자들에 의해 주장 되었다. 대표적 인물은 그레샤케(G. Greshake), 로핑크(G. Lohfink), 크레머(J. Kremer)등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칼 라너와 한스 큉도 합세하고 있는 형편이다. 우선 성서의 입장을 살펴보고자 한다.
衁. 바울
바울의 글 가운데 죽음에서 부활을 강력하게 입증하는 본문은 고린도 후서이다. 고후5:1-4절에 보면 댓구되는 두 표현이 있다. '우리의 장막집이 무너진다'는 표현과 '하늘에 있는 영원한 집이 우리에게 있는 줄 아나니'란 표현이 있다. 전자가 이땅에서의 우리의 죽음을 의미하는 표현이라면 후자는 천국에서 얻게 되는 우리의 새로운 육체를 의미하는 것이다. 후자가 하늘의 육체라는 증거는 2절이하에 나타나는데 '하늘로부터 오는 처소를 덧입기를 간절히 사모하노니'라고 말했다. 여기서 덧입는다는 표현은 우리의 영혼이 육체를 입는 것을 의미하는데 곧 하늘의 육체를 입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고후 5장 말씀은 새로운 하늘의 육체를 죽음에서 얻게 된다는 점을 명백히 뒷받침하고 있다.
遁. 복음서
죽은 나사로를 부활시킨 요한복음 11장의 사건에서 예수께서는 부활을 마지막에 한정시키지 않고 현존하는 부활의 생명과 죽음에서 다시 사는 부활을 언급하고 있다. 예수께서는 자신과 함께 있는 곳에는 죽음이 없고 생명과 부활만이 있다는 것인데 이런 의미에서 예수는 '부활이요 생명'이다(요11:25). 예수께서 마르다에게 '나를 믿는자는 죽어도 살 것이다'라고 하셨을 때 '살 것이다'는 미래형은 마지막날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고 맥락에서볼 때 죽음 후의 시간을 가리킨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본문은 예수께서 오른편 강도에게 말씀하신 "오늘 네가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눅23:43)는 말씀이다. 여기서 '오늘'은 예수와 강도가 죽는 날이다. 역사의 마지막날 죽음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바로 '오늘' 예수와 강도가 죽음에서 일어남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鑁. 속사도 교부들
⒜ 이그나티우스(Ignatius)의 견해
그에 의하면 예수의 고난과 죽음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그의 부활에도 참여하게 된다. 우리의 부활은 그리스도의 모습을 본받아 일어난다. 그런데 그리스도의 부활은 영적인 동시에 육적이었다. 초대 교회의 순교자들의 죽음을 통해서도 그들의 영혼이 땅 속에서 역사의 마지막 날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고 불멸의 영광스러운 육체를 얻고 하늘로 올라간 것이다.
⒝순교자 폴리캅의 견해
순교자 폴리캅은 그리스도의 고난에 동참하고 순교자의 반열에 들게됨을 감사하면서 "성령의 쇠하지 않게 하는 능력 속에서 영혼과 육체를 갖고 영원한 생명에 이르는 부활에 이르게 됨"을 감사하고 있다.
⒞아우그스티누스의 견해
아우구스티누스의 부활 개념에는 두가지가 들어 있다고 볼 수 있다. 하나는 현재에 일어나는 현재적 부활 개념이고 다른 하나는 미래에 일어나는 미래적 부활 개념이다. 첫째 부활은 지금 일어나는 영혼의 부활인데 그것은 세례에서 일어나는 영적 부활을 가리킨다. 그것은 영혼이 두번째 죽음에 들어가지 않도록 보존한다. 두번째 부활은 몸의 부활인데 그것은 현재에 일어나지 않는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이중 부활 개념에서 영혼의 부활 개념은 죽음 안에서의 부활 개념과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주목된다. 곧 죽음 안에서의 부활은 현재적 부활의 연속 또는 그 결과로 이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鱁. 현세의 몸과 부활체와의 동일성
이러한 논의를 통해서 우리는 또 다른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그것은 지금 살고 그리고 죽을 이 몸이 부활에 이 몸으로 부활하는가 하는 몸의 동일성의 문제이다. 라너, 그레샤케, 판넨베르그 모두 동일성은 물질로서의 몸에 있는 것이 아니고 바로 영혼에 있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 영혼은 이원론적 의미의 몸과의 상대적인 개념으로 이해하면 안된다.
성서에서 죽은자의 영혼을 언급할 때 가장 보편적인 개념은 헬라적인 의미에서의 비물질적, 비육체적 영혼 개념이 아니고 죽음 이후의 '나(I)'라는 존재를 지칭하는 대명사이다. 이 영혼이 '나'를 의미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생길 수 있는 질문은 그러면 육체적 동일성이 아닌 동일성을 찾는 것은 그것이 한 개인의 정체성을 육체 아닌 다른 곳에서 찾는 다면 이것 또한 육체를 경시하는 다른 이원론의 모습으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가?
그러나 사실 이 죽음에서의 부활 이론 또한 문제가 있는 것은 성서는 지금 죽어 그리스도의 품속에 있는 자들을 결코 부활한자로 묘사하고 있지 않다. 후크마에 의하면 그리스도 안에서 죽어 천국에 있는자들과 아직 살아서 지상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최종적인 역사의 완성의 날인 부활의 날을 기다린다고 보았다.
ꁁ. 중간기와 역사의 마지막 날과의 관계
죽음 안에서의 부활과 그리고 역사의 마지막날 일어나는 부활과는 어떤관계가 있는가?
⒜. 죽은 자들은 그리스도의 품에 잠들어 있어서 역사의 마지막날 부활한다는 것이다. 이 견해는 쿨만에 의해 제기된 것인데 이 견해는 죽은 자들이 이미 천국에 존재하고 있다는 수많은 성서의 가르침과 충돌되기에 바른 견해가 아니다.
⒝. 불트만은 역사의 마지막날 부활한다는 표상은 유대 묵시문학적 세계관인데 이것은 버려야 할 세계관이라고 한다. 그는 영생과 부활은 그리스도를 만나는 실존적 결단 속에서 그리고 죽음 속에서 일어난다고 했다. 그러나 사실 몰트만, 판넨베르크, 큄멜, 쿨만 등의 학자들은 묵시문학적 표상이 성서의 본질적인 가르침이고 마지막 날의 부활은 초대교회 선포의 핵심이라고 생각했다.
⒞. 죽음의 순간과 역사의 마지막 날은 영원의 관점에서 보면 시간적 차이가 없고 한 순간이다. 이 관점은 바르트와 브룬너의 관점인데 이것은 하나님의 영원은 모든 시간을 초월하고 있기 때문에 오늘 죽은 자와 역사의 마지막에 죽은 자가 하나님의 영원 속에서는 동시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사고는 잘못이다. 왜냐하면 실재는 동일하지 않기 때문이다. 영원한 하나님에게 있어서도 역사의 시작과 역사의 완성은 같은 순간이 아니다.
⒟. 죽은 자들은 완전한 육체성을 아직 갖고 있지 않는 영혼으로 존재하고 있다. 죽음 이후에 지속되고 있는 인간 존재를 영혼으로 지칭하는 것이 헬라화 되었고 오류이며 비성서적이라고 규정할 수 없다. 그러나 그 영혼이 육체 없는 벌거벗은 영혼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헬라적이며 오류이며 비성서적이다.
⒠. 죽은 자들은 부활한 상태로 있으나 역사의 마지막 날의 지상으로의 부활과 역사의 완성을 기다리고 있다. 죽은 자들은 그리스도와 함께 있으며 그들의 영혼은 부활체를 입고 있다. 그들은 천사 같은 존재이며 하늘의 영광이 빛나는 흰 옷을 입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아직 지상으로 부활하지는 않았다. 그들은 그리스도의 날을 기다리고 있으며 역사의 완성을 기다리고 있다. 왜냐하면 하늘에서의 구원은 땅 위에서의 구원의 완성과 합쳐져야 하고 하늘에 빛나는 하나님의 영광은 오랫동안 그 영광이 짓밟히고 훼손된 이 땅위에서 빛나야 한다. 이 둘이 합쳐지는 날이 역사의 완성이요 그리스도께서 만유를 회복시키는 날이다.
②. 두번째 이론은 역사의 마지막 날에 부활한다는 것이다. 이 이론은 루터를 계승한 쿨만(Oscar CULLMANN)과 큄멜(W.G. KUMMEL)의 입장이다. 이 이론은 주로 고전 15:51-52, 살전4:16-17에 근거를 둔다. 죽은자들이 잠들어 있다가 역사의 마지막 날에 부활한다는 이론은 초대교회가 마지막 날 그리스도의 오심에 모든 소망을 두고 기다렸다는 역사적 사실과 맥을 같이 한다. 여기서 문제는 죽은 자들이 역사의 마지막 날까지 의식없이 잠들어 있다는 점이다. 또한 이 이론을 다른 각도에서 접근하는 자는 라찡어이다. 그는 그리스도의 몸은 역사의 마지막에 완성된다는 것이다. 역사의 마지막에 그리스도의 하나의 몸이 심판 받기 위하여 부활하게 된다는 것이다.
衁. 신약 성서에 나타난 종말론 해석
신약 성서에 나타난 종말에 대한 해석에 앞서서 우선 예수께서 가르치신 종말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 이것에 대한 견해를 담은 책이 W.G.큄멜의 '약속과 성취'이다. 큄멜은 이 책에서 하나님 나라는 예수 안에서 이미 시작 되었고 예수의 오심으로 완성된다고 했다. 이 예수의 다시 오심은 시간 선상에서 이루어질 미래의 사건이다. 예수에게 있어 약속과 성취는 불가분리하게 결합되어 있다. 왜냐하면 약속은 이미 예수 안에서 일어난 성취에 의해 확인되고 성취는 잠정적이고 감추어진 성취로서 앞으로 볼 약속의 지식을 통해서만 나타나기 때문이다.
초대 교회가 당면한 문제중 하나는 기대했던 임박한 재림이 지연되는 것이었다. 이 문제를 심도있게 다룬 저작은 사도행전의 저자와 사도바울이다. 사도행전을 보면 부활하신 주를 만나 제자들이 묻는 첫 질문은 이스라엘 나라의 회복의 때에 관한 질문이다. 이 질문의 동기는 당시 팽배했던 종말론적 메시야 사상이었고 예수를 메시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1c에 만연한 묵시적 종말사상은 하나님께서 역사를 종결시키고 선택된 이스라엘을 중심으로 메시야 왕국을 실현하시리라는 확신이었다. 그런데 이 임박한 재림으로 역사의 종언과 심판에 대한 기다림은 새로운 역사의 원동력이자 주체이신 성령의 임재에 대한 기다림으로 급변한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는 사도들이 역사 도피적인 자세에서 적극적으로 새 시대를 창조하는 사역자로서 자신을 인식하기 원하셨다. 그 말은 땅끝까지 내 증인이 되리라(행1:8)는 말씀속에 있다. 이 성령에 의한 새 역사의 지평선이 열렸다는 믿음은 과거의 묵시론적 전통에 집착하기 보다는 하나님의 미래에 철저히 의존하고 미래의 능력에 대한 개방을 요구한다. 종말에 대한 기대는 비관적이며 수동적인 포기상태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기존의 질서에 대치할 수 있는 새로운 질서를 향한 능동적이며 창조적인 변화를 불러 일으킨다.
그리고 바울의 입장을 살펴보면 바울이 이해한 종말은 피조세계를 주관하시는 하나님의 능력이 역사안에서 완전하게 실현되는 때이다. 바울의 종말론은 헬라적 초대교회의 배경을 이루는 두 종류의 역사관, 즉 묵시사상과 만물유전 사상에 대한 재해석이라 볼 수 있다. 첫째, 묵시사상은 당시 묵시적 표상들은 역사와 현실로부터 유리되고 성격상 미래지향적인 것이다. 이와 달리 바울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얻은 경험과 계시는 현실적인 것이요 현재적인 것이다. '보라. 지금은 은혜받은 때요 보라 지금은 구원의 날이로다.(고후 6:2)
두 번째는 헤라클레이투스의 만물유전 사상의 수정에서 찾아볼 수 있다. 바울에게 역사는 창조로부터 시작해서 그리스도의 재림으로 완성되는 하나님의 주권하에 있는 것이다.
遁. 몰트만의 종말해석
몰트만은 개인의 완성과 역사의 완성을 동일시 하지 않는다. 부활은 죽음이 철폐된 곳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현재적 부활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새 땅이 되기 전의 부활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죽은 자는 아직 부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개인의 운명을 바꾸는 것은 개인적인 죽음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부활과 우주적 부활이다. 각 개인은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이미 그리스도 공동체에 들어갔고 그리고는 장차 우주적 종말의 때에 그 몸으로 부활하게 될 것이다. 그러기에 몰트만은 죽음 안에서의 부활개념이 천년 왕국설적 개념이라고 주장한다. 그에 의하면 그 개념은 '죽은 자의 부활(Aufers-tehung der Toten)이라는 종말론적 개념이 아니라 죽은 자 가운데서의 부활(Auferweckung von den Toten)이라는 천년 왕국설적 개념을 사용했다고 말한다. 후자의 의미는 다른 사람들은 죽음 속에 머무르는 반면, 오직 신자들만이 부활된다는 것이다.
끝안에 시작이 있다. 몰트만은 그의 책 오시는 하나님의 서문을 이렇게 시작한다. 무슨 말일까? 그것은 끝이 단순히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몰트만은 흔히 종말론은 종말, 마지막날, 마지막 말씀, 마지막 행동을 다루는데 종말론이 단지 이것만을 뜻한다면 종말론과 작별을 고하는 것이 났다고 한다. 몰트만은 마지막 일들은 마지막 이전의 일들에 대한 맛을 망치며 인간이 꿈꾸거나 동경하는 역사의 마지막은 역사의 많은 가능성이 지닌 자유를 말살하고 역사의 미완결성과 잠정성에 대한 관용을 말살하기 때문이다라고 한다. 만일 종말론이 모든 문제의 종교적 최후해결에 불과하고 따라서 마지막의 말을 할 수 있다면 종말론은 매우 편하하지 못한 일종의 신학적 독선이거나 오늘 우리 시대의 사람들 가운데 일련의 묵시사상적 억지 이론가들이 행하는 바와 같은 심리학적 테러리즘일 것이다.
기독교의 종말론은 이러한 묵시사상적 마지막 해결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그것의 테마는 종말이 아니라 모든 사물의 새로운 창조이기 때문이다. 기독교의 종말론은 십자가에 달려 죽은 그리스도의 부활을 회상함에서 비롯된 희망이요 그럼으로써 살인적인 종말 안에 있는 새로운 시작에 대하여 말한다. '그리스도의 종말 - 그것은 언제나 참된 시작이었다.(Ernst Bloch). 기독교의 종말론은 모든 인격적 역사적, 우주적 차원에 있어서 마지막 안에-시작이 있다는 이 그리스도론적 모델을 따른다.
몰트만은 그의 책 오시는 하나님에서 그의 논의를 오늘의 종말론, 인격적 종말론, 역사적 종말론, 우주적 종말론, 신적 종말론으로 전개해 간다. 그리고 그는 이 종말론의 전망들을 통합하고자 한다. 전통적 중세 종말론과 개신교의 근대 종말론은 개인의 희망을 문제 삼았다. 그리하여 죽음과 최후 심판 다음에 나는 어떻게 될 것인가?를 물었다. 그리하여 인간의 공동체와 우주의 구원은 변두리로 밀려나게 되었다. 그러나 기독교의 희망이 죽음의 피안에 있는 영혼의 구원의 문제로 위축될 때 그것은 삶을 변혁시키고 세계를 변화시키는 그의 힘을 상실하고 이 세계의 비탄의 골짜기 안에서 이루어지는 영지주의적 구원의 동경으로 타락할 것이다.
개인적 희망과 우주적 희망, 개인적 종말론과 우주적 종말론의 무익하고 마비시키는 대결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은 경건주의 처럼 영혼을 중심문제로 삼거나 근대 세속주의처럼 세계를 중심 문제로 삼는데 있지 않다. 오히려 그것은 '주기도'의 처음 세가지 간구가 보여주는 바와 같이 하나님과 하나님의 나라와 하나님의 영광을 중심문제로 삼는데 있다.
기독교의 종말론은 4가지 지평을 가진다. 1)그것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하나님에 대한 희망이다. 2)그것은 세계의 새 창조를 위한 하나님에 대한 희망이다. 3)그것은 땅과 함께 가지는 인간의 역사를 위한 하나님에 대한 희망이다. 4)그것은 인간적 인격들의 부활과 영원한 삶을 위한 하나님에 대한 희망이다. 이것은 기독교적 종말론의 지평들이 지닌 존재적 질서이다. 그러나 인식적 질서는 사물들의 존재적 질서를 뒤집어 놓은 것이기 때문에 우리의 인식은 근거(Grund)로부터 시작하지 않고 작용(Wirkung)으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종말론에서 개인적 희망과 함께 시작한 다음에 역사적 희망과 마지막으로 우주적 희망으로 넘어가서 하나님을 위한 하나님의 영화와 함께 끝내는 것이 나을 것이다. 종말론이 일으키는 첫 작용은 개인의 믿음이다. 그 다음에 이 세계에서의 새로운 삶이 따른다. 이 새로운 삶으로부터 몸의 구원에 대한 희망과 온 세계가 하나님의 나라로 변화되기를 기다리는 기다림이 생성된다.
鑁. 판넨 베르그의 종말해석
"이 세대의 마지막에 모든 개인에게 공통으로 일어나는 사건으로서 죽은 자들의 부활이 생각되어짐으로서 개인적 및 보편적 종말론이 서로서로 연결된다." 판넨베르그에 의하면 개인적 구원 완성과 인류적 구원 완성과의 관계는 성서적 미래 희망의 본질적인 요소이다.
칸트이후 리츨과 종교 사회학자들에 이르기까지 하나님 나라 건설은 인간적 노력을 통해서 성취되는 목표였는데 이 의미는 19c말 요하네스 바이스에 의해 바뀌어지는데 신약성서와 예수의 메시지에 의하면 하나님 나라는 사람에 의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에 의해 수집 될 것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하나님 나라의 도래는 인간의 진보적 노력의 결과라고 생각되어지는 것을 훨씬 능가하는 우주적 전회와 변혁을 포함한다.
우리의 출발점은 하나님 자신에 의해서 가져와지는 종말론적 미래로서 이해되는 하나님 나라이다. 그러나 이것이 사람들로 하여금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그 도래를 기다리게 내 버려두는 식으로 그저 미래에 있는 것이 아니라 미래와 현재가 불가분리적으로 엉크려져 있다는 것이 예수의 하나님 나라 선포의 특징이다. 예수는 임박한 미래가 현재에 대해서 충격력을 가졌다는 것을 강조했다.
예수는 하나님 나라의 현재를 말했다. 그러나 언제든지 하나님의 오고 있는 나라의 현재라는 의미로 말했다. 이 미래성이 예수의 메시지에 근본적인 것이다. 그러나 이런 미래성이 유대교적 묵시문학의 유물이라고 멸시하는 사람은 예수 말씀이 미래와 현재가 엉겨있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현재는 저 미래로부터 분리하여 독립해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미래가 현재에 대해서 명령하고 요구를 하며 먼저 하나님 나라를 구할 것의 긴급성과 배타성을 모든 사람에게 각성시켜 주는 것이다. 메시지가 선포되고 받아들여 질 때 하나님의 통치가 현재하며 우리는 현재에서도 하나님의 미래의 영광을 엿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를 미래의 결과로 보는 것이다. 미래는 공허한 범주도 아니며 우연한 것들의 묶음도 아니다. 이 논의는 모든 사람들에 대해 단일한 미래가 있다는 것을 전제한다. 세계의 최후적인 통일을 말한다는 것은 모든 사건들이 종국적으로 공동의 미래를 만나려고 전진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내가 오늘날 기대하고 있는 미래도 지금보다 이전의 모든 현재가 직면했던 것과 같은 미래이다.
모든 사건이 미래의 힘으로부터 생겨났다고 말할 때 그 의미는 무엇인가? 예수는 미래가 가지는 창조적 힘을 사랑으로 그 힘의 현실성을 이해할 때 생각할 수 있다고 시사한다. 예수께서 생을 포괄적으로 그리고 절대적으로 종말론적인 견지에서 해석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그가 하나님의 사랑을 하나님 나라의 임박함에서 발견했기 때문이다.
鱁. 틸리히의 종말해석
틸리히는 그의 조직신학 3권의 마지막 장의 제목을 '역사의 끝으로서 하나님 나라'로 정했다. 거기서 그는 역사의 끝의 이중 의미를 말한다. 영어단어 '끝(END)'은 finish(종말)와 aim(목표) 둘을 의미한다. 마치 초월적 그리고 역사 내재적인 하나님 나라의 두측면을 표현하는데 대한 훌륭한 도구처럼 말이다. 우주에 속한 모든 것이 언제가는 시간과 공간안에서 존재하기를 멈출 것이다. 그러나 'end'가 목적을 의미하는데 라틴어 finis와 그리스어 telos는 그것의 목표처럼 일시적 과정이 가리키는 그 방향 처럼 가리킨다. END의 첫 번째 의미는 예를 들자면 묵시문학과 어떤 성서적 사고들 안에서 주어진 것처럼 역사적 시간의 끝에 관한 극적 초월적 상징주의를 비신화하는 그이유 때문에 신학적 중요성을 가진다.
3. 글을 끝마치면서... : 그날이 오면
'죽음의 경험은 언제나 이차적이다. 일차적으로는 우리는 삶을 경험하고 삶으로의 사랑을 경험하며 그 다음에 삶과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상실을 경험한다.'
몰트만은 죽음의 경험을 그렇게 규정지었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참으로 죽음이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그것이 지금의 삶을 더욱 풍성히 해 주거나 아니면 지금의 삶에 새로운 힘을 불어 넣어 줄 때 그래서 더욱 이 삶의 터전 위에서 열심히 살아갈 때 이 죽음은 바른 의미를 가진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것은 비존재에로 사라지는 두려움에 대한 살아감의 용기이기도 할 것이다.
그동안 한국 사회는 구체적으로 한국교회는 종말론에 대한 바른 이해를 가지지 못했다. 시한부 종말론, 공중 휴거설 등 이른바 사이비 종말에 대한 견해로 인해 많은 진통을 겪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기독교의 종말론이 단순히 우주의 끝이라는 종말을 단순히 선포할 것이 아니라 이 땅위에 굳건히 세워질 하나님 나라 즉, 새하늘 새땅에 대한 희망을 선포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더 이상 죽음과 슬픔과 고통이 없는 참 세계를 현실의 삶 속에서 꿈꾸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바른 종말 사상은 현실과 역사로부터의 도피가 아니라 그것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에게 주어진 현실의 삶이 단순히 지나가는 삶이라고 생각을 하고 앞으로 죽어서 갈 그 세계만을 동경한다면 그것은 바람직한 종말의 관점은 아니다. 그러기에 현실에 주어진 삶을 그리스도 안에서 충실하게 살아 나감으로써 하나님의 나라는 실현되어 가는 것이다. 하나님의 궁극적 관심은 저 너머의 세계에 있지 않다. 그것은 이 세계와 단절된 상태에서 초월해 있는 그 세계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기독교의 종말론은 이 세계를 살아가는 구체적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의 변화와 그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 역사의 변화와 그리고 온기와 생명을 가지고 있는 모든 피조 세계의 회복과 그 회복을 궁극적으로 원하는 하나님의 영광에 있다.
그날이 오면 하늘과 땅은 간절히 서로를 원할 것이다. 하늘에서 구원을 받아 그리스도와 함께 있는 자들 또한 이 땅에서의 구원의 완성을 간절히 바라고 있기에 땅의 구원 없는 하늘만의 구원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고 땅의 구원 또한 하늘의 구원과 만날때만이 완전한 구원의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것이 궁극적으로 역사의 완성이 이루어지는 날이 될 것이다. 하늘의 날줄과 이 땅의 씨줄이 만나서 거대한 하나님 나라라는 옷을 만든다면 그날 모두 만나 하나님과 예수님과 천군 천사들과 함께 모두 그 옷을 입고 해방의 춤을 출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날이 오면...
[참 고 문 헌]
A. 연 구 서 적
1. PAUL TILLICH, Systematic Theology, (Chicago:1967)
2. The Westminster DICTIONARY OF CHRISTIAN THEOLOGY, Edited by Alan Richardson and John Bowden, THE WESTMINSTER PRESS : 1969,
3. 위르겐 몰트만 지음, 김균진 옮김, 오시는 하나님, (대한 기독교서회 :1997)
4. W.G.큄멜 지음, 김 명용 옮김, 약속과 성취, (한국장로교 출판사:1993)
5. 오우성, 신약 성서에 나타난 종말의 재해석, (신앙과 지성, 1996년 겨울, 제 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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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논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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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순절에서 부활절까지, 장로회신학대학 기독교 교육 연구원 편, '김명용, 영혼 불멸과 죽은 자의 부활', 성지 출판사:1990.
3. 최 태영, 죽음 안에서의 부활, 신학과 교회 제 11집, 영남 신학대학교:1997.
종말론 연구에 관한 소고